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할머니 점 집 라이프-시즌2 개시!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부산 수정동 산 꼭대기에 위치한 욕쟁이 할머니 점 집의 아침은 언제나 평온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한 번 켜고 간단한 옷을 입고 나온다.
하품을 길게 하고 나와서 담배를 하나 문다.
그리고 놓인 빗자루를 들고, 걸레와 손 소독제 하나를 챙긴다.
문 앞을 나가서 비질을 하다 보면 무아지경에 빠진다···.
깨끗해지는 길을 보면 왠지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리고 문고리를 걸레로 살짝 닦아준다.
물론 그냥 걸레가 아니다.
바로 손 소독제를 뿌린 걸레.
그리고 다시 빗자루를 들고 비질을 한다.
본당까지 비질하면 20여 분 정도가 걸린다.
묘하게 온몸에 땀이 좀 날 정도.
그리고 내 방에 옆에 새로 마련된 샤워실로 가서 샤워한다.
제주도 간 사이에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샤워실.
깔끔하게 샤워를 하고 내 방으로 들어온다.
어느새 손님 방에서 내 방으로 변해버린 이곳.
이리저리 조금씩 필요한 걸 사다 보니 노트북도 하나 생겨서 영화도 보고, 연희가 넷플릭스 가입한 아이디로 드라마도 본다.
이전에 아무리 일해도 돈을 못 벌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이렇게 일하면 하루에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를 할머니가 주신다.
물론 고스톱을 치워서 절반 정도 토해내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묻고 이중으로 먹기도 한다···.
요즘 들어 할머니가 밑장 빼기를 안 하시는 것 같다.
이런 하루하루의 상쾌함.
보통의 경우 150만 원 정도의 돈만 있어도 내 방이 있고 밥도 공짜로 먹으면 그리 부족하지 않다.
그 시절은 몇백만 원을 벌면서도 왜 그리 아등바등했는지 모르겠다.
기분이 매우 좋다.
누워서 드라마를 좀 보다가 또 살짝 잠이 든다.
창가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은 이제 봄이 옴을 느낀다.
스르륵 잠이 들기도 한다.
사실 이 정도면 내가 여기서 할 일은 끝이다.
이거야말로 "점 집 뒷방 삶".
너무나 평온해서 불안한 바로 그 접 집에서 일하는 남자의 인생이라는 거다.
*****
"산 위에 올라 갔다. 올래요?"
똑똑.
떨어지는 투하 커피를 만드는 나에게 연희가 물었다.
"잠깐만 이거 한 잔만 더 만들고···."
난 투하 커피에 물을 우아하게 붓는다.
동그란 원 모양을 그리면서 예쁜 주전자로 갈아 넣은 원두를 적신다.
원두를 통과한 물은 아래로 조금씩 떨어지면서 원두커피를 만들어 낸다.
똑똑.
두 방울 정도 떨어지는 드립 커피.
이제 석 잔을 만들 정도의 양이 된것 같다.
그리고 석 잔의 커피잔에 붓고, 차가운 물을 부어준다.
비율은 1대1 비율.
"자. 여기 대령했습니다. 고도리표 냉커피."
할머니와 연희 앞에 두 잔을 두고 나도 한 잔을 든 채로 같이 둥근 원형 탁자에 앉았다.
"저 노무 스키. 요즘 왜 이리 커피를 잘 타는 거야?"
"상하이에서 마시던 그 커피 맛이죠?"
"응. 아주 좋아. 이 나쁜 놈아."
할머니와 나는 이제 욕으로 대화하고 노는 사이다.
( 아니 김구 선생과 나는 )
요즘 들어 할머니는 대부분 시간이 빙의의 시간이시다.
김구 선생님과 할머니는 이제 헤어질 때가 다가오는 느낌이다.
할머니는 오히려 귀신과 떨어지고 나면 힘들어하신다..
일부러 김구 선생이 할머니와 붙어있는 것 같다.
그나마 오래오래 사시라고.
"고도리 선생님의 드립 커피는 샌프란시스코의 향기가 나네요."
"그만해. 그딴 소리."
연희와 나는 서로 바라보며 킥킥 웃는다.
"와. 이 아저씨 성격 좋아졌네."
"응. 요즘 나 행복하거든."
나는 커피를 길게 한 번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본다..
그냥 즐기기로 했다.
지금의 이 삶을 최대한 즐기자.
언젠가 큰 손님이 와서 날 어떻게 하기 전까지는 계약의 유지가 일어나고 있다.
계약서를 보진 못했지만, 이번 계약은 진짜 밑져야 본전 계약서일 것 같다.
"아따. 스벌넘 커피 맛이 나네. 여기 커피 서비스값이여."
할머니는 3만 원을 나에게 던지신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가베 맛 좋죠?"
"이런 븅신. 가베는 조선시대에서나 하는 말이제."
할머니는 연신 웃으신다.
웬일인지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
나무 사이로 빛들이 새어 나온다.
연희와 산책을 하는 수정산 뒷길.
내가 죽으러 갔던 그 길이기도 하고
어릴 때 친구들과 가재를 잡으러 가던 그 길이기도 하다.
콜라 캔 하나 들고 걸어 시간을 내서 올라가는 중.
"여기서 아저씨를 처음 발견했네요."
절벽의 위쪽에 우리는 수 있다.
"여기서 콜라 한 캔 마시고, 점프해서 죽으려고 했지."
"그런데 공중에서 뜬 상태로 큰 손님을 맞이 하신 거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
"근데 큰 손님이 왜 아저씨를 구했을까?"
"자신과 너의 행사 속에서 내 시체가 떨어져 악귀가 될까 봐 그런 게 아닐까?"
난 콜라를 마시며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네?"
"몇 개의 일을 겪으면서 느낀 건데···. 어쩌면 내가 죽으면 악귀가 되었을 거 같아. 그 당신 내 기분은 그랬거든. 원통하고 분하고 세상에 대해 너무나 화가 났어."
"그···. 그런 이유?"
"이번에 일본에서,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고민해봤지. 그리고 살인귀 사건까지 말이야."
콜라 캔의 절반 정도를 한 번에 마셔서인지 속이 시원해졌다.
"그렇군요."
연희는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만약 말이야. 내가 악귀로 태어나면 어떤 힘을 가지게 될 거 아냐. 힘이라기보다 능력이라고 하는 게 맞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아저씨는 뭐 위인 같은 건 아니니까."
"그것은 맞는 말이지. 근데 겨우 배고파서 달걀 먹다가 맞아 죽은 꼬마 귀신이 그 정도의 치유력을 가지게 되었잖아."
"네. 그것도 그러네요."
연희도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뭐 그런저런 이유가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 가설이야.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난 다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와. 되게 높구나. 떨어졌으면 즉사였겠네. 진짜."
"맞아요. 거의 즉사하시는 거죠."
난 말하면서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다시 나타난다면 나랑 부딪힐 텐데···. 서로 큰일이네요. 그죠"
조용히 중얼거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큰 손님은 어떤 귀신일까요?"
연희가 내려가면서 물어본다···.
"글쎄.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거 같은데?"
"모르겠어요. 너무 강한 귀신이라는 건 알겠는데 막상 전 부딪혀 본 적이 없어서."
"그러네. 오히려 그를 본 건 내 쪽이구나."
내려가는 발걸음은 올라올 때 보다 더디다.
산은 내려갈 때 더 위험하니까.
"거대한 신? 신 같은 느낌이야. 그냥 귀신 이런 게 아니라. 만약 내가 본 것들이 진짜 일반적인 귀신이라면 그는 그 개념하고는 달라."
"그건 알겠어요. 저 바다 쪽에서 걸어온다는 기운을 받을 때 태풍이 걸어오는 느낌이랄까? 그랬거든요."
"태풍이라. 되게 좋은 표현인 것 같다. 마치 그는 태풍 같았어. 그리고 살인귀가 그러더라. 그분은 신이라고···."
조심스레 내려오면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인간적인 조심스러움이라니.
살인귀하고도 맞짱 떠서 불로 태워버린 나인데.
겨우 산길 하나 내려오는 데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
아무리 똑똑하고 강한 인간이라고 해도 넘어지면 다치잖아.
신은 그렇지 않겠지.
"태풍 같은 존재라···. 큰 손님은 그런 존재군요."
연희가 겨우 점집 근처에 도착하자 마지막 언덕을 폴짝 뛰어내렸다.
"응. 주변의 작은 귀신들을 빨아들여 버린다면서? 진짜 태풍 같은 존재네."
난 마지막까지 조심하며 내려섰다.
어마어마한 존재감.
무시무시한 능력.
거기다가 세상의 어떤 일이건 적절하게 원하는 조건으로 만들어낸다.
그 정도 힘을 가진 거대한 태풍 같은 존재.
그 큰 손님을 통해 우린 인간 세상을 다시 보고 있다.
아니 우리가 아니라.
지금의 나는 그 큰 손님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보고 있다.
작고 보잘것없던 나.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라 또 다른 내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
빰빠밤. 빰빠밤~빰빠밤.
연희의 휴대전화에서 스타워즈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네? 뭐라고요? 달걀 동자가 사라졌다고요!!"
연희의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치익.
후~
담배 연기가 바람을 타고 산 쪽을 올라간다.
한참을 듣고 있던 연희가 또 놀라고 말한다.
"쥐새끼가 물고 갔다니 무슨 말이세요? 어휴. 아저씨 울지 말고 말하세요. 남자가 왜 자꾸 울어요. 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네···."
후.
달걀 동자를 찾으러 가야겠네.
쥐새끼가 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난 혼자 생각하며 연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그러게말입니다.
그냥 저런 삶을 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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