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08 유니콘의 눈물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이게 필요한거야?"
작은 물병.
눈에 넣는 작고 예쁜 안약 통을 꺼낸다.
뭔가 작은 빛들이 안약통에서 나오는 것 같다.
아니 진짜 나오고 있다.
"이봐. 자네 연예인인데 이런 걸 해도 괜찮겠어? 하긴 이 약은 마약 검사에 안 걸리는 약이야. 완전 무공해 약이지. 사실 이거 유니콘의 눈물로 만든 비싼 약이거든."
"일단 내놔. 그 약이 필요해."
흑인 락스타는 이미 알고 있다.
그가 꾸는 그 악몽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약물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
그 약물은 마약 검사에 걸렸다. 자체 검사였기에 망정이지 한 방에 끝날 뻔 했다.
하지만 이 약은 경찰에게 끌려가서 검사를 받았는데도 걸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약 효과도 하루밤 내내 이어진다.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도 너무나 개운하다.
이걸 안 살 수가 없다.그에게는 목숨같은 일이니까.
마이클 창은 다시 그 약을 손 안에 감춘다.
"어이. 검은 록스타. 2만 달러."
"뭐? 지난 번엔 100달러였잖아."
"응. 그건 첫 구매 할인가격이지."
마이클 창은 약올리듯 말을 멈추고 생각하는 척을 한다.
"좋아. 이번엔 인심 크게 쓸게. 한국의 불고기 피자 한 판을 포함해서 2만달러에 가져가. 그 정도면 피자 가격으로 충분하지?"
"이 중국 새끼가!"
흑인 가수는 몸을 부르르 떨며 가게 주인을 쳐다본다.
"너무 하잖아. 갑자기 이렇게 비싸게.."
"너야 말로 너무 하지. 내가 듣기로는 너 약 없인 잠을 못 든다면서? 지금까지 약과 달리 내가 주는 약들은 검사해도 잡히지도 않아. 그리고 중독성이 없어."
"으..."
"너 이 새끼. 중독성 때문에 이 약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 우린 중독성 같은 걸로 약을 만들지 않아. 넌 단지 이 약이 주는 안정감을 찾고 싶은거잖아.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약이니까. 안 팔아도 상관없지."
투컷 머리의 중국인은 흑인을 쳐다보며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다 맞는 말이었다.
중독성 때문에 찾은 것이 아니다.
"좋아. 여기 있어. 일단 1만 달러는 현금으로 주고..."
흑인 팝스타는 현금이 들어있는 돈 가방을 던졌다.
"그리고 나머지는 내가 몰고온 차로 지불할게."
투컷의 중국인이 머리를 내밀고 그 차를 바라본다.
적어도 1만 달러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아니 지금 당장 팔아도 적어도 3만 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그냥 1만 달러에 이 약을 가져가. 대신 한 가지만 부탁하자."
마이클 창은 서있던 자리를 벗어나 대니 밀스에게 다가왔다.
"다음에 나에게 주문할 때는 그냥 전화로 주문해. 내가 직접 약을 가져다 줄테니..대니 밀스. 대신 네 녀석이 밤마다 꾼다는 그 꿈. 내가 살테니 나에게만 이야기해주는 걸로 하자. 대신 언제나 이 약은 만달러로 고정가격을 지켜줄게."
그는 호주머니에서 포스트 잇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적었다.
전화번호가 적힌 포스트 잇을 흑인 락스타인 대니 밀스의 안 주머니에 꽂았다.
그리고 그의 뺨을 툭툭 쳤다.
"어때? 대니 밀스? 내 말에 찬성하나?"
대니 밀스는 마이클 창을 쳐다본다.
자신이 꾸는 꿈 이야기를 알고 있는건 그럴수도 있다고 치더라도, 그 꿈을 자기가 사겠다니...그 대신 만달러의 고정가격으로 원할 때 약을 공급해주겠다니... 너무 좋았다.
"좋아. 그렇게 할께."
"오케이. 대니 밀스. 그리고 그 밤마다 꾸는 꿈. 그 꿈을 이제부터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해선 안 되는거야. 나에게만 이야기하는거야?"
"퍽킹 크레이쥐. 그렇게 하지."
"약속을 어기면 반드시 네 눈알을 뽑아버리겠어. 그리고 내가 먹어버릴꺼야. 우리 중국인들 중에 그렇게 한 사람이 진짜 있는거 알지? "
마이클 창은 손에 쥐고 있던 안약을 대니 밀스의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잘가. 대니.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구. 대신 전화할 때는 반드시 네 전화로 걸어야 해. 다른 전화나 경찰 전화가 오게 되면 넌 나에게 죽어."
"알..알겠어. 마이클 창. 고마워."
대니 밀스는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침대에 누워 이 안약을 넣고 그 꿈을 꾸지 않고 자고 싶었다.
그 하나의 욕망.
푹 자고 싶다는 그 욕망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돌아서 차로 가려는 대니밀스를 다시 마이클 창이 잡았다.
"아. 맞다. 이건 그냥 줄게. 가져가서 잘 먹어. 한국 바베큐 피자. 스몰이야. 라지를 받고 싶으면 다음에 연락해."
마이클 창은 대니 밀스의 손에 갓 나온 따끈한 피자를 쥐어 주었다.
"잘 처 먹고. 잘 뒤비자길 바래. 언젠가 네 녀석은 다시 날 찾게 될테니 말야."
급히 차로 뛰어가는 대니밀스를 바라보며 마이클 창은 싱긋 웃었다.
빰빠바밤 빰빠바밤.
아주 오래된 미국 드라마 A TEAM (A특공대)의 메인 주제가가 마이클 창의 휴대폰에서 경쾌한 벨소리로 흘러나온다.
"응. 나야. 무슨 일이야?"
[ 윌리암스가 배신 때렸어요. 그 새끼가 우리 약 대신 LSD를 하다가 약기운에 취해서 자기 페이스북에 그 꿈이야기를 올렸답니다. ]
"아..진짜. 이 새끼. 그 새끼 이번에 FA 계약으로 2년에 1,800만달러를 받더니 미친거 아냐?"
[ 그래도 나름 인싸 새끼라서 페북의 꿈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퍼가고 있어요.]
"알았어. 윌리암스 주소 불러. 미친 새끼. 시카고 컵스에 에이스 하나 사라지겠네. 이제 눈이 안보이게 될거니 컨트롤이 안 되서 야구 못 할텐데?"
[ 알겠어요. 보스. 주소 보내드릴께요. 근데 페이스북은 어떡하죠?]
"유투브에 유명한 애들 몇 명 풀어서 윌리암스 꿈이야기를 존나 퍼뜨려버려. 마치 거짓말처럼 보이게 말야. 알지? 어떻게 덮을건지? 그리고 윌리암스는 마약쟁이라서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도 페이스북에 퍼뜨려."
[ 알겠어요. 보스.]
띠링.
윌리암스의 주소가 그의 휴대폰에 떴다.
"LA 에 살고 있네. 배달 좀 멀리 가야겠는데?"
마이클 창은 휴대폰을 보면서 한숨을 지었다.
"이 새끼. 꿈도 가짜면서 배신까지 때리겠다고?"
마이클 창은 가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큼직한 종이를 꺼내 매직으로 글을 적었다.
"3일간 쉽니다. LA에 피자 100박스 배달갑니다."
그는 "SanFranciscoDrugPizza"라고 적힌 배달차를 타고 출발했다.
1시간 정도가 지날 무렵 금문교를 넘어서 LA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로 차를 올렸다.
****
3일 뒤.
고도리 선생의 방.
작은 유리 수조 안에는 거북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거북아. 오늘 점심은 핀 5개만 먹자. 절대 무럭무럭 자라면 안 된다. 탄탄하게 속으로 알차게 자라야 하는거야. 거북아."
은퇴한 할아버지를 1년여 전에 떠나보낸 할머니처럼.
거북이에게 작은 핀을 먹이면서 거북이(라고 쓰고 불가사리라고 읽으세요)와 놀고 있는 고도리 선생.
고도리 선생의 유일한 낙은 야구를 보는 것.
휴대폰을 켜고 네이버 해외야구를 열었다.
"뭐야. 나의 사랑 시카고 컵스의 좌완 에이스 윌리암스가 은퇴한다고?"
[ 헐. 눈알이 뽑혔다는데? ]
[ 원래 마약 중독자라고 하네..]
[ 컵스 시발 X되었네. 1,800만달러 날아겠네,]
[ 컵스 또 꼴찌..완전 MLB의 꼴떼구만.]
"이런 또 꼴떼라니...제길."
고도리는 그래도 롯데야구의 팬으로서 컵스와 꼴데가 비교 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이야기한다.
아니야.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비슷하지.
그렇게 보다가 묘한 댓글을 발견했다.
[ 얼마전 유투브에서 윌리암스가 샌프란시스코에 공룡이 나오는 꿈을 꿨다던데? ]
[ 용이라며? 심형래가 만든 그 영화 속에 나오는거라던데.ㅋㅋㅋ]
[ 약을 존나 빨아서 그렇다고 하던데? ]
[ 유투브 보니 미국애들이 그런 꿈을 많이 꾼데..약 존나 빨아서..ㅋㅋㅋ]
"뭐야. 이거 심형래가 만든 영화면 이무기가 주인공인데?"
고도리 선생은 핀을 하나 더 거북이에게 먹였다.
문이 벌컥 열리며 연희가 들어왔다.
"아저씨! 저랑 갈 곳이 있어요!! 얼른 나와요!!"
"아우. 놀랬잖아. 뭔 일인데?"
깜짝 놀라서 떨어뜨린 휴대폰을 주섬주섬 챙기며 살짝 네이버를 껐다.
"또 해외 야구 보고 있었나 보네요?"
"아..뭐 그런 건 아니고..."
"봤네. 봤어..이 아저씨."
연희는 또 고도리를 놀렸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안 그래도 지금 우리 미국 대사관에 가야해요. 거기 팝스타가 한 명 왔어요.그 팝스타가 아저씨를 찾고 있다는데요?"
"뭔 소리야. 뭔 팝스타?"
연희는 고개를 마구 저으며 그래도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니 이내 포기한 듯 머리를 긁었다.
"아. 그 있잖아요. 요즘 핫한 팝스타인데... 대니 먼스 라고 하던가?"
"몰라. 그런 거."
"암튼 뜨고 있는 흑인 팝스타인데, 미국 대사관에서 아저씨를 뵙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지금 빨리 오라는데요?"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 소리인건지..미국 팝스타가 부산 대사관에 왜 왔다는거야?
"대니 먼스가 뭐야? 마이클 잭슨도 아니고..."
"아이고 그 분이 오시면 또 국제 귀신 사건이 터진거잖아요."
연희는 입이 삐죽 나와서 날 놀린다.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곧 나갈게."
"빨리 나와요!"
연희는 문을 닫고 나갔다.
"대니 먼스가 뭐야? 무슨 팝스타가 날 보러 한국까지 오는거야..말이 되는 소리야?"
고도리 선생은 불안감이 느껴진다.
남은 핀 1개를 수조에 넣었다.
거북이가 바로 받아먹고 다시 잠들었다.
"다녀올께. 나중에 보자."
고도리는 수조 안에 손가락을 하나 넣어 작은 거북이를 쓰다듬었다.
이 유니콘의 눈물은 ..그냥 화장품이에요.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이거 다 픽션인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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