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20 달걀동자 아저씨 극장판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헉. "
"이 사람이 헉이라니.."
도진우 형사는 당황하는 달걀동자 아저씨의 어깨를 툭 치며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양손 가득 통닭과 맥주를 사왔다. 물론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기는 했지만 생각치도 못한 방문이었기에 동자 아저씨는 멍하니 서있었다.
"이리와서 앉게나. 손님은 뒤에 없다고 저 아가씨가 그러던데?"
"그건 그렇습니다."
"에헤이. 왜 이러시나... 경찰도 벌벌 떨게 하시던 분께서."
도진우 형사의 넉살에 달걀 동자 아저씨가 피식 웃는다. 그리고 일하는 아가씨를 불렀다. 아까 경찰증을 봐서인지 아가씨는 살짝 쫄아 있었다.
"걱정마. 단속하러 오신분 아니니까."
"네.."
"오늘은 그냥 문 닫고 들어가서 쉬어요. 전화는 뽑아두고."
그 녀는 고개만 끄덕거리더니 이내 인사를 하고 퇴근해버렸다. 그 녀를 바라보며 달걀동자 아저씨는 또 한 번 미소 짓는다.
"어떻게 부산까지..."
"아..여기 얼마전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나한테까지 떨어져버려서 말야."
"건강은 좋으신것 같네요. 다행입니다."
"으악. 방금 그거 신기 내린거야?"
"아뇨. 얼굴 빛이 좋아보여서요."
문을 닫고 사가지고 온 통닭을 열었다. 김이 모락모락하니 갓 튀긴 닭이라 맛있어 보였다.
"듣자하니 여기 모시는 신이 통닭을 그리 좋아한다면서?"
"역시 정보력 하는 갑이시네요."
"형사잖아.나는..."
달걀동자 아저씨는 도진우 형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죽어가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에게 달걀동자를 사용하여 상처를 치료했다. 아니었으면 그는 죽었을 것이다.
"동자님. 이건 동자님이 드십시요."
동자 아저씨는 양념통닭 박스를 뜯어서 상에 올렸다. 그의 눈에만 보이지만 달걀동자는 기분이 좋아서 뱅글뱅글 돌았다.
"그 동자님 덕분에 내가 살아난 거 맞지?"
"아...아닙니다."
"아니긴 사실 난 죽을거라 생각햇거든. 칼침을 몇 방을 맞았는데... 이대로 쪽 팔리게 조폭들 칼에 맞아서 죽나 했는데 꿈에서 당신이 보였어. 그게 나중에 CCTV를 보니 당신이 진짜 왔다갔더라구."
동자아저씨는 아무말 하지 않고 송풍기의 버튼을 올렸다. 그리고 맥주캔을 따서 시원하게 마셨다.
"형사님. 담배 안 끊으셨죠?"
"시원하게 같이 한대 태울까?"
도진우 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동자 아저씨가 그를 잡았다. 그리고 송풍기 근처로 그를 앉혔다.
"그냥 여기서 태우세요."
"이야. 요즘 세상에 이렇게..."
송풍기가 윙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도진우 형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 양반 철저하시구만."
그들은 담배를 꺼내 물고 서로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그 날도 그랬네요. 전 그 새끼에 대한 복수심으로...당신은 젋은 혈기로...우리 이렇게 담배 한 대 나눠피우고 쳐들어갔었는데.."
"그러게. 사실 나도 그 때 빡돌았거든. 내 후임 경찰이 그 새끼들에게 죽었는데 우리 부산 경찰 윗 대가리들은 모른척 하고 말야. 그리고 그 윗대가리가 그 룸싸롱에서 조폭 새끼들하고 술 마신다는 빡이 돌아서..."
"그래서 총알이 없는 총을 들고 오셨잖아요."
후우.
담배 연기가 길게 뿜어져 나오며 송풍기로 빨려 들어간다. 웃지도 않고 그냥 눈으로만 웃고 있는 두 사람.
"시발. 우리 둘이 들어가서 총을 꺼냈는데 총알이 없는거야."
"전 그 때 머리가 하얗더라구요. 그거 하나 믿고 저도 맨 몸으로 들어갔는데... 형사님이 총을 쏘다가 잡히면 제가 빼앗아서 그 총으로 보스 대갈통에 총알을 박으려고 했거든요."
웃고 있는 동자 아저씨를 멍하게 쳐다보는 도진우 형사. 그러다가 그냥 웃음을 터뜨린다. 맥주캔을 크게 한 입 마시는 그는 눈에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크하하하. 시발. 한참을 지나서야 알게되는 진실은 쓴 맛이네."
"뭐 사는 게 다 그렇게 지나고나면 추억이죠."
도진우는 담배를 다시 길게 뿜었다.
"38명 중 7명 사망. 12명 중경상... 그리고 보스 사망. 우리 경찰 간부 아저씨는 병신이 되어버렸어. 한 쪽 팔이 사라져서...물론 그 새끼도 죽어어야 하는 놈인데 말야. "
"전 그 죄로 이렇게 조용히 숨어 살고 있습니다."
"그 죄값은 다 치뤘잖아. 교도소에서 아주 복무도 잘 했고."
"거기서 이렇게 무당의 길로 나서게 된거죠."
후우.
동자 아저씨의 담배연기가 힘있게 송풍기로 빨려 들어갔다.
"난 덕분에 이렇게 서울까지 올라가서 형사짓 하고 있고 말야."
동자 아저씨는 맥주를 길게 마셨다. 그리고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도진우 형사를 바라본다.
"이렇게 살아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아마 조만간 진급하시겠네요."
"내가 오는지도 몰랐던 무당이 진급한다고 해서 믿을 바보는 아니거든 내가."
"원래 무당은 자신의 길을 보지 못 합니다. 남의 길만 봐줄 수 있는데 솔직히 제가 미래보는 귀신을 모시는 게 아니라 좀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대충을 이야기 해드릴 정도는 됩니다."
웃고 있는 달걀 아저씨를 멍하니 바라보던 도진우 형사는 닭다리를 하나 뜯으면서 맥주를 길게 마셨다.
"그럼...하나만 더 물어 봐도 되겠나?"
"미래를 보는건 안 됩니다."
"알겠어. 과거를 봐야하는건 괜찮나?"
"그게 실제 오신 이유군요. 뭡니까? 당신을 여기까지 끌고 온 그 과거는?"
주섬주섬.
도진우 형사는 안 주머니에서 사진을 하나 꺼냈다.
"병원 CCTV에서 겨우 건진 사진인데...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은 없어. 이 사진 좀 봐주겠나?"
맥주를 마시면서 동자 아저씨는 그 사진을 봤다.흐릿한 흑백사진을 확대한 것이긴 하지만 그가 몰라볼 리 없었다.
"...왜 이 남자를 찾는 겁니까? 뭔 죄라도 저질렀나요?"
"아니...저지른 것 같긴 한데 뭔가가 이 남자의 죄를 깔끔하게 잘 처리해주어서 그것까지 파고 들어가긴 너무 귀찮아. 그리고 몰래 알아보니 좋은 일만 잔뜩 했더구만. 살인마 잡아주고, 뭐 나쁜 놈들 잡아주고...막 그래. 배트맨 처럼 말야."
달걀 동자 아저씨는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치익.
후우.
다시 이 담배를 꺼내물 게 된게 그 사람 덕분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왜 그를 찾습니까?"
도진우 형사는 그를 쳐다봤다.
아까와 달리 굉장히 진지한 눈 빛이었다.
"6살정도 된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에게 아빠를 찾아주고 싶거든."
"...그렇군요. 여전히 당신은 좋은 형사네요."
도진우도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응, 네가 거의 다 죽여놓고 나한테 몇 명 덮어 씌운거 기억하지? 그거 이제 갚을 때가 된거 같은데?"
"명함 두고 가세요. 제가 좀 힘써볼게요. 찾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도진우 형사는 하나 더 캔을 땄다.
"그래도 이건 다 먹고 갈게. 꼭 연락줘."
"그러시죠. 저도 남은 캔 하나 더 먹어야겠네요. 4개 만원짜리 사오셨네..."
두 명은 담배를 길게 뿜으며 웃었다.
"그래. 시발. 형사가 뭐 돈이 있겠냐?"
****
쉬익.
공기처럼 가볍게 바닥에서 흙먼지가 살짝 일어났다.
"뭐..뭐야. 이거..."
"놀라지마. 여긴 부산이라는 곳이야."
"수정산의 한가운데 떨어져버렸네요."
마이클 창이 놀라서 소리치는 동안 연희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들은 수정산의 기슭에 도착했다.
"다..다행이다. 유니콘 덕분이지."
"그냥 부스터가 아니네요. 완전 대박이네요."
연희가 두 손을 들면서 기지개를 켰다. 마이클 창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미친놈처럼 기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두 명을 멍하게 바라보는 고도리 선생.
"내려가자. 마이클. 일단 오늘은 좀 쉬어야지. 긴 하루였어."
"와..완전 술깨는 날이네요. 진짜."
하늘의 달은 보름달을 향해 차가고 있었다.
부산의 밤바람은 습기를 머금고 산에서 아래로 불어내려갔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그렇게 뾰족합니다.
산다는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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