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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1,737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1.30 18:00
조회
248
추천
6
글자
9쪽

두 번째 빙의

DUMMY

"코난 대장. 믿고 맡기겠네."

"반드시 도둑놈을 잡아내고 국보를 되찾겠습니다."


이번엔 중국이구나.


이름 고남(考男). 중국어로는 코난이라고 읽는다.

직급은 형사대 대장으로 지방 경찰서 서장과 같은데 끗발은 훨씬 세다. 중범죄만 다루는 형사대 대장 자리를 고작 서른밖에 안 되는 나이에 오른 것만 봐도 대단한 인재다.


사건 파일을 뒤져봤다. 요약된 보고서를 읽으니 관련 기억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코난. 이번 일까지 해결하면 성 공안청으로 가겠는데?"


형사대 부대장이 어깨를 툭 친다. 나이는 마흔인데도 열 살 어린 상사를 질투하지 않는다. 오히려 코난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표창장을 여러 번 받았다며 늘 챙겨주는 편이다.


"형님. 이번에도 많이 도와주세요."

"돕기는 뭘. 그냥 네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거지. 이번에도 믿는다. 근데 난 부대장으로 만족하니까 네 후임으론 쟤네 시켜."


형사대엔 부대장이 네 명 있다.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한 명이고 남은 셋은 이력이나 쌓으려고 이름만 걸어놨다. 출근조차 제대로 안 하는 놈들이다. 사건이 해결될 때마다 이름을 슬쩍 얹는 게 다다.


"정해진 거 없어요. 괜히 입 함부로 놀리다가 책잡히지 마세요."

"알았어. 너나 나처럼 꽌씨 없는 놈은 주둥이 조심해야지."


이번에 빙의한 남자는 드물게 인맥도 없이 자기 능력으로 출세한 자다. 심지어 경찰학교 출신도 아니다. CCTV 뉴스에도 나올 정도의 사건을 몇 개 해결한 덕분에 특진에 특진을 거듭했다.


사건 파일을 들고 밖으로 나가니 지프가 대기하고 있다. 뒷자리에 타니 바로 출발한다.


"코난. 이번 일 해결하면 성으로 갈 거 같은데?"


운전하는 경찰도 똑같은 소리를 한다. 중국은 30여 개 성으로 나뉜다. 수도의 공안부는 정치만 하는 곳이니 현장 뛰는 경찰로선 성 공안청 형사대가 출세의 끝이다.

고작 서른에 성 공안청 형사대로 간다는 건 앞길이 창창하다는 뜻이다. 형사대 대장 출신이니 3년 안에 부대장 직급은 달 것이고 잘하면 마흔 전에 성 공안청 형사대 대장 자리에 오를지도 모른다.


"퇴직할 때까지 제가 살펴드려야 하는데."

"걱정 마. 2년을 못 버티겠어? 그래도 코난 넌 밤이나 새벽에 데리러 오라고 전화하는 일이 없어서 참 편했는데."


올해 53세의 운전 경찰 소마혁(蘇馬赫). 중국 발음으론 수마허.


"가기 전에 잘 당부해 놓을게요. 형님 몸도 안 좋으신데 남은 2년 편하게 지내야죠."


- 천마, 너 대사 참 매끄럽다.

- 나도 구경만 하고 있어. 지금은 본인이 직접 말하고 움직이는 거야.


박순녀 때와는 달리 천마 역시 관객이 되어버렸다. 왠지 내 탓인 것 같아서 괜스레 미안하다.


코난의 목적지는 공예 공장이었다. 이름은 거창하게 공예 공장이라고 하지만, 석고나 나무로 화단이나 길가에 두는 싸구려 조각품을 만든다.


"난 수위랑 얘기 좀 할게."

수마허는 낯선 사람과 빨리 친해진다. 공장에서 수위 서는 사람은 보통 퇴직한 늙은이다. 관례상 공장에 오래 일한 사람 중에서 뽑기에 의외의 정보가 나올 때가 많다.

"그러세요."


경찰차를 봤는지 사람 몇이 반쯤 달리다시피 마중 나온다. 딱 봐도 부녀간이 분명한 40대 남자와 20대 여자가 앞장섰다.


"공예 공장 공장장 공 공장장입니다."


공염불(孔念佛).

그냥 관리자가 아니고 공장에서 솜씨가 가장 뛰어난 기술자이기도 하다.


"형사대 대장 코난입니다."

"코난 대장이군요. 소문 많이 들었습니다. 반드시 불상 도둑질해서 도망친 그놈을 꼭 잡아주세요."

"도둑놈이 누군지 아직 조사 안 끝났습니다."


"뭔 소리예요. 도둑놈은 루팡이 틀림없어요."


공장장 딸이 갈고리 눈을 치켜뜨고 앙칼진 목소리로 외친다. 뒤에 서 있던 남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인다.


루팡. 이름은 노양심(魯洋深).

몸이 뚱뚱하여 루팡이라고 부른다. 루는 노(魯)의 중국어 발음이고 팡은 뚱뚱하다는 뜻이다.


"결론은 내가 내립니다. 묻는 말에 성실히 대답하는 게 도둑놈 잡고 불상 찾아오는 걸 돕는 겁니다."


공장장 사무실로 갔다.


"공 공장장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남은 사람은 밖에 나가세요."


얼마 전에 공장에서 땅을 파다가 불상을 발견했다. 조각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걸 발견한 공장장은 전문가를 청해 감정했다.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불상. 게다가 재료가 비취다. 그것도 그냥 비취가 아니라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비취 생산지인 선업에서 나온 선업비취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4시까지 제 아들이 지키고 14시부터 22시까진 제 딸이 지키고 2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노양심이 지켰습니다."


문제는 불상을 파낸 땅이 문화 및 유적 보호지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비취 불상을 회수할 명분이 없다. 성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차를 타고 내려와서 공염불을 설득했다.


한국에선 도지사 정도 급으로 이해하면 된다.


공염불이 국보를 국가에 바치는 좋은 그림으로 하고 공예 공장의 세금 면제 및 우수 기업 선정. 돈도 어느 정도 주고 인민대표 자격도 주기로 했다.

협상이 끝나고 귀중한 비취 불상을 국가에 환원한다고 TV에서 대대적으로 떠들었는데 문제가 터졌다. 공장에 보관한 비취 불상이 가짜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노양심이 사흘 전부터 갑자기 사라졌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밤이 되어 교대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안 나와서 집에 전화했습니다. 받지 않더군요."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전이다. 코난과 같은 경찰대 간부는 국가에서 전화기를 사주고 전화비도 어느 정도 지원한다. 그러나 일반인으로선 2년 연봉보다 더 비싼 전화기를 살 형편이 안 된다. 게다가 전화 3분이면 한 끼 식사 비용이 사라지니 쓸 엄두가 절대 안 난다.


"이게 전부입니까? 더 얘기할 거 없습니까?"


할 말이 없다는 공장장을 내보내고 공장장 딸을 불렀다. 그리고 함께 불상을 지켰던 사람들도 일일이 신문했다.


- 노양심이 범인인 거 같아.


지금 공장에 있는 모조품은 진짜와 헷갈릴 정도다. 전문가가 가짜라는 감정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누구 하나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노양심은 가짜 불상을 만들 실력을 갖췄다. 게다가 불상을 지키는 세 책임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 공교롭게도 며칠 전에 사라졌고. 공장에서 나갈 때 나무 상자를 들고 나간 걸 본 사람도 있고.


묵묵히 듣기만 하던 천마가 내 의견을 부정했다.


- 그렇게 쉬운 일이면 우리가 올 필요 있었을까? 이자는 분명히 도둑을 잡지 못해서 후회하는 거야.


공안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수하의 보고를 들은 코난이 부대장에게 전화하여 지시를 내렸다.


[노양심은 북경으로 가는 기차에 탔다고 합니다. 북경 공안국에 협조 요청하고 철도국에도 노양심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세요.]


컴퓨터가 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고 삐삐도 없는 세상이다. 노양심과 함께 기차에 탔던 사람과 열차원을 탐문하려면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다행히도 노양심의 종적은 빠르게 드러났다. 노양심은 북경까지 가는 기차표임에도 불구하고 중도에서 내렸다. 덕분에 열차원은 물론 출구에서 기차표를 검사하는 사람도 똑똑히 기억했다.


"형님. 좀 밟으셔야겠습니다. 무한으로 가야 합니다."

"알았어."


수마허가 가속 페달을 꾹 밟았다. 중국산 지프가 야생마처럼 날뛴다. 직선 길에선 외제 차의 마력을 당할 수 없는데 구불구불한 길에선 부드러운 코너링으로 독일 차도 추월했다.


덕분에 밤 12시에 무한에 도착했다.


"무한시 형사대 부대장 조작이오."

"성도시 형사대 대장 코난입니다."


우리는 조작 부대장을 따라 경찰 초대소로 갔다.


"노양심의 소재지는 파악하고 있소. 경찰은 물론 골목 잡배들까지 다 동원했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오. 소식이 올 때까지 푹 쉬시오."


침대 세 개인 방이다. 수마허는 운전하느라 피곤했는지 발을 닦자마자 코를 골며 잠들었다. 코난은 무한시 형사대가 준 사건 파일을 살폈다.


- 상자 안에 물건이 깨졌다고?

사건 파일엔 반갑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

- 이것 때문에 후회하는 건가?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데? 전문가도 속일 정도로 정교한 가짜를 만드는 게 가능해?


천마의 말에 공감이 확 간다.

- 그럴 거야. 아무래도 코난은 국보를 못 찾은 죄로 평생 승진하지 못했겠지. 그때 가짜를 만들어서라도 사건을 해결했으면 아주 높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몰라.


노양심이 들고 가던 나무 상자가 바닥에 떨어졌고 안에 물건이 깨졌다고 한다. 깨진 물건이 뭔지는 모르지만, 박살 나는 소리는 주변 사람들이 확실히 들었다고 증언했다. 물건이 박살 난 걸 확인한 노양심은 무한역에서 내려 종적을 감췄다.


작가의말

슈마허 다들 아시죠? 모르면 저만 뻘쭘한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1.30 22:44
    No. 1

    슈마허. 구글링이 필요.커험. ㅎㅎ
    코난까지는 걍 보다가 수마허에서 빵 터졌던.

    드디어 추리영역에도 손 대셨군요. 이제 남은건 헌터와 SF영역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9.12.01 10:38
    No. 2

    추리는 아닙니다. 담편 보고 실망할까 봐 미리 말씀드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1.30 22:48
    No. 3

    어찌 한자들을 저리 잘 사용하시는지.
    엄지 척! 한손 더 있군요. 엄지 척! 엄지 척!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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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6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4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6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5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7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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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공청석유 +4 19.12.05 257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1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4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39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1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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