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달걀동자 아저씨 #12. 종결(끝)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12. 도주
--- 지난 이야기 간단 요약 ---
부산에서 사고치고 할머니 죽어서 서울로 올라온 고지안. 서울 룸살롱 자전거에서 일하던 중. 귀신 박충덕으로부터 일본야쿠쟈의 습격 이야기를 듣게된다.
경찰서장과 가득염 사장간의 다툼을 이용하여 고지안은 둘다 잔인하게 죽이며 복수하고, 마지막 퍼즐을 위해 지만호 검사를 추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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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빼앗은 아버지 재산과 외할아버지의 재산은 다 어디로 사라졌지?”
“온 누리 당의 국회의원 서황원의 선거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어···. 크으윽.”
모멸감과 고통.
저 어린놈 앞에서 술술 불고 있는 그.
두 개의 감정이 터져 나오지만.
일단 육체의 고통은 모든 걸 가능케 한다.
너무 꽉 깨물어서인지.
잇몸에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지만호는 피 맛이 느껴졌다.
‘시발. 저 새끼 돌아이다. 살려면 다 말하자.’
“알겠다. 서황원이란 말이군.”
“그···. 그렇다. 이 그림은 그 녀석이 그린 그림이다.”
강남의 부동산 일인자.
아버지의 모든 부동산을 빼앗아 자신의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거였다.
아니 우리 집안의 모든 부동산과 돈을 그들이 나눠 먹었겠지만, 가장 크게 먹은 건 서황원이란 말이지.
얼굴이 기억난다.
아버지에게 찾아와서 정치자금을 받아가기도 했고, 주말에 집에 와서 같이 장기를 둔 적도 있다.
“지안이. 장기 잘 두는구나.”
“네. 감사합니다.”
지안이 외통수를 칠 때면.
얼굴이 붉어져서는 고개를 숙이고.
몰래 협박하기도 했던 그 남자.
강남의 부동산 황제 서황원.
“근데 어른한테 이러면 쓰나. 까불면 뒤지는 거야. 지안이.”
“조···. 조심하겠습니다.”
“어이. 고사장. 골프나 치러가자. 장기는 시시해서 못하겠네.”
‘그 나쁜 머리로 이런 일을 꾸미다니.’
삼단봉을 들고 일어서는 고지안.
“살···. 살려줘. 지안아. 나 아무 말도 안 할게.”
“뭘 믿고 살려줄까?”
지안은 이야기하면서.
휴지를 손에 들고.
지문이 묻은 곳들을 닦았다.
뜨거운 물로 부어서 닦으면서.
그의 책상 서랍도 조심히 열었다.
쌓여있는 현금을 챙기고.
백 팩에 모두 쏟아부었다.
“그래. 그거라도···. 가지고 떠나···. 어디든 도망가서 살아. 찾지 않을 테니···.”
“우리 아버지나 외할아버지처럼 또 어떻게든 잡아 죽일 거잖아? 법으로든 힘으로든.”
고지안은 전기 포트를 들고.
그에게 다가가서.
모든 물을 그의 머리로 부어내렸다.
주르르르륵.
머리 위로 뜨거운 물이 흘러내리면서.
그의 얼굴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시발···. 으아!!”
욕과 고통의 고함을 함께 지르던 그는.
잠시 후 숨을 거두었다.
똑똑.
뜨거운 물이 몇 방울 더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하아.”
긴 한숨을 쉬고 지안은 눈을 감았다.
‘국회의원 서황원! 기다려라. 언젠가 찾아갈테니.’
다른 놈들처럼.
어디론가 사라지지 못할 것이다.
그는 여전히 정치권에 남아있을 것이고.
어쩌면 쾌재의 손뼉을 칠지도 모른다.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아는 모든 자가 이렇게 죽어버렸으니.
더 안전한 상황이 된 것이다.
‘편하게 기다려라. 곧 찾아갈 테니···.’
지안은 마스크를 하고.
삼단봉으로 뒤로 축 늘어진.
지만호 검사의 목젖을 몇 번 때렸다.
앞 목이 박살 나서.
숨 쉴 수도 없는 상태.
이미 죽은 그의 입에선.
선홍의 피가 뿜어져 흘렀다.
“그러니까. 사람은 자기 일에 충실해야 하는 거야. 지만호.”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내려온 고지안.
택시를 잡아타고선.
다시 선릉으로 향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선릉역 사거리로 갑니다.”
“네. 멋쟁이 손님.”
택시가 가는 동안 기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까보니 거기 경찰차가 잔뜩 와있던데, 사고라도 난 모양이에요.”
“뭐. 일하는 아가씨하고 실랑이라도 일어났나 보죠.”
“어휴. 젊은 사람이 그런 것도 잘 아네.”
선릉 사거리에서 내린 지안.
자전거에 모인 경찰차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걸어간다.
‘그래. 잘 마무리되어가는군.’
윤 실장이 수갑을 찬 채.
경찰차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자전거를 지나.
자신이 다니는 검도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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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아. 괜찮냐?”
백팩을 맨 채 도장에 도착했다.
지안을 보자마자.
남은 관원을 모두 돌려보내는 김갑환 관장.
“모두 돌아가. 문 잠그고. 나가는 셔터 내려라.”
“넵. 관장님.”
밤늦게까지 연습 중이던 관원들.
모두 다 챙기면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지안아. 여기 앉아라. 마셔라.”
관장은 코코아를 따뜻하게 타서.
그의 앞에 놓았다.
“일전에 말씀하셨던 것 지금 가능합니까?”
“중국의 비밀 경기 말이라면 가능하지.”
“거기 참가하겠습니다.”
“일단 일본으로 가야 한다. 그 대회는 중국에서 하지만 주최는 일본이라서 등록을 해야 해.”
코코아를 마시던 지안.
그는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나서 관장을 쳐다보며 이야기한다.
“진심입니다. 관장님.”
“진심인 거 안다. 드디어 사고 쳤나 보군.”
피식-
웃음 짓던 그는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이거, 네 여권이다.”
“네?”
“어찌해서 내가 만들어둔 것이지.”
“관장님.”
“그만큼 앞으로 네가 할 일은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일 거다. 결심했냐?”
지안은 코코아를 다시 마셨다.
“딱 10년만. 그 세계에 있겠습니다.”
지안의 말에 관장은 코웃음 쳤다.
그러고는 지안의 머리를 콩하고 주먹으로 때린다.
“야. 여기서 가장 오래 버틴 녀석이 4년이야. 네가 하고 싶어도 버티기 어려워.”
“그럼 5년만.”
지안은 맞은 머리를 만지며.
관장을 노려보고 이야기한다.
“새끼. 넌 그런 놈인 건 알지만···. 진짜 괜찮겠냐.”
지안은 피식 웃으며, 남은 코코아를 한 번 마셔버렸다.
뜨거운 코코아가 배로 넘어온다.
“지금 갑시다. 제 마음 변하기 전에.”
“하하하. 이 새끼 진짜···.”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넘어가는 길에서 관장에게 가방을 넘겼다.
“여기 한 6천만 원 현금으로 있습니다.”
“이걸 왜 나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돈 관리는 관장님이 해주시고, 5년 뒤에 돌려주셔야 합니다.”
“...왜 날 믿는 거지?”
관장의 말에 지안은 피식하고 웃었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대답 없는 지안.
한참 지나 강변북로의 끝에 다다를 무렵이었다.
“전 관장님을 믿는 게 아니라. 힘과 돈을 믿어요.”
“뭐?”
“관장님이 그 돈 때문에 모든 걸 잃지 않을 분이라는 건 아니까. 그 정도로 영리하신 분이시잖아요.”
“하하하. 맞다. 난 너에게 원수가 되긴 싫어.”
“그러니까. 알아서 관리하시고, 돈은 5년 뒤에 주십시오. 5년간은 살만큼만 해결해주세요.”
지안은 길게 손을 뻗으면서 관장에게 웃음 짓는다.
“아. 맞다.”
“왜?”
“강남 제일 검도 이름으로 고진태라는 녀석 장학금 주시면 좋겠는데···.”
“뭐?”
“대학 들어갈 친구가 있습니다. 부산 서중학교 다닌 친구 중 제 동갑인 고진태라는 녀석을 찾아서 장학금을 졸업할 때까지 부탁드립니다.”
“이새끼···. 알았어.”
“감사합니다. 관장님.”
택시는 공항에 도착했고 급하게 관장이 사둔 티켓으로 일본으로 출발하는 지안.
“거기가면 내가 보낸 사람을 따라 움직이거라.”
“알겠습니다.”
둘은 한번 끌어안았다.
“지안아. 고생했다.”
“이제부터 고생이겠죠?”
관장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옥일 거야. 이제부터···.”
“지옥에 가야 할 일을 미리 해버려서···. 지옥 5년 갔다 오면 이번 생엔 지옥에 안 가겠죠.”
지안은 돈이 든 가방을 관장에게 넘겨주고.
공항에서 산 가방에 자기가 필요한 걸 나눠 담았다.
“그럼. 일본에서 봬요.”
“알겠다. 너 자리 잡고 나서 넘어갈 테니 열흘 후에 보자. 지안아.”
“네. 관장님. 아까 부탁드린건 꼭 해주세요.”
“고진태란 녀석 말이지? 알았다. 그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지.”
출국장으로 나가는 지안의 뒤로.
김갑환 관장은 손을 흔들어 보낸다.
김포공항의 흡연실.
관장은 전화기를 들었다.
치익-
후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은 김 관장.
“나. 김갑환이다. 인사는 그만하고 사람 좀 찾아.”
후우-
“아니. 죽일 놈이 아니라 장학금 줄 놈이야. 거기 부산에 있는 놈인데···. 이름은 고진태. 부산 서중학교 출신이고······.”
후우-
담배를 한 대 피우는 동안.
부산에 있는 ‘데스 매치’의 부산 담당자와 통화가 끝났다.
그 고진태인지 뭔지가 숲속에 숨어 산다고 해도.
그들은 이틀 안에 찾아낼 것이다.
찰칵-
다시 담배를 한 대 더 물고 어디론가 전화하는 관장.
그는 일본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지안이란 놈 사진 기억나지?”
“네.”
“그 녀석이 지금 출발했다. 아마 2시간 뒤에 도착할 게다.”
“사진 그대로입니까?”
“응. 얼마 전에 찍은 거니 그대로겠지.”
“알겠습니다. 제가 잘 보살피고 있겠습니다. 근데 그 녀석 쓸만합니까? 진짜?”
김갑환 관장은 연기를 길게 뿜으며 웃었다.
“네 녀석이 데스 매치 전적이 어떻게 되지?”
“아. 전 5전 2승 3패였습니다.”
“음. 1년 겨우 버텼나?”
“아뇨. 2년 버텼죠.”
“그게 랭킹 64위?”
“네. 맞습니다.”
후우-
연기를 입에 품은 채 관장이 조용히 말한다.
“랭킹 1위 한번 노려볼래? 이번에 그 녀석으로.”
“네? 지금 약 빠세요?”
“아니. 담배 피우는데?”
잠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말이 없는 두 사람.
“알겠습니다. 제대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그 새끼 조심해 지금 발정 난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상태니까 잘 할퀼 거야.”
“네. 지부장님.”
‘데스 매치’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의 자본이 모여 만들어진 숨겨진 격투대회.
총과 폭탄을 제외한 모든 무기 소지가 가능하다.
3분 9라운드.
KO나 사망의 경우 +2.
9라운드를 버티면 무조건 무승부 +1
패배하면 –3
데뷔 시 얻는 포인트는 6.
포인트가 0이 되면 자동 은퇴 된다.
즉. 2연패 하면 끝이라는 거다.
1회 참가 비용 5천 달러.
승리 시 전체 매치 금액의 15%.
패배 시 전체 매치 금액의 1%
상상을 초월하는 매치 금액이 걸리기도 한다.
직접 관람은 각 매치 별로 100인으로 제한되어있으며, 1,000달러부터 10만 달러까지 매치의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데스 매치.
현재까지 무승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이 데스 매치가 자랑하는 자랑거리다.
그런 매치 중 한 축을 차지하는 한국.
한국은 선수의 주요 수출국으로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올림픽 출전 이후 메달을 따지 못한 각종 격투기 선수들은 한국 땅에서 살기 어렵다는 걸 이용하여 선수로 많이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결국 죽거나 팔 하나가 잘린 채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끔은 그냥 그 상태로 일본의 야쿠자 속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한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일반인은 절대 알 수 없는 그 데스 매치의 한국 지사장이 바로 김갑환 관장이었다.
‘혹시 이 녀석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닐까?’
다시 택시를 타고 도장으로 돌아가던 관장.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겠지?’
고개를 흔들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며 창밖을 바라보는 김갑환 관장.
그의 입에선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거 처음으로 순위 10위 권에 우리 선수가 들어갈 기회가 되는 건가?”
*****
일본공항에 내린 고지안.
공항의 복도에 서서.
그는 천장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숨 쉬듯 가만히 서있다.
천장에 꽂힌 시선.
“하아. 뭐지? 넌.”
동글 동굴 하얀 무엇인가.
계란처럼 생긴 그 녀석.
눈만 두 개 달려있지만.
마치 선으로 그어넣은 듯한.
그 달걀모양의 하얀 것이 지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뭐야.”
‘내가 보여?’
“응. 잘 보이는데?”
‘너 한국 사람이야?’
“그래. 나 한국 사람이다.”
‘기다렸다. 날 바라볼 사람을...’
“그래. 수고했다. 그동안...”
일본의 공항 복도.
그렇게 달걀동자와 처음 만났다.
둘은 서로 바라보며.
그 공항 복도에 가만히 서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이 갈까?”
‘응. 날 여기서 데려가줘.’
씨익-
고지안은 그냥 웃었다.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인생은 원하는대로 흘러가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대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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