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달걀동자 아저씨 #11. 검사(檢事)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 지난 이야기 간단 요약 ---
부산에서 사고치고 할머니 죽어서 서울로 올라온 고지안. 서울 룸살롱 자전거에서 일하던 중. 귀신 박충덕으로부터 일본야쿠쟈의 습격 이야기를 듣게된다.
경찰서장과 가득염 사장간의 다툼을 이용하여 고지안은 둘다 잔인하게 죽이며 복수를 시작한다.
--------------------------
1993년 5월의 “사건”의 밤
“말해 봐요! 윤 실장님.”
윤 실장은 대답하지 않고.
지안을 향해 다가왔다.
지안은 주먹을 쥔 채.
그를 바라본다···.
‘쉽지 않아. 그냥 쏘아 버릴까?’
고지안의 옆을 지나간 윤 실장.
무릎을 꿇고 앉아서.
장갑을 꺼내서 손에 쥐었다.
가득염 사장의 목에 꽂힌 작은 칼.
푹하고 빼낸다.
푸숙.
그의 목에선 피가 솟구친다.
이미 식어버린 차가운 피였다.
칼의 손잡이를 피에 적시고.
장갑으로 열심히 닦은 후.
경찰 서장의 손에 쥐여준다.
사후 경직상태라.
잘 펴지지 않는 손을.
힘으로 벌렸다.
부러진 손가락 덕분에 칼이 들어갈 틈이 생긴다.
“뭐해. 고지안. 얼른 가방 챙겨 나와.”
고지안은 자리에 서서.
윤 실장을 바라본다.
잠시 생각한 후.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서.
검은 목티와 가죽 잠바로 갈아입었다.
혹시 누군가와 싸운다면.
다치지 않기 위해 가죽 잠바는 필수.
그나마 일반 옷 중에 칼이 가장 안 들어가는 옷이기 때문이다.
백 팩을 메고 다시 돌아왔다.
윤 실장은 그 칼로 다시 한번.
가득염의 목을 그었다.
차가운 피가 흘러내린다.
“시발새끼. 이건 그동안의 내 몫이다.”
혼자 중얼거리는 윤 실장.
백팩을 매고 서있는 지안을 쳐다본다.
“총 줘.”
순간 지안은 고민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임마. 그냥 사람 한번 믿어봐. 평생을 의심하고, 살아갈 생각이냐?”
윤 실장은 지안을 쳐다본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내놔. 총.”
그의 목소리는 작지만.
힘이 넘쳐나는 느낌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지안은 그에게 다가가.
총을 건네주었다.
윤 실장은 총을 열심히 장갑으로 닦더니.
가득염 사장의 손에 쥐여주었다.
힘을 주어.
가득염 사장의 시신을 옮겨서.
서로 적당한 위치를 맞추고.
가득염 사장의 피를 벽에 여기저기 장갑으로 흩뿌렸다.
“지안아.”
“네. 실장님.”
윤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에도 피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윤 실장은 지안에 다가왔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고 사장님은 열심히 버티셨다. 아마도 너 때문이었겠지.”
“...”
“미안하다. 지안아.”
윤 실장은 눈을 감고 있었다.
“마음껏 날 때리든 죽이든 해라. 나도 그걸 말리지 못한 죄인이다.”
윤 실장.
가득염 사장 옆에서.
그 상황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시발.”
고지안은 윤 실장의 얼굴에 무릎을 날렸다.
퍼억.
윤 실장의 얼굴에 정확히 박혔다.
주룩.
윤 실장의 얼굴에선 피가 흘렀다.
“시발!”
그의 발이 윤 실장을 멀리 밀어냈다.
윤 실장은 그 두 개의 사체 사이로 넘어진다.
고지안은 뛰었다.
윤 실장을 밟고 멀리 뛰기를 하듯 멀리 넘어갔다.
“증언 잘해줘요. 다신 보지 말아요. 실장님.”
윤 실장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 채 웃고 있었다.
“하하하. 잘 가라. 고지안. 만약 다시 보면 서로 모른 척하기다.”
지안은 1층으로 달렸다.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순간.
2대의 봉고차가 도착했다.
“저 새끼 뭐야!”
“저기서 일하는 새끼 같습니다.”
봉고차 속에서 그를 보고 소리 냈지만.
이미 지나쳐 달리기 시작한 지안은 골목으로 사라졌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회칼을 든 야쿠자 10여 명이 내렸다.
“꼬마 녀석인데요?”
“걍 놔둬. 내려가자.”
그들은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뭐야. 이게···.”
피바다가 된 바닥엔.
그들과 한패였던 경찰 서장.
그들의 표적인 가득염 사장이 뒹굴고 있었다.
“어···. 어떡하지?”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이런 미친 병신 소리를 하고 있어?”
그들이 그 너머로 보니.
큰 몸집에 얼굴에 피를 흘리는 윤 실장이 서 있었다.
그는 무선 전화기를 들고 있다.
“경찰이죠? 여기 선릉역 근처 자전인데요. 살인 사건입니다. 네. 제가 목격자입니다.”
전화하고 있던 윤 실장.
손을 들어 야쿠자들에게 흔들었다.
“저 새끼···.”
“어떡하죠? 죽일까요?”
야쿠자들은 회칼을 들고.
피가 흥건한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이 꼬였다. 여기서 칼부림하다가 경찰한테 걸리면 빼도 박도 못 해.”
“저 새끼 죽여야 하는데···.”
야쿠쟈들은 회칼을 흔들며 윤 실장을 바라본다.
윤 실장은 전화를 끊었다.
“어이. 경찰 오려면 5분은 걸릴 거야. 덤비려면 그 시체를 건너서 넘어와.”
윤 실장은 그들을 바라보며 여유 있게 이야기했다.
‘고맙다. 지안. 덕분에 살았다.’
“돌아가자. 빨리 다시 봉고로 타!”
“제기랄.”
“칙쇼!”
야쿠자들은 저마다 욕을 하면서.
다시 위로 올라갔다.
이래저래 꼬인 하루였다.
****
지안은 그 자리에서 달려.
택시를 잡아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잉? 학생이네.”
“학생 아닙니다.”
지안은 택시의 뒤에 탔다.
“교대 앞 법조타운으로 가요.”
“알겠습니다.”
택시는 바삐 움직여 법원 근처.
법조타운으로 향했다.
강남의 화려한 불빛을 지나.
조용한 건물들 사이로 택시는 빠져나왔다.
“여깁니다.”
지안은 5천 원짜리를 건네고.
택시 바깥으로 나왔다.
“아이고. 고마워. 학생.”
택시 기사는 잔돈 몇 푼에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한다.
지안은 조용히 혼자 중얼거렸다.
“시발. 학생 아니라고.”
법조타운.
1208호.
노형진 변호사 사무실.
검사이면서도 변호사 사무실을 세우고.
대리인을 한 명 붙이고는 자신의 사건을.
수임해서 이기거나 지도록 꾸미고 있는 검사.
바로 지만 호 검사의 사무실.
그는 엄청난 뒷돈을 챙기고 있었다.
호주머니에 있던.
마스크를 입에 차는 지안.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으로 올라간다.
똑똑.
노형진 변호사 사무실의 문에 노크한다.
“늦은 시간인데···.”
“급한 살인 사건이라 변호사 찾아왔습니다.”
“들어와요. 문 열려있으니.”
분명.
그 녀석이다.
지만호 검사.
덜컹.
문을 열고 들어간 지안은 문을 잠갔다.
위에 달린 CCTV를 발견했다.
휙.
백팩의 삼단봉을 꺼내 휘둘렀다.
삼단봉은 길어지더니 CCTV를 부쉈다.
파삭.
“뭐야. 당신 뭐야!”
지만호 검사는 일어나서 자신의 자리에 있는.
야구 방망이를 들었다.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던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였다.
“이 새끼. 뭐냐고?”
“지만호.”
“난 노형진이다.”
피식-
고지안은 웃음을 지었다.
역시 검사 새끼는 머리가 좋구나.
지안은 그에게 다가갔다.
오른손에 들려있는 삼단봉을 꽉 쥐었다.
아까 묶어둔 천 때문에.
삼담봉은 완전 고정된 채 온전히 그의 힘을 가할 수 있는 상태였다.
“당신 고사장 기억나?”
“고 사장?”
“그래. 새끼야. 니가 돈 처먹다가 배신한 고사장.”
“아. 그건 내가 배신한 게 아니야. 나도 그 이야기를 알아. 진정해. 내가 법으로 심판해줄게. 아마 지만호 검사에 대한 소문인 것 같은데···.”
끝까지 발뺌하고 있었다.
그것 그 나름대로 그럴 듯해 보인다.
“그렇구나. 당신은 노형진 변호사군.”
“그래. 노형진 변호사라니까. 저기 간판 보고 들어왔을 거 아냐.”
지안은 삼단봉을 내리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
고지안이 앉는 순간.
야구 방망이를 든 지만호는 그를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다.
빠악.
고지안은 머리를 숙여 피했고.
야구 방망이는 반대편 소파를 때렸다.
“시발!”
지만호는 다시 방망이를 들고 지안에 휘둘렀다.
티랑.
방망이는 미끄러지면서 바닥을 때렸다.
지안은 삼단봉으로 공격하는 방망이를 옆으로 살짝 밀쳐냈다.
“어어···.”
균형을 잃은 지만호 검사는 몸을 휘청인다.
“지만호. 결국, 이 날이 오는구나.”
빠악.
지안의 삼단봉이 지만호의 어깨를 정확히 타격했다.
어깨뼈가 내려앉으며.
지만호는 아래로 털썩 주저앉았다.
“으아악!”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전해진다.
지안은 왼손으로 부서진 어깨뼈 아래 튀어나온 쇄골로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꽉 잡았다.
“크아아악!”
쇄골이 지안의 손안에서 박살나면서 지만호는 기절할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이미 주저앉는 지만호.
그의 멱살을 잡고.
소파 쪽으로 그를 던지는 지안.
댕그랑.
들고 있던 알루미늄 방망이는 바닥에 내던져지고.
지만호는 소파로 날아가 걸쳐졌다.
“으으으. 시발 새끼. 너 뭐야?”
그는 부서진 어깨와 쇄골을 잡고.
붉어진 눈을 부라리며 소리친다.
지안은 커피포트로 다가가서.
물을 부어 전기를 켜고서는 지만호에 다시 다가갔다.
“이봐. 지만호 검사.”
“어린 새끼가 어디서 반말···.”
지만호 검사의 오른쪽 다리.
소파에 앉아있던 다리 허벅지 위쪽을.
삼단봉으로 검도 하듯이.
있는 힘을 다해 몇 번 내려치는 지안.
세 번째 내려치자.
부서지는 소리를 내면서.
곧은 허벅지가 아래로 내려앉았다.
다리뼈가 절반으로 부서져 버린 것이다.
“크아아아악! 시발. 개새끼야! 그냥 죽여!”
“아냐. 넌 그냥 안 죽일 거야.”
고지안은 다시 그 허벅지를 발로 밟았다.
이제 고통의 소리도 나오지 않는.
지만호 검사는 기절해버렸다.
“여기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널 만나면 하고 싶었던 거야. 지만호 검사.”
지안은 테이블에 있던.
물이 담긴 종이컵을 얼굴에 뿌렸다.
“크윽.”
차가운 물에 정신을 차린.
지만호 검사는 이제야 고지안을 바라본다.
지안은 마스크를 밑으로 내렸다.
“너···. 너는 자전거에서 일하던···. 그 꼬마 녀석.”
“역시 검사라서 기억력이 좋네.”
“개새끼. 뭐야? 돈이 필요해? 저기 서랍 열면 현금으로 2천만 원 정도 있으니 가져가.”
“고맙다. 그것도 가져갈게.”
지안은 삼단봉으로.
지만호 검사의 머리를 톡톡하고 쳤다.
“그 좋은 머리로 잘 들어. 내 이름은 고지안이다.”
“고지안? 고지안이라···.”
“네 녀석이 죽인 고사장의 아들이다.”
“아. 그 똥 멍청이 고사···.”
빠각!
이제야 기억이 났지만,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지만호 검사의 부서진 어깨 아래 달린 팔이 두 동강 났다.
“으아아아!!”
어깨부터 팔, 다리까지 한쪽이 모두 부서져 버린 지만호 검사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판단력마저 혼미해져 간다.
“왜 죽였어?”
“넌 분명 부산에 내려갔다고 보고 받았는데···.”
“올라와서 자전거에 있었지.”
“시발.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 어릴 때 사진은 봤었는데···. 중삐리라서 그냥 뒀더니···.”
“그래. 이 새끼야. 그때 죽였어야지.”
“큭큭···. 그러게 말이다. 시발.”
지만호 검사는 킥킥거리며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자신의 실수를 반성했다.
다 죽여버렸어야 했다.
예전 모반해서 황제를 죽일 때 6촌의 아이들까지 씨를 말린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기억해내서 고맙다.”
지안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커피포트를 들었다.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뭐···. 뭐 하는 거야?”
지안은 커피포트를 들고 지만호의 앞으로 왔다.
쪼르르.
커피포트에서 물이 쪼르르 흘러내렸다.
그 물은 지만호의 다치지 않은.
왼쪽 허벅지 위로 떨어진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그렇게. 세상은 돌아가고 있엇던 거죠.
국회의원은 좀 어려운 상대군요.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