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00 한 밤의 산책
자살하려던 남자. 그는 새로운 길을 걷게된다.
바삭 바삭.
길을 걸어가면서 새우깡을 바삭거리며 먹는다.
어제 쿠팡에서 도착한 새우깡 2박스.
그 중 하나를 까서 조용히 산책하는 고도리 선생.
"아 그 놈의 바삭거리는 소리 진짜.."
"듣기 좋지? 새로 뜯은 새우깡이 얼마나 맛있는데..."
"아. 네. 맛있게 드세요."
따스한 햇 빛들이 나뭇잎 사이로 쏟아진다.
산동네다보니 여기저기 말도 안되는 나무가 박혀있다.
가로수같은게 아니라 그냥 그 나무 때문에 집이 약간 돌아서 만들어진다.
"좋네. 이 바삭거리는 과자와 예쁜 아가씨 옆에서 산책이라니."
"거 참 말 예쁘게 하신다."
"이 중 틀린 말이 어디라고 그래?"
"음. 예쁜 아가씨라는 부분요?"
"알았어. 그럼 예뻤던 아가씨" 예쁠 뻔 한 아가씨?"
"네네. 아저씨. 그냥 넘어가시죠."
연희는 그냥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는다.
선이 없는 하얀색 이어폰.
"선이 없으니 편하겠네."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연희의 귀에 꽂힌 이어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엄청 비싸겠네. 그리고 머리 속에 전파가 막 들어오는게 이상할 거 같은데.."
"귀신의 능력이 몸에 있어서 불편한 양반보다 낫죠."
"불편하지 않아. 가끔 부담스럽지만."
갑작 궁서체가 된 고도리의 대꾸를 못 들은 척 연희는 음악 소리를 높였다.
이란에 다녀온지 좀 지나서 인지.
아니면 내 몸에 들어온 그 힘 때문인지.
가끔 머리가 찡하던 것도 오늘은 괜찮아진 것 같았다.
그래서 연희를 꼬셔서 같이 산책이나 하자고 했다.
물론 우리는 그냥 산책이나 할 사이는 아니라...
어차피 나온 김에 달걀 동자 집이나 가자고 합의보고 가는 중이었다.
"그래. 이 자식아. 음악이나 실컷 들어라."
"아저씨는 그 새우깡이나 바삭거리면서 드세요."
새우깡을 먹으면 이어폰을 낄 수 없다.
귀에서 뼈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엉켜버린다.
"그냥 팍하고 순간 이동으로 가면 될 것을.."
연희가 입이 삐죽 나와 이야기했다.
고도리 선생이 연희의 등을 한 번 탁 쳤다.
"인생 그렇게 쉽게 사는거 아니다."
"라떼같은 소리나 하고 있으시네요."
연희가 콧 방귀 뀌며 이야기한다.
"이 아저씨는 거의 먼치킨 급이면서 일부러 귀신을 죽일 때도 가끔 일부러 한 대 맞아가시면서 즐기면서 죽이시는 분이시니까. 요즘 이랑 참 안 맞네요."
피식.
고도리는 오랜만에 웃었다.
"음악이나 들으세요. 이어폰 주고 산 돈 안 아깝게."
"으이구. 이 아제요..."
연희는 투덜거렸지만 발걸음이 살랑살랑 편해 보였다.
"달걀동자 아저씨에게 가져다 드려야지. 좀 남겨서..."
바삭거리는 새우깡이 줄어들고 있다.
****
"그런 일이 있었군요! 역시 고도리 선생 짱이십니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내 앞에서 즐거워하는 달걀동자 아저씨.
나는 달걀동자 덕분에 몸이 상쾌해진 상황이었다.
역시 달걀동자의 회복 능력은 대단하다.
노래진 달걀동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몸이 좋아졌네요. 좀 힘들었는데..."
"그럼요. 귀신의 능력을 삼키면 보통 한 달은 운기조식해야해요. 근데 고도리 님은 그냥 한 번 씩 머리가 찡한 정도라니 진짜 대박이다."
"그렇군요. 그게 엄청난 일이군요."
"그럼요. 그 귀신은 자신의 몸이 죽으면서 겨우 얻은 능력인데...그걸 한 번에 흡수한다는건...더군다나 페르시아의 오랜 시간동안 그들을 위해 사용했던 왕조를 지키는 귀신이라면서요."
"아니. 그 왕조를 지키는 귀신을 죽여버린 악마야."
"으아...그 악마를 죽이면서 능력까지 흡수해버리시다니..진짜 우리의 알고 있는 상식을 깨부수는 이야기거든요. 이론적으로 알고만 있는 것이 실제 일어난다는 게 엄청난거잖아요. 대박 대박!"
달걀 동자 아저씨는 신이 난 모습이다.
그 좋아하는 통닭을 시키는 것도 잊어버린 채..
"흡수한 능력은 어떻게 되지?"
"사용하실 수 있죠. 하지만 원래 가진 능력이 최대치입니다. 분명 그 보다 더 커질 순 없어요. 일단 그렇다고 알고 있어요, 근데 고도리님은 그 범위를 자꾸 넘어서시니 뭐라고 하기 어렵지만..."
달걀 아저씨의 이야기에 연희가 뾰로통하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고도리 선생이 그 능력을 엄청 아끼시네요."
"아끼는게 아니라 조심하는거야.좀 더 이해할 때까지는."
달걀 동자 아저씨가 눈치빠르게 말을 돌렸다.
"어제 뉴스보니 다음달에 이란에 선거가 있데요. 여지껏 종교 지도자는 숨겨진 채 선출되고, 대통령은 국민이 투표하는데 이번엔 둘 다 투표한데요. 그게 오늘 이야기 하신 팔라비라는 사람 이야기죠?"
"네. 맞아요. 어제 공식적인 발표가 났던데요. 발표를 이란 대통령이 했더라구요."
연희도 어제 뉴스를 본 모양이다.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바인이 표정이 좋아 보이더라. 바인도 젋지만 그는 앙그라 마이뉴에게 세뇌당한 사람이었으니...이제 팔라비가 대통령과 종교지도자 역할을 함께 한다면 더 빠르게 개혁을 할 수 있을거니까."
"묘하네요. 사실 독재체제로 간다는 이야기인데...그건 좋은 방향성이 아니잖아요. 그냥 독재하는 사람이 지금은 괜찮을 뿐이지..시간이 지나도 괜찮은 건 알 수가 없는데."
연희는 여전히 맞는 이야기만 한다.
"지금 이란은 그런게 필요해. 시간이 지나면 이란의 국민들이 선택하겠지. 느리고 멍청한 국민들이지만 그래도 결국 가장 좋은 선택을 할거야. 우리가 그래왔고 세계의 모든 국민들은 멍청하지만 똑똑한 선택을 하거든. "
난 긴 이야기의 호흡을 한 번 끊었다.
이런 일에 관여가 되었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설레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페르시아의 전설에 따르면 그가 앙그라 마이뉴를 처치한 아후라 마즈다가 된 것이니까. 그들에게는 이처럼 좋은 상황은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 그냥 우리는 믿고 바라보자고. 상황은 변하는 것이니 사람을 믿을 수 밖에...이란과 이스라엘은 서서히 세계의 중요한 축이 되어갈거야. 미국이 훼방하지 않는다면 1%라도 세계는 더 안전해 지는 것이고..."
"다 고도리님 덕분이지요."
"아냐. 오랜기간 준비한 팔라비와 그 왕조의 성공이지. 난 그저 마지막을 도와줬을 뿐. 그리고 그 목표가 큰 손님 입장에선 앙그라 마이뉴를 물리치고 그의 능력을 흡수하는 것이었다면 양 쪽 모두 윈윈한 거야."
"아이고. 참 존경스럽습니다. 고선생님."
달걀 아저씨는 넙죽 절을 한다.
"아유. 아저씨. 진짜 힘쎈 사람에게 딱 잘 달라붙네요."
"잉? 그렇게 보이나요? 으하하하..."
달걀 아저씨는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그 너털 웃음 참 듣기 좋다.
그가 잃어버린 달걀 동자를 찾았을 때 표정을 난 봤다.
그렇기 때문에 난 그를 좋아한다.
적어도 진실된 마음.
그것만은 보였으니까...
****
한참을 떠들고 이야기하던 연희와 나.
커피 한 잔을 거의 다 마실 무렵.
달걀 아저씨가 방에서 밖으로 나가는 환풍기를 켰다.
"진짜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죠. 고도리 선생님."
그는 담배를 한 대 물었다.
그리고 고도리 선생과 연희에게도 담배를 권했다.
치익.
후우.
담배 연기는 자연스레 환풍기로 빨려들어간다.
역시 이 아저씨.
보통은 아니다.
그 긴 시간동안 웃으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읽고 있다.
이 정도 되야 돈 좀 버는 무당이 되는구나 싶었다.
언뜻 듣기로 그는 예전 부산 최고의 조직 폭력배의 2위자리 정도 하던 사람이라고 했다.
왜 이렇게 무당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언젠가 그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생각 한적이 있다.
물론 100% 믿음은 가지 않는다.
이 놈의 부산은 개나소나 다 조직 폭력을 좀 한적이 있기에.
대부분 학교에선 양아치였고 말야.
유독 부산 고등 학교가 양아치들만 다니는 스즈란 고교일리가 없잖아.
난 학교 다닐 때 그냥 학교 다녔지.
그런 스즈란 고교를 다닌 적은 없다.
"혹시 지옥의 문이 열린다는 게 무슨 말이야?"
"네에? 왜 그런 말을 아시는거죠?"
달걀 아저씨는 뒤로 몸을 움직이며 놀랐다.
그 답게 엄청난 리액션.
"그런 오버 연기 그만하고 이야기 해줘."
달걀 아저씨는 담배를 길게 빨고 후우- 하고 연기도 길게 뿜었다.
나와 연희도 같이 담배를 길게 뿜었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까?"
"아후라 마즈다와 싸우면서. 진심인것 같았어."
"제길. 언제 열리는 지 어디서 열리는 지 그런건..."
"못 들었지. 당연히."
후우.
다시 달걀 아저씨는 담배를 길게 뿜었다.
치익.
우리는 재떨이로 쓰는 일회용 물 컵에 담배를 모두 껐다.
"그게 그렇게 무서운 일인가요?"
연희가 당연한 소리를 했다.
"당연하죠. 그냥 들어도 무섭잖아요. 지옥의 문이 열리다니요.."
"그러네. 말만 들어도 무섭네."
"그렇군요. 말만 들어도 무섭네요."
달걀 아저씨는 흠흠 하면서 우리를 쳐다본다.
"지옥의 문이 최근에 열린 적은 없어요. 가장 최근에 열린 것이 1889년 4월 20일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뭐야. 날짜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거지...."
그는 우리에게 바짝 다가왔다.
달걀 아저씨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 날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크로우ㅡ즈 시리즈의 스즈란 고교.
깡패들만 다니는 만화 속의 고등학교...실제 존재할 리가 없죠?
댓글과 추천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많아야 글이 잘 써져요..
- 작가의말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기가 제일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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