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달걀동자 아저씨 #08. 귀신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08 귀신
--- 지난 이야기 간단 요약 ---
부산에서 사고치고 할머니 죽어서 서울로 올라온 고지안. 서울 룸살롱 자전거에서 이제 자리잡기 시작한다. 이제 자전거는 고지안의 원수 지만호 검사를 빽으로 삼아 커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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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5월의 어느 날..
“뭐라고?”
“사장님. 새로 생긴 구역에 야쿠자들이 끼어든 것 같습니다.”
윤 실장과 가 사장이 복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남의 꿀 같은 땅.
삼성동에 두 번째 가게.
이 가게와 달리.
2층부터 9층까지.
모든 건물을 다 룸살롱으로 사용한다.
여기 지하 1층보다 훨씬.
매출도 많이 나는 데다가.
이제 작은 지하 룸살롱이 아니라.
기업형 룸살롱이다 보니.
경찰, 검찰, 정치인들까지 들락거린다.
“돈 벌어서 약치다 끝나겠네.”
가득염 사장은 예전처럼.
그냥 장사만 하는 거론 부족해.
얼마 전부터 “약”을 시작했다.
처음엔 국내 조직으로부터 받았는데.
양이 늘다 보니 일본에서 직접 계약.
일본 조직들이 직접 약을 대다 보니.
너무 많은 양을 내려보내게 되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일본 야쿠자들이 슬슬 끼어들기 시작했다.
“일본으로 우리가 진출할 기회니까.”
“사장님. 저 새끼들 조심해야 합니다.”
“괜찮아. 인마. 쪽발이 놈들은 뚝배기 몇 번 깨주면 되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괜찮아! 그만 걱정하고 일이나 해.”
윤 실장은 마뜩잖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나온다.
바깥에서 기다리던 날 본다.
“지안아. 냉커피 한잔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워낙 약을 많이 가져오다 보니.
이곳 자전거에서도 일부를 소화하라고 했다.
하지만 윤 실장은 거부했다.
“약만은 안됩니다. 그건 잘못 시작하면 끝입니다.”
“너 지금 내 말 안 듣는 거야?”
“형님! 제가 형님을 모신지 20년입니다.”
“그래. 그래서 이 자전거를 맡긴 거잖아.”
윤 실장은 무릎을 꿇고 그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약은 안 됩니다.”
“윤도식이! 진짜 이 새끼가!”
“그래도 약은 안 됩니다.”
“아···. 진짜. 이 새끼···. 알았다. 일어서.”
윤 실장의 말이 통했는지.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인지.
이후 자전거에는 약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미 이 동네에 소문이 파다했다.
‘신한 은행 건물에서 약을 판다.’
‘연예인들도 거기서 약한다.’
‘돈만 있으면 연예인들하고도 줄 뽕도 할 수 있다.’
지안이 관장님으로부터 특별 트레이닝을 받은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
관장은 얼마 전 지안을 불렀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손으로 만져본다.
“지안아.”
“네. 관장님.”
“이제 근육도 제법 잘 붙었고. 키도 더 컸네.”
“네. 188입니다. 몸무게는 85정도 됩니다.”
“처음 볼 때만 해도 호리호리했는데···.”
“관장님 첨볼 때 184에 72였어요.”
관장은 소파에 앉은 다리를 꼬았다.
“솔직히 너에게 가르칠 게 없어.”
“이미 몇 달 전부터 그러신 거 아닙니까?”
“으하하. 사실 처음부터 그랬지.”
지안은 관장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서울에 올라와서 믿고 따를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아닙니다. 그래도 많이 배웠고 저의 스승이십니다.”
“너희 가게 사장님 괜찮냐?”
“네?”
“임마. 나도 다 안다. 여기 밤에 조폭 애들도 오거든.”
“아···. 네.”
“요즘 일본 조폭 애들도 여기 다닌다.”
“그런가요?”
“응. 그 새끼들이 일본어로 이야기하는데···.”
“다 알아들으시지 않습니까?”
“물론 모른 척하지.”
“하긴. 그게 낫겠네요.”
관장이 뭐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물을 마셨다.
지안의 어깨를 꽉 잡고 말했다.
“임마. 조심해라.”
“네. 알겠습니다.”
“혹시 뭔 일 있으면 그냥 때려치우는 건 어떠냐?”
“네?”
“때려치우면 내가 돈 많이 벌게 해줄게.”
“...돈이라.”
“한 판에 1,000만 원짜리. 그걸 한 달에 한 번씩 해줄 수도 있다.”
관장은 지안을 바라본다.
지안도 관장을 바라본다.
“언젠가는. 해보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래···. 알았다. 더 늦기 전에 한 번 해볼 생각 있으면 말해라.”
“알겠습니다. 관장님.”
죽음의 실전.
중국의 어느 도시에 열리는 죽음의 실전 경기.
하루에 딱 한 경기.
유료회원만 전 세계 200만 명.
한판에 걸리는 돈만 평균 200,000달러.
승리하면 최소 만 달러. (신인 기준)
패배하면 최소 천 달러. (신인 기준)
이론상은 그렇지만···.
지면 다음에 참가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 지면 그냥 그 돈이 장례비가 되기도 한다.
실전으로 서로 진검.
혹은 자신의 무기(총기류, 약물 제외)를 사용하여 싸우는 실전.
심판이 그만하라는 신호를 할 때까지.
한번 링에 들어간 사람들은 멈출 수가 없다.
그들을 실시간으로 보는 사람들이.
TIP으로 주는 돈은 직접 선수에게 80%가 입금되는 방식.
그러니까.
멋지게 싸울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기회가 있다.
몇 번 이기고 인기가 높아지면.
더욱 기본 대전료와 TIP이 높아진다.
이 관장은 그쪽 세계의 인간이었다.
또 다른 세계의 인간.
그냥 살았다면 알지 못했을 세계.
지안이는 자신의 운명 흐름.
그 흐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있었다.
다시 가게로 돌아가는 길.
‘이봐. 저 녀석. 이제 너무 강해.’
‘귀신을 잡아먹을 녀석이야.’
자신을 지켜보는 귀신들.
그들도 자신을 이제 슬슬 두려워한다는 걸 알았다.
그제야.
그는 그들을 바라봤다.
오늘이 그들을 바라본 첫날이었다.
“임마. 너 이리 와봐.”
편의점 앞에 있던 반쯤 대머리인 귀신.
그가 깜짝 놀라서 지안을 쳐다본다.
“너 말이야. 지금 날 쳐다보는 너.”
‘저요?’
“응. 너.”
‘어···. 제가 보이세요?’
“옛날부터 보였거든. 이리 와봐.”
그 귀신은 어슬렁거리면서 다가왔다.
지안은 그를 계속 봤다.
모여있던 귀신들도 술렁거린다.
‘거봐. 저새끼. 우리 보인다니까.’
‘와. 진짜 천재. 우리중 제일 머리좋은 애를 불렀어.’
귀신들이 술렁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지안은 잘 선택한 것 같았다.
“너. 나 알지?”
‘네. 고지안 씨. 부산에 무당 할머니 손자.’
“그건 어떻게 아냐?”
‘저희는 이리저리 연결되어있으니까.’
그 대머리 귀신이 머리를 긁적인다.
없는 머리에 긁적이니 좀 웃긴다.
“그럼. 너 토끼 귀신 아냐?”
‘네? 토끼 귀신요?’
“그래. 우리 할머니가 모시던 귀신. 토끼던데···. 하얀색.”
‘아! 달님이 토끼!’
대머리 귀신은 안다는 표정이었다.
다행이다.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니···.
“응. 그럼. 그 토끼를 물고간 녀석 아냐? 좀 큰 개새끼 같은 쥐새끼인데.”
‘....네?’
어색한 표정.
이상한 놀람.
안다는 듯한 모름.
귀신은 거짓말을 못 해서 버벅거린다.
모른다고 해도 될 것을.
안다고 하지도 못하고.
이런 상황은 분명하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상황.
“뭐야? 설마 귀신은 거짓말을 못하는 거야?”
‘아···. 그게. 네. 맞습니다.’
“오호라. 그렇군.”
‘안 물어보면 대답을 안 해도 됩니다만, 거짓말은 못 합니다.’
진짜인가보다.
거짓말을 못 하나 보다.
안 물어보면 대답은 굳이 안 해도 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 그럼 그 개새끼 아냐?”
‘...모릅니다.’
“그럼 물고간 이유는 아냐?”
‘네. 아마···.’
물고간 이유는 알고 있었다.
‘능력 흡수이지 싶습니다.’
“능력 흡수?”
‘네. 귀신끼리 만약 누굴 잡아먹으면 그 귀신의 능력을 얻게 됩니다. 물론 그 능력은 원래 능력보다 강할 순 없지만···. 그래도 연습으로 거의 비슷하게 갈 수 있죠.’
“능력을 흡수하려고 죽인다는 거야?”
‘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는 일도 아닙니다.’
“무조건 흡수되는 거야?”
‘실패할 때도 있습니다.’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건 잘 모릅니다. 그런 경우를 이야기 들은 적이 없어요.’
거짓말은 아닐 테다.
이 녀석은.
“그럼. 그 개새끼는 성공한 걸까?”
‘...그건 모릅니다.’
지안은 빤히 그 대머리 귀신을 쳐다본다.
“인간이 널 죽일 수 있니?”
그 대머리 귀신은 순간 대답을 하지 못하고.
눈알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표정이었다.
지안은 오호 이놈 보라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보통의 인간은 절 죽일 수 없습니다.’
꿀꺽-
들리지 않았지만 마치 지안의 귀에는 들리는 듯한 소리.
“그래. 거짓말은 하지 않겠지.”
지안은 슬쩍 웃었다.
그럼 질문을 바꿔볼 거라고 이야기한 지안.
대머리 귀신의 머리에선 땀이 흘러내린다.
“나는 널 죽일 수 있는 거야?”
‘으아······.’
대머리 귀신은 괴로움의 소리를 질렀다.
뒤에 있던 다른 귀신들도 머리를 감싸며.
모두가 귀를 가린 채 모른척한다.
‘네. 가능합니다. 쇠로 된 날카로운 검으로 베면···.’
“난 무당이니까. 너희들이 보이니까 그치? 보통의 인간은 아닌 거니까.”
‘정···. 정확합니다.’
“인간은 그 귀신의 능력을 얻을 수 없는 거지?”
‘네. 보통 인간은 그렇습니다.’
또 질문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나도 불가능한가?”
‘네. 불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가능해?”
‘인간과 귀신이 한 몸이 되었을 때 가능합니다.’
“그렇구나. 알았어.”
이유를 알았다.
저 녀석들이 날 두려워하는 이유.
쇠로 된 날카로운 검으로 베면.
그들을 완전히 죽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TV에서 무당들이 번쩍이는 칼을 가지고 귀신 쫓는 굿을 하는 게 기억났다.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세상은 역시 알면 알수록 재밌다.
그리고 알수록 모르는 게 낫다.
“고마워. 담에 또 보자.”
‘저기. 지안님.’
쭈뼛거리며 대머리가 머리를 긁적인다.
“왜? 그러는데?”
‘제 이름은 박충덕입니다.’
“응. 알았어.”
‘담부터는 어디서나 제 이름을 불러주시면 가겠습니다.’
난 그 녀석을 쳐다봤다.
처음엔 징그러웠는데 이젠 좀 귀엽다.
“알았어. 고마워.”
‘그리고···. 제가 한번 알아볼까요?’
“뭘 말이야?”
‘그 개새끼가 어딨는지?’
지안은 그 대머리를 빤히 쳐다봤다.
잠시 보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걸 알아보면 우리 할머니가 살아나니?”
‘아뇨.’
“우리 할머니는 예쁜 정원에 가셨잖아.”
‘네. 행복하게 잘 계십니다.’
“그럼 된거지. 그건 그냥 거기서 마무리 짓자.”
‘아···. 역시 지안님은 멋지십니다. 존경합니다.’
귀신은 나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박충덕.”
난 살짝 불러본다.
그러자 내 앞에 다시 그가 나타났다.
사라지자마자 불려와서인지···.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네? 부르셨습니까?’
“아냐. 그냥 되는지 해봤어. 미안.”
‘아···. 네.’
그것이 처음으로 귀신과 이야기한 지인이었다.
그렇게 그는 큰 흐름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언젠가.
몇 개의 거대한 사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걸.
그는 그때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슬슬 무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작은 새로운 ‘강남 경찰서 서장’이 들어온 다음 날이었다.
****
1993년 5월 16일.
새로운 강남 경찰 서장이 부임했다.
그는 이승직이라는 눈썹이 짙은 서장이었다.
서울에서 승진을 위해 부산 중부 경찰서장이 되었다.
지방 경찰서장 한번하면.
다시 서울로 올라온다고 한다.
4년간 잘 마무리하고.
강남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 시발. 잠시 피곤하겠네.”
“사장님. 어쩌죠?”
“오늘 밤 자전거에 온다고 하시네.”
“아. 네.”
윤 실장이 고개를 굽신거린다.
사장이 날 쳐다본다.
“어이. 고지안이.”
“네. 사장님.”
“네가 모셔라. 서장님.”
“네?”
난 깜짝 놀라며 쭈뼛거렸다.
“이 서장님이 어린 남자를 좋아하거든.”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새벽에 글이 좀 잘적혀서.
쭈욱 날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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