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성전(聖戰)#12 지독지애 (완)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145 최후의 성전(聖戰)#12 舐犢之愛 (지독지애)
“이 미친 인간 녀석!!”
이누가미가 깨어나자 그에게 덤벼들어 조금씩 자신을 뜯어먹는 악귀들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은 몸에 받은 충격 때문에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삭-
고도리 선생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그는 유니콘을 데리고 왔다.
유니콘의 뿔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 인간! 또 신급 귀신을 데리고 왔잖아?”
이누가미는 피가 나고 있는 눈으로 유니콘을 확인했다.
‘대체. 저 녀석은 뭐지? 단지 포세이돈의 능력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건데···.’
“그럼. 간다.”
고도리 선생은 불가사리와 함께 자신의 마지막 능력을 사용할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이제 지옥의 문은 거의 닫혀서 녹색의 작은 빛 한 줄기 정도가 바깥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고도리 선생이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와 달리 정말 진지하게 시간을 멈췄다.
모든 시간이 멈추고 고도리 선생은 눈을 떴다.
고도리 선생은 금줄로 모아와서 이누가미를 미끼로 모아둔 악귀들의 중앙에 섰다.
“후우.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야.”
그는 멀리 보이는 자신이 자살한 절벽 아래를 바라본다.
피식하고 그의 입에선 웃음이 살짝 나왔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난 저기 머리가 깨져 죽었단 말이지. 자살했으니 정원에는 못 가고 지옥으로 갔겠지. 그것보다는 그냥 중간세계에서 끼어서 죽지도 않고 살아있지도 않게 사는 게 맞지 않을까?”
고도리 선생은 후우 하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처음 여기에 와서 죽기 위해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콜라를 마시며 자신에게 죽기 위한 조건들을 발동시킬 때의 그 기분처럼.
“가 볼까?”
두 근!
두 근!
고도리 선생의 심장이 미친 듯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포세이돈. 아니 큰 손님. 당신은 졌어.”
고도리는 눈을 다시 감았다.
멈춰줘 있던 시간과 공간에 거대한 빛이 생기기 시작한다.
고도리 선생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가장 큰 공간을 옮길 생각이었다.
유니콘의 불은 빛을 계속 내고 있다.
거대한 빛은 모여있는 악귀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순간이동을 사용할 때 일어나는 일이지만 멈춰있는 시간에서 발동하다 보니 그 멈춘 시간을 뚫으면서 천천히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중력을 넘어서는 빠르기와 힘은 시간을 멈춘다고 해도 움직이게 된다.
물론 아주 빠르게 움직여진 못하지만 원래 속도의 아주 작은 퍼센트라 만큼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지난번 거북이 아니 불가사리가 도망갈 때 그는 알았다.
물론 번개를 막아낼 때도 알았고 이란에서 악마가 순간이동을 사용하는 순간도 느리게 움직여짐을 알았다.
그 멋진 빛들이 이동할 악귀들이 모인 공간 자체를 감싸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마치 남극의 오로라처럼 있을 수 없는 세상의 아름다움이었다.
“좋네. 2개의 에너지를 섞어 보니.”
거대한 빛이 모두를 감쌌다.
“이제 사삭하고 사라지면 우린···.”
“고도리!!”
고도리 선생의 심장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오. 이제야 알게 되신 건가? 큰 손님?”
“이게 자네의 선택인가?”
“넵.”
고도리 선생은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담배 한 갑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혹시나 해서 담배 한 갑 사둔 게.’
“...연희 때문인가?”
고도리의 심장 속의 포세이돈 아니 큰 손님이 물었다.
“글쎄. 누구 때문인지 모르겠네. 아마도 나 때문인 것 같아.”
“...!”
“난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그리고 다시 돌아가는 그 현실에서의 나는 힘없고 보잘것없는 중소기업의 빚쟁이 대표일 뿐이니까. 그냥 나 이렇게 살려고. 포세이돈을 내 가슴 속에 담고 말이야.”
“고도리! 거짓말하지 마!”
“훗.”
거대한 빛은 이제 완전히 그들을 덮고 다시 위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빠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 현상 자체도 가속도가 붙으면서 아까보다는 빨라진다.
아니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비록 유니콘으로 부스트가 걸리긴 했지만 이미 그 시간이 지나가기 전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연희와 나를 갈라놓는 방법으로 생각해내다니! 깜찍한 녀석!”
“뭐 그런 것도 이유 중에 하나지.”
“그럼 너의 기억을 돌려주마. 너도 평생 괴로워하게 될 것이다.”
파악-
시간 멈춘 능력이 바닥났다.
고도리는 처음으로 자신의 에너지가 방전되는 것을 느꼈다.
“역시 그랬어. 내 기억은 큰 손님이 막았구나.”
멈춘 시간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그들은 지옥의 문을 넘어 현실과 반대쪽 중간 세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시간이 다시 돌아가서 지옥의 문이 닫혔을 때.
고도리 선생은 다른 악귀들과 함께 중간세계에서 나타났다.
“어. 완전히 시커멓게 안 보일 정도는 아니구나.”
그는 사막같이 넓은 황폐한 중간세계의 어디인지 모를 그곳에 도착했다.
“고도리!!!!!”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절망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연희는 그냥 행복하게 살게 해줍시다. 아저씨나 나나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 여기서 살아보면 좋겠는데?”
“...이 녀석.”
“그냥 빠져나와서 날 죽여버릴 거면 빠져나오던지···.”
그는 싱긋 웃으면서 머릿속에 그에게 말했다.
“이미 말했지만, 너에게도 벌을 내리겠다.”
“옛 기억을 돌려주시겠다면 그렇게 하시죠. 그 정도는 다 각오하고 당신과 여기로 들어온 거니까. 설마 그냥 들어왔겠습니까?”
"므윽. 이 나쁜 녀석!"
"알아서 하세요. 언제든지 당신에게 벌은 받을게요."
"너에게 소중한 것을 빼앗는 것이 더 복수에 가깝겠군. 너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돌려주지 않겠다."
포세이돈. 아니 큰 손님은 다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사라져간다.
피식.
"거기까지도 그냥 내 예상 안에 있는 스토리야. 포세이돈."
가슴을 한번 툭하고 친 고도리 선생은 악귀들에게 포위당한 채 힘을 쓰지 못 하고 있는 이누가미에게 다가갔다.
“불가사리. 저 하얀 개 친구 좀 도와줘.”
불가사리는 이누가미의 근처에서 전기장을 펼치며 악귀들을 날려버렸다.
몇 번의 전기장이 어두운 중간세계에서 펼쳐졌다.
살짝 살짝 전기장이 이누가미에게 닿아서 고통스러운 아픔을 주기도 했지만, 악귀들이 뜯어먹고 있는 것보다 나았다.
그리고 상처가 자동으로 타들어 가면서 아프지만 낫기도 하는 묘한 상황도 있었다.
“인간···.”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지내봅시다. 여기 있는 이 친구들도 제법 강한 놈이라 중간세계 안이라고 해서 두들겨 맞고 다니지도 않을 테고···.”
고도리 선생은 이누가미이 얼굴 쪽으로 다가갔다.
이누가미는 어금니를 들이대며 으르렁거렸지만 덤빌 힘도 마음도 없어 보였다.
그는 이누가미의 거대한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 이제 친구도 좀 필요한데···. 저 녀석들은 말을 못 해서 말이지.”
고도리 선생은 이누가미를 보고 웃었다.
그의 옆에는 불가사리와 유니콘이 따라붙었다.
“근데 여긴 시간은 가지만 멈춰있는 묘한 느낌인데?”
“그렇다. 바깥쪽처럼 시간은 가지만 늙어서 죽거나 하지 못하도록 구성된 세계다.”
“지옥보다 낫네. 그래도···.”
“그럴 리가. 지옥은 시간이 가면 다시 태어나기라도 하지.”
고도리 선생은 이누가미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그 자리에 앉았다.
다리를 쭉 펴고 팔을 위로 쭉 뻗어서 기지개를 켠다.
“그래도 모든 기억을 다 잃고 다시 태어나는 거잖아. 더럽고 짜증이 나는 기억이라도 내가 살아온 그 시간을 다 잃어버린다는 것은 싫거든. 어쩌면 그래서 지옥일지도 몰라. 거기가 말이야.”
“....인간···.”
고도리 선생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품 속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치익.
후우.
담배연기는 근처에서 오래 머물더니 조금씩 사라졌다.
그는 담배가 남은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이야. 큰일이네. 담배 끊게 생겼네. 이거. 여긴 편의점 같은 건 없을거아냐..."
고도리 선생은 굉장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풋. 그 건 예상치 못했나? 인간..."
이누가미는 풋하고 웃다가 입에서 빨간 피가 터졌다.
고도리는 악귀들과 함께 닫혀버린 지옥의 문을 지나 중간 세계로 들어가 버렸다.
****
“어.”
마이클 창은 문이 완전히 닫혀버리고 나서 깨달았다.
“유니콘이 사라졌어.”
“유니콘만 사라진 게 아니지···.”
닫힌 문을 바라보던 달걀 동자 아저씨가 한숨을 쉬었다.
달걀 동자가 나타나서 그들의 주변을 맴돌며 어느 정도 상처를 치유했다.
큰 상처들은 사라졌지만 잔 상처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달걀 동자의 능력을 부스팅 해주던 유니콘이 없어지면서 원래의 능력으로 복귀한 것이다.
“와. 그거 그냥 가져가 버리셨네. 그 아저씨가 말도 없이. 이거 경찰에도 알리지 못하고 눈 뜨고 사기당해버렸네. 한국까지 와서는···.”
마이클 창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선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고도리 선생님···. 그게 당신의 답이었군요.”
달걀 동자 아저씨는 귀도를 검집에 넣었다.
악귀들은 모두 퇴치되었다.
다시 잘려 죽은 악귀들도 있지만, 근처에 있던 모든 악귀는 다시 고도리 선생이 싹 거둬서 지옥의 문 반대로 데려 가버렸다.
연희는 일어설 수가 없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감정인지도 잘 모르는 기분이다.
“아. 정말···. 미친 아저씨구먼···.”
그녀는 그냥 조용히 혼자 읊조렸다.
****
舐犢之愛 (지독지애) :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는 사랑이란 뜻으로, 자식에 대한 어버이의 지극한 사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고도리 선생은.
중간 세계로 들어가버렸습니다.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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