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성전(聖戰)#10 임전무퇴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143 최후의 성전(聖戰)#10
파팍-
푸른색의 전기 폭발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면서 악귀들이 공중에서 검은 재가 되어 흩뿌려지고 있다.
파팍-
그 푸른색의 전기 폭발과 검은 재들의 모습이 나에게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파퍽-
멋있다.
위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악귀들이 가득한 저 숲속에서 무엇인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 강렬한 힘에 검은 재들이 팝콘 튀겨지듯이 팍팍 터져 나온다.
그 루트가 점점 나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돌아오고 있구나. 불가사리!”
고도리 선생은 지옥의 문 바로 아래에서 떨어지고 있던 악귀들을 푸른 불꽃과 붉은 불꽃으로 하나씩 처리하다가 그 광경을 보고 싱긋 웃었다.
“역시 SSS급 아이템 하나 있으니 전투가 엄청 편하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이 설마···. 내가 구해주지 않았다고 복수하러 달려오는···건 아니겠지?’
****
지옥의 문일 열린 공간으로 하얗고 거대한 개가 뛰어 내려왔다.
“이누가미!”
고도리 선생은 두 눈이 커졌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와. 게임이나 만화에나 보던 이누가미잖아?”
고도리 선생은 커다랗고 하얀 개를 노려보고 있다.
반가운 기분도 들었다.
‘한때 일본 애니와 게임을 섭렵할 때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악귀인데···. 저 녀석도 일본에선 거의 신급으로 모시는 악귀!’
이누가미는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저기서 악귀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윽한 눈.
지금까지 악귀들이 가진 찢어지고 붉은색의 분노가 가득 찬 눈과 달리 그윽하고 깊은 눈을 가지고 있다.
‘...신급의 악귀!’
고도리 선생은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하려고 하자 이누가미가 고도리 선생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잠깐. 멈춰라.”
고도리 선생은 이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제일 처음 여기서 자살을 할 때였다.
그때 내 머릿속에 직접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었다.
지금 내 몸속 깊은 곳 어딘가에 있는 바로 그 귀신.
‘큰 손님’이라고 불리는 나와 일체가 되어있는 그 귀신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이렇게 내 머릿속에 직접 이야기했었다.
두 근!
순간 고도리 선생은 뒤로 물러섰다.
“아직 이 악귀 중에 나에게 말을 건 녀석은 없었다. 그런데 당신이?”
“난 이누가미. 일본의 동해를 지키는 신이었다.”
이누가미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 악귀들의 문을 열었을 때 걱정했는데 자네가 막고 있었나?”
“무···. 무슨 소리야.”
“너에게 물은 것은 아니다. 네 몸 솜에 숨어 있는 자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내 주변엔 악귀들이 하나도 없다.
이누가미가 저 문을 향해 머리를 내미는 순간부터 저 문에선 아무 악귀도 쏟아져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누가미가 다 나오고 나서 다시 악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포세이돈!”
이누가미는 내 머리가 깨질 듯이 강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가 놀라서 뒤로 물러나며 쓰러질 뻔했지만,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불가사리 뒤에서 날 받쳐준다.
힘을 많이 써서인지 불가사리는 말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어 있었다.
“너. 배고프구나.”
“크르르.”
소리를 잘 내지 않는 불가사리가 크르르라는 소리를 낸다.
난 일부러 이누가미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아졌다.
‘포···. 포세이돈이라고?’
이렇게 쉽게 큰 손님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네 녀석 뭘 원하는 거냐. 지옥의 문을 열고 뭘 기다리는 거지?”
이누가미는 깊은 곳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로 내 머릿속에 이야기하고 있다.
그 큰 소리를 나만 듣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 지옥의 문을 내가 열었다는 거야?”
“아니. 네 속에 그 신(神). 세상의 바다를 지배하는 그 해신(海神) 말이다.”
‘시발. 진짜? 큰 손님이 바다의 지배자인 포세이돈이라는 거야?’
시간은 흘러간다.
이제 1분 정도 후면 문이 닫힌다.
두 근.
‘내 계획이 그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지옥의 문을 열어버린 네 녀석을 벌하러 왔다.”
“근데 왜 당신은 그 중간 세계에 계셨죠? 정원에 있어야 했던 거 아닌가?”
“...인간. 아는 척 하지 말아라.”
“!”
우리 쪽으로 큰 사자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눈이 시커멓고 입에서 검붉은 피를 흩어 뿌리며 달려와 나를 물려고 했다.
이누가미는 옆에 있는 악귀 하나를 한입에 물어 찢어 버린다.
“크아아!”
한 번에 거대한 사자가 종잇조각처럼 찢어져 재가 되어 사라진다.
콰쾅-
이누가미의 왼쪽 눈에 붉은색 불꽃이 튀었다.
“크윽.”
고도리 선생은 다시 한번 붉은 불꽃을 만들었다.
“시끄러워. 그럼 나한테 묻지 마. 천천히 둘이서 이야기해.”
“인간···.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이누가미의 왼쪽 눈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고도리 쪽으로 입을 벌리고 덤벼들었다.
“그래 그렇게 입을 벌리고 덤비면 큰일 날 텐데!”
고도리 선생은 옆에 있던 거북이 아니 불가사리의 등을 쳤다.
“응?”
불가사리는 꿈쩍하지 않는다.
고도리 선생은 급히 순간이동을 해서 옆으로 움직였지만, 그 전에 이미 이누가미의 커다란 이빨에 오른쪽 팔이 긁히면서 피를 흘렸다.
사삭-
고도리 선생은 이누가미의 등에서 나타났다.
“시끄럽다고 했지!”
고도리 선생은 오른손을 이누가미의 목덜미에 대었다.
“그···. 그만해! 인간!”
파팍-
푸른색 불꽃을 이누가미의 목덜미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누가미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늑대와 같은 비명을 질렀다.
그 거대한 신의 목덜미에서는 검붉은 피가 위로 튀어 올랐다.
사삭-
고도리 선생은 이누가미의 아래쪽 척추를 두 손으로 잡았다.
“이 놈이고 저놈이고! 악귀라는 사실은 변함없어!”
파파팍!
두 손에서 동시에 푸른색과 붉은색의 불꽃이 튀어 올랐다.
이누가미의 거대한 몸은 그가 보이지 않는 뒤쪽을 공격당하며 생각지 못한 타격을 입었다.
“크르르...”
이누가미의 몸에서는 검붉은 피가 넘쳐 흘렀다.
그리고 날뛰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되었다. 죽일 마음은 없어. 이누가미! 더는 날 방해하지만 않으면 된다.’
고도리 선생은 떨어지려는 순간 다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사삭-
그리고 원래 서 있던 불가사리의 옆으로 돌아왔다.
“이 새끼. 넌···. 같은 신급 악귀라고 봐주는 거야?”
고도리 선생은 불가사리의 눈을 바라봤다.
불가사리의 붉은 눈이 예전보다 불타는 느낌은 아니다.
“뭐야. 악귀가 아니라는 건가? 저 이누가미가?”
"크르르."
"그래. 저 녀석은 악귀는 아니지. 나도 알고 있어. 그래도 이 자식아. 너 때문에 나 죽을뻔했잖아."
고도리 선생이 불가사리와 이야기하는 순간 다시 뒤쪽으로 이누가미의 앞발 공격이 들어왔다.
고도리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콰칵!
불가사리의 옆 땅이 깊게 패였다.
불가사리는 이누가미를 슬쩍 쳐다봤다.
불가시리는 배가 고픈 듯이 길게 하품했다.
"저 놈은 뭐길래..신급 귀신을 몸에 담고 신급 귀신을 또 데리고 다니는거야?
이누가미는 자신의 몸에서 흐르는 피를 막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치 개가 하듯이 자신의 상처에 혀로 지혈을 시작했다.
****
사삭-
“할머니가 다치신 거야?”
“고도리 선생님!”
연희는 자신의 옆에 나타난 고도리 선생에게 끌어안겼다.
지금까지 참고 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아요.”
“음···.”
고도리 선생은 연희의 머리를 만졌다.
그리고 울고 있는 연희의 머리를 잡고 고개를 들었다.
둘은 자연스레 눈이 맞춰졌다.
“잘 들어요. 어차피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어야 할 사람입니다. 오늘을 위해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버텨주신 거죠.”
“알아요. 저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당연히 사람은 그 순간의 감정을 넘어서진 못하니까. 이 순간 실컷 슬퍼하고 마음 아파하는 건 좋은 거지.”
슥슥.
고도리 선생은 연희의 머리를 만졌다.
“그리고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마. 저기 보여?”
고도리 선생은 수정산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마이클 창과 달걀동자 아저씨를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연희에게 빙긋 웃었다.
“혼자가 아니란 거. 잊어선 안 돼.”
“그럼요. 고도리 선생님도 제 옆에 있고 대니밀스씨도 있고···.”
고도리 선생은 다시 수정산 정상을 바라봤다.
거대한 이누가미의 몸에서는 피가 솟구쳐 나오면서 자신의 피를 핥으면서 스스로 치유하고 있었다.
“저 거대한 괴물은 이누가미. 신급의 귀신이야.”
“그렇군요. 말로만 들어봤지. 처음 보는군요.”
“그래. 저 녀석은 중간 세계에서 무언가 찾고 있는 것 같아. 그러므로 현세에서는 저 이누가미를 직접 본 사람이나 무당은 없는 거야. 전설로만 남아있는 거지.”
연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중간 세계라는 곳. 그곳에선 죽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인간들에게 영향을 끼치지도 못하는 특별한 지역인 거야.”
고도리 선생은 다시 연희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혼자 남겨지는 게 아니야. 연희는···. 여전히 연희처럼 살아가길 바라.”
“네.? 왜 그런 말을?”
고도리 선생의 눈이 예전과 다르게 촉촉해졌다.
연희는 뭔가 가슴이 빨리 뛰기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뭐···. 뭘 하려는 건가요?”
고도리 선생은 다시 뒤로 고개를 돌려 수정산 정상 쪽 지옥의 문을 바라본다.
이제 지옥의 문은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지옥의 문이 열려있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고도리 선생은 빙긋 웃었다.
“우리의 승리네. 지옥의 문은 닫히기 시작했어.”
연희는 고도리의 웃음을 보면서 이상하게 불안해진다.
“고도리 선생님?”
*****
臨戰無退(임전무퇴): 세속 오계의 하나. 전쟁에 나아가서 물러서지 않음을 이른다.
그가 선택한 최종 선택은?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고도리 선생은 뭘하려고 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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