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19 마지막 전투 준비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하늘이 갈라지고 있어."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그 끝에서부터 하늘이 갈라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검은 연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갈라진 하늘.
검은 연기 때문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무엇인가 검은 물체들이 쏟아져 내렸다.
"고..고도리 선생님...저 것이 그 지옥의 문이 열린다는 건가요?"
"그런것 같아."
"우리는 왜 움직일 수 없는거죠?"
무언가 힘이라는 것이 넘어서버린걸까.
저들의 힘에 밀려서 더 이상 큰 손님도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더 이상한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어쩌면 막을 수도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분이 그대로 내 몸에 느껴진다. 두려운 생각보다는 안도감같은게 들었기때문이다.
어쩌면 전혀 모르는 어떤 곳이 아니라 익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때문이기도 했기에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의 안도감이 들었기때문이기도 하다.
"근데 밀스. 잠을 어떻게 깨는거야?"
"그냥 깨어버리죠."
"보통 어떻게 깨어나는거지?"
"무엇인가 잠이 깰만한 놀람같은거?"
빠악.
난 대니밀스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마더 퍽.."
"그거 하지말라고 했지?"
대니밀스는 한 방 더 뒤통수를 맞았다.
세상이 다시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한다.
"어?"
대니밀스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본다.
"똘아가자. 대니. 해야할 일이 생각났어."
"네. 고도리 선생님."
****
"깨어났어요?"
눈을 뜨니 나와 대니밀스 주변에 다들 깨어나서 걱정스럽게 모여있다. 아까까지만해도 잠들어있었는던 사람들이었는데...
"모르겠어요. 그냥 잠이 깨버렸어요."
연희가 가장 먼저 걱정스레 달려와서 마실 것을 주었다. 그 녀는 알고 있다. 이렇게 힘을 쏟고나면 무엇인가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는 것을.
난 엔젤을 쳐다보았다.
그 녀는 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아니 웃고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오랜만에 반짝이는 빛을 뿌리며 대니밀스의 뒤로 다가가서 그를 끌어안았다.
"음악의 여신이 날 떠나가려하고 있네. 고마워요. 그 동안..."
대니 밀스의 눈은 촉촉해졌다. 마이클 창이 쇼파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 마이클 창 옆에는 유니콘이 딱 달라 붙어있었다.
저 엔젤은 나와 연희,그리고 대니밀스에게만 보이는 것이지만 이상하게 그 따스함은 모두가 느끼고 있다.
"나중에 다시 만나. 대니."
엔젤은 반짝이는 빛을 뿌리며 완전히 사라졌다. 대니 밀스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잘가. 엄마."
그도 알고 있었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음악의 여신이 어머니라는 것을. 물론 그 여신이 예지몽의 여신이라는 것까지는 알런지 모르겠지만...
"정원으로 올라가셨네."
"그렇겠지. 더 이상 자신의 아들에게 미련은 없으니까."
대니 밀스는 우리를 쳐다본다.
"고도리 선생님. 우리 엄마는 나쁜 귀신이 아니죠? 좋은 곳으로 가신거죠?"
"응. 저 밝은 빛은 천당으로 가셨다는 증거야. 그리고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신 좋은 어머니라는 증거야. 그러니 그냥 한 번 울고나서 이제부터는 너의 길을 걸어가면 되는거야."
대니밀스는 나에게 안겨서 엉엉 울었다. 마치 아이처럼 커다란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대니밀스에게 다가온 마이클 창이 그의 엉덩이를 찼다.
"얌마. 징징 울지마. 네 녀석의 음악 기대하고 있을테니까."
"눈알을 뽑는 건 이제 안할거야?"
"이제 그런 것 안해. 고도리라는 저 아저씨가 내 원수를 갚았고, 나도 이제 특별히 뭐 복수하고 싶은 생각은 좀 사라지긴 했어."
마이클 창은 피식 웃음 지으며 고도리 선생을 쳐다본다.
"아냐. 아직 멀었어. 지옥의 문이 열릴거야. 어디인지 알았으니 그리고 언제인지도 대충 알았어.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검은 하늘이었지만 분명 보름달이 뜬 날이라는 건 확실히 봤어."
"그럼 이틀정도 남은거네요."
연희가 놀라서 이야기했다.
"보름달이 뜨는 날 할머니가 오랜만에 김구 선생님과의 대접신의 날로 정하신걸로 기억하는데...가능하면 주변에 다른 귀신은 없는게 낫다며 좀 늦게 오라고 하셨거든요."
"대접신의 날이라는 건 또 뭐야?"
난 당황스러웠다. 하필이면 보름날 뭔가 한다는 것도 신기했고...
"오랜동안 귀신을 모시던 분들이 한 번 귀신과 떨어지는 날이에요. 한 두시간 정도 완전 속박에서 벗어나는 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무기처럼 귀신과 하나가 되어버리거든요. 이미 할머니는 너무 오랜시간 붙어 있어서 위험하시기도 하고..."
연희는 멍하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너무 위험해. 돌아가자. 연희야."
난 연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바닥에 있는 거북이를 잡아서 호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제법 커져서 호주머니가 빵빵해질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이봐. 마이클. 너 특별히 할거 있어?"
"아니. 뭐...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은 없어요."
"함께 가자. 부산으로."
"한국으로 가자구요? 뜬금없이?"
"이무기라는 녀석 다시 소환되어 나타날거야. 귀신의 문이 열리는 그 날."
마이클 창의 눈 빛이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그는 주먹을 꽉쥐고 자리를 일어섰다.
"당신 이무기를 작살 낼수 있어?"
"응. 당연하지. 근데 이번엔 네 녀석의 유니콘이 좀 필요할거 같은데?"
난 마이클 창 옆에 붙어있는 유니콘을 바라봤다. 약간의 빛을 내며 나를 쳐다보는 유니콘은 다시 마이클을 쳐다본다.
"좋아. 이 녀석도 그러자고 하네요. 같이 갑시다. 까짓거. 한국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면 좋겠네."
대니밀스는 우리를 부러운 듯 바라본다.
"아. 진짜..라이브로 보고 싶었는데..."
고도리 선생은 대니밀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두 손을 잠았다.
"넌 음악이나 제대로 만들어. 그리고 앞으로는 꿈꾸지 않을거니까. 마약도 필요없을거야. 새 음반 나오면 우리에게도 알려줘."
"네. 고도리 선생님. 지옥의 문을 막아내고 반드시 다시 만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마이클 창을 쳐다봤다.
"가까이 와봐. 그리고 약간 놀라겠지만 내 손을 잡아."
연희와 마이클 창의 손을 잡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중력의 무게가 느껴진다.그리고 세상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담스럽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사삭.
대니밀스의 앞에서 그들이 사라졌다.
"와. 시발 짱 멋짐."
대니밀스는 왠지 아픈 뒤통수를 만지며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어차피 열릴거면.
정면으로 맞붙으려는 고도리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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