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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1,954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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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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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9쪽

스카이 캐슬

DUMMY

"교주. 제자분께 과외 선생을 청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그냥 내가 가르치면 되는 거 아닌가?"


이 무식한 놈아. 애들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무공이야 네가 가르치는 게 맞겠지만, 학문은 따로 선생님을 구해야지.


"다양한 사람을 접하면 넓은 세상을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허 대주. 네 생각이 아니지?"


허수아비가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


"저야 그런 거 전혀 모르죠. 애 엄마가 한 얘깁니다. 아이는 외부 자극에 어른보다 훨씬 민감하기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성장에 좋다고요."


"그럼 당장 인마를 가르칠 선생을 무림 전역, 아니, 천축까지 포함해서 최고의 선생으로 모셔라."

"분부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또래 아이랑 함께 공부하면 마찬가지로 큰 도움이 된다고 애 엄마가 그러더군요."

"알았다. 그럼 허수도 인마랑 함께 과외를 듣게 하여라."


허수아비가 헤헤 즐겁게 웃는다.


###


"어디서 온 누구지?"

"고려에서 온 납땜이라고 하옵니다."

"가르칠 과목은 뭔가?"

"건축학개론을 잘 가르칠 수 있사옵니다."


약간 뺀질거릴 것 같은 인상이긴 하지만, 건축학은 기본만 알아도 되는 과목이니 합격을 줬다.


"인마라고 했지? 너 여자랑 뽀뽀해 봤어?"

"무엄하다. 목이 잘리고 싶냐?"


인마는 가만히 있는데 허수가 화를 버럭 낸다. 결혼 전까지 바람둥이였던 허수아비 때문에 죽순이 아들 교육을 엄격히 했다. 허수는 어린 나이에도 뽀뽀의 뽀만 나와도 화를 내도록 가정 교육이 잘 되어 있다.


"알았어. 그럼 강의 시작하자. 그런데 이론은 따분하기도 하고 책으로 배워도 되거든. 바로 실습으로 가겠다."

"뭐야? 우리 직접 집 짓는 거야?"

인마가 눈을 빛낸다. 광명정 전체가 바닥이 돌로 덮여서 인마는 흙장난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자, 잘 봐둬."


납땜은 허리에 밧줄을 묶고 갈고리로 여러 밧줄을 연결했다. 밧줄 다른 끝을 여기저기 고정한 후 교주전 외벽을 타고 올랐다.

교주전 꼭대기까지 오른 납땜이는 야호 몇 번 외친 후 밧줄을 타고 순식간에 내려왔다.


"이게 뭐야?"

허수가 툴툴거린다. 마교에서 1천 위 정도에 머무는 고수여도 밧줄 없이 경공만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무공과 마찬가지로 건축학 역시 머리로 배울 뿐 아니라 몸으로 느껴야 한다. 난 방금 이 웅장한 건물을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받아들인 거야. 밧줄을 통해 힘의 작용과 반작용을 느낄 수도 있고."


"근데 손에 그건 뭐야?"


인마의 질문에 납땜이 황급히 손을 뒤로 감췄다. 동시에 호위대가 납땜을 둘러쌌다.


"무릎 꿇고 손들어."

"손 머리 뒤로 바싹 붙여."

"빨리 시키는 대로 해."

"천천히, 천천히 움직여."

"움직이면 활 쏜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아니, 위에 올라갔는데 눈에 띄더라고. 이쁘고 해서 내가 애완용으로 키우려고."


납땜이 조심스럽게 펼친 손에는 이쁜 거미 한 마리 있었다.


"착한 아이야. 말만 잘 듣거든."


"대주, 독거미 아닙니다. 어찌 조치할까요?"

"안전과 교육에 지장이 없다면 제지하지 않는다."


결국, 납땜의 교육 방식은 인정받았고 인마와 허수는 보호용 밧줄을 몸에 묶고 교주전을 비롯한 광명정의 건물을 하나씩 정복해갔다.


그렇게 이론은 전혀 없고 교외 실습만 반복하던 중, 두 번째 선생이 도착했다.


"에헴. 듣던 대로 공기는 좋구먼."


도골선풍(道骨仙風)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골격이 뛰어나고 얼굴이 청수하며 언행이 자연스럽다. 천계에서 내려 온 신선이라고 해도 백에 아흔아홉은 믿을 거다.


"합격."


- 아니 왜. 겉만 번지르르한 사기꾼이 얼마나 많은데.

- 유명한 사람이야. 노배루(老盃樓) 문학상까지 탔어.


노배루. 위대한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철학가이자 조각사이며 건축학자이다. 작사와 작곡 그리고 노래와 춤에도 능통하며 수학 빼고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다.

수십 개 세력이 난립하던 무림에 평화를 가져다주기까지 한 전설적인 인물로, 자신을 능가한 자가 있으면 노배루 상과 함께 자기 재산의 일부를 주라고 했다.


수백 년 동안 모든 분야에서 노배루를 능가한 자는 없지만, 단 한 분야에 국한하면 뛰어난 자가 많이 배출되어 노배루의 재산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근래에 와서야 노배루의 투명두래곤(鬪冥荳萊坤)을 능가할 작품이 나와 노배루 문학상도 사라졌다.


싸울 투에 어둠 명. 콩 두에 잡초 래에 땅 곤.

어둠과 싸우느라 정작 자기 텃밭을 관리하지 못해 콩밭이 잡초밭이 된 어떤 용사의 이야기. 콩 심은 데 콩 안 날 수도 있다는 어마어마한 교훈을 준 철학서이기도 하다.


지금도 읽으면 눈물 콧물이 멈추지 않는 명작이지만, 그 당시에는 파격적이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바로 강의 시작해도 될까?"


허수아비가 호위대를 닦달해서 납땜과 함께 복습으로 교주전 벽을 타던 인마와 허수를 불러왔다.


"나 잡아 봐라."


급히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인마와 허수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착석하자마자 선생이 경공을 펼쳐 도망쳤다.


- 소문이 사실이었어.

- 무슨 소문?

- 어마어마한 관종이라는 소문.


출시 3년 만에 수백 년 전에 출판된 투명두래곤을 꺾고 무림 베스트 셀러가 된 삼국연의. 삼국연의의 저자인 나관종은 무림 베스트 관종이기도 했다.


- 황궁이나 무림맹 세력권에서 더는 관심 끌기 힘드니까 여기로 왔을 거야.


허수아비와 호위대가 경공을 펼쳐 쫓았지만, 나관종은 요리조리 잘 빠져나갔다.


무당의 제운종(梯雲縱)을 능가한다는 나관종(裸關種) 경공이었다.


"쫓는 사람이 많을수록 위력이 강해지는 경공이다."

"다들 멈춰."


호위대 대원들이 멈추고 허수아비만 움직였다. 천마의 말대로 경공 위력이 약해지며 나관종은 금세 허수아비 손에 잡혔다.


도망 다니며 받은 관심에 만족했는지 나관종은 열심히 강의했다. 과연 노배루 문학상을 받을 만큼 학식도 뛰어났고 강의도 귀에 쏙쏙 박히게 잘했다.


###


"교주. 납땜은 그만 내보냈으면 합니다."


이미 교주전 벽을 열 번째로 타고 있다. 벽 타는 게 가르침인지 모르겠고, 그게 가르침이라고 해도 납땜은 이미 밑천이 바닥났다.


"대체자는?"


"야차국에서 온 테트리스 선생입니다."


야차국이면 러시아. 거기 건축 잘하던가?


"그럼 납땜은 그간 수강료 지급하고 내보내."


"그리고 천문학 가르칠 선생도 모셨습니다. 역시 천축에서 온 허블 선생입니다."


안타깝게도 두 선생 모두 무림어에 미숙했다. 우선 무림어를 능숙하게 배운 후 두 아이를 가르치기로 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철학 선생도 모셔왔습니다."


허수아비가 일 참 잘하네. 호위대도 좀 일사불란하게 조련하지 그래. 지난번 납땜이 거미 사건 때 보니까 분란만 일으키게 생겼더구먼.


"하잇. 천마 상, 인마 상. 허수 상. 나는 소자지 올시다."

"이름이 왜 그리 상스럽냐?"


"내가 예전에 '너 자신을 알라'는 명언을 남긴 적 있소이다. 무림말로는 자지(自知)라고 한다고 해서 무림 이름을 소자지로 했소이다."


스스로 자에 알 지를 합쳐서 이름을 자지라고 지었다. 뜻은 참 좋은데.


"굳이 무림 이름은 필요 없다. 네 원래 이름은 무엇이냐?"

"소구라데스. 내 이름이올시다."


- 소 구라 데스?


"전쟁은 뭐라고 생각하느냐?"

천마의 질문에 소구라데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강대국이 약한 국가를 보살피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오이다. 주제넘게 보살핌을 거부하는 자들은 전쟁을 통해서라도 품에 끌어들여야 함이 마땅하오이다. 전쟁은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최고의 관용이올시다."


소구라데스는 면접을 시작하자마자 광명정에서 쫓겨났다. 납땜이도 보름 버텼는데.


###


"황공하오만, 교주께서 제자와 측근만 챙긴다고 불만이 자자하옵니다."


"원하면 아이를 보내라고 해라. 같이 가르치면 되지."


다른 선생은 몰라도 나관종은 학생이 많을수록 신나서 더 열심히 할 거다.


"시험을 봐서 배울 준비가 된 아이만 받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럼 능력으로 차별한다고 뭐라 하겠지.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차별하면서도 자신이 평가받고 차별당하는 건 못 참는 게 범부 속자다."

"다 받으면 불만이 사라질까요?"

"그건 아니지. 같은 선생에게 배워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그럼 아이가 앞자리에 안 앉아서 제대로 못 들어 그렇다고 불평할 거야. 앞자리에 앉혀줬는데도 일등 못 하면 무서운 선생과 가까이 앉혀서 애가 주눅 들었다고 그럴 거고."


천마의 말에 허수아비가 격하게 공감했다.


"애 엄마도 허수가 한 살 어린 인마보다 못하다고 맨날 닦달하긴 합니다. 허수는 날 닮아 머리가 좋아서 열심히 하면 성적이 금세 좋아질 텐데. 아직은 어려서 노는 게 더 좋은가 봅니다."


작가의말

납땜이 누군지 다들 아시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1.05 18:56
    No. 1

    소구라데스
    시오노 나x미라는 정신병 파시스트가 로마인 얘기에서 한 말이군요. 교육부 추천도서. 하하

    과문해서 인지 납땜은 누군지 모르겠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9.11.05 19:00
    No. 2

    건축학개론 조정석 검색하시면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1.05 19:12
    No. 3

    아. 납득이. 뽀뽀까지 납득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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