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10 예언 능력자들의 슬픔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
대니 밀스는 아까와 달리 풀이 죽은 표정이다.
"굳이 말하자면, 저 좀 살려주세요. 농담인줄 알았는데 진짜 눈깔을 뽑고 먹어버리는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고도리 선생님."
대니 밀스는 일어서서 무릎을 꿇었다.
고도리 선생은 깜짝 놀라서 일어나서 대니 밀스의 어깨를 잡고 일으켰다.
"다 큰 어른이..어디서 무릎을 꿇고 그래요. 그러지 마세요."
대니 밀스는 일어나면서 불안한 얼굴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있는 하얀 옷을 입은 천사.
고도리 선생의 눈에는 그 아름다운 하얀 천사가 보였다.
날개를 달고 있지 않지만.
하얗고 아름다운 여자의 뒤로 보이는 밝은 빛이 살짝 퍼지는 경이로운 모습.
그 모습은 천사가 아닌 다른 말로는 하기 어렵다.
그렇구나.
이 녀석이 처음 나를 볼 때 악수를 하지 않은 것도.
최대한 닿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도.
마음 깊은 곳에서 그의 천사.
이 엔젤을 보여주지 않고 싶은 본능이었구나.
이 새끼.
약빨고 음악만든 게 아니라.
천사로부터 음악의 재능을 받았구나.
그는 내가 터치하면 누군가의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다른 비밀을 들킬까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조심한 것만은 사실이었던 것 같았다.
"엔젤...천사다."
연희도 그 순간 혼자 중얼 거렸다.
"응? 연히님은 저희 어머니 이름을 알고 계시네요."
"대니 밀스씨의 어머니가 엔젤이라는 이름인가요?"
"네. 제가 태어날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있어요. 전 한 번도 그 분을 본 적은 없지만 그 분의 이름이 엔젤입니다."
"대니..당신은 축복받은 남자군요."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어요. 음악을 만들 때 가끔 음악의 신을 보기도 하니까."
"...음악의 신이라..하얗고 빛이 나는 그런 신?"
"네. 역시 고도리 선생님께는 보이시는 군요. 퍽커."
이 새끼 그냥 아무 때나 말에다가 퍽커, 갓.뎀 뭐 이런 걸 섞는구만.
역시 음악하는 인간들은...
고도리 선생은 생각하다가 그냥 피식 웃었다.
"아.. 뭐 그런건 아니구요."
"도와주실거죠? 대사님도 도와주실거죠?"
"어차피 난 당신을 도울 생각이니까. 이미 할머니께는 말씀드렸어요. 고도리 선생이나 연희님은 어떠세요?"
연희는 보는 대부분은 그 녀를 연희님이라고 부른다.
가끔 연희양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연희는 그 녀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이름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 역시 큰 손님의 힘일거라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가서 도와드릴께요. 대니 밀스씨."
연희가 흔쾌히 약속한다.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
난 연희를 슬쩍 쳐다봤다.
행복해하는 표정이 스쳐지나간다.
그런가.
그 녀에게 제2의 고향..아니 고향 같은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가...
오랜만에 저 아이에게 웃음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아이가 자라온 곳.
연희의 추억이 있는 그 샌프란시스코라는 곳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니 밀스와 저 천사(아마도 귀신이겠지...덜덜).
그리고 그가 꾸는 꿈에 대해서 좀 다 알고 싶었다.
"오케이. 그럼 그렇게 하시죠. 갑시다. 샌프란 시스코."
****
밤이 되면 수정산 기슭은 날씨와 상관없이 차가운 바람이 내려온다.
산으로부터 바다로 흘러가는 공기의 흐름.
그것을 우리아까와 달리 풀이 죽은 표정이다.
밤이 되면 수정산 기슭은 날씨와 상관없이 차가운 바람이 내려온다.
산으로부터 바다로 흘러가는 공기의 흐름.
그것을 우리는 중학교 때 "육풍"이라고 배운다.(응?)
오랜만에 모여서 고스톱을 친다.
"그래서 오늘 바로 비자가 나온것이여?"
"네. 미리 준비해 두셨더라구요. 대사께서."
"으따. 이제 고도리 선생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셨네."
"에이. 할머니 덕분이죠."
타악.
시원한 스냅으로 똥쌍피를 때리시는 할머니.
그리고 뒤집자마자 똑같은 모양의 패가 나온다.
"하하. 할머니 싸셨네요. 오늘 신기가 좀 부족한데?"
"으따. 이 놈 말 짧아지는 거 봐라."
"아..죄송해요."
"아우. 아저씨 그냥 즐겁게 고스톱 치세요..또 소심하게 그러신다."
"말 거는 척 하면서 밑장빼기 하지마요들!"
고도리 선생은 할머니를 살짝 놀리며 바로 3개가 겹쳐져 있는 똥을 먹었다.
뒤집자마자 팔광이 뜨면서 새가 세마리 그려진 화투장을 때린다.
"오케이! 고도리 비상! 그리고 피 한 장씩 주시구요!"
할머니와 연희는 오싹함을 느꼈다.
겨우 3번째 턴이 도는데 고도리는 지금 엄청난 파상공세.
"피 3점에 광1점! 원고! 들어갑니다."
"뭐야. 아저씨. 갑자기 장르가 겜블로 가시네."
"연희야. 너나 잘해. 피박에 광박이시니까."
"으따. 이 눔이..."
"할머니..능력 그냥 쓰세요! 모른 척 해드릴테니!!"
"안돼!! 이거 오랜만에 큰 판이란 말야!!"
",,,,사실 아까..아녀..이 써글 놈아!"
할머니는 뭔가 황당한 표정이시다.
분명 수를 쓰시다가 말린 느낌.
"할머니 설마 능력 쓰신거 아니시죠? 그거 벌금인거 아시죠?"
"이 미친눔아. 능력을 썼으면 싸지 않제."
그렇긴하네.
...근데 지금까지 할머니가 똥을 먹고 싼적은 거의 없다.
뭔가 할머니이 능력이 약해지시고 계신건가...
하지만 고스톱은 전투.
점 천짜리에서 남을 봐줄 여유는 없다.
"아싸! 쓰리고에서 광박 피박입니다. 16점 쓰리고!"
파랗게 질린 두 명을 보면서 간만에 쾌감을 느낀다.
얼마만에 판쓸이더냐.
결국 결과는 64점 기본점수에 4고에 양쪽 광박 피박.
64*4*2*2 = 1024점.
점 천이니...102만4천원.
"그냥 100만원씩만 주세요. 뒤는 떼드릴테니.."
파랗게 질린 두 명의 표정.
뭐 잘 사시는 분들이시니 손녀 돈도 할머니가 내어주신다.
주섬주섬.
이 아니고...
현금 박스에서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5만원짜리를 꺼내 주신다.
"이 미친 눔아. 여기서 200가져가고 남은 것 넣어둬."
아...결국 또 난 이기고도 진것 같은 이 느낌.
****
"내일 출발하는겨?"
"네. 내일 갑니다."
[순간 이동]으로 사온 순대와 소주를 기울이는 세 명.
( 순대 사러 순간 이동하는 고도리 선생...)
쭈욱.
할머니는 시원하게 소주를 들이키신다.
"캬아. 좋구만. 고도리 덕분에 200만원짜리 쇠주 마시네."
"그러네요. 고도리님의 피박 광박에 4고 덕분에 감사합니다."
"ㅎㅎ 신나네요."
난 술을 잘 하진 못 하지만.
왠지 오늘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빼질 못 한다.
서로 짠을 하고 한 잔 들이킨다.
그리고 내가 모두의 잔을 채워준다.
"고도리. 불가사리는 데리고 갈거여?"
"그럼요. 데리고 가야죠."
"이미 허락 받았어요. 할머니. 대사님께서 직접 허락해주셔서 짐검사를 안 하는걸로."
순대를 막장에 찍어서 모두들 먹었다.
부산은 순대를 막장에 찍어서 먹는다.
막장은 아니지만 순대장을 막장 베이스로 만드는데 그 맛은 또 소금간과 다른 느낌이 있다.
"할머니. 예언이라는 것도 귀신의 능력인가요?"
"음. 김구 선생이 하는 가장 큰 능력도 예언이여. 그거 말고도 몇개 더 있지만."
"그렇군요."
"처음 그 예언을 맛 보는 순간 정말 괴롭제."
"이번에 찾아온 대니 밀스라는 락스타도 그런거 같아요. 잠을 못 잘 정도로."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건 처음에 그렇지. 예언은 정신적인 능력이라 그런지 머리가 깨질 듯 아프기도 혀. 그때부터 이렇게 쇠주를 엄청 마셨제. 정말 편하게 자고 싶었거든, 그냥 편하게 하루만 자는 게 소원 일 때도 있었어. 잠만 들면 누가 죽고 그런게 보이고...엄청 힘들었제."
할머니는 웃으면서 이야기하시지만.
그 녀의 눈은 자글자글한 세월의 웅덩이들이 보인다.
"할머니. 오래 사세요. 좀 더 사세요. 적어도 제가 여길 떠날 때까지는..."
난 조용히 혼자 이야기했다.
할머니가 들었는 지 못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만큼은 고스톱치면서 똥으로 설사하는 그런 능력이 약해지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 것 같다.
이야기의 국면은 전환됩니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예언을 꿈으로 꾸는 사람들.
다들 잘 아시죠?
한번 정도 경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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