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새끼가 물고간 달걀 동자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아이고..아이고. 아이고 동자니임~~"
달걀 동자의 점 집에 들어섰다.
예상대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본당에서는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 연희 님 오셨네요. 고 선생님도 안녕하세요."
이전에 봤던 처자가 공손히 인사한다.
아마도 동자 아저씨로부터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들었나 보다.
공손한 거 보니.
"어머. 아가씨. 제가 딱 보니 곧 좋은 데 시집가시겠어요."
연희는 웃으면서 괜한 말을 하고 들어갔다.
"굳이 그런 말은 왜 하니? 아직 귀신도 못 보면서."
"맛있는 커피가 먹고 싶어서요."
"에이 그게 말이나 되나? 겨우 그런 거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다니···."
나와 연희는 속닥거리면서 달걀 동자의 본당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통닭 냄새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난 일단 남은 통닭의 다리를 하나 쥐고 뜯었다.
"이봐. 아저씨. 그만 울고 이야기 좀 해요. 여기 와서 통닭도 하나 뜯고."
"네. 고도리 선생님···. 흑흑···. 흑흑.."
동자 아저씨는 세상 다 잃은 표정으로 뚜벅뚜벅 와서 탁자 앞에 털썩 앉았다.
"그러니까 달걀 동자를 쥐새끼가 물어 갔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흑흑. 작은 귀신들을 모시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두려운 게 있어요. 흑흑."
눈물을 닦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동자 아저씨는 정말 슬퍼 보인다.
"지난번 말씀드린 큰 귀신이 덮쳐 오는 게 있죠. 특히나 우리 달걀 동자님은 겁이 많으셔서 엄청나게 두려워하세요. 그건 그냥 도망가서 피하면 되는 경우도 있고요. 흑흑···."
통닭 다리를 뜯으면서 우는 모습을 보니 좀 웃기기도 하고 그렇다.
연희도 남은 다리 하나를 들었다.
달래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어떻게 하나 보기로 한 것 같다.
"근데 우리끼리 쥐새끼라고 부르는 놈이 있어요. 큰 귀신에게는 근처도 안 가고, 작은 귀신들을 물고 가서 죽여버립니다."
"응? 쥐새끼라는 놈은 왜 굳이 죽여버리는 거죠?"
"그 귀신을 죽이고 그 혼을 빨아들이면, 그 능력의 일부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능력을 하나씩 모아서 더 큰 귀신과 접붙이기를 하고 싶은 거죠."
신박한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접붙이기라는 게 뭐야?"
"음. 이야기 드렸듯이 큰 귀신이 태풍이라고 치면, 다른 작은 귀신이 빨려 들어와서 먹혀버려요. 그럼 그 귀신의 능력도 함께 먹히는 거죠. 물론 큰 손님 정도의 귀신은 다른 귀신들의 능력은 그렇게 중요하진 않으니 필요 없죠."
울고 있는 동자 아저씨 대신 연희가 대답했다.
이건 연희가 아는 이야기인가보다.
이 말대로 귀신을 빨아들이면, 귀신의 능력이 붙는다면 재밌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 달걀 동자를 빨아들이면 그 치유 능력을 갖추게 되는 건가?"
"흑흑. 네 맞아요. 물론 딱 그 정도 능력이 최댓값입니다. 예를 들어 달걀 님의 능력이 10이라면 그 빨아들여봤자 최대 10이라는 거죠. 더 강해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실패할 가능성도 있어요."
"음. 그렇군. 리니지 강화처럼 실패하면 깨지는 거야?"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닭 다리를 씹었다.
그리고 농담을 던졌다. 분위기를 좀 바꾸고 싶어서···.
"아이고~~ 흑흑.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슬픈 겁니다. 실패하면 소재였던 달걀 임이 깨져버려요."
큭.
난 씹고 있던 닭 다리를 뱉었다.
(뭐야 이거 진짜 그런 거야? 깨져버린다고.? 리니지는 진짜 귀신 게임이네.)
"차라리 성공하면, 그 귀신 안으로 들어가서 언젠가 분리될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그냥 깨져서 죽어 버려요. 흑흑···. 아이고 달걀 동자님···."
"실패하건 성공하건 아저씨에게 달걀 동자는 사라지는 거군요."
연희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흑흑. 차라리 성공하면 나중에라도 몰래 빼 올 수나 있죠. 물론 치유능력은 사라지지만, 그래도 달걀 님을 볼 수라도 있어요. 근데 실패하면 끝이죠. 흑흑."
"그만 울어요. 진짜. 알겠으니까."
연희가 살짝 짜증 나는 순간 문에서 소리가 났다.
똑똑.
바깥에 있던 처자가 커피를 스타벅스 커피를 사 들고 들어왔다.
"오호호. 연희 님. 커피 한 잔 드시면서 이야기 나누세요."
진짜 맛있는 커피다.
그냥 커피 믹스가 아니라 스타벅스 커피다!!
여자들은 여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이건 귀신이건 뭐건 감당할 수 없는 능력치.
이런 게 더 신기해.
능력을 빼앗고 뺏기고 하는 저 이야기는 이상하게 흔한 느낌.
강화 실패 시 깨지는 것도 그리 신기하지 않다.
근데 이렇게 진짜 맛있는 커피를 사 오는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치익.
"아이고 흑흑 여기 금연이니···."
말하다 말고 동자 아저씨가 날 쳐다본다.
난 불을 붙인 담배를 아저씨에게 주었다.
"한 대 피우세요. 울지 말고."
그리고 한 대 더 꺼내서 불을 붙였다.
치익.
아저씨는 군소리하지 않고 담배를 들었다.
"이거 20년 만에 피워보는 담배네요."
아저씨는 길게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그는 약간 안정된 표정이었다.
건강에는 안 좋지만, 정신력엔 좋은 게 이놈의 담배니까.
"담배 피우면서 울 수가 없으니까. 울지 말고 그냥 담배나 피워요."
나도 길게 연기를 뿜었다.
커피를 홀짝 마신 연희가 우리 앞에 쌀이 담긴 종이컵 하나를 디밀었다.
아마도 향을 붙이기 위한 컵일 테지. (뭐야 피시방이야 뭐야 이거.)
"찾아줄게요.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달걀 동자 찾아줄게요."
난 담뱃재를 털면서 아저씨에게 말했다.
"고···. 고맙습니다. 고도리 선생님."
"찾아줄 테니 대신 내가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말해줘. 거짓 없이. 그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이야기라고 해도 말이야."
난 동자 아저씨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그럼요. 다 말해 드릴게요."
"진짜 약속한 겁니다."
동자 아저씨는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 이 아저씨 담배 참 맛있게 피는 편이다. )
"그럼요. 저희 무당은 약속은 안 어깁니다. 그건 계약이니까요."
"오케이. 이제부터 연희가 좀 노력해줘야 할 거 같네. 달걀 동자 어떻게 찾지?"
후.
난 마지막 담배를 길게 뿜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호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아저씨에게 던졌다.
툭.
"그거 아직 반 남았으니 잘 피우고 계세요. 울지 말고. 좀."
연희와 난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달걀 동자 점 집에서 나왔다.
"일단 배고프니 돼지국밥이나 먹으러 가죠."
"그래. 나도 그럴 참 이었어."
***
"아이고. 오랜만에 오셨네! 여기 맛있게 되지 국밥 2개 말아 드려."
"오셨어요. 제가 작은 수육 하나 쏠게요."
"그래. 홍능이가 수육 하나 쏜다니까 좋네. 홍능이 손님이니 내가 사이다 하나를 쏜다."
주인 아주머니가 홍능 씨의 손을 맞잡으면서 기분 좋아 하신다.
"고마워요., 홍능 씨.그리고 아줌마. 잘 먹을게요."
우리 돼지 국밥 집은 언제나 문전성시(門前成市))다.
홍능 씨도 그날 이후 밝아진 표정이다.
장사도 잘되고,나이 드신 사장님께는 좋은 딸이 생겼다.
( 원래 잘되는데 귀신까지 들었었으니···. 대박이다. )
마음이 힘든 홍능 씨에게는 또 다른 어머님이 생겼다.
"와. 아저씨. 기분 되게 좋네요. 이런 게 진짜 인생 참 맛인가 봐요."
연희가 두 명의 모습을 보면서 엄청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기분 좋아하지 마. 그래도 죽은 사람은 있으니까. 우린 너무 막 기뻐하고 좋아하고 하지는 말자."
"응. 그러네요. 그래도 정원에서 잘 살면서, 홍능씨를 기다리고 있으니 크게 걱정은 없어요."
"그러네. 만나야 할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되는 거지."
우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국밥이 2개, 작은 수육 하나!
그리고 시원해 보이는 사이다가 도착했다.
"잘 먹을게요. 홍능씨."
"네. 잘 먹어요. 연희 씨, 고도리 선생님."
홍능은 인사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일하러 갔다.
아무 말 없이 우리는 돼지국밥을 흡입했다.
그리고 이 집만의 매력인 "시원한 수육"을 먹었다.
"와. 따뜻한 수육보다 차가운 게 진짜 더 맛있네요."
"응. 차가우면 되지 냄새가 오히려 안 나고 쫄깃함이 강해져. 이 집 수육은 진짜 맛있는 거 같아."
사이다를 한 잔씩 마시면서 우리는 감탄했다.
"홍능씨 궁금한 게 있어요."
나는 홍능을 불렀다.
"네? 뭐가요?"
홍능은 우리에게 다가와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 가끔 쥐 새끼들이 다니잖아요. 식당이니까. 그 쥐 새끼들은 어디로 도망가나요?"
"안으로 들어오진 않아요. 사람이 많으면 절대 안 와요. 쥐 새끼들은 도망갈 때 대부분 하수구로 들어가서 아래쪽에서 다니죠. 그걸 왜 물어봐요?"
"아. 아니에요. 우린 쥐새끼들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나마 홍능씨가 많이 봤을 거니까."
홍능은 우리를 도와주려고 하듯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네. 베트남이나 한국이나 쥐새끼들은 다 비슷해요. 간악하고 도망 잘 다니는데 욕심이 많아서 덫에 잘 걸리는 놈들이죠. 그리고 대부분 물이 있는 하수구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와. 이제 진짜 한국 사람 같네요. 말하는 게."
"고마워요. 고도리 선생님."
홍능은 아주 밝게 웃었다.
한국에 온 베트남 분들은 이 말을 제일 좋아한다.
한국 사람 같다는 말.
자 그럼.
쥐 새끼들은 축축하고 지하로 다닌다는 거고.
결국, 욕심이 많아서 덫에 잘 걸린다는 거네.
내 머릿속에 부산 내에 그런 곳이 떠올랐다.
한 번 가보는 수밖에.
발로 찼아야 한다.
그 녀석 근처로만 가면 분명히 알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차가운 수육. 우리 돼지 국밥 모듬 수육. 넘 좋아해요.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알수가 없는건 진짜 많지요~
여자의 마음.
니 통장의 잔고.
뭐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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