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달걀동자 아저씨 #07. 사람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07. 사람
--- 지난 이야기 간단 요약 ---
부산에서 사고치고 할머니 죽어서 서울로 올라온 고지안. 서울 룸에서 알바로 일하다가 검도를 배우기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 깡패 중 역삼 고교생을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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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누구야?”
그 들이 돌아봤을 때는 이미 거대한 몸집의 조폭이 뚜벅뚜벅 오고 있었다.
“지안이. 괜찮냐?”
“네. 실장님.”
“이새끼. 싸움도 좀 하네.”
“아···. 아닙니다.”
거구의 임 실장은 그 세 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뚜벅뚜벅 걸어오면서 지안과 이야기한다.
“너 이새끼. 이리와.”
임 실장은 그 중 한 명을 손가락질해서 불렀다.
“네?”
쭈뼛거리던 그 녀석.
임 실장에게 멱살을 잡혔다.
짜악-
임 실장은 그 녀석의 목과 뺨 사이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엄청난 소리.
“아아.”
정신이 나간 녀석.
임 실장은 멱살을 풀었다.
“담배꽁초 다 주워. 이 씨발새끼야.”
“네···. 알겠습니다.”
그 녀석은 바로 담배꽁초들을 주웠다.
남은 2명은 벌벌 떨고 고개를 푹 숙인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임 실장은 팔을 걷어 올렸다.
팔이 두꺼워 잘 걷어 올려지지 않는다.
억지로 팔목 정도까지만.
와이셔츠를 걷어 올렸다.
“입 다물어라. 이빨 나가니까.”
짝!
짜악!
남은 두 명은 몸이 휘청거릴 만큼.
목과 뺨 사이를 손바닥으로 맞았다.
주먹을 쓰면.
괜히 어디 부러지거나 증거가 남는다.
손바닥으로 때리는 건 소리만 클 뿐.
시간이 지나면 증거가 남지 않는다.
프로들이 누굴 죽일 게 아니라면.
주먹을 사용하지 않는다.
주먹은 상대의 이에 걸려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진짜 조폭을 만나다니.
그냥 지나가는 중학생 돈 좀 돈 뜯어서.
맥도날드 콜라라도 하나 사 먹을 생각이었는데···.
그들은 머릿속에서 아련하게.
얼마 전 자신들의 상황을 떠올렸다.
임 실장은.
그 중 한 놈의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나쁜 새끼들. 강남 살면서 지갑에 만 원짜리가 하나 없냐? 에이 거지새끼들.”
임 실장은 주먹을 쥐고.
주먹의 날로 지갑 주인의 머리통을 통하고 쳤다.
공포에 질려서인지.
그냥 주먹 망치 살짝 건드린 거에도.
“악! 살려주세요.”
소리치는 그 지갑을 뺏긴 양아치.
지갑에서 학생증을 꺼내 자신의 포켓에 넣는 임 실장.
다시 지갑을 품속에 넣어준다.
“이 등신아. 돈 좀 가지고 다녀. 그래야 욕심이 안 생기지. 이 학생증은 내가 가진다.”
어디 가서 떠벌리면.
다 죽는다는 뜻이다.
너희 집 어딘지 알고.
이름도 알고 있다는 두려움을 안겼다.
“어이. 시발새끼. 담배꽁초 다 주웠냐?”
“네. 다 주웠습니다.”
“호주머니 넣고 가서 저기 지하철역 쓰레기통에 버려라. 알겠냐?”
뺨을 한 대 맞은 그 녀석은 담배꽁초를 황급히 호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새끼가. 대답 안 해!”
“아···. 네. 형님. 알겠습니다.”
벌벌 떠는 그 녀석에게.
임 실장은 손을 들고 겁을 준다.
“쓰러진 새끼 데리고 여기서 뛰어서 꺼져. 30초 준다. 계속 보이면 사시미로 손가락 잘라버린다.”
후다닥.
그들은 쓰러진 놈을 둘러업고.
있는 힘을 다해 도망갔다.
“10초 남았다!”
임 실장이 소리치자.
그들은 저 골목으로 사라졌다.
“고맙습니다. 실장님.”
지안은 임 실장에게 인사했다.
임 실장은 씨익 웃었다.
“덕분에 여기 담배꽁초 없겠네. 들어가자. 지안아.”
“네. 실장님.”
임 실장을 따라 자전거로 들어가는 지안.
내려가는 계단에서 멈추는 임 실장.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지안을 쳐다본다.
“너. 뭐야?”
“네? 저 고지안입니다.”
“너 깡패 될 거야?”
“.... 나중에 실장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임 실장은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나 같은 깡패가 되겠다고?”
“... 돈 많이 버는 깡패가 될 겁니다.”
임 실장은 위에 서있는 지안을 바라본다.
이미 키는 지안이 더 컸다.
임 실장도 작은 키는 아니지만.
지안은 이미 185가 넘는 큰 키였다.
“하드웨어는 될 거 같네. 원래 호리호리한 새끼들이 싸움 잘하니까.”
“감사합니다. 실장님.”
“아까 그 새끼 때리는 거보니 고 사장님에게 어릴 때부터 싸우는 거 배웠나 보네.”
“네. 배웠습니다.”
“알았다. 좀 더 크면 우리랑 일 좀 하자.”
“그러려고 온 겁니다. 실장님.”
후우-
담배 연기가 올라온다.
쿨럭.
“너 담배는 못 피우나 보네?”
“네. 못 피웁니다.”
임 실장은 껄껄 웃었다.
“이 새끼. 기본이 안 되어있구먼. 근데 담배는 배우지 마라. 어차피 안 피우면···.”
“네. 알겠습니다. 실장님.”
임 실장과 지안은 자전거로 들어갔다.
지안은 화장실 청소.
임 실장은 창고 재고관리를 시작했다.
‘시발. 그래 봐야 너나 나나 자전거 가게 오픈 준비하는 건 똑같네.’
담배를 입에문 임 실장이 싱긋 웃으며 생각한다.
처음과 달리 고지안이란 녀석.
맘에 좀 들기 시작한 임 실장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고지안은 열심히 일했다.
매달 받은 돈 대부분은 모으고 있었다.
자전거는 장사가 잘되었다.
검도 도장의 관장은 고지안을 특별 관리해주었다.
“조만간. 네 놈이 우릴 위해 움직일 날이 있을 것이다.”
“안 움직일 건데···.”
“뭐라!”
“아닙니다.”
임 실장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특히 자전거 앞 담배꽁초는 완전히 사라졌다.
가끔.
나에게 맞은 놈을 볼 때가 있는데.
자전거 앞에 담배꽁초를 줍고 있던 경우도 있다.
“괜찮야?”
“응.”
“그래.”
“너 이름이 뭐냐?”
“나. 고지안.”
“난 역삼고등학교 도진우.”
“그래. 알았어.”
“잊지 마라. 나 형사가 되어서 너 같은 양아치 잡아넣을 거니까.”
조금 멀리 떨어져서 소리치곤 달아난다.
“미친놈.”
“너 이 새끼. 언젠가 내가 잡아넣을 거야.”
“그래. 잘 가라.”
그래도 양아치가 아니라.
형사가 된다니까.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지랄하네. 그럴거면 검사가 돼야지.”
임 실장도 도망가는 진우를 보며.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
서울에 온 지도 2년이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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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눈이 내렸다.
어제는 특별한 날이라 그런지.
문을 닫고 누군가를 모셨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가는 분께 가득염 사장이 인사하고.
우리도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인사했다.
“그래. 여기 술 가득 부어줘서 고마워. 아가씨도 예쁘고 좋았어.”
세 명의 남자.
그들은 우리에게 손을 슬쩍 흔든다.
‘시발 새끼.’
그 중 한 명을 지안은 알고 있다.
서울 중앙 지검.
지만호 검사.
우리 아버지에게 자주 왔던 검사.
아버지로부터 봉투를 받아가던 그 검사.
하지만 아버지가 죽고 나서.
슬쩍 찾아와서는.
봉투에 10만원을 넣어주고 갔다.
“귀찮게 왜 장부를 남기고 그래. 그냥 곱게 뒤지지.”
그가 돌아서며 했던 말이다.
아마 내가 어리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어쩌면. 들으라고 했을 수도 있다.
그는 날 알아보지 못한다.
어제 내가 침을 뱉은 커피를 줄 때도.
“와. 이거 달곰하니 좋네.”
옆에 있는 아가씨의 가슴이 뜨거운 커피를 부어 빨아먹으며 아가씨가 힘들어하는 걸 즐긴 새끼.
서울에 올라오면서.
언젠간 만날거라 생각했다.
‘너. 이새끼. 죽지 말고 기다려라.’
고지안은 90도로 인사하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피가날 정도로 꽉 쥐었다.
“가득염이! 걱정 말고 진행해! 내가 뒤 봐줄 테니.”
“감사합니다.”
검사는 종이 가방을 들고 나간다.
‘저 종이가방은 돈으로 가득 차 있겠지.’
지안은 올라가서 차 문을 열어준다.
최대한 고개를 숙인 채.
“고맙다.”
지만호 검사는 호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만원짜리 몇 개를 꺼내 지안에게 주었다.
“열심히 살아. 보아하니 아직 어린 새끼 같은데.”
“감사합니다.”
지안은 ‘감사합니다. 검사님’이라고 할뻔했다.
겨우 검사님이라는 글자를 삼켰다.
‘큰일 날뻔했네.’
검사라는 놈들.
생각보다 아주 날카로운 독사들이다.
만약 지안이 검사님이라고 했다면.
큰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시발. 누구야! 내가 검사란 걸 어떻게 알아! 이 새끼 잘라! 내 눈에 띄면 자전거 영업정지야!”
그랬을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고.
안 들어도 오디오다.
검은 새 세단은 지만호와 다른 검사들을 태우고 출발했다.
저 검은 차 속에서.
몰래 녹음하면서 지만호는 종이가방에 든 돈을 어린 검사들에게 나눠주고 있을 거다.
그 어린 검사들은.
언젠가 자신도 저 돈이 든 종이가방을 직접 받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검사 새끼들이 제일 짜증 나. 근데 저들에게만큼은 대들어선 안 된다. 지안아.”
“왜요?”
“국회의원 새끼들, 장관들은 파묻어도 되는데 형사와 검사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거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지안을 앞에 앉혀놓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검사 새끼들은 우리보다 더 양아치거든.”
“그럼 형사들은요?”
“그 새끼들은 진짜배기들이니까. 원래 양아치와 진짜배기는 결국 같은 놈들이거든.”
아버지는 술을 거나하게 한잔 더 마시면서 지안에게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한 놈은 이익을 보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한 놈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이니까.”
아버지의 말에 힘이 느껴졌다.
지안은 멀리 사라져가는 차를 바라보며 혼자 생각했다.
‘근데 아버지. 전 형사가 더 무섭네요. 아직은···.’
지안의 코끝에 차가운 눈이 떨어졌다.
눈은 코끝에서 물이 되어 내린다.
물이 흘러.
입술에 닿았다.
차갑고 기분 좋은 느낌.
하늘을 바라보는 지안.
지안의 눈 속으로도 하얀 눈이 쏟아져 내린다.
‘잘 지내냐? 이욱승···.’
하아.
차가운 공기 속에 입김이 흩어져나간다.
‘잘 살고 있냐? 진태야.’
이상하게.
눈이 내리는 걸 바라보는데.
유일한 친구들이 떠오른다.
내리는 눈에 사람이 그리워진 지안.
지안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
‘사람’의 영역에 그 두 사람만 있나 보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언제든지.
쓰고싶을 때 쓰다보니.
진도를 빨리 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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