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19-삼켜지다!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정말 한 순간이었다.
앙그라 마이뉴가 고도리 선생의 발 밑에 밟혀 있다가 연희 쪽으로 순간 이동을 한 것은.
일부러 고도리 선생이 그를 밟고 있었다는 건.
그만이 알고 있는 비밀...
그리고 시간이 멈췄다.
모든 것이 정지된 순간.
앙그라 마이뉴와 바인이 분리되는 형상으로 고도리 선생의 발 밑에 멈춰있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는 일부러 그 자리에 서기 위해 바인을 밟았다.
그리고 평소에 하지 않는 선공을 통해 앙그라 마이뉴를 자신의 거리 안에 넣었던 것이다.
앙그라 마이뉴가 순간 이동을 하는 이 순간을 멈추기 위한 모든 움직임이었다.
고도리 선생은 단검으로 앙그라 마이뉴의 머리를 목에서 분리했다.
그리고 양 손의 불꽃으로 바인의 몸에서 그 귀신을 잡아 뺐다.
푸쉬쉬....
앙그라 마이뉴의 몸이 불타면서 재가 되어 사라져 갔다.
목으로부터 잘려진 머리를 양 손에 드는 순간.
머리가 분자 단위로 분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고도리 선생의 의지가 아니다.
큰 손님의 의지였다.
그 머리를 양 손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멈춰진 시간의 제한이 풀리기 시작했다.
보통 3~5초 정도.
고도리 선생은 그 정도로 느낀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지나 가는 시간이지만.
그에게는 자신만의 시간인 셈이다.
그리고 빨리 감기처럼.
도리 선생에게는 그 시간을 자신이 멈춘 만큼 빨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순간은 다른사람들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다.
모든 것은 고도리 선생만이 느끼는 시간의 상대적 차이.
이미 절벽에서 알게된 사실이다.
시간은 내가 멈춘만큼 다시 역으로 돌려 받게 된다.
물리적인 법칙은 절대 누구도 남김을 주지 않는다.
무언가 받았다면.
무언가 돌려줘야 한다.
****
하지만 시간이 다시 돌기 시작하자.
예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목에서 잘라낸 앙그라 마이뉴의 머리가 양 손에 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머리가 강한 빛을 내며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검은 재가 되어 날아가는 게 아니라...
양 손으로 뜨거운 에너지가 순식간에 몰려 들어왔다.
앙그라 마이뉴의 머리가 분자 단위로 흩어지며 그 빛들이 양 손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느낌.
방출된 그 강력한 에너지가 내 손으로 빨려 들어온다.
"으아아악!"
고도리 선생은 그 자리에서 소리 질렀다.
하지만 그는 손을 움직일 수 없다.
시간이 지날 수록 빨려들어오는 에너지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절대량이 줄어든다는 건 곧 끝남을 의미한다.
이 에너지의 흡수도 곧 마무리 될 것이다.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지식으로 머리 속에 있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
누구나 경험하는 그런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의 눈 빛을 보면 그가 다음에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알 수 있다.
드라이 아이스를 보면 연기가 올라오지만.
그것은 차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우리는 흔히 그것을 [본능] 이라고 부른다.
한자로 풀이하자면.
본 本 : 원래 가진
능 能 : 능력
인간이나 동물이 원래 가진 능력이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려주지 않아도.
남자와 여자가 알몸으로 붙으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도.
그들은 성교를 할 수 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것.
고도리 선생도 알고 있다.
아마도 앙그라 마이뉴의 능력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그 방법이 이렇게 머리를 잘라 삼키는 것이라고.
알고 한 행동은 분명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그냥 검은 재가 날리면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고도리 선생의 양 손에 엄청난 빛에너지가 번쩍거리는 것을 보았다.
"뭐....뭐지..무슨 일이 생긴거야? 방금까지 그냥 고도리 선생이 바인형을 밟고 있었는데... 그리고 바인형이 연희를 죽이겠다고 소리쳤는데?"
팔라비는 의아한 표정으로 멍하게 말한다.
"우리가 알지 못 하는 무엇인가가 그 사이에 일어난거야. 고도리 선생과 저 이란의 대통령의 상황은 뭔가 끊어진 기억같아. 눈을 감았다 뜨니 내 눈 앞에 빛이 사라져버린 것 같은 거야. 빛의 속도로 일어난 일...그건 인간이 볼 수 없어. 빛은 시간을 지배하는 것이니까."
사울은 혼자 중얼거렸다.
머리 속으로 알고 있는 빛의 속도와 시간에 대한 지식은.
그냥 입에서 중얼거리고 있을 뿐.
그는 이해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하긴 이미 알고 있는 그 순간 이동도 중력을 이용하여 무겁게 한 다음 공간을 압축 시켜 이동하는 것 같은 말도 안 되지만 간단한 물리적 이론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나면 그냥 그 이론을 적용 할 수 없다.
인간은 꼭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뭘 해봐서 안다고...
하지만 진짜 경이로운 순간은 경험해봐야 알 지 못 한다.
오히려 경험하는 것이 역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마치 [종교의 신비로운 체험] 처럼...
하지만 그들이 이해 하지 못 하는 또 하나의 놀라운 장면.
고도리 선생의 양 손으로 빛이 빨려 들어가는 장면.
강렬한 빛 때문에 아무도 그 빛 속에 앙그라 마이뉴의 머리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 한다.
이미 분자 단위로 분리되어버린 그 머리는 머리의 모양이 아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오직 빛에 가까운 에너지일 뿐이다.
연희는 경이로운 눈 빛으로 이 장면을 보고 있다.
연희는 물리적인 분자의 흐름 같은 건 이론적으로 모른다.
단지 할머니가 어릴 때 이야기해준 것만 알고 있다.
"엄청난 빛이 귀신에게 흡수되는 건 말여.그 녀석의 능력을 잡아먹고 있는거여. 그 빛이 사라지면 완전히 능력을 먹어버리는 거여. 그리고 그 먹혀버린 귀신은 영원히 사라지는거여. 그냥 죽어서 사라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거여. 알겄냐? 연희야?"
그 때는 졸면서 듣고 있었기도 하고, 그 말 뜻을 몰랐다.
일어나지 않는 사건이니까.
알지만 모르는 것.
모르는데 아는 것.
그런 것들이 지금 한 순간에 일어난 것이다.
그 빛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
연희가 감탄하듯이 이야기했다.
"아. 삼켜졌다. 앙그라 마이뉴가 고도리 선생에게 먹혔어."
그 연희를 보면서 팔라비가 조용히 사울에게 말한다.
"사울. 연희 씨가 미쳐버린 건 아니겠지?"
****
"네? 남편이 살아있는것 같다구요?"
"다행스럽게도."
"뭔 개소리죠? 당연히 살아있죠. 입금을 계속 했는데..."
힘들게 찾아간 골목에서 그 남자의 아내를 만났다.
아이들이 있는 엄마.
그들은 엄청 강하다.
왠만해서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은 나중에 다시 감정을 살려낸다.
그들은 그 순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연습이 되어있다.
아마도 아이들 앞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본능.
엄마들은 그렇다.
그래서 이렇게 형사로서 만나는 그들은 엄청 날카롭다.
"아...제가 담당하는 사건은 아닌데...부산에서 저희 부서로 이첩될 것 같아서 이렇게 미리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네. 이렇게 찾아와서 이야기해주셔 감사합니다. 경찰서로 오라고 하면 또 시간 내기 어려운데 고마워요."
이 아줌마.
부드럽지만 똑 부러진 사람이다.
경상북도 어딘가와 부산 말투가 섞여 있다.
아마도 고향은 포항이나 대구.
살아온 곳은 부산일거 같다.
고 생각하는 도진우 형사.
"그럼 남편 분이 메시지를 보내거나 따로 전화를 하거나 하신건 아니신거죠?"
"그 양반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하거나 카톡을 보내거든요.근데 그게 없어요. 그래서 참다참다 경찰에 신고한거에요. 뭐 부드럽거나 한 양반은 아닌데 그래도 나름 똘똘한 양반이라 어디 병신 짓 할 양반은 아닌데..."
이렇게 말하는 아내.
대부분 그 남자를 아직 사랑하는 아내다.
가끔 살인자나 범죄자의 아내들은 길게 말하지도 않거니와.
병신, 바보 이런 단어를 쓰지 않는다.
형사에게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일단 병신 짓을 하진 않으신다는 건 틀린 것 같아요. 남편 분이 병신 짓을 하시긴 하셨는데 운이 좋아서인지 뭐 인지 몰라도 그냥 살아남으신거 같더라구요. 좀더 사건을 정리해서 봐야하지만... 제가 가진 자료 상으로는 자살을 시도 하셨는데 살아남았어요."
"자..자살을 했다구요? 그 양반이?"
아내는 무너져 내리듯이 몸을 휘청거렸다.
그리고 벽을 짚고 서 있다.
"네. 그리고 남편 분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억 상실증이라던지 뭐 그런 일들이... 제가 조사해볼테니 연락드리면 알려주세요. 그리고 혹시..."
도진우 형사는 호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아내에게 건냈다.
"연락이 오거나 할 이야기가 생각나면 이 쪽으로 전화주시면 됩니다. 혹시 제가 없으면 메모 남겨주세요."
"네..알겠어요."
2층 창문이 열리면서 꼬마 남자아이가 소리지른다.
"엄마! 아빠가 온거야?"
"아니. 들어가 있어. 엄마 곧 들어갈게."
"응. 빨리 와."
실종자의 아내는 형사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올라갔다.
도진우 형사도 인사를 했다.
완전히 뒷 모습이 사라질 무렵.
그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치익.
후우...
담배연기가 아래로 자욱히 깔린다.
"다행이네. 이 아저씨. 살아는 있어서..."
아빠를 찾고 있던 꼬마 남자 아이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풋.
그는 살짝 웃음지었다.
"찾아줘야겠네. 그 녀석...아빠를 기다릴테니 말야."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격투씬이 라고 생각하는 아저씨.머리에 언제나 그 장면을 떠올리며 글을 쓴답니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슬슬
풀어나가기 시작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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