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성전(聖戰)#11 병강즉멸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144 최후의 성전(聖戰)#11 병강즉멸
고도리 선생은 연희를 한번 껴안았다.
따뜻한 몸이 느껴졌다.
그리고 약간의 떨림도 느껴진다.
“왜···.”
연희는 몸을 빼지 않았다.
그냥 고도리 선생의 행동에 순응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행복해.”
고도리 선생은 연희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의 뺨에 키스했다.
사삭-
고도리 선생은 사라졌다.
“뭐···. 뭐지?”
연희는 순간 고도리 선생의 입술과 닿은 뺨에 무엇인가 다른 것이 느껴졌다.
입술의 촉감은 둘째 치더라도 그것은···.
눈물이었다.
입술이 닿은 지점 약간 위 고도리 선생의 눈물이 느껴진 것이다.
분명 행복하게 지내라고 말했던 그 순간이었다.
연희는 지옥의 문이 닫히고 있는 수정산 꼭대기를 쳐다봤다.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연희는 그 자리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뺨에 남은 고도리 선생의 체온이 아직 사라지기도 전이었다.
****
“저 빨간 옷 입은 녀석을 잡아!”
마이클 창은 거대한 보따리를 짊어지고 아래로 뛰어가는 붉은 옷을 입은 남자의 등 뒤로 그 옷을 낚아챘다.
그러자 잡으라고 명령했던 달걀 동자 아저씨의 귀도가 다시 번쩍였다.
붉은 옷을 입은 남자는 그 귀도를 피했다.
하지만 들고 있던 보따리는 검에 걸려 갈라졌다.
보따리 속에서는 아이들의 뼈들이 쏟아져 내린다.
“제길. 놓쳤다!”
재빠르게 아래로 내려가던 붉은 옷을 입은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보따리를 던졌다.
하지만 달려가던 붉은 옷을 입은 남자는 눈이 커졌다.
갑자기 그의 목이 몸과 분리되며 뒤로 날아갔다.
마이클 창은 빠르게 도망가던 붉은 옷을 입은 남자의 목을 자신의 칼로 베었다.
목과 머리가 분리되면서 머리부터 검은 재로 만들어져 사라진다.
“안 보여서 몰랐는데 거기서 지키고 있었구나!”
“네. 아까 놓치면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길목을 지키고 지나갈 때 한 번에 삭! 날려버렸죠.”
달걀 동자 아저씨는 이젠 보이게 된 마이클 창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이클 창의 머리를 격하게 쓰다듬었다.
“잘했어. 진짜! 놓쳤으면 머리 아픈 녀석이었는데···.”
마이클 창은 그가 떨어드린 보따리와 그 속에 쏟아진 아이들의 뼈를 바라본다.
그리고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저 악귀는 산타?”
“응. 그렇게 불리는 아이들을 잡아가는 악귀다.”
“...!”
“크리스마스이브에 굴뚝을 타고 들어가서 아이들을 잡아먹거나 저 보따리에 넣어서 잡아가던 녀석이지.”
달걀 동자 아저씨의 이야기에 마이클 창의 등에선 땀이 났다.
“유명한 '성 니콜라오'(Saint Nicholas) 주교가 신의 힘으로 그를 날려버렸고, 이후에는 그 이야기가 와전되어 지금의 산타 이야기가 된거지. 이 쪽 업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야. 무서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행복한 이야기로 바꿀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달걀 동자 아저씨가 머리의 땀을 닦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인간의 완력과 귀신의 힘을 모두 사용하다보니 아무리 달걀 동자가 체력을 보충해준다고 해도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마이클 창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나마 좀 젋다보니 그 힘을 아직 더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유니콘이 없었다면 우린 그 전에 쓰러졌을거야.”
“달걀 동자님이 아니었다면 우린 힘이 빠지기도 전에 뼈와 살이 찢어저셔 죽었을거에요.”
둘은 등을 맞대고 있었다.
“마이클 창. 이 일이 끝나면 우리 친하게 지내자.”
“네. 형님.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마이클 창의 살가운 웃음에 달걀 동자 아저씨도 씨익 웃었다.
“몇 년 만에 들어보는 호칭이네. 그놈의 형님이라는 호칭 말이야.”
그 둘은 바로 옆에 나타난 고도리 선생을 발견했다.
“엇. 고도리 선생님?”
“지금부터 금줄 밖으로 나가.”
“네?”
“연희를 데리고 나가.”
사삭.
대답도 하기 전에 그 둘은 고도리 선생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연희의 앞에 나타났다.
“부탁해.”
사삭-
다시 그들이 대답도 하기전에 고도리 선생이 사라졌다.
“할머니는?”
“돌아가신건 아네요.”
“그럼 제가 안을게요.”
마이클 창은 얼른 할머니를 양 손으로 안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시죠. 연희님.”
달걀동자가 연희의 손을 잡고 끌었다.
하지만 연희는 버텼다.
“안돼요. 전 여기서 고도리 선생을 기다릴겁니다.”
“일단 내려갑시다. 여기 집을 벗어나야 아래 쪽 금줄을 넘어갈 수 있어요.”
“안 갈 거라구욧!”
짜악!
달걀 동자 아저씨가 연희의 빰을 때렸다.
“그냥 내려가요! 제발!”
연희가 멍해진 사이에 달걀 동자 아저씨는 연희을 팔을 끌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제가 죽도록 처맞을테니 이번 한 번만 제 말 들어요!”
달걀 동자 아저씨는 얼이 나간 연희를 끌고 아래로 내려갔다.
연희도 함께 내려갔다.
그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고도리 선생은 다시 한번 자신의 가슴을 슬쩍 만진다.
“시작할테니... 배신하지맙시다. 지금까지 당신을 위해 일해온 품삯을 한 번에 좀 받아야겠어요.”
그는 싱굿 웃고 다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고도리 선생은 할머니가 쳐둔 금줄의 한쪽 끝을 잡았다.
그리고 위로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아까 반대쪽 금줄은 이미 거북이를 묶어두었기 때문에 금 줄은 양 쪽 끝이 산 위를 향해 올라기 시작했다.
거기에 걸린 작은 악귀들도 함께 딸려 올려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바다에 쳐둔 그물을 끌어올리듯이 고도리 선생과 거북이는 금줄을 끌고 수정산 정상으로 달려갔다.
지옥의 문은 거의 닫히기 직전이었다.
거의 수정산 꼭대기까지 금줄을 끌고 올라가자 악귀들이 뭉쳐들어서 거대한 덩어리가 되었다.
이누가미는 순간 뭔가를 느꼈다.
“인간! 너 진짜 그렇게 하려는거야?”
“시끄러워. 너 자꾸 쫑알거리지마. 그걸 스포라고 하거든!”
“스포가 뭐야?”
“스포일러 이 짜식아!”
순간적으로 고도리 선생의 몸에서는 엄청난 파워가 한 번에 몰려들었다.
“진짜 가진 힘을 한번에 쏟을 수 있게 해줘!”
고도리 선생이 하늘을 향해 소리질렀다.
이미 지옥의 문 바로 아래에 악귀들의 뭉텅이들과 불가사리...그리고 이누가미가 모여있는 상태로 변했다.
“이 새끼! 이 인간 새끼!!!”
이누가미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소리질렀다.
고도리 선생은 점프해서 일단 이누가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파악-
붉은 볼꽃이 이누가미의 얼굴을 직격하면서 이누가미는 거대한 몸이 땅으로 떨어졌다.
악귀들 몇 마리가 이누가미에 깔려서 검은 재로 변해 날아갔다.
그리고 다른 악귀들이 이누가미에게 달라붙었다.
이누가미의 몸에서 나온 피 맛에 악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시 쓰러진 이누가미의 얼굴쪽에 한 방 더 날렸다.
푸른 불꽃에 맞은 이누가미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지금까지 그가 맞아본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였다.
이누가미의 이빨하나가 부러졌고 입에서는 피가 쏟아져나왔다.
다른 악귀와 달리 살이있는 신급의 악귀인지라 그 피를 강력한 매력의 향기를 뿜었고, 그 향기에 끌린 다른 악귀들이 이누가미에게 덤벼들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이누가미의 몸을 뜯어먹기위하여 고도리선생과 불가사리가 끌고 올라온 수많은 악귀들이 그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미안. 계획엔 없던거지만 너무 쫑알거린 죄라 생각해라. 나중에 충분히 사과할 시간이 있을거니까.”
고도리 선생은 두 손을 모아 진심으로 이누가미에게 사과했다.
불가사리가 고도리 선생의 옆으로 다가왔다.
“넌 알고 있었구나. 부탁해. 앞으로 나와 기나긴 시간 속에서 함께 지내야할거야.”
고도리 선생은 볼가사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남은 힘을 다 짜내기 시작했다.
조금씩 닫히기 시작하던 지옥의 문은 거의 닫히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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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彊則滅(병강즉멸): 군사가 강하면 멸한다는 뜻으로, 군사가 강하면 결국 전쟁하기를 즐기고, 결국 마침내 국력이 피폐하여 나라가 망한다는 의미.
으갸.으갸. 산타클로스악귀버젼은 대략 이런느낌이지 싶네요~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고도리 선생은 계획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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