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전설 #10-지우펀. 그리고 타이페이101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맛있는 아침.
딤섬이라고 불리는 새우만두. ( 새우 물만두라고 해야 하나?)
소고기로 만든 만두와 새우만두를 먹으니 행복했다.
맛있는 만두로 아침을 때우고 연희와 대만의 여기저기를 구경하기로 했다.
일단 81℃로 가서 대만에 맛있는 커피인 "바다 커피"를 한 잔.
둘은 커피를 하나씩 들고 거리를 다녔다.
구석구석의 거리 구경.
바다 커피는 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며 혀를 간지럽힌다···.
커다란 혈전을 앞두고 여유를 즐기는 재미는 역시!
"일단 우리 젊음의 거리로 가시죠."
"시면 땅으로 넘어갈까?"
"그러시죠. 대만의 명동이자 이태원이라는 시면 땅으로 가시죠."
대만은 타이베이 101의 야경을 즐기기 전 시면 땅에서 여유로움을 즐긴다고 한다···.
일단 시면 땅으로 송산 지하철역에서 출발.
이제 지하철을 타는 것은 익숙하다.
한국, 일본, 대만의 지하철 시스템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이 복잡하긴 하지만 이틀 정도만 타면 다 이해되는 시스템.
이제 한국의 서울도 제법 지하철이 많아져서 몹시 어렵진 않다.
일본은 하나의 역의 한길에서 다양한 지하철이 다니는 것이 어렵지만.
색깔만 잘 구별하면 몹시 어렵지 않다.
대만은 그냥 무난하다.
부산 정도의 지하철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
조심할 것은 음료수나 음식을 가지고 타면 벌금을 낸다는 것.
우리나라처럼 커피를 마시면서 지하철을 탈 수 없다.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
"안 무서워요? 이무기랑 한 판 해야 하는데?"
"안 무서워. 지금까지 그 정도 각오는 했는걸. 오히려 중국에서의 시간 여행이 더 힘들었었어."
"그렇구나. 아저씨는 은근 겁이 없네."
연희는 나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나도 연희를 보며 웃는다.
"그래도 이무기라는 녀석이 공격하는 모습을 봐두어서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공격 스타일을 몰라서 그 큰 입에 먹힐뻔했을 거야."
"그렇군요. 그런 것도 다행이네···."
연희는 나를 보지 않고 이야기한다···.
조금은 나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느낌.
왜 그런지 알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괜찮아. 나 이 일 되게 재밌어."
"네?"
"너와 할머니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거 아냐."
나는 걷고 있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연희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았다.
"연희야. 넌 일단은 큰 손님의 영매가 되어야 해. 그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거잖아. 짜증 나고 싫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진 않아요. 그냥 조금씩 적응되고 있어요."
"그래. 이렇게 같이 일하면서 그렇게 적응되어가는 거잖아."
"하지만 큰 손님이 돌아오면 이런 일은 하지 않겠죠."
"그럴 거야. 아마도."
연희는 한숨을 크게 쉬며 옆에 벤치에 걸터앉는다.
"재미없어질 것 같아요. 사는 게···."
나도 그 옆에 걸터앉았다.
이제 저녁의 태양이 비추고 있다.
어느새 대만은 마지막 밤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겠지. 재미없겠지."
"아저씨와 이렇게 하나씩 뭔가 해결해가는 거 재밌는데···."
"나도 재밌어."
둘은 벤치에 앉아서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대충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슬슬 타이베이 101쪽으로 갈까?"
"거기 가서 예쁜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망고 빙수 먹어요."
"그럼 대만에 오면 망고 빙수지!"
우리는 그냥 웃고 말았다.
더 이야기해봤자 우리는 큰 손님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절대적인 힘에 그냥 순응해야 한다.
굳이 그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
뭐 그런 거니까.
****
지하철을 타기 뭐해서 택시를 타고 타이베이 101 앞에 내렸다.
어느새 저녁은 끝나고 밤이 오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타이베이 구경은 다 한 거네."
"마지막으로 밤에 지우펀 가면 다 한 거지."
"하긴 다들 지우펀 가라고들 하더라고요."
"거긴 정말 가볼 만한 곳이야. 우린 헬기 타고 가자."
"고급스럽다. 헬기 타고 지우펀을 가다니···."
우리 2명은 재잘거리며 길을 걷는다.
준철 아저씨의 연락은 오지 않았지만.
그냥 그 아저씨라면 헬기 정도는 101빌딩 위에 둘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저기서 망고 빙수 먹어요."
타이베이 101 근처는 예쁜 카페들과 각종 가게로 가득하다.
아까 씨만 땅이라는 곳이 명동이라면.
여긴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느낌이다.
"망고 빙수 1개와 따뜻한 커피 2잔 주세요."
종업원은 인사하고 사라졌다.
"와. 아저씨 중국어 좀 하시네."
"그냥 이 정도는 하지. 요즘 중국어 기본 아냐?"
나는 네이버 파파고를 핸드폰에 켜두고 있었다.
요즘 언어 번역은 관광하는 거 정도는 큰 문제가 없다.
"세상 참 좋아졌지. 진짜."
우린 담배를 하나 꺼내물었다.
치익.
가게라고는 하지만 바깥쪽에 테이블이 많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그런 것 같다.
동남아 스타일과 도시의 만남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망고 빙수와 커피는 금방 나왔다.
"와. 이거 진짜 맛있네요."
"망고랑 빙수랑 이렇게 어울리다니···."
"한국에서 먹는 거랑 좀 다르구나."
"그럼 냉동 망고가 아니라 싱싱한 망고니까."
냠냠거리면서 빙수를 맛있게 먹었다.
게눈 감추듯이 둘이서 털어버렸다.
포장 구매로 커피를 들고 둘은 근처를 거닐었다.
최대한 싸울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 음식을 밀어 넣으면서.
***
"엔젤라. 괜찮아?"
노신사와 앤젤라가 테이블에 앉아있다.
"네. 마지막이라 그런지 이 힘을 감당하려니 몸이 좀 버티질 못하네요."
"조금만 참아라. 곧 그 시간이 올 테니···."
지우펀에도 밤이 찾아왔다.
엔젤라와 이름 모를 노신사는 지우펀의 가게에 앉아있다.
어느새 지우펀도 밤이 찾아오고 붉은 등불이 가득했다.
관광객들은 아직도 가득 거리를 메우고 있다.
그들은 3층 커피숍에서 가득 거리를 메운 관광객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네. 괜찮아요. 아직은 걱정하지 마세요."
"이무기는 소환이 멀었나?"
"1시간 정도 뒤면 소환 가능할 것 같습니다."
노신사는 자신 앞의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들었다.
"건강에 안 좋아요. 담배 그만 피우세요."
"후. 네가 내 건강을 걱정해주다니."
그는 그녀를 우습다는 듯이 바라보며 담배를 물었다.
치익.
그녀는 그에게 담뱃불을 붙여주었다.
"우리의 100년 인연의 끝이 다가오고 있어."
"정말 이무기가 용으로 변할까요?"
"네가 그 이무기를 받아들인 날부터 기다려왔다. 숨어서 이런 일 저런 일 다 하면서 지금까지 그날을 기다렸지."
노신사는 길게 연기를 뿜었다.
"그러게요. 우리 참 오랜 시간 나쁜 짓을 해왔군요."
"일본군들이 피와 살을 이 아시아 지역에 뿌려주는 바람에 생각지도 못하게 강해져 버린 건 고마운 일이야."
"하긴 이무기가 용이 된다는 것은 단지 7명의 피만로는 너무 부족하니까요."
엔젤라도 커피를 마시며 한숨지었다.
"즐거운 날도 있었지만. 진짜 힘든 시간이었어."
"당신은 이제 용을 통해 신이 되겠지요."
노신사를 바라보는 엔젤라의 눈은 촉촉히 젖어있었다.
"고마워. 여기까지 오는 데 너의 힘이 컸다. 잊지 않겠어."
"아니에요. 그 죽음 앞에 있던 저를 살려주신 분이신데 전 당신이 용이 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핏덩이였던 너를 내 손으로 살려내느라 난 기력을 다해버렸었지."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그리고 그 은혜는 곧 제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후우.
노신사는 길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넌 정원으로 가서 행복하게 살아라. 그때 죽었던 너희 어미와 동생과 함께."
"그 정원으로 보내주신 당신. 그 은혜 역시 이번 기회에 갚겠습니다."
노신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아니. 이미 너는 나에게 모든 것을 갚았다. 더 그런 기분 느낄 필요 없어. 아주 즐거웠다. 너와 함께 한 100년은."
"저도 즐거웠어요. 당신과 함께한 100년이. 비록 떨어져 산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많은 일을 함께하며 여기까지 왔네요."
엔젤라는 바다를 바라 보았다.
검은 바다에 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달은 구름 사이로 빛을 내며 붉은 등과 합쳐져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아름답네요. 지우펀은."
"딱 좋지. 우리의 마지막 장소로 말이야."
노신사는 인생의 마지막처럼 길게 담배 연기를 하늘로 뿜었다.
"오늘의 마지막 만찬을 골라야 할 때가 왔군."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엔젤라는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신이 되시어 잘 사세요. 아버지."
엔젤라는 아무도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녀의 눈에선 살짝 눈물이 흘렀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어둠이 다가오고.
드디어 거대한 전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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