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달걀동자 아저씨 #02. 전학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02. 전학
--- 지난 이야기 세줄 요약 ---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에게 올림픽 우표를 빼앗으려던 영도 중학교의 양아치들.
그 중 빽꾸가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에게 작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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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에서 유명한 무당집.
[외눈 할머니 집]
전국에서 제일 저렴한 부적.
그리고 각종 굿으로 유명했다.
“지안아. 오늘 학교에서 사고 쳤니?”
“아버지가 주신 우표를 달라고 해서···.”
일을 마친 할머니가 무당 일을 마치고.
안채로 들어왔다.
지안이는 TV에서 하는 전격 Z작전을 보다가 할머니를 맞이했다.
“그거 재밌나?”
“네. 재밌어요. 저도 나중에 저렇게 나만의 친구를 가지고 싶어요.”
“저 차가 말을 하나?”
“네. 저 차에 인공지능이 있거든요.”
할머니는 지안이 옆에서 잠시 TV를 봤다.
자동차가 말을 하고 자동으로 차가 움직였다.
“움마야. 저 차에 귀신이 들렸나 보네. 우야노.”
“귀신 들린 거 아닌데···.”
“비슷한 거 아이가?”
생각해보니.
비슷한 거 맞다.
“맞네요. 비슷하네요.”
할머니는 지안이 손을 잡았다.
“지안아. 우리 이사할래?”
“왜요?”
“오늘 니가 작살낸 아가 그 중핵교 이사장 아들이다.”
“...”
지안이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자라서인지 세상을 빨리 깨달았다.
이사장의 아들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안다.
“그래요. 이사하고 전학 갑시다. 어차피 전 고등학교 제대로 나와서 대학가고 싶어요.”
“그랴. 우리 지안이는 대학생이 돼야지.”
“할머니. 전 저렇게 말하는 차를 만드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지안이는 TV에 나오는 키트라는 검은색 차를 본다.
말도 하고, 자동으로 운전도 하는 차.
그런 차를 만드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당시 세상의 모든 중학생의 꿈 중 하나였다.
세상을 바꾸는 ‘과학자’.
“그라자. 마 전학 가자.”
“알겠어요, .할머니.”
할머니는 다음 날 아침.
부산의 부산역 위에 있는 수정동으로 이사를 가기 위하여 아침 일찍 집을 보러 나갔다.
“내는 무당뿌이 할 줄 아는 게 읍다. 그래서 무당들이 많은 수정동으로 가야겠다.”
“그러시죠.”
“거기 중학교가 2개 있는데, 내가 점을 치보니까 니는 서중학교라는데를 가야 된단다.”
“그래요. 알겠어요.”
지안이는 공부를 잘했다.
서울에서도 반에서 항상 3등 안에는 들었다.
그래서 처음 이 학교에 전학 왔을 때 선생님이 아주 완벽히 잘해주었다.
그 덕분에 양아치들이 꼬이긴 했지만.
할머니와 같이 수정동이라는 곳으로 가서, 할머니가 찍어둔 수정산 기슭의 집을 보러 갔다.
“아따. 우예 알았능교? 이 집 내놓았다 아입니까.”
집주인은 바로 계약했다.
할머니는 지금까지 모아둔 돈으로 그 집을 샀다.
무당집을 하려면 살 수밖에 없다.
누가 자기 집에 무당이 사는 걸 전세나 월세로 하겠는가.
“여가 우리 집이다. 지안아.”
지안이와 할머니는 내려와서 돼지국밥을 한 그릇 먹었다.
“할머니. 이 돼지국밥 맛있어요.”
“하모. 여기 돼지국밥이 진자지.”
[ 우리 돼지국밥 ]
6개 정도의 작은 탁자가 놓여있지만, 그 맛은 일품이었다.
“아따. 할매요. 우리 집 진짜 맛있으니 자주 오이소. 그 중학생도 자주 온나. 니 잘생깄네.”
주인아주머니는 파마머리를 하고 바쁘게 장사하면서도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네, 아주머니. 자주 올게요.”
“아이고. 니 서울 사람이가? 말투가 어찌 이리 예쁘노. 아나. 이거 한 접시 무라.”
주인아주머니는 접시에 고기를 몇 점 놓아주신다.
“우리가 파는 수육이라는 긴데, 다른 데하고 다르게 여는 차갑게 먹는 게 제맛이다.”
“아이고. 고맙소. 우리 아가 괴기를 억수로 좋아하거든.”
할머니는 웃으면서 인사했다.
“이는 잘 될끼라. 내가 우리 신을 걸고 말해준다.”
할머니는 무당이라는 티를 팍팍 내면서 칭찬했다.
아주머니는 무당이 잘된다고 해서인지 입이 찢어질 듯 좋아했다.
할머니와 지안이는 밥을 든든히 먹고 학교로 향했다.
“지안아. 무조건 미안하다케라. 알았제?”
“네. 할머니.”
할머니는 가게에 가서 석빙고 2개를 사 왔다.
부산에서 파는 석빙고는 팥이 가득해서 달콤하니 맛있었다.
“맛있나? 석빙고?”
“네. 맛있어요.”
“그래. 우리 지안이는 저기 보이는, 서중학교 가서는 잘해래이.”
“네.”
우리 돼지국밥집에서 서중학교가 보인다.
크진 않았지만.
산 중턱에 반듯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저기가 부산고등학교다. 니 서중학교 나와서 저기 부산고등학교를 가면 좋은 대학교를 갈 수 있을 거다.”
지안이는 학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을 바라본다.
영도의 양아치들이 아닌.
제대로 된 아이들과 공부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너거 아부지가 그 날 죽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리 깡패짓 하지 말라고 캤는데도···.”
할머니는 석빙고를 먹으면서도 눈물을 흘리신다.
달콤하고 맛있는 아이스바를 먹으면서 울고 있는 모습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지안.
비가 오는 날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주기라 아버지와 제사를 지낸 날이었다.
아버지는 밤에 지안이를 재웠다.
“지안아. 아버지 인사 좀 하러 갔다 올게.”
“밤중에 어디를 가요?”
“너희 엄마 저리 된 거 확인해봐야 할게 있다.”
아버지는 그날 나가서.
다음 날 들어오시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나가신 다음 날 저녁.
강남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지안 학생인가?”
“네. 맞아요.”
5학년이었던 나는 마침 방학이라서 집에서 탐구생활을 풀고 있었다.
“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네?”
“너희 할머니가 부산에 있다는 것 같은데···. 전화가 안 되네.”
“할머니 지금 신력 놓이러 산에 가셨을 건데요.”
“아. 참 골 때리네.”
그날 경찰서에서 온 전화.
‘골 때리네.’라는 경찰의 말이 지안이의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
그날 이후 지안이는 경찰이라는 존재가 싫었다.
집 안에 들어와서 다 뒤지고.
아버지의 물건들을 가져갔다.
강남에 무슨 조직 폭력배들과 싸웠다고 했다.
외 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유치원을 다닐 때 돌아가셨다.
교통사고라고 했지만.
난 알고 있다.
외할아버지가 일제 시절부터 깡패였다고 했다.
그 외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부하가 우리 아빠였다.
그렇게 세상에서 죽음을 보았다.
지안이는 그러면서 어릴 때 어른이 되었다.
사람을 죽이면서 살던 아빠와 외할아버지.
그 남자들의 곁에서 죽임을 당한 엄마와 외할머니.
그 피 냄새가 지긋지긋했다.
어릴 때부터 검도, 태권도, 합기도, 복싱까지 7살 유치원에 들으면서부터 지안이는 몸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배웠다.
검도는 천재 소리를 들었다.
“아이고. 핏줄을 무시 못 하는구나.”
외할머니가 날 끌어안고 우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지안이는 누군가를 때리는 걸 즐겼다.
짜릿하다.
눈앞에 굴복당하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죽음 이후.
부산에 내려와 할머니와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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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이 돌아가서 1년간 깁스를 하고 지내야 하고, 어쩌면 달리기를 못 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씩씩거리는 빽꾸의 아버지.
교장 선생님은 난처해하고 있다.
“아를 우째 저리 박살을 내노. 니 깡패새끼가?”
이사장이라고 하는 빽꾸의 아버지는 교장실 소파에 앉아서 지안이를 야단친다.
“죄송합니다.”
“됐다마. 뭐가 죄송하노!”
“무서웠습니다. 빽꾸가 절 죽이려고 했어요.”
고개를 숙이고 지안이가 말했다.
약간 울먹거리는 목소리다.
“뭐라꼬? 니 지금 뭐라 캤노?”
“절 소각장에 끌고 가서 마구 때리고, 불태워버리려고 했습니다.”
같이 들어와서 무릎을 꿇고 있는 옥수수와 개눈까리가 놀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임마들아. 맞나? 너거가 그랄라고 했나?”
그 둘은 대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사장님이 무서웠나 보다.
지안이가 그 둘에 가서 조용히 속삭였다.
“솔직히 말 안 하면, 너희들도 빽꾸처럼 해줄게. 나 서울에서 싸우다가 눈깔 2개 제도기로 쑤셨거든.”
지안이는 두 명만 들릴 정도로 이야기했다.
‘제도기르 눈까리를 찔렀다고?’
교장 선생님이 난감한 표정으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이사장님. 친구들끼리 지내다 보면, 마 그랄수도 있으니까. 전학 보내는 거로 끝냅시다.”
할머니가 이사장님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빽꾸가 그런 게 맞습니다. 저희한테 불 지르라고 한 거 맞습니다.”
“저도 빽꾸한테 맞았어예. 지안이가 먼저 맞은 게 맞습니다.”
갑자기 옥수수와 개눈까리가 지안이 편을 들었다.
그들은 지안이가 너무 무서웠다.
‘차라리 전학 가는 게 낫겠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사장님. 빽꾸가 하려고 한 것도 죄가 큽니다. 그냥 이번에 서로 모른 척하고 전학 보내시죠.”
교장 선생님은 그제야 안경을 만지며 이사장에게 이야기했다.
“에이. 교장 선생님 맘대로 하세요!”
이사장은 빽꾸의 성격상 분명 그러리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직접 이야기가 나오니 그냥 문을 쾅 하고 닫고 나가버렸다.
“너희들도 둘 다 나가서 학생 주임실로 가거라.”
옥수수와 개눈까리도 인사를 꾸벅하고 쌩하고 나갔다.
‘X발. 학주한테 죽었다.’
둘은 복도로 가면서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지안 학생. 공부는 잘하니 서중학교 가서도 조용히 공부하면 좋겠네. 자넨 할머니와 살고 있으니 할머니에게 효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교장 선생님은 지안이의 성적을 알고 있다.
언젠가 떠날 친구라고 생각했다.
“자네 아버지처럼 깡패가 되어선 안 되니 얼른 여기서 떠나게.”
영도 중학교에 있으면 어떤 사건·사고가 터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의 아버지는 전국에서 유명한 전국구 깡패였고, 교장 선생님은 사실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고지안과 할머니는 영도 중학교를 나왔다.
새마음 새 뜻으로 전학 가는 것으로 이번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좁은 부산 바닥.
영도 중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중학생들 사이에선 전설처럼 퍼져나갔다.
지안이와 할머니가 이사하는 날까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져서 근처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었다.
‘괴물의 각성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일단.
오늘도 하나 올립니다.
심심할때마다 하나씩 올라올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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