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26 연희의 진짜 역할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내가 무슨 역할을 하나요? 나따위가...이렇게 약해빠지고 능력이라고는 하나 없는 나는 지옥의 문이 열려서 악귀 중 악귀들만 쏟아져 나오는 그 순간 뭘 할 수 잇나요?"
연희는 쏟아내 듯 그 동안의 설움을 토로했다.
다들 뭔가 한 가닥씩 하는 가운데 본인은 언제나 고도리를 따라다니거나, 할머니의 전언을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비행기 표를 받아서 일정을 짜거나 맛집을 검색하거나(그렇다고 간적도 없다.) 교통편을 검색하는 역할.
언제가부터 그 녀는 .
질문하는 사람.
정리하는 사람.
답변하는 사람.
그런 간단한 주변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왠지 모르게 분한 기분에 연희는 폭발했다.
"너 아주 중요한 역할인데."
"그러니까 대체 뭐냐구요!"
고도리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연희의 머리를 한 손으로 만지면서 이야기했다.
"큰 손님의 힘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역할."
"뭐..뭐야. 그게."
"원래 이 모든 것은 큰 손님이라는 존재가 너와 함께 하기위해 찾아오면서 시작된 이야기야. 내가 자살하려던 순간이 단지 겹쳐졌을 뿐."
고도리 선생은 담배연기를 길게 내 뿜었다.
왠지 고도리 선생은 쓸쓸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냥 일이 겹쳤을 뿐이라고. 나도 처음엔 뭐 대단한 일인줄 알았어. 그리고 한 때는 이게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적도 있어."
후우.
담배 연기는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나간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할머니의 얼굴엔 살짝 웃음이 스쳐지나간다.
'녀석. 많이 생각하고 고민햇구나.'
달걀 동자 아저씨는 고도리 선생을 바라보며 도진우형사를 생각했다.
도진우 형사가 놓고간 그의 화일.
'부산에서 사업하다가 망해서 자살을 하려고 했다.그리고 기억을 잃어버렸고, 병원에서 변태 의사를 잡았지. 그것도 아마 귀신이 이야기해준 것일것이다.'
그는 고민하고 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면서 고민중이었다.
'집은 서울이고 와이프와 애기가 있다. 와이프 이야기로는 그가 사라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빚을 다 해결했고 당분간 먹고 살 돈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기억의 어느 지점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그 기억이라는게 아마 그 가족에 대한 기억이겠지. 그 기억이 있었다면 여기 있지 못 할테니까...'
달걀 동자 아저씨는 슬쩍 고도리 선생을 보았다.
이번 지옥의 문 사건을 제대로 해결해볼 생각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일이 끝나면 이야기해줘야겠어. 저 사람에게도 인생이란 게 있는 거고, 그 속에 자신의 가족들도 있을거야. 어차피 지옥의 문에서 실패한다면 가족들도 죽어버릴 수 있을거고 심지어 자신이 죽어버린다면 사실 상 미리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달걀 동자 아저씨도 담배를 꺼내물었다.
치익.
후우.
'근데 진짜 이야기 안하는 게 옳은 것일까? 어쩌면 다시는 그들을 보지 못할지도 모르는데...가족이라는 사람들을....나처럼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경험을 꼭 저 고도리 선생이 해야하는 것일까? '
달걀 동자 아저씨가 도진우 형사의 사건 화일을 보고 생각한 것들을 고민하는 사이에도 고도리 선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큰 손님이 알았던 것 같아. 원래는 연희의 몸 안으로 들어가서 해결하려고 했던 일이었다는 거지. 이건 내가 내린 결론이야. 그런데 그러기에는 연희는 큰 손님에겐 너무 귀한 존재였고, 어차피 죽으려고 했던 날 선택한거야. 그리고 내 기억 중 중요한 것을 막아버린 거지. 난 아마도 내 기억의 세계로 통하는 길 중 가장 중요한 기억의 길 중간에 그가 있다고 생각해. "
고도리 선생은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눈을 감고 한 숨 쉬었다.
"다 좋아. 그가 그 기억을 막고 있다면 기억하지 않을거야. 결국 이 사건이 해결되면 그는 내 기억의 길을 열어줄 거니까. 그래서 여기 동네에 있던 무당들이 큰 손님이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하는 거지. 어쩌면 큰 손님은 나의 꿈 속에 들어가 있는 그런 상태라고 생각해."
연희가 놀라서 고도리를 바라본다.
그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하나의 줄기로 엮어내는 고도리의 능력은 이미 다른 사건들을 통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모든 걸 정리하고 있다는 건 생각치 못 했다.
"왜 내가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문제는 결국 연희의 안전 때문이고, 내가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바로 연희가 위험한 순간이었어. 저번 이란에서도 그 악마가 연희를 덮치려는 순간 난 지금까지보다 더욱 강한 힘으로 그를 박살내버렷꺼든. 물론 그 능력도 얻어내고 말야."
후우.
고도리 선생은 한 번 쉬어가기 위하여 담배를 길게 뿜었다.
"결국 연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손님의 힘을 극도로 끌어올려줄거라는거지. 걱정마. 연희야. 진짜 큰 손님의 힘은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경지야. 난 알고 있어."
"그는 진짜 신일까요?"
달걀 동자 아저씨가 자신의 마음을 깊이 뭍어버리고 고도리 선생에게 물었다.
끄덕.
고도리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가설이 맞다면, 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도 큰 손님을 처치 하기 위한 악귀들의 마음이 이 모여서 일지도 모르겠어. 더 자세히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대니밀스와 함께 지옥의 문이 열리는 꿈 속에서 그것을 바라볼 때 느낀 감정이겠지."
연희는 이제서야 모든 것을 이해한 모습이었다.
그 녀는 고도리 선생에게 동그란 눈을 뜨고 물었다.
"어떤 감정이었어요?"
고도리 선생은 피식 웃음지으며 마지막 담배연기를 길게 뿜고 담배를 껐다.
"하나도 두렵지 않았어. 그 문이 열리는 것이."
그 순간이었다.
띠링띠링-
모두의 휴대폰에서 긴급 재난 문자가 떴다.
"[긴급] 부산 동구 수정동 지역. 실제 화생방 훈련주의. 내일 18:00~24:00. 동구 외의 지역으로 이동 요망."
고도리 선생은 눈이 커졌다.
그 문자를 받은 나머지들도 고민을 멈췄다.
"뭐야. 이거?"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어휴. 지난 시간의 이야기들을 한번에 정리해봅니다.^^
* 언제나 처럼 화요일에 다시 만나요!
* 슬슬 끝나갑니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