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14-고도리 선생 출격!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뚜벅뚜벅.
양복을 입은 남자는 팔라비에게 다가왔다.
"보여줘. 네가 가져왔다는 그 보검. 그 전설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거 말이야. 페르시아의 왕관과 보검을 가져온 영웅이 페르시아를 다시 세운다는 그 전설을 확인해보자. 팔라비."
그는 손을 내밀었다.
팔라비는 품속에 있던 상자를 꺼내 들었다.
"이 상자 안에 그 보검이 들어있어. 한국이라는 나라의 신라 박물관에 있더군. 우리 어머니의 나라에서 우리 이란이 새로운 시작을 위해 전설의 보검을 가지고 왔지."
"풋. 그러니까. 말만 하지 말고 보여달라는 거야. 그 보검이라는 것."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함.
역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는 것은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저 두 사람이 함께 제대로 나라를 이끌었다면 좋을 텐데.
이 나라는 저놈의 전설과 현실 속에서 얼마나 분리되어 내분이 있을까.
당황하는 주변 군인들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다.
만약 대통령이 팔라비를 쏘라고 하면 누가 쏠 수 있을까?
만약 팔라비가 대통령을 쏘라고 하면 누가 쏠 수 있을까?
어느 쪽이라고 해도 저들은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지금의 기세는 대통령이 좀 더 앞서 있다.
후우.
이란의 대통령은 피우던 담배의 마지막 연기를 뿜었다.
그리고 담배를 아래로 던지고 발로 비벼끈다.
이 멋진 이란의 숨겨진 대도서관에서 저런 행동을 하다니.
다른 사람들은 못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권력의 힘이라지 아마도?
****
"이 보검이라는 것이 우리 어머님의 나라에 있던 그 전설의 보검이군. 아름답다."
이란의 대통령은 상자에서 보검을 꺼내 이리저리 살핀다.
그 역시 페르시아의 피를 받은 사람.
그 보검에서 무언가 느끼고 있다.
"그럼 이제 새로운 페르시아의 시작을 알려야겠군. 팔라비."
그는 조용히 이야기하며 그 보검을 조심스레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상자를 닫았다.
"체포하라. 저 들을. 저들은 이란의 대통령을 전복하기 위한 쿠데타 세력이다. 심지어 한국인들과 이스라엘인까지 함께 쿠데타를 시도한 국가 전복 세력이다."
대통령은 뒤돌아서서 나가는 몇 명의 군인들에게 명령했다.
찰칵.
찰칵.
그들의 총은 우리를 향했다.
그들은 총 6명 정도.
중무장하고 있기에 무서운 숫자다.
"결국, 이렇게 나올 건가요?"
팔라비는 뒤돌아 서 있는 대통령을 향해 소리쳤다.
"이란에도 먹고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잖아. 언제까지 이렇게 전 세계의 적이 되어 핍박받으면서 살 거야?"
대통령은 뒤돌아보지 않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정확하다.
"저기. 너 친구인 사울이라는 녀석에게 물어봐. 오랜 핍박을 받아온 민족이니까. 과연 세상에 나간다고 해서 그 핍박이라는 게 사라지는 것인지."
"그건 만들어가면 되는 거죠. 이제 세상은 예전처럼 로컬 한 단위로 붙어있지 않아요. 사실 하나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10년이 걸리는 그런 시대가 아니란 거죠. 전 이스라엘의 돈을 움직이는 국부펀드의 수장으로서 이란에 최대한 지원할 겁니다."
사울은 양팔을 모아 팔짱을 낀 채 아래를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면서 개방 선언을 하겠다는 거군. 핵무기는 포기하고 말이야."
이란의 대통령은 코웃음 치듯 말했다.
"그깟 핵무기가 우리에게 주는 건 뭐지? 어차피 세상은 돈의 힘으로 움직여. 무력의 힘으로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어. 이미 알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고집하는 거지?"
팔라비는 앞에 놓인 책상을 내려치며 크게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위에 있는 북한처럼 국민을 고립시키고, 그냥 몇몇 사람들만 먹고살 만한 세상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이미 그런 것들은 유행이 지난 이론들이야. 심지어 이란은 공산주의 국가 체제도 아닌데 왜 그렇게 살고 있는 건가?"
고도리 선생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냥 궁금했다.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살아온 방식이 전 세계에 개방되면 망가질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삶의 방식이 망가지는 것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뭐야. 아직 미국인들에게 달라붙어 먹고 사는 한국 사람 이야기잖아? 풋. 배알도 없는 것들이 어디서···."
"뭐야. 어머니의 나라라면서?"
연희도 작게나마 거들었다.
"우리가 도와달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미국 눈치 보느라 모른 척하던 나라가 어머니의 나라라고? 진짜 너희 나라 사람들은 우리를 형제의 나라처럼 생각은 하는 거야?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하하하. 그냥 우리랑 축구 경기를 할 때 욕이나 하고 살아. 끼어들지 말고···."
이란의 대통령은 크게 웃었다.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다.
이란의 정식 대통령.
그런데도 그는 너무 없어 보인다.
"근데 뭐 그런 걸 떠나서. 난 그냥 팔라비가 더 멋진 남자 같아. 당신보다는 말이야. 그래서 이란 국민도 그런 멋진 남자가 이끄는 이란을 보는 게 더 좋을 그거 같아. 굳이 경제며, 군사적인 이야기며, 축구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난 진심을 이야기했다.
"적어도 같은 조건이라고 해도 팔라비가 더 인간적으로 좋을 것 같거든. 어차피 누군가의 철학과 의지대로 끌려가야 한다면 그냥 더 괜찮은 사람하고 살아가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난 이 쿠데타는 찬성인데···."
그제야 이란의 대통령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를 노려본다···.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는 좀 더 화가 난 것 같다.
"뭐해. 저 녀석부터 잡아들여.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
"그만해. 당신의 도움도 필요하니까. 더 가지 말자고."
팔라비는 이란의 대통령에게 소리쳤다.
대통령은 다시 팔라비를 바라본다···.
"난 너의 도움은 필요 없어. 태어날 때부터 단지 그놈의 핏줄 때문에 언제나 페르시아의 왕이 될 수 있었지만 절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맘은 없잖아. 그 더러운 자리에는 나 같은 허수아비를 꽂아 놓고 뒤에서 조정하면 되니까."
이란의 대통령은 아까의 분위기와 달리 격정적으로 변했다.
그는 팔레비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였다.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대통령들을 조정하려고나 하고. 여기서 끊자. 새로운 페르시아를 만드는 건 이미 죽어버린 너희들 팔라비 왕조 따위가 아니야. 정치적인 승리자이자 실제 나라를 운영해온 우리 정치인들이지! 뭐해! 다 때려 잡아들이란 말이야!"
이란의 대통령은 한껏 소리 높여 군인들을 압박했다.
군인들은 슬금슬금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총을 겨눈 채 다가오고 있다.
"팔라비 님. 저희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여기서 나가서 재판을 받으시죠."
팔라비는 그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움찔거리는 그 군인들의 총을 든 팔을 잡아당겼다.
한 명씩 잡아 가운데로 잡아당겼다.
그중 한 명은 내가 어깨를 밀어 그 안쪽을 밀었다.
그는 총을 놓치고 뒤로 밀려 중앙으로 들어갔다.
6명 군인 모두가 한군데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뭔가 공기가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그들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사라졌다.
"뭐···. 뭐 하는 짓이야! 팔라비!"
이란의 대통령은 소리쳤다.
그의 앞에 있던 자신을 지켜줄 군인들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우린 알고 있다.
그 검은 사신의 날개로 덮어 그들을 어디론가 데려가 버린 것이다.
이제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란의 대통령은 이란에 숨겨진 도서관에 갇혀버린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나는 페르시아 팔라비 왕조의 적통. 네 녀석이 날 아무리 죽이려고 해도 난 죽지 않고 살아왔지. 그리고 이제서야 너에게 팔라비 왕조의 적통의 이름으로 명하겠다."
팔라비는 이란의 대통령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란의 대통령 얼굴의 바로 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댄다···.
"팔라비의 왕조의 이름으로 너에게 대통령의 자리를 빼앗고 새로운 이란을 만들기 위해 내가 대통령 선거로 나가겠다. 여기서 너의 대통령의 역할은 끝이다."
이란의 대통령은 멍하니 서 있었다.
"킥킥킥. 그냥 어릴 때 죽여야 했는데···. 그 할망구만 아니었어도···."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어디서 바보 같은 보검이나 들고 와서 이렇게 나에게 모욕감을 주다니···."
그는 팔라비의 멱살을 한 손으로 쥐었다.
우두둑.
팔라비의 옷에 찢어지며 팔라비가 들려 올려졌다.
"으아···. 숨을 못 쉬겠어···. 그만해."
팔라비가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한다.
팔라비와 이란의 대통령 사이에 그 검은 사신이 돌아왔다.
"그냥 조용히 살다가 중국 애들 총에 맞고 뒤졌으면 좋으련만. 네가 말한 새로운 페르시아는 내가 세우고 영원한 나의 왕조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란의 대통령은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팔라비는 그의 얼굴을 발로 차기 위해 발을 뻗었다.
하지만 그 발은 이내 이란의 대통령의 다른 팔에 잡혔다.
"까불지 마. 아 애송이 녀석. 여기서 너희들 모두 죽여주지."
이란의 대통령은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
우두둑.
그에게 잡혀 있던 팔라비의 발목이 꺾이는 소리가 났다.
"도와줘! 우르만!!"
팔라비는 자신의 파트너인 검은 사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큭큭. 그동안 그 녀석에게 많이도 의지했군. 우르반이라니? 무슨 개소리야. 그 사신은 앙그라 마이뉴. 조로아스터교의 절대 악이자 근본적인 어둠이시다. 너를 지켜주던 팔라비 왕조의 귀신을 먹어 삼킨 검은 악마지."
이란의 대통령은 다시 한번 그의 발목을 비틀었다.
우두둑.
"크아아악!"
"이제 그 앙그라 마이뉴를 내가 돌려받겠다. 그리고 나만의 이란을 전설과 마찬가지로 새롭게 일으켜줄게. 페르시아의 새로운 왕조를 시작하는 것은 팔라비···. 네가 아니야. 바로 이 몸이 될 거다. 오늘 그것을 시작하지."
팔라비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동안 자신을 위해 도와주던 우르반···. 아니 검은 사신...
그 귀신이 더 이상 팔라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검은 사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 간의 링크.
즉. 연결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이런···. 시···. 시발···. 그렇게 된 거였어?"
팔라비는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란의 대통령은 그제야 크게 웃었다.
"으하하. 바보 녀석. 그래. 그동안 신났지? 이제부터 지옥을 보여주지. 팔라비. 그 군인 녀석들 귀찮았는데 네가 처리한 거로 알고 있겠지···. 내가 치운 거야. 우리의 이야기를 아는 놈들이 많아지면 귀찮거든. 저 녀석들은 내가 처리하면 되니까. 군인들까지 처리하기에는 좀 그렇잖아?"
팔라비의 몸은 축 처졌다.
패배감이 뼛속 깊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세상에 너의 편 같은 건 없어. 너를 지켜주던 귀신을 앙그라 마이뉴에게 먹여버리고 그 앙그라 마이뉴가 너를 따라다니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보검을 찾아오면 넌 새로운 페르시아를 꿈꿀 테니 그 꿈은 내가 이루어 줄 생각이었지. 너의 팔라비 왕조는 모두 내가 처리해줄게. 완벽하게 말이야."
이란의 대통령은 그를 아래로 집어 던지기 위해 더 높이 들었다.
그리고 공중에 붕 뜬 채로 팔라비는 땅바닥으로 던져 졌다.
"안돼!! 팔라비!!"
사울과 연희가 동시에 소리쳤다.
턱.
하지만 그는 땅에 내동댕이쳐지지 않았다.
난 그를 공중에서 잡아서 내려주었다.
그렇게 내동댕이쳐졌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안고 사울 쪽으로 다가가 책상에 눕혔다.
"많이 아플 거야. 발목을 이 옷으로 좀 감아줘."
난 입고 있던 잠바를 그에게 던져주었다.
팔라비는 패배감과 극도의 불안감에 움찔거리고 있다.
"얌마. 팔라비. 기죽지 마. 이 고도리 선생이 해결해 줄 테니."
그리고 이란의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다가가면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거참. 그냥 순순히 그만두고, 팔라비의 아래에서 많이 도와주는 멋진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는데···. 그 자리에 간 사람들은 어찌 그리 욕심이 많아질까?"
이란의 대통령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뭐···. 뭐냐. 넌 우리와 상관없는 놈이···."
난 그와 그 검은 사신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응. 방금까지는 그랬지. 근데 이제 상관이 있어 버린 것 같네. 그쪽 둘 다 말이야. 알고 보니 말이야···. 너희들 어머니의 나라에서 혼내주려고 우리가 온 거 같네. 아이들 싸움은 엄마가 말려야 하는 거잖아?"
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치익.
후우.
오랜만이라 그런지 엄청 맛있는 담배의 맛.
"엄마한테 혼 좀 나아야 할 시간이 되었네. 거짓말쟁이들은 엉덩이 좀 맞아야지."
후우.
담배 연기는 넓은 도서관을 퍼져 나간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수 있는 권력의 위에는.
해서는 안 될 일을 못 하게 하는 더 큰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시간이 왔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계획대로 된다면.
세상 누가 안 되겠니?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