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전설 #05-거짓말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6시가 되기 20분 전.
씻고 누워서 고민하는 고도리 선생.
스스로 혼잣말로 정리하고 있다.
중얼중얼 거리는 고도리 선생.
"음. 머리를 먹어서 그 지식을 취하는 귀신이라. 그리고 5명이 죽었어. 그들이 죽은 위치는 우연인지 몰라도 묘한 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다음이 그 중심인 101빌딩이라."
그는 중얼거리면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호텔 방에서 침대에 누워서 창문을 열고 피우는 담배는 그야말로 담배를 피우는 순간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걸 놓칠 리 없는 고도리 선생.
후.
연기가 열린 창문 틈으로 빠져나간다.
"별 모양의 그림. 그 가운데 101빌딩이라···. 거기서 금요일에 일이 생긴다는 거야? 그 일이 생기기 전에 이유를 찾아야 하는 거고···."
후.
연기가 다시 빠져나간다.
"큰 손님이 시키는 일이다. 오랜만에 말이야. 독립운동 관련 일도 아닌 거 같다. 뭐 특별히 과거로 가야 할 이유도 없긴 하지. 물론 나는 루이라는 사람의 사체를 통해 그 사람이 죽는 순간으로 가고 싶지만···. 그 귀신 녀석을 보고 싶거든."
후.
"어쩌면 그 순간 놈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거를 바꿀 순 없으니 그건 불가능할 거야. 그걸 바꾸면 루이 씨가 살아나게 되니 과거가 엉켜버리게 되는 거잖아."
후.
담배는 이제 거의 끝을 향해 태워져 간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고도리 선생.
"근데 왜 이걸 우리가 해야 하는 거지? 대만의 무당은 왜 우릴 따라다니고 있는 거지? 더군다나 한국까지 직접 왔잖아···. 근데 왜 자기가 처리 안 하는 거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고도리 선생의 심장이 요동친다···.
"그렇구나. 어쩌면···."
6시가 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고도리 선생이 벌떡 일어나서 눈이 반짝거린 순간이···.
*****
로비로 급히 내려가니 연희가 기다리고 있다.
앉아서 이리저리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미안. 좀 늦었네."
나는 연희에게 인사하며 옆에 앉았다.
"우리 우육면 먹어요. 배고파요."
"그래. 그러자."
연희와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난 여전히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한 가지의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
그리고 우린 근처 우육탕 집에 도착했다.
"여기 아는 곳이야?"
"아뇨. 대만은 웬만하면 다 맛있어요."
"하긴 유명하면 더 맛없는 느낌이긴 하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송산 지하철역.
여기는 그 근처인 것 같다.
송산 지하철역이라는 건 한자 공부를 한 나로서는 읽을 수 있다.
중국어 간체(실제 중국에서 쓰는 글자)자는 잘 모르지만, 대만은 과거 한국이 사용하던 번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이해가 되는 곳이다. (아저씨에게는)
대만의 자랑! 우육탕이 나왔다.
따뜻한 냄새가 너무나 좋다.
창가 사이로 보이는 송산역이라는 지하철역의 모습도 예쁘다.
세련됨과 과거의 느낌이 공존한다.
후룩.
우육면은 일단 국물을 한 번.
따뜻한 소고기 국물과 중국의 향이 느껴진다.
"맛있어요. 진짜."
연희는 이미 후루룩거리며 흡입을 시작했다.
"그러게. 벌집 우육탕 면 참 맛있지."
"근데 이 벌집 모양의 고기는 뭐예요?"
"아 그거 벌집 양이라는 건데···."
"벌집에서 뜯은 건가? 근데 고기 맛이 나는데요?"
연희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응. 그거 소 내장이야."
"..."
연희는 잠시 맛있게 먹던 입을 멈춘다.
"왜 그래? 너 순대 먹을 때 돼지 귀도 먹잖아."
"잉? 순대에 돼지 귀가 어딨어요?"
"순대 중에 고기 맛이 나는 약간 회색 있잖아."
"네. 그거 맛있죠."
"그게 돼지 귀야. 몰랐구나···."
또 연희는 물끄러미 날 쳐다본다.
"전 순대는 그냥 돼지 내장인 줄 알았는데···."
"응. 그거 돼지 귀야. 왜 씹으면 사람 귀 씹는 느낌이잖아."
연희는 다시 한번 날 쳐다본다..
거참 희한한 사람이네 하는 느낌이다.
"아저씨는 사람 귀도 씹어 봤어요?"
"꼭 그걸 씹어봐야 아냐?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지."
난 벌집양을 맛있게 먹었다.
왜냐하면 오늘 배를 든든히 채워둬야할 것 같아서였다.
아마도 오늘 밤.
맛있는 우육면을 먹고 나서.
지독한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우육탕에 머리를 빠뜨리고 있다.
피식.
내가 살짝 웃으니 날 쳐다본다.
"아냐. 먹는 게 너무 예뻐서 그랬어."
"아놔. 또 왜 이러실까? 할머니한테 혼나요. 저한테 찝쩍거리면."
"아니. 할머니는 안 무서워. 큰 손님한테 혼날까 봐 무섭지."
연희는 먹는 걸 멈춘다.
"응? 이 아저씨. 이제 큰 손님이 안 두렵나 보네."
연희의 말에 난 대답하지 않았다.
연희는 나를 한참 보더니 다시 우육탕으로 젓가락을 가져간다.
"그러지 말아요. 저 때문에···."
연희는 혼자 중얼거리며 우육탕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응. 안 그럴 거야. 너 때문에 그러진 않아."
나도 우육탕을 그릇 채 들고 후루룩 마셨다.
입안 가득 들어오는 그 소고기의 느끼함과 느끼함을 잡아주는 중국식 향료.
우육탕은 진짜 대단한 음식이다.
*****
"으아. 맛있었다. 진짜 든든한 한 끼 식사네요. 가격도 저렴하고. 저런 게 한국 돈으로 8천 원이라니 대박이다. 대박."
연희는 아줌마들처럼 배를 퉁퉁 치면서 이야기했다.
"그나마 저건 아주 비싼 거야. 일반 우육탕은 5천 원도 안 해."
나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여기도 중국과 일본이 섞여 있는 곳이다 보니 우리나라보다는 담배에 관대하다.
길거리에서 흡연이라던지.
식당에서의 흡연이 좀 자유스럽다.
물론 중국에 비하면 부자연스럽지만.
우리에 비하면 여긴 담배의 천국이다.
치익.
후.
송산역 근처에는 작은 강이 흐른다.
"왠지 여기 아주 작은 일본 거리 같아요."
"스미다강이 흐르던 그곳의 느낌이지?"
"근데 작아요. 거기보단."
"대만은 그래 작아. 뭔가 작은 데 다 그럴듯해."
연희도 담배를 물었다.
후.
두 명이 내뿜는 연기는 작은 하천의 어딘가로 흘러간다.
"연희야. 하나만 물어보자. 그 별을 그렸던지도 말이야."
"네. 그 지도가 왜요?"
"그거 너 정확히 확인해 본거니? 그 지도가 맞는지?"
연희는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뇨. 대만 사람이 우리 점 집에 와서 꺼낸 거예요."
난 담배를 한 대 길게 뿜으며 다시 물었다.
"그 사람들이 그린 그 지도를 왜 그리 찰떡같이 다들 믿은 거지?"
"네? 그게 무슨 말이세요? 아까 외교관 차까지 가지고 왔잖아요. 공항으로. 다들 길도 비켜주었고···."
연희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아니. 궁금한 건 그 대만인들에 대해 왜 그리 확신하냐는 거야. 혹시 이번 사건 한국의 정부 기관을 통해 연결 받은 건가? 너희들이 친한 검찰청, 경찰 대빵같은 이런 사람들한테? 아니면 막 대통령 라인으로?"
"아뇨. 그런 건 아녀요. 그들이 찾아왔죠."
연희는 곰곰이 생각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담배를 든 채 피우는 것조차 잊어버린 모양이다.
후우.
난 연기를 다시 길게 뿜었다.
이름 모를 작은 하천으로 연기는 다시 길게 내려간다.
이곳의 공기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있나 보다.
습기가 많은 공기라서 그런지 몰라도.
"일본하고 대만은 말이야. 정식 수교 국가 아니야. 외교관의 차라니···. 말도 안 되지."
난 연희를 바라보고 말했다.
"그리고 너 그 사람들이 대만 정부 요원이라는 건 어떻게 확신해."
"그건 생각해보니 그냥 우리가 그들을 믿은 것 같아요."
연희는 인제야 제대로 생각의 고리가 돌기 시작했다.
"내 가설은 말이야. 일단 그 사람들이 처음에 우리 점집에 들어올 때의 모습이었어. 난 청소를 하다가 봤거든.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 내가 인사를 하는 데 모른 체하는 모습이었어. 만약 제대로 된 정부 사람이었다면 우리 점집에 고도리 선생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거야. 그들이 가진 정보는 내가 들어오기 전까지의 점집에 대한 정보였던 거지."
연희는 내 말에 뭔가 황당한 표정이었다.
난 다시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었다.
치익.
후우.
"어머 줄담배 오랜만이네요."
"응. 머리를 좀 더 제대로 식히면서 정리해야 하거든."
내 담배 연기가 다시 하천 쪽으로 스며든다···.
"의심은 그때부터 시작했어. 여기 도착해서 그 외교관 차를 타고 온 점이 거슬려. 일본은 말이야. 대만하고 아주 친하니까 다들 대사관 정도 있는지 알겠지만."
"그런 거 아녀요?"
연희가 다시 날 쳐다본다···.
눈 참 똥그라니 이쁘네.
"일본은 대만과 정식 수교국이 아니야. 오히려 정치적으로는 더 별로야. 공익재단법인 일본대만 교류협회(日本台湾交流協会)라는 걸로 영사업무를 대리해서 보는 비정부기구를 만들어서 교류하고 있어. 그래도 우리 한국은 대표부라고 하는 나름 정식 정부 기관으로 일하거든."
연희는 나의 말에 놀란 표정이었다.
"차라리 한국 대표부 차를 가져왔으면 그게 맞겠네요."
"그리고 루이 씨라는 사람의 사체를 보여준다고 했잖아. 만져도 된다고 물어보자 그래도 된다고 했어. 왜 만져야 하는 조차 물어보지 않아. 그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 내가 만져서 과거로 간다는 걸 알았다면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부터 나를 함께 불렀어야지."
후우.
다시 담배 연기가 하늘로 올라간다.
이번엔 하천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야 저도 알겠어요. 고도리 선생이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는군요."
연희는 나를 쳐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그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릴 속였어. 내가 볼 때는 그 지도도 분명 가짜야. 타이베이 101빌딩 쪽에 우리를 몰아넣을 생각이야.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만의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연락해. 대만에 좀 믿을 만한 사람 하나 지금 당장 구해줘. 이왕이면 경찰청 관련 사람으로."
연희는 카톡을 시작했다.
대만의 우육탕.(갠적으로는 참 좋아합니다) 든든해요.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고도리는 생각쟁이.
퍼즐은 거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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