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전설 #02 -2인의 손님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한 잠을 푹 자고 나니 어느 새 오후가 되어 있었다.
아까 왔던 2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아직도 본당에 있다.
길게 기지개를 켜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꿈속에서 심우와 그 단계를 넘어서는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고도리 선생의 얼굴엔 약간의 홍조가 있다.
기분이 매우 좋았나 보다.
그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와서 흡연 장소로 갔다.
언제나처럼.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니 연기가 역시 수정산을 향해 날아오른다.
언제나처럼 공기의 흐름이 좋다.
이곳의 공기는 언제나 흐름이 좋다.
고도리 선생은 한 손엔 캔 커피.
어느새 고도리 선생의 방에 생긴 작은 냉장고.
거기에 쿠팡으로 100개의 캔 커피를 구매해 두어서 너무 기분 좋은 상황.
적당한 휴식.
피고 싶을 때 피울 수 있는 담배.
그리고 그 담배를 맛있게 피울 수 있는 커피 캔.
이 작은 것들에 행복함을 느끼는 그였다.
휴대전화로 검색하다 보니 대만의 머리 귀신 사건은 의외로 유튜브에서 난리가 났었나 보다.
"응? 다 지워졌네?"
그런데 막상 링크를 타고 간 유튜브에서는 다 지워져 있었다.
[ 이상하네. 대만은 중국과 다른데···.]
[ 귀신 영상보고 나니 기분이 더러워. ]
[ 대만 짱깨들도 이런 거 막나 보네. ]
[ 역시 짱깨들 너무 하네. ]
이런저런 댓글과 영상 자체를 짤방으로 만든 영상들이 돌고 있다.
원본은 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왜 다 지워버리지? 이거 진짜 문제가 있는 건가···."
세상을 살다 보면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 가장 확실한 건 조용히 지워지는 것.
그것은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
외계인 영상 같은 건 유튜브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건 그냥 아무나 볼 수 있다.
적어도 그 영상은 거짓이니까.
어깨와 등 쪽이 아프다.
"치료를 받으러 가 볼까?"
난 본당 쪽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아직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연희도 거기서 일하고 있나 보다.
***
"아이고. 고 선생님 오셨군요."
동자 아저씨가 버선발로 뛰어나온다..
동자 아저씨는 본당이 아니라 자신의 비밀 방으로 날 데리고 간다.
윙.
비밀 방의 구석에는 뭔가 공기를 빼는 장치가 되어있다.
이 아저씨 그 사건 이후에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모양이다.
둥둥.
달걀 동자가 나타났다.
달걀 동자는 내 머리 위로 왔다.
그러다니 나의 어깨와 팔 쪽으로 와서 움직인다.
팔과 어깨가 편안해진다.
그리고 팔에 있던 흉터들이 조금씩 사라져간다.
그 발톱에 찢어진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지만.
남은 흉터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달걀 동자가 정성스레 치료해준 덕분에 많이 사라져간다.
"고 선생님. 완전히 없어지긴 어려울 것 같네요. 그 상처."
"응. 이 정도면 생각보단 완전히 좋아졌어."
동자 아저씨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몸을 약간 움직여서 공기를 빼는 장치 쪽으로 간다.
티잉.
지포 라이터를 겨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나에게 하나 건네고 자신은 다시 불을 붙였다.
달걀 동자 덕분에 몸 상태가 좋아졌다.
"그만해. 달걀아. 너 색깔이 노래졌어."
둥둥 떠 있는 달걀 동자의 하얀 색이 약간 노랗게 변했다.
저 신호는 그가 좀 쉬어야 한다는 신호다.
달걀 동자가 휙 하고 사라졌다.
잠시 쉬러 갔나 보다.
동자 아저씨는 방에 있는 작은 전화기를 들었다.
"여기 통닭 2마리 시켜서 본당에 넣어줘요."
달걀 동자는 통닭을 먹어야 그 힘을 보존하는가 보다.
"대만 사건이 궁금하시다고요?"
"응. 요즘 분위기를 보니 거기 좀 이사하던데?"
"저도 봤습니다. 그거 머리 먹는 귀신인 것 같아요. 오래전 사라진 귀신인데 다시 나타났더라고요. 음."
동자 아저씨와 나는 담배를 길게 뿜었다.
공기 청정기를 통해 바깥으로 연기가 나간다.
"와. 이거 장치 좋네."
"고 선생님 덕분에 담배에 다시 맛을 들여서 이걸 장착했어요. 아주 좋아요."
둘은 씩 웃었다.
우린 아저씨니까 이런 거에 재밌어한다..
새로운 기계.
그런 기계를 사용해보는 것이 또 아저씨들의 놀이다···.
"머리 먹는 귀신은 악귀 중에서 최상위 악귀입니다."
"그렇겠지. 인간의 머리를 먹는 귀신이라니."
"옛날에는 많았어요. 그때는 좀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의 격차가 컸으니까."
동자 아저씨는 연희와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
뭐랄까.
바닥에서 뒹구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
연희처럼 공부하거나 큰 귀신에게 듣는 것이 아닌 길거리의 상식들.
"요즘은 다들 공부도 많이 하고 머리가 좋아져서 특별히 머리 먹는 악귀가 나타나진 않아요. 그 녀석들은 사람이 가진 지식을 탐내거든요."
"그 루이라는 사람은 그냥 장사하는 사람이라며? 왜 굳이 그런 사람이?"
"그러니까 이상한 사건이죠. 그냥 사람의 머리를 먹는 것 자체를 즐기나 봐요."
난 담배를 재떨이에 한 번 털었다.
"내가 그걸 막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인간의 세상에서 그런 악귀들이 자꾸 나타나는 게 큰 손님이 사라진 뒤부터라고 하니까. 왠지 찝찝해. 꼭 내 잘못 같단 말이야."
동자 아저씨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굳이 고 선생님이 그걸 해결할 필요는 없어요. 큰 손님이 그걸 해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은."
"그게 귀신과 인간의 계약이라는 거야?"
"보통은 그 계약 이야기를 아무도 하지 않아요. 저랑 달걀 동자도 내부적 계약은 서로 몰라요. 그냥 그렇게 지내는 거죠."
동자 아저씨는 길게 연기를 뿜었다.
"근데 단 하나 귀신이 하자고 하는 걸 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상관없는데 귀신이 하자고 하는 것은 해야 합니다. 그건 확실한 거 같아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무당들이 아프다든지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든지···. 그런게 그런 거예요."
"묘한 계약이구나."
"인간은 알지 못해요. 귀신만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죠. 계약서라는 건 언제나 반대쪽 약점도 있으니까."
"그걸 귀신이 정하는 건가?"
동자 아저씨는 머리를 저었다.
"아뇨. 제가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니···. 그건 그냥 정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의 힘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 운명의 힘 같은 거로 인해."
"큰 손님 정도 되는 귀신도 같은 걸까?"
"네. 큰 손님도 귀신이니까요. 신은 아닐 겁니다. 큰 귀신이긴 하겠지만, 그분도 신은 아니에요. 운명의 수레바퀴를 벗어날 순 없는 존재. 그게 우리 인간과 귀신, 그리고 모든 이 세상의 생명의 속성이더라고요."
동자 아저씨는 담배를 비벼껐다.
"고마워. 동자 아저씨."
"아녀요. 달걀 동자님을 저에게 다시 되돌려주신다는 약속을 지키셨으니, 저도 제가 아는 모든 걸 말씀드린다는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동자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시죠. 각자의 삶으로."
"응. 그러자고."
바깥으로 나오니 여전히 날씨가 좋다.
카톡이 왔다.
연희로부터의 카톡이다..
"본당으로 오세요. 아저씨."
이번엔 일이 올 것 같다.
내 느낌으로는 아마도 대만으로 가야 할 일이겠지.
큰 손님의 주신 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계속 내가 그 일에 관심이 갔던 것은.
그리고 계속 내 눈에 그 사건이 보였던 것.
모두 우연 같은 건 아닐 테니까.
아프던 어깨를 빙글 돌려봤다.
충분히 다 나았다.
그리고 팔을 다시 살펴보았다.
3줄 정도 긁힌 상처가 보인다.
처음에 깊이 파였던 상처에 비하면 완전 새 발의 피인 흉터다.
"잊지 말라는 건가. 인간의 본성을 지키라는 그 쥐새끼. 아니 개새끼의 생각을···."
하늘을 한 번 쳐다본다.
이제 해는 사라져가고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 보였다.
"저 구름도 그냥 생겨서 흘러가는 거겠지. 의지를 갖추고 흘러가는 자연 현상 같은 건 없을 테니 말이야."
난 욕쟁이 할머니 점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왠지 내 가슴이 설레는 기분이 드는 그것도 사실이다···.
허가받은 쾌감을 즐길 기회 같기도 하고.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그냥 제목은 연희와 고도리선생의 일.
뒤에 #이 붙는 건 아마도 큰 손님의 일.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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