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전설 #08-허허실실작전 개시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괜찮아요? 고도리 선생님?"
내 몸을 부축하며 연희가 나에게 음료수를 준다.
박카스 같은 자양 강장제인데 훨씬 강한 느낌이다.
나는 벌컥벌컥 마셨다.
머리가 훨씬 빨리 안정된다···.
"보셨나요? 그 순간을?"
김준철 아저씨도 나에게 물었다.
궁금함이 가득한 목소리다.
"일단 여길 벗어나시죠. 여기 있으면 왠지 머리가 아파요."
나는 두 명과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나서 다시 편의점 앞 작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연희가 주는 몇 가지 제품을 먹었다.
확실히 훨씬 빠르게 치유된다.
"통닭이라도 사드려야 하는데···."
연희가 걱정스럽게 이야기한다.
이전의 상황들보다 좀 더 빠르게 회복된다.
통닭이라니 생각난다···.
고맙군. 달걀 동자.
덕분에 약간의 회복력이 더해진것 같아.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특히 김준철 아저씨는 안경 너머로 눈빛을 번뜩인다.
자신이 조사한 그것들에 관한 결과를 받고 싶어 하는 학자의 눈빛이다.
"맞아요. 이무기입니다. 말머리를 하고 있고 피를 엄청나게 빨아들였어요. 머리만 노리는 머리 귀신이 아니에요. 역시 피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말의 머리에 뱀의 꼬리였군요."
난 담배를 꺼내 물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붙을 붙였다.
치익.
"뱀의 꼬리도 확인했어요. 후드티 뒤로 길게 나와 있더군요."
"그 정도로 길게 나왔다면 이제 마지막 단계가 필요한 상황이네요."
김준철 아저씨는 자신의 가설이 맞음에 기분이 좋은 목소리다.
이 사람 참 개인적인 사람이 구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그리고 붉은 빛이 필요하고 늦은 밤에도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있는 곳."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까 봤던 신문이 생각났다.
"대만인들은 이제 밤에 돌아다니지 않는 상황이니까···."
나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일까. 그 조건이 채워지는 곳은···.
"그 장소가 바로 마지막 인간의 피를 빨아들이고 용으로 승천하는 장소일 겁니다."
나의 중얼거림의 의미를 알아들은 김준철 아저씨가 나에게 답했다.
****
후우.
긴 연기를 몇 번 더 뿜으며 생각하던 나의 머릿속에 한 군데가 떠올랐다.
그곳이 머릿속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빙고.
"거기군요. 드디어 알았어요."
난 인제야 머릿속의 마지막 시나리오가 정리되었다.
"지우펀. 지우펀이군요. 그 마지막 장소는···."
내 말에 연희와 김준철 아저씨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들도 작은 손뼉을 쳤다.
"맞아요. 대만인이 아닌 관광객들이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장소. 밤에도 붉은빛이 가득한 장소···. 그리고 바다에 접해져 있죠. 맞아요. 그곳이라면!!"
김준철 아저씨가 먼저 소리쳤다.
"그곳으로부터 우릴 멀리 떨어뜨려 놓기 위하여 타이베이 101빌딩을 정한 거군요."
연희가 인제야 지도를 보고 확신했다.
"내일 분명 그 들이 우리에게 루이 씨의 시체는 볼 수가 없다고 말할 거야, 그리고 자신들이 연락해주면 바로 타이베이 101로 오라고 할 겁니다."
나는 그들의 생각을 거꾸로 해보기 시작했다.
"우리를 타이베이 101로 몰아넣고 그들은 지우펀으로 가 있을 거예요. 그래도 결국 내일 밤 10시경 마지막 사건이 일어날 것입니다. 시간이라는 건 거의 정확하게 맞춰질 거니."
"맞아요. 모든 사건이 10시~10시 30분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김준철 아저씨도 자신의 사건 파일을 휴대전화로 확인했다.
"일단 모른 척하고 있어야 해요. 충분히 안심시킨 다음 마지막 순간을 우린 잡아야 합니다. 준철 아저씨는 헬기를 한 대 준비해주세요."
김준철 아저씨는 조금은 황당한 표정이지만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쪽이 연락하는 순간 우리는 타이베이 101빌딩의 꼭대기에서 지우펀으로 출발합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사건 현장을 잡으시죠. 그 뒤는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건 또 그냥 날려버리는 사건이 될 겁니다."
연희와 김준철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후우.
담배 연기가 어두운 타이베이시 쪽으로 흘러갔다.
"다시 호텔로 가시죠. 지하철을 타···."
김준철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택시 타고 갈래요. 아저씨."
연희는 방긋 웃으며 이야기했다.
왠지 아까운 표정을 지으며 준철 아저씨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지하철역으로 사라져 갔다.
"막차 시간이 다 되어서 전 이만 가 볼게요."
라는 말을 남기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져 갔다.
사라지는 그를 보며 가정을 가진 중년 남자의 삶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가족.
지하철.
그리고 택시를 타지 않는 중년의 마음.
****
택시를 타고 송산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대만의 밤은 원래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상 그렇게까지는 아닌 듯하다.
많은 가게가 다 문을 닫아서인지 좀 아쉬운 느낌이다.
"관광객들이신가 봐요?"
대만 기사분이 일본어로 물어본다···.
"아. 네. 맞아요."
난 일본어로 간단히 답했다.
연희가 날 쳐다본다···.
귀엣말로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가요. 좀 쉬세요."
난 고개를 끄덕거렸다.
큰 손님이 원하는 시간을 되돌리면 크게 몸이 상하진 않는다.
지난번 땅의 기억을 받아들일 때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철역 앞에 도착했다,
그 맞은편이 abba 호텔이었다.
이제 자정이 되기 30여 분 전이었다.
카톡.
[ 확인결과 루이 씨의 부모님 요청으로 이미 시체를 태워버렸다고 하네요. 루이 씨 건은 어쩔 수 없으니 내일 다시 연락드릴게요. 타이베이 101에서 봐요. ]
역시나 카톡 메시지가 연희에게 도착했다.
"앤젤라가 보낸 통신 대화인가 보네."
연희가 나에게 보여주는 통신 대화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뭐라고 답할까요?"
"아쉽지만 타이베이 101에서 보자고 그래. 빠르게 연락해주면 좋겠다고 하고."
택시에서 내려 길을 건 너 편의점 앞 작은 의자에 앉았다.
일본만큼이나 한국만큼이나 많은 편의점.
그리고 이 편의점이 이 도시의 하나의 필수조건인 것 같았다.
편의점에서 나는 중국 느낌이 나는 음식 냄새만이 좀 다른 느낌이다.
"배고픈데 뭐 간단히 먹을래요?"
빠르게 카톡을 보낸 연희가 나에게 물었다.
배고프다기보다 좀 허기진 느낌이었다.
"그래. 여기 음식 맛있어."
나와 연희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맛있는 컵라면을 먹었다.
후루룩.
‘우육탕 맛’이라고 적힌 라면 정말 맛있다.
"이야 신기하게 아저씨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네요."
"그렇게 되는 거지. 우린 확실히 진실을 알았으니까."
"그렇구나. 그래서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군요."
"과학자들의 방식은 정말 정확해. 인생도 어차피 시스템이거든."
"하긴 특별한 변수가 들어오지 않는 순간 인생은 시스템이긴 하네요."
연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변수가 무서워서 그렇지. 계획대로만 돌아간다면야 인생에 큰 실패라는 건 없겠지. 근데 그 변수라는 게 모든 상수를 망가뜨려 버리더라고."
"음. 그렇군요."
"그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언제나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거 같아. 그게 인생이라는 거잖아."
"어떻게 보면 그쪽이 예상치 못한 우리라는 변수가 생긴 거 내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게 바로 우리를 여기 보낸 큰 손님의 그림일 것이다.
우리라는 변수를 이번 사건에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이번 사건을 막아내는 것.
거기에 우리는 또 이용당하고 있는 거다.
"그렇지. 우리가 바로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변수가 되어버린 거야. 우리를 속여서 상수로 만들려던 그들의 시스템을 깨드리는 방법이야. 우리가 커다란 변수가 되어버리자고."
"그 나쁜 놈들 용서치 않을 겁니다."
연희의 눈이 이글이글 타기 시작했다.
풋.
난 웃음이 나왔다.
이 아가씨 참 열혈 아가씨일세.
간만에 그녀가 그런 여자였다는 게 다시 떠올랐다.
어느새 오늘의 피곤한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지우펀. 대만의 가장 예쁜 야경 관광 지.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택시비가 가장 아까운 중년아저씨의 삶.
20분정도는 걸어갈 수 있는 그런 남자.
그런 남자가 진짜 멋진 남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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