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전설 #01 -루이씨의 머리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아시아의 건물 중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 난 대만의 101빌딩.
아시아 최고로 높은 건물이었지만 이제는 3번째 정도로 등수는 떨어졌다.
하지만 대만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빌딩이다.
하나의 층들이 모여서 대나무 스타일로 위로 올린 건물.
그냥 기술적인 훌륭함이 아니라 꼼꼼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대만의 타이베이시.
밤이 아름다운 도시.
대만은 중국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싫어하지만, 그래도 중국어가 기본 언어.
아직도 택시를 타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일본방송도 듣는다.
그리고 유창한 일본어로 이야기하다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80~90년대는 아시아의 용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보다 크지 못했다.
그리고 중국의 위협을 받는 곳이다.
그들은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하지만 일본의 장교들이 지내는 휴양지 같은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만인들은 일본의 폭정을 겪지 않았다.
겪지 않았다기보다.
덜 겪었다는 게 맞는 말일지 모르지만.
더군다나 여기 지하철과 관공서는 모두 일본인이 만들었다.
그래서 대만인들은 중국과 한국과 달리 일본을 좋아한다.
흔히들 중국말을 하는 일본인이라는 것도 여기서 나온 이야기다.
대만은 중국의 냄새.
일본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묘한 구역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도시 괴담들도 많다.
일본의 도시 괴담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국의 귀신을 믿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의 본토는 귀신 이야기를 철저히 법적으로 막고 있다.
하지만 중국만큼 오래된 귀신을 믿는 사람들이 법으로 막는다고 막히겠는가.
대만에서는 최근 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3달 사이에 일어나기 시작한 일들.
경찰들과 언론이 통제하고 있는 사건.
밤마다 경찰들의 움직임이 평소보다 많아지고 있다.
***
그런 대만의 타이베이시.
그리고 101빌딩의 어두운 밤.
10시가 넘어서면서 도시의 불이 꺼졌다.
한국을 제외한 동북아시아는 밤 10시가 거의 모든 가게의 문을 닫는 시간.
작은 라면집을 운영하는 루이.
루이 씨는 오늘도 라면을 많이 팔아서 기분이 좋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문을 닫는다.
덜컹.
마지막 셔터를 내리고 문을 잠근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은 루이.
그는 뒤로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다.
15년을 하던 장사.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항상 다니던 길이다.
오늘따라 마지막 손님이 조금 늦게 나갔다.
덕분에 문 닫는 시간이 늦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시간에 나간 게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왠지 너무 두렵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루이 씨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까 마지막 손님의 스산함 때문이다.
9시 40분 정도에 들어온 손님은 후드를 눌러쓰고 있었다.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검고 깊숙한 느낌.
그는 라면을 몇 번 먹고 국물을 먹더니 현금을 두고 잠시 돌아보는 사이에 사라졌다.
엄청난 맛집은 아니다.
그래도 먹은 손님들은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나가곤 했는데.
이렇게 그냥 나가버린 사람은 처음이었다.
루이는 묘하게 이상했다.
뭔가 설명하기 힘든 괴리감.
앞뒤가 맞지 않는 그 사람의 느낌.
문을 닫은 루이가 일어서자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는 위로 쳐다보았다.
검은 물체가 그의 어깨 위를 타고 있다.
일어설 수가 없었다,
엄청난 무게감.
그리고 그 검은 물체가 루이의 머리를 먹어버렸다.
단번에 그는 땅에 쓰러졌다.
그의 머리가 사라졌다.
목에서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거리.
그의 시체는 새벽에 조깅하던 20대 여자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리고 5번째 머리가 없어진 시체.
지금까지 크게 이야기되진 않았다.
대만도 중국인들이 사는 지역이라 민감한 문제에 대한 기사화가 잘 안 된다.
하지만 이 20대 여자는 매달 200만 원을 버는 유튜버였다.
그날 밤.
그 머리 없는 시체 유튜브 영상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유튜브는 링크와 링크를 타고 각종 SNS를 달구기 시작했다.
머리가 한 번에 잘려나간 목은 깨끗하다.
대만의 경찰들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뭔가로 목을 자르면 그 절단면이 더러워야 하는데.
한 번에 잘려나간 목 잘린 시체들은 대만 경찰로서도 이제는 공식적인 발표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유튜브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
대만 경찰의 공식 발표가 있기 하루 전.
욕쟁이 할머니 점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고도리 선생이 열심히 닦아둔 문고리를 두드리며 급히 뛰어 들어온 2명의 손님.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던 고도리 선생이 가볍게 목인사를 했지만 쳐다보지도 않고 본당으로 뛰어 들어간다.
"뭐야. 사람이 인사하는데 무시하고 말이야."
고도리 선생은 길게 연기를 뿜으며 뛰어 들어간 두 명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
청바지에 간단한 복장의 여자.
나이 차이가 나는 거로 봐서는 아빠와 딸인 것 같았다.
"아우. 급한 손님인 걸 봐서는 잠시 시간이 남겠구나."
고도리 선생은 마당을 좀 더 쓸고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방에 앉아서 인터넷을 켠다.
[ 대만에 연쇄 살인마가 나왔나? ]
[ 대만 목 잘린 시체 유투브 사건 ]
"어이구. 유튜브로 돈 좀 벌려고 별짓을 다 하는 군."
나는 몇 개의 기사들을 보면서 한숨 쉬었다.
뉴스의 댓글에 많은 사람이 글을 올린다.
[ 대만 애들 심심한가 보네. ]
[ 진짜 봤는데 장난 아니에요.]
[ 머리만 먹는 귀신이 있다고 하던데.]
[ 짱깨 꺼져. 대만 짱깨들 거짓말이야.]
[ 시위 못 하게 하려고 중국 애들이 조선족 보내서 멱 따는 거 아냐? ㅋㅋㅋ]
이 정도 댓글을 보다 보면 한숨이 나온다.
중국과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그리고 조선족들이 어떻게 중국에 살게 된 지 역사 공부를 안 하니 알 리가 있나 싶다.
그리고 얼마 전 중국에서 있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 새끼들 잘살고 있나 모르겠네."
고도리 선생은 슬쩍 웃음 짓는다.
심우와의 그 날 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북조선 영웅의 핏줄과 친구라는 것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고도리 선생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낮잠이라 그런지 달콤했다.
약간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스르르 불어온다.
고도리 선생은 자면서 슬쩍 웃었다.
아마도 심우와의 그 날 밤을 다시 꿈으로 꾸고 있나 보다.
아무리 귀신의 힘을 가졌지만.
그는 아직 아저씨였으니까.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대만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덥고 후줄근하지만.그래도 대만은 뭔가 귀신이야기에 딱 맞아요.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