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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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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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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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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0.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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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8쪽

152화 – 대추노노(帶推老奴), 그렇지 않다

DUMMY

“그 모든 뒷바라지는 우리가 해주겠소.”


“삼가, 명을 받들지요.”


쿠웅-


그렇게 원씨 문중의 종가가 자리한 원로원의 문이 닫혔다.


그와 동시에 그곳을 벗어난 공주는 각오를 다진 모습으로 치소로 향했고, 이내 공주를 비롯한 원가의 이들이 도성을 향해 유표를 비난하는 표문을 올렸다는 사실이 천하에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이를 빌미로 원가의 이들이 움직였고, 그런 원가의 이들은 미친 듯이 물자를 수급하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사, 정녕 이것이 참이옵니까?”


그리고 이러한 공주의 행동과 원가의 들썩임에 그의 곁으로 모여든 세 사내가 있었다.


주비, 오경, 허정.


원 역사에서도 원소를 비롯한 청류계 이들과의 친분 덕에 동탁이 정권을 쥔 이후, 그러한 청사(淸士)들에게 지방관의 자리를 권하면서 동탁을 속여 그들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만든 이들은 예상치 못한 원가와의 협동을 보이는 공주의 행동에 놀라 다급히 그를 찾은 것이었다.


“예주 자사!”


“목소리 낮추게! 자네들이 자사인가?”


“하, 하오나 어찌......”


“형주목의 무도한 행위가 도를 넘었네. 그것도 인근의 호족들과 결탁해 겨우 형북을 쥐었다고 저리 나온다면, 아예 온전히 형주를 집어삼킨 이후라면 그땐 정녕 어찌 되겠는가?”


“하오나 그간 평화로움이 지속되던 예주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쟁 준비라니요? 그것도 원가의 이들의 부추김이 빤한 마당에 정녕 이러실 것이옵니까?”


“아닌 말로 유표가 형주목을 내려놓는다면, 내 이 손으로 직접 멈춰주지. 허니, 자네들이 어디 저 유표를 막아보게.”


“자사!”


“아닌 말로, 나 또한 원가의 압제라는 걸 알아! 그러나 그 또한 옳은 일의 일환이라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본디 사례의 조당에 남아있어야 할 이들은, 원소가 도성을 벗어나면서 원가에 대한 견제이자 감시의 일환으로 또 다른 청류계 인사인 공주를 따라 예주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만큼 이들의 선호도는 원소를 비롯해 반 외척, 반 군벌, 반 호족, 반 명가의 청류를 지향하는 이들에 가까웠다.


허나 그 배경에는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연주가 내전으로 인한 혼란에 휩싸이면서 선택지가 좁혀진 것이었고, 결국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 속에 이들은 원소와의 친교를 더더욱 강화하며 원소의 또 다른 눈과 귀가 되어주는 중이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전쟁을 준비한다. 순검(巡檢)을 빌미로 군사들을 이동시키고, 비축 물자를 전방으로 옮겨라.”


그런 와중에 이미 결단을 내보인 공주의 판단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다.


“자사, 이건 원가가 자사를 이용하는 겁니다! 자사를 부리려는 겁니다!”


“알아. 최소한도 내 성정을 부채질하다 못해 나를 전면에 세워 공적인 명분을 얻겠다는 것이겠지.”


“헌데도......”


“유씨의 이들은 작금의 자신들이 짊어진 유씨라는 성을 책무가 아닌 자격이라 생각핬다.”


“자격이라니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왕후가 될 자격, 왕제가 될 자격.”


“.......!”


“자네들도 알 거야. 원가야 암만 탁류와 함께 기생해도 거기서 끝이지. 그러나 저들은 작금의 혼란을 핑계 삼아 멋대로 공왕, 그 이상을 꿈꾼다.”


결국 이들은 공주의 앞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남들의 시선을 피해 원소에게 서찰을 써 보내는 것 밖에는 말이다.


* * *


그리고 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술을 비롯한 원가의 이들은 종문(宗門)의 이들을 불러들인 자리에서 공주에 대한 평을 내렸다.


“대추노노(帶推老奴).”


“추고의 임무를 띤 본가의 늙은 종.”


“벼슬아치의 허물을 추궁하고 심문하여 이를 고찰하는 늙은 종.”


“그 늙은 종놈이, 정녕 우리에게 새 시대를 선사하겠습니까?”


그렇게 배분이 높은 이들을 시작으로 그에 대한 평이 한 바퀴를 돌았으나, 막상 그런 원로와 직계들의 앞에 무던한 얼굴로 제 귀를 후비적거리는 원술은 여전히 이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공로야.”


“팔급이라고 주제 넘은 호칭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알고, 이제 막 형북을 쥐었을 뿐. 아직도 그 영향력이 형남에 끼치지 못하는 것을 압니다. 한데, 갑자기 어인 전쟁입니까?”


“사례의 소식을 들었더냐?”


“그야, 뭐. 전임 대사농인 풍방이 개판을 쳐놓은 것은 들었지요. 거기에 뭐 오수전을 한참 잘못 찍어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 그것이다. 하지만 정녕 그게 전부더냐?”


“이상하네, 보통은 시키면 그저 말없이 따르기를 좋아하시는 우리 종가의 분들께서 어찌 이리 나오실까?”


하지만 그런 원술의 의문은 이내 그를 향한 또 다른 질문으로 대체 되었다.


마치, 그의 능력을 확인하려는 일종의 시험처럼 말이다.


“우리도 이제 늙었다. 또한 확실히 그 성세가 이전만 갖지 않음이야. 더 이상의 인맥은 금력과 권력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기존의 향거리선제가 우리의 위치를 보증해주지 않는다.”


“아하.”


그리고 원술은 이게 무엇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이로 말미암아 자신이 온전히 원가를 쥐게 되는 날이 조금 더 빨라졌음을 말이다.


“일찍이 원기도 죽었지. 그러나 원소는......”


“거 종놈의 씨앗은 뭐 한다고 그리 이야기합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도 거슬리는 부분은 필경 존재했다.


“그놈은 홀로 서는데 성공했다. 잡초와 같은 놈이 가문을 뒷배로 둔 너와 달리 그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이제는 발해 인근에서 유우의 밑구녕을 핧으며 다시금 재기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래서? 나도 이를 증명해라?”


“불행히도 너는 아직 홀로서지 못하지 않았더냐? 허나 반대로 가문의 힘과 위세를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고 있으니, 이는 너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쿠웅-


“제기랄, 그래서 나더러 뭘 어쩌란 겁니까?”


그 때문에 주먹으로 바닥을 치며 분노를 드러낸 원술이었으나, 그 역시 원가의 종본(宗本)의 이들을 거스를 순 없었다.


“우선 천하에 대한 안목부터, 아까의 질문에 대한 답이 먼저다.”


“쳇, 그 빌어먹을 사례가 터질 것은 조만간 예견된 일 아닙니까?”


“그래서?”


“나름의 살길을 찾으려 했으나 사연택에서 무역로가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지요. 이전부터 포홍 놈 견제한답시고 둘이 붙어먹었던 모양인데, 당장에 부족한 물자를 구하려던 사례는 그리 무역로에 모든 걸 쏟아부은 정원으로 말미암아 골치가 아파진 셈입니다.”


“또?”


“뭐, 기주의 이들 또한 원체 엄청난 생산량을 뿜어내고 있으나 이는 본디 호족들의 품에서 피어난 것들이니 그에 대한 결정권이 주목에게 있지 않습니다. 한복이라고, 도성에서 임명한 어사중승 그 작자 또한 딱히 유표와 같은 지배력을 보이고 있진 않으니 도리어 우리가 종으로 삼은 정원처럼 그 뒤에 자리한 이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셈이지요. 그래서 사례는 거기서도 물자는 구할 수 없습니다.”


“또?”


“마지막은 유주인데,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이를 갈고 있는 공손찬이 사연택의 무역로를 기회 삼아 엄청나게 많은 유주의 비단을 밀어 넣는 거. 거기야 본디 비단 산지이기도 하고, 문제는 유주목 유우이지요.”


“옳거니, 그래서?”


“지금 최소한의 교역만을 허가한 마당에 사례와 같은 물가의 상승을 도리어 경계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는 전쟁 준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필경, 공손찬이 서역으로 흘려보낸 비단은 한혈마와 대완마를 비롯해 혈통 좋은 군마들과 이를 위한 씨종마가 되어 돌아올 것인데, 이리되면 공손찬의 군사력이 너무 강해지지 않습니까? 원소와 같은 그 천출 놈, 지금도 미친 놈마냥 날뛰는데, 어디 그놈이 수십 만의 이들 상대하며 이름을 날린 전설을 직접 눈으로 본 이들이 이에 대해 경계를 하지 않으면 도리어 미친 거지요. 하지만 이 덕에 사례는 여전히 물자를 구하지 못합니다.”


“훌륭하구나. 배움이 늘었어.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겠지?”


“예?”


하지만, 그리 자신의 배움을 뽐내던 원술도 한 차례 막히는 부분이 생겼다.


“필경, 전쟁 준비가 어떻든 원소는 이를 기회 삼아 더더욱 유우에게 붙으려 할 게다. 또한 새로이 들어온 정보로는 태행산맥에 흑산적들이 공손찬과 연수를 맺고 기주 쪽으로 움직였다는구나.”


“천박한 것들끼리 말입니까? 어째......., 아! 그래서!”


허나 부족하다고 한들, 그 또한 원가의 피를, 그것도 종가의 계보를 이은 사내였다.


부족함과 아쉬움이 있어도 언제나 그 밑바닥까지 수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던 것이다.


“너도 이제 알겠더냐?”


“공손가의 천한 놈이 아예 유주와 기주를 감싸버릴 예정인 겁니까? 본초, 그 종놈은 이를 기회 삼아 유우에게 붙어 내부의 입지를 강화시키려는 것이구요?”


“바로 그것이다. 그놈은 필경 유우를 지지하는 유주의 유림과 친해질 것이며, 자신이 자리를 잡은 발해군이 기주에 속한 것을 핑계 삼아, 유주와 기주의 사인들을 끌어들여 유우와 한복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할 것이다.”


“흥, 그래도 반쪽짜리 원가의 피를 이었다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제법이로군요.”


“그래, 그 출중함이 아쉬워 아직도 온전히 그놈을 끊어내지 못한 게지.”


“허나 그놈보단 제가 더 났습니다!”


하지만 원소에 대한 경쟁심과 애석하게도 그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는 현실에 대한 열등감은 원술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 이 또한 네가 그놈을 뛰어넘으면 뭐든 해결될 문제다. 허나, 만약을 위한 여지는 남겨두거라. 세상은 아직 유씨의 세상이니라, 원가의 세상이 아니라.”


“예? 그게 무슨 말씀......”


허나 그런 경쟁심과 열등감과는 별개로, 아직도 숨겨진 진의를 깨닫지 못하는 원술의 수준을 확인한 종본의 이들은 여전한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아직 부족하구나. 그래도 이쯤 되면 눈치를 챌 줄 알았는데 말이다.”


콰앙-


“아니, 혼자들만 알지 마시고 좀 설명을 해주십시오! 혼자 있는 사람, 여럿이서 바보 만들어도 정도가 있는 거지. 이 마당에도 뭣 모르는 애 취급입니까!”


“그래, 아해는 아니지. 하지만 여전히 무르익지 않았다.”


“그러니까 대체 뭣 때문에......”


덜컹-


그렇게 원술이 순간의 감정을 주체 못하는 순간 문을 열리고 바깥에서 사내종으로 보이는 이가 안으로 들었다.


“이놈은 뭡니까?”


“본가에서 조가에 심어둔 간세다.”


“조, 조가! 허면 조숭의.....”


“그래, 허니 어디 들어보겠느냐?”


그렇게 원가의 원로들은 원술의 앞에 그가 알아 온 정보를 읊도록 만들었다.


“사례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조조를 동군의 태수로 삼는 대신 조가가 지원하는 예주의 물자를 내어달라 하더군요. 이에 조숭은 단숨에 이를 허락했습니다.”


“뭐라-!”


순간, 원술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지난날, 태후와 중상시들이 일으켰던 반란에 동조한 조조는 도리어 그 마지막에 우리를 배신하고 본가에 충성하는 이들과 도성에 자리를 잡았던 본가의 친족들을 학살했다.”


뿌드득-


“어디 그뿐입니까? 본가의 저택들도 모자라 그와 관련된 가산들까지 모조리 압류했지요.”


물론, 실상 이는 조조를 몰아붙인 가후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으나 그 원인이 어찌 되었던 간에, 그 결과는 조조가 원가의 이들을 참살하고 그들의 가산을 압류해 사례의 조당에 가져다 바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 그런 사례는 이미 우리와 연을 끊은 사이며 이는 우리와 공적으로 척을 진 조가라고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원술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 중 일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였습니까? 사례와 조가가 다시금 손을 잡았고, 그리되면 사례가 한숨을 돌리는 것은 물론, 조조라는 발판으로 말미암아 전국시대와 같이 전란이 끊이질 않는 연주를 쥐게 될까! 그리 한데 모인 연주의 군사력이 곧 예주의 절반을 쥔 조가와 더불어 본가를 향한 향한 칼이자 위협이 될까 봐 그런 것이었습니까!”


“부족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종본에 해당하는 원로와 직계의 이들은 아직도 부족하다 말하고 있었다.


“후우, 더불어 황하 이북에 더 이상 본가가 영향력을 투사할 수 없게 되겠지요. 뚜껑마냥 자리를 잡은 그들을 우리와 하북의 연계를 비롯해 여러 사업들의 수익을 끊어낼 겁니다.”


“부족하다!”


그리 원술이 제 머리를 온전히 쥐어 짜냈음에도 아직도 부족하다 말하고 있었다.


“또 뭐가 남았습니까!”


“형주가 있지 않더냐!”


쿠웅-


“그, 그렇군요. 형주가......, 형주가 남아 있었습니다......”


실로 원술은 제 전신이 쿵하고 묵직한 무저갱을 향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 떨어지는 무저갱의 아래, 다시금 하늘과 구름이 있었고, 그 아래서 드넓은 중원이 펼쳐져 있었다.


물자가 부족해 고심이었던 사례의 이들은 하북이 날아간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이로 말미암아 조가라는 교두보를 통해 예주와 본가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리어 그러한 적이 내보일 수 있는 최선을 다시금 뛰어넘은 원가의 이들은,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자신들이 공격을 받게 될 최악의 수를 가정하고 이를 굽어보고 있었다.


아무리 황실에 대한 조공을 끊고 멋대로 황제의 복색과 예도를 따라 하며 멋대로 천신을 대리해 제를 올리는 유표라고 한들, 같은 유씨의 이들이며 그 팔이 안으로 굽음을 알기에 만일 사례의 이들이 허울뿐인 명예를 내어주고 생존을 위해 만일 유표의 이러한 작태를 용인한다면, 형주는 당장에 사례에 공물을 비롯한 엄청난 양의 물자를 바치며 그들과 동맹관계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 사례를 시작으로 각각 동남으로 이어지는 연주와 형주의 동맹은 예주를 위아래로 감싸다 못해 집어삼키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 북쪽과 서쪽에서 위협을 받게 되면, 결국 예주는 점점 외지와 변경인 동남쪽으로 내몰리며 그 이외의 모든 방향으로의 진출로와 선택지를 잃게 되는 것이다.


“아아....., 이것이......”


그렇게 원술은 본가의 직계와 원로에 의해 기존에 닫혀있는 비좁은 사고의 세계가 깨어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그 시작은 사례와 연주 그리고 형주에 그칠지라도 그것이 이내 형남과 청주, 혹은 서주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정녕 원가의 이들은 오갈 데 없는 중원의 동남부에 갇혀 말라 죽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형주를 깨야 한다. 유표가 온전히 형주를 장악하지 못한 지금, 형주 방면을 쥐고 도리어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여 사례를 압박해야 한다.”


“몰랐습니다.”


“이뿐이더냐? 애초에 예주에 물자만으로 사례는 급한 불을 끌 뿐, 이미 미쳐버릴 듯 솟구친 물가를 잡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 많은 물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필경 자신들에게 남은 선택지인 형주를 끌어들이겠지.”


“하, 하지만 형주가 사례에 그리 엄청난 양의 물자를 보낸다면 도리어 우리가 전쟁을 벌여도 더 쉬워질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아예 시간을 두고......”


“멍청한 소리! 제 백성 갉아먹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 얻어낸 교두보이자 동맹을 끊어내겠더냐? 반대로 포홍에 의해 서쪽이 막힌 이상, 사례 또한 살아남기 위해 우리처럼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형주를 쥐고, 포홍이 옹주를 쥔 그림을 생각해봐라. 우리의 고뇌처럼 사례의 이들도 자신들의 적을 양쪽에 끼고 있는 형국의 압박에 놓이게 된단 말이다!”


“그, 그렇군요.”


“거기에 그리 물자의 여유를 갖추게 되면 일찍이 황보숭이 키워놓았던 정병들이 튀어나온다. 군량미가 확보된 그들은 곧바로 전쟁의 여력을 갖춘 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형주를 지원할 것이야. 허면 그때 가서 그들을 맞상대할 수 있겠더냐?”


결국, 원술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또한 평상시와 달리 완전한 복종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또한 실로 많은 부분이 깨이며 기존보다 더 넓은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화를 내지 않는구나.”


“지금은 이해가 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원가의 원로이자 직계의 이들에게도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답답하진 않으냐?”


“조금......, 허나 어렴풋이 납득을 하고 있기에 화가 나지 않습니다.”


“역시 너 또한 원가의 종본이로구나. 금세 그리 자라나다니.”


원술이 예상을 깨고 금세 자질을 드러내며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을 알겠지?”


“예.”


“허면 이제 마지막을 논해보자. 왜 우리가 지금 형주와 전쟁을 치러야 하느냐?”


“그건......”


“모른다면 알려주마, 이로 말미암아 수백 년을 지속된 유씨의 세상을 끝장낼 수 있기 때문이다.”


“.......!”


허나 그리 한 차례 성장을 거쳤음에도 원술은 제게 떨어져 내리는 벼락과도 같은 충격에 전율하며 알게 모를 희열과 두려움이 뒤섞이는 기분을 맛봐야 했다.


그리고 그 시각.


“아니, 밀사라고 하시더니 사공께서 이리 직접......”


“공자님의 뜻을 받들기 위해, 그분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 왔습니다.”


형주에선 그 누구도 아닌 순상이 밀사를 빙자해 직접 유표를 만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Lv.22 ga******
    작성일
    20.10.23 09:51
    No. 1

    유주목이 누구인가요? 유우? 유언? 유언은 지금쯤 익주 가있지 않나요 주목설치 하라고 하고 익주갔을텐데 유주에서 계속 이름이나오내요 그리고 유표는 원래 손견이 동탁토벌전으로 북상할때 속았다지만 예전부터 사이않좋은 형주자사 죽인다음 후임으로 온거 아닌가요? 반동탁연합이 없는지금 손견이 죽일명분이... 유표 언제 간거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0.23 10:16
    No. 2

    와 큰일날 뻔 했네, 진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크나큰 발견을 해주셨습니다!
    * 유우, 유언 관련 오표기는 모두 수정했습니다.

    유주목: 유우
    형주목: 유표
    익주목: 유언

    다른 이들은 원 역사에서 188년에 이미 임명된 상황이고 문제는 유표지요.

    그리고 여기서 유표는 본 역사와 달리 그냥 등장합니다.

    그런데 제가 내용을 살펴보니 ㅡㅡ;; 설정집, 편집본엔 있는데 업로드 올라가는 수정본엔 없더군요. 본래 89화를 기점으로 넣어야 하는 부분인데 누락된 모양입니다. 이걸 이제야 알았네요.

    어쩐지 미리 넣어놨다고 했는데 이상했습니다. 볼일 보고 와서 바로 89화에 편집본에 잘린 부분 넣도록 하겠습니다.

    1줄 차이나 다름이 없는데, 이걸 안 넣었으니. 하마터면 설정 구멍날 뻔했습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알카시르
    작성일
    20.10.24 00:12
    No. 3

    애초에 형주목이 아니라 형주자사로 임명했다면 이런 문제도 없었을 텐데 황보숭이 실수했네요. 아마 황실의 권위를 세우려고 황족을 지방관에 임명한 것 같지만 유표가 포홍처럼 대군을 거느린 것도 아니고 형주가 오랑캐의 침략이 잦은 곳도 아니니 굳이 목을 임명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형주가 크긴 해도 형남 역시 엄연히 형주인데, 조정이 합법적으로 임명한 형주목의 권력이 전혀 안 미치나요?

    원기는 원술의 형이니 아들을 낳았을 가능성이 높을 텐데요. 실제 역사에서는 원기의 아들도 아마 동탁에게 죽었을 테니 원술이 가주가 될 수 있었지만 이 소설에선 원기의 아들이 가주가 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원기가 아들을 못 낳았다고 설정하면 문제가 없지만요.

    원봉이 근친혼을 한 게 아닌 이상 원술도 반쪽짜리 원가의 피를 이은 것은 맞지 않을까요? 반쪽짜리 귀족의 피라면 모를까... ㅎㅎ

    조숭과 조조는 처음부터 황보숭 편을 든 줄 알았는데 원소처럼 막판에 배반한 것이었던가요? 그 대목이 너무 복잡해서 다시 읽어도 잘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조조가 도성에 살던 원가를 몰살하고 그 재산을 빼앗았다는 말은 지금 처음 듣습니다. 원소가 입을 다문 덕분에 원가가 중상시 편을 든 것을 안 들켰으니 원가를 단죄할 명분도 없지 않나요? 만약 들켰다면 도성의 원가뿐 아니라 예주의 원가도 징치해야 할 텐데 황보력도 가후도 예주엔 전혀 손을 안 쓴 것 같네요.

    전 화에서 원가의 원로들이 원가는 한실 없이는 존속할 수 없다고 장담했고 공주도 그 말을 굳게 믿었지요. 그래서 황제 자리를 탐낸 원술이나 원소가 유별난 것이지 원가는 할거나 찬탈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완전히 거짓말이었네요. 원가가 찬탈을 노릴 리 없다고 착각하다니 공주의 눈은 완전 옹이구멍...

    유표를 형주목으로 임명하는 대목을 본 기억이 없었지만 제가 잊은 줄 알았는데 정말로 없었나요... ㅎㄷㄷ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0.24 14:31
    No. 4

    1)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것들 중에 하나가 주목이 무조건 빌미주고 여지주고 후회할 선택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그러나 반대로 왜 주목이 되는지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군권이 없는 자사는 이미 한 지역에 영주마냥 군림하는 태수들 못잡아요. 실질적으로 십상시들이 자리 팔 때도 중앙의 벼슬자리보다 태수가 더 비쌌습니다.

    그러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일단 지역 기반 토호의 이들을 제외하고 멋대로 짱짱한 군사력을 가질 수 있는데 문제는 자사는 이걸 어쩌지 못합니다. 그저 해봤자 중앙정부에 고발하는 정도인데 가후와 더불어 조당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는 황보숭의 상황도 생각해줘야죠.

    끽해야 사례 온전히 차지할 몇만 밖에 되지 않는 군사들에다가 기존의 외척들이 아니라 그것도 명문거족이 아니라 그저 좌장군, 그것도 량주에서 반란 진압하던 장수가 가후라는 책사와 더불어 덜컥 황제를 손에 쥐고 사례를 집어삼킨 겁니다.

    마치 동탁처럼요.(뭐 같지는 않지만.)

    이 마당에 지방관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외척도 아니고 명가의 이들도 아닌 이의 말을 지방의 이들이 쉬이 들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가후도 미리 청류의 이들 동원하더라도 사례에서 포홍 홈 지지하는 세력 있나 미리 인지도 확인하고 간거죠. 훗날 말썽 안나게 하려고.

    그러나 사례는 어찌어찌 먹어도 그 바깥은 다릅니다. 영향력 투사가 힘들고 당장에 사례 바깥을 위협할 군사력도 없지요.

    이러한 상황에 외부에 자신의 편을 만들어놓기 가장 좋은게 주목입니다.

    아닌 말로 각기 군사력을 갖춘 태수들도 모자라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고 입지를 다져온 형주의 토호들을 자사가 어찌 상대합니까?

    실상 원 역사에서 동탁이 한복을 기주자사가 아닌 목으로 보낸 것도 애초에 그 먼곳까지 자신의 군사력을 투사할 여력이 안되니까 아예 니가 군사권까지 합법적으로 가지고 애들 찍어눌러라 이겁니다.

    거기에 언급하신대로 일단 황실을 위한다고 신경을 써주고 체면을 세워줘야 하니까, 가후가 황실 신경 쓴다 보여주기 용으로 하나 던져준거죠.

    그래서 여포 형주목 던지는 부분이 있는 건데, 하필 아. 이 부분이 편집할 때 잘못 자른 건지 잘라져 있어 가지고.

    그래서 다시 넣었네요.

    여하튼, 유표에게 주목을 던져준건 네가 토호를 비롯해서 군사력 거머쥔 태수들 이기기 힘드니까 대신 무기라곤 뭣하지만 이렇게 합법적으로 군사권을 포함하는 지휘권 줄게 입니다.

    그리고 실제 원 역사에서도 주목의 지휘를 막 남발하진 않았습니다. 자사가 남아있는 경우가 있었지요.

    이는 그 지역에 주목에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반대로 주목을 줬다가 뭔일이 터질지 몰라 아예 안 준 거기도 하구요.

    2)
    어, 솔직히 제가 이해할 땐 그렇습니다. 애초에 멀쩡한 중원조차 지배력이 미치지 못해서 사단이 나고 망한 나라가 한나라기도 하고 이미 이정도 난세쯤 왔으면 애초에 이족들의 영역이자 야만의 땅이나 다름없는 장강 이남은 솔직히 북방보다도 더 변경으로 보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지요.

    뭐, 그나마 이마저도 어떻게든 개발하려고 무릉에 거점마냥 치소를 두었다곤 하는데 실상 자발적으로 그리 장강 이남 넘어가려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손견도 본디 장사태수지만 동탁토벌군 빌미로 바득바득 올라와서 중원으로 발을 들인게 괜히 그런게 아니죠. 물론 출세를 바라고 야망도 있고 어쩌고 하지만 그 한편에는 이 밀림 속에서 썩을 수 없다는 진심이 들어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3)
    아니, 원기가 아이를 낳아도 어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죠;;; 애한테 그 큰 원가를 어떻게 바로 맞길 수 있나요? 그리고 보통 가주와 비슷한 자리는 부자상속보단 형제 상속도 꽤 됩니다. 부모와 애의 나이 차가 크기 때문에 그나마 성숙되고 현실을 알며 믿고 맞길만한 책임자에게 가문을 맞겨야지요.

    이 시대의 이들에게 가문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근데 그걸 그냥 애한테 맞디가 행여라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어찌합니까? 뭐, 뒤에서 애를 조종한다 이것도 은근히 어려운 말인게 애가 괜히 애가 아니라서 뜻하는대로 따라주지도 않고 또 애를 앞세우면 다른 가문에서 빈정거리거나 놀립니다. 욕도 하구요. 시대 상이 그런 때라.

    집안어른으로서의 자리매김은 당연한 부분이기에 그나마 원가의 적통이자 내세울만한 타이틀이 많은 원술에게 가는거지요.

    4)
    아니, 그렇게 따지면 다 족내혼 해야죠;;; 그리 따지면 아예 동성동본 결혼을 해야.....

    농담으로 그러신 건 잘 알겠지만ㅎㅎ, 여기서 원소는 족혈을 품지 않은 천민을 어머니로 두고 있기 때문에 반쪽짜리라고 하는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0.24 14:43
    No. 5


    5)
    이것도 이해하신 부분이 맞습니다. 조숭과 조조는 이미 생각이 있었지요.

    그리고 조조가 원가 몰살하고 재산 뺏었다는 부분도 이미 본문에 다 나와 있습니다. 글 내용에 담겨 있어요.

    106화 본문 발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리 이어지는 가후의 설명은 마치 별일 아닌 것처럼 들렸으나 그에 담긴 진의를 파악한 조조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만 가고 있었다.

    “죽은 번릉과 허상을 포함해 스물이 넘는 이들이 이 낙양 땅에 대저택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조리 죽이고 모조리 압류하십시오.”

    “뭐라? 이......!”

    스릉-

    그렇게 이를 온전히 이해한 조조가 제 분노를 드러내기도 전에, 그의 앞에 투구를 눌러쓴 호적아의 창날이 드리워졌다.

    “오늘 이 시간부로 조가는 원가와 척을 지니기 전까지 도성 밖을 나설 수 없습니다. 그래야, 그대의 아비의 낙향 또한 용인될 것입니다.”

    “내 아버님이 인질이더냐.......”

    “그쪽의 입장이 어떨지 몰라도 사도께서 돌아가신 이상 이쪽은 모든 가문에 입장을 재확인해야 합니다. 허니 먼저 이를 꼬드겨 그에 동조한 조숭 또한 그 용의선상에 올라와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조조가 이를 갈았으나 가후는 도리어 그런 조조를 내려다보며 더한 경고를 보였다.

    “낭중려영-! 지금 내 아비를 모함하는 것이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절차입니다. 아, 그래도 혹시 모를 배신은 용납하지 않도록 하지요. 사례교위 양찬도 움직일 것이니, 음, 뭐랄까? 자식의 부모의 누명을 벗겨내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치는 그런......, 노력을 좀 제가 보고 싶습니다. 허니, 증명하세요. 증명하면 당장에 용의선상에서 지워드리겠습니다.”

    “그 말, 꼭 지켜야 할 것이다.”

    “암요, 저는 신용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울분을 토한 조조는 이내 어쩔 수 없이 저를 따르는 효기군과 궁성군을 이끌고 자리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머리 한번 잘 썼구나. 예주에 이름난 두 명가를 찢어놓고, 그리 서로에 대한 감시와 견제로 말미암아 원가의 전력이 예주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게 만든 게야.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황보숭에 대한 황보력의 모든 승계를 마치고, 이를 수습해 다시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겠지.”

    콰앙-

    그렇게 조조는 핏물이 얼룩진 궁성의 담벼락을 때리며 이를 갈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본초야, 나도 이 빌어먹을 땅엔 더는 볼일이 없구나.”

    황보숭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그들과의 관계조차 깨어진 조조 또한 이제는 온전히 도성을 벗어날 마음을 먹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황보숭 죽고 조조가 벗어나려는 차에 가후를 만나죠, 해서 가후가 말합니다. 원가와 명가와 연관된 이들 치워내고 몰수하라고 조조 그래서 열받으면서도 이를 따르죠. 그 덕에 미련도 없다고 말합니다.

    6)
    이건 공주의 눈이 옹이구멍이라기 보단, 음. 애초에 사고가 달라서 그런 것이 맞겠지요.

    물론, 이것이 틀에 맞게 굳어진 충신의 한계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지요ㅎㅎ

    그리고 개인적으로 글을 쓰면서 표현해드리고 싶었던 건, 원술에 대해서였습니다.

    원소는 이미 자신이 지닌 배경과 스토리가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대변해주지요. 인정과 대우에 대한 갈구, 하진과 함께 하며 보고 느끼며 자란 것. 상승의 욕구를 지닌 원소의 동기로 그가 왜 점점 더 위를 보는지에 대해선 얼추 사람들이 거의 알고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술은, 원술은 아니지요.

    연의에서처럼 아무 이유 없이 욕심 많고 오만하며 무작정 황제를 참칭했다고 보기엔 실로 아쉬운 구석이 많습니다. 채워내고 설명해야 할 구석도 많아 보였죠.

    저는 이걸 가문에서 비롯된 의지와 욕망의 투영이자 대변자로 봅니다. 어차피 그 정도 위치에 자리하고 있겠다, 이미 유씨 천하가 깨어지고 그 외척인 하씨와 동씨 외척들이 다 깨졌으니 그 다음차례는 바로 그 누구도 아닌 자신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아마 원소도 얼추 이러한 측면을 이해하고 있어서 나름 유우 황제끼면서도 자신 또한 명가의 입지를 찾으려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 시기의 원가가 원술을 통해 한 번 더 나아가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합니다.

    정녕 이젠 그 위에 아무도 없으니 하늘을 향해 욕심을 부려봐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는 거죠.

    다만, 원 역사에서처럼 이런 사고에 물들어있던 원술이 뜬금없이 타이밍 안맞게 터트린 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이번 소설에선 그 배경이 되고 동기가 되는 원술의 내적 부분과 그가 몸담은 환경에 대한 묘사를 보여드리고 싶었네요.

    7)
    정확히는 유표를 형주목으로 처음 임명하겠다는 대목이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해야 할 부분에 안나오고 나중에 그냥 당연히 존재하는 것마냥 조금 조금씩 유표가 묘사된 부분은 존재합니다.

    다만 그 처음을 빼어놓고 진행이 된 터라;; 그걸 채웠습니다.


    어떻게 이번에도 부족하나마 좋은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혹시라도 놓치거나 아쉬운 부분이 생길까 돌아보게 되네요.

    매번 이리 여러 질문을 해주시고 또 덕분에 저도 많은 것을 설명해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참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면 오늘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알카시르
    작성일
    20.10.25 00:19
    No. 6

    황보숭의 권력이 그리 크지 않아서 주목을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작중에서 청류들이 마치 광신도마냥 황보숭을 따르지 않았나요? 황보숭이 집권하면 유교적 이상 사회가 실현되리라고 확신하던데 그 정도면 영제조차 휘두르지 못한 엄청난 권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왕망이나 광무제쯤은 돼야 비교가 될 것 같네요.

    위에 쓰신 댓글에서 여포에게 형주목 자리를 줬다는 말이 나오는데 혹시 유표를 잘못 쓰신 것 아닐까요... ㅎㅎ

    번릉과 허상은 현행범이었으니 그렇다 쳐도, 원소가 입을 다물었으니 원가가 중상시와 결탁했다는 것도 안 들켰을 텐데 가후는 대체 무슨 근거로 도성의 원씨를 죽였을까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심증뿐이었다면 원가가 크게 반발했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네요. 만약 원가의 죄상을 확실하게 입증했다면 공주에게 명령하여 예주의 원가도 모조리 잡아 죽여야 맞지 않을까요? 원가의 권력이 크다 해도 그네가 황보숭을 죽이려 했음이 드러나면 천하의 청류들이 분개할 테니 감당이 안 될 것입니다.

    황보력은 조숭에게 굽실대면서 세금만 잘 바치라고 부탁하던데 가후가 조조를 잘도 협박했군요. 황보력의 태도를 보면 가후가 조숭의 낙향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허세였던 것 같은데, 조조가 가후의 요구를 거절했더라도 딱히 나쁜 일은 안 당했겠네요.

    제가 전에 가후가 예주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는데 도성에서 원씨를 살육한 범인이 가후였으니 예주로는 절대 못 갔겠군요. 또한 조조를 협박했으니 조조의 휘하에 들 수도 없었겠네요.

    원가의 원로들이 실제 역사에서와 달리 살아 있으니 원술이 원가를 자유롭게 이끌 수가 없겠군요. 원로들이 죽지 않은 것이 원술에게 이로울지 해로울지 모르겠네요.

    이번 화의 제목이 원래부터 '대추노노(帶推老奴), 그렇지 않다'였던가요? 어제 봤을 땐 '대추노노(帶推老奴)'였던 것 같은데 헛갈리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0.25 10:00
    No. 7

    1)
    그게 사례 한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당장에 하진이 만들어놓은 세상이 하진을 비롯한 이들과 동씨의 삽질 속에 그 둘이 모든 악명을 가져가면서 기회를 잃은 청류의 이들은 그나마 욕을 안먹고 하진을 대신할 수 있는 대리자가 생겨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기뻐한거죠.

    그러나 사례 밖에 추종자가 있진 않습니다. 그래서 이전 덧글을 확인해 봤는데 음;; 여기서도 사례 바깥에 대해서 끊임없이 설명을 해드렸는데;; 너무 그 중심에 권력이 적다는 키워드만 집중해서 보신게 아닐까 하네요. 중앙의 지지가 있어도 중앙에서 힘을 모아줘도 결국 그리 모은 힘이 지방에 통용되지 않으니 자리라는 감투를 내어준다고 보시는 게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합니다.

    2)
    아, 이래서 문젭니다. 댓글을 ㅋㅋ 고칠 수가 없으니 원 ㅋㅋ 여포(X), 유표(O)

    3)
    일단 이는 애초에 황보숭과 가후가 청류의 이들의 지지를 받기 때문입니다. 원 역사에서 원가는 애초에 원소가 청류라인 타기도 했고 하진이 커지면서 청탁에 고루 사람을 심으며 일종의 신분세탁?을 하려 했지요. 그러나 하진 이전에는, 빼박 탁류의 거두이자 십상시와 노골적인 친분과 우호관계의 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까 다시 소설로 돌아와서 하진이 죽었잖아요? 그리고 그런 하진을 지지하는 청류의 이들을 이끌게 되었으니 청류의 이들은 당연히 탁류의 이들을 멀리하겠죠?

    그리고 아까 탁류의 거두가 원씨라고 했죠? 그러니까 애초에 탁류의 이들 모조리 쳐내려면 원가도 마음먹고 쳐야 합니다. 그 원가는 이름난 가문들인 명가에 속해있고 자연스레 그와 같은 탁류의 명가들도 함께 쳐내지기 시작한 거구요.

    그리고 일단 황보숭과 가후가 살아있을 당시, 하씨 외척도 살아있고 십상시도 살아있기 때문에 가후가 좀 더 밀어붙인 것이 맞습니다.

    좋든 싫든 하진을 비롯한 하씨의 이들은 십상시들의 소개로 궁에 들었고 그들의 밑에서 자라난 탁류 출신입니다. 그리고 십상시는 탁류를 만들어낸 근원과도 같지요.

    이들이 남아있는 마당에 청류의 세력이 온전히 사례를 쥐는 것은 불가합니다. 그러니까 가후가 사례를 쥐면서 계속 이들의 손발을 잘라 그 뿌리가 탁류에 있는 외척(하씨)와 탁류의 근원인 십상시가 따로 세력을 둘 수 없도록 만드는 거지요.

    그리고 당장에 예주에 자리한 이들을 어쩌지 못하는게 원가 본거지이기도 하고 당장에 예주까지 그 많은 군대를 투사할 여력도 없기 때문에, 만일 원가가 자신의 모든 인맥 동원하고 천하를 움직여 반란 일으키면 더 골치가 아픈 경우라, 이 또한 사례에 한정된 권한과 힘을 가진 정권의 한계이자 역량의 부족이라 봐야합니다.

    거기다 하필 예주자사죠.

    최소한도 외부까지 정리해 일을 벌이려면 큰 문제고,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조가를 가져오는 수가 있었던 만큼 그때부터 예주자사 공주를 끌어들이진 않은 거죠.

    그리고 이때는 그나마 가후나 황보숭이 일을 밀어붙일 수 있는게 옥새가 깨지기 전입니다. 막, 남발은 못해도 얼추 믿는 구석은 있었어요.

    허면 원가 조지게 예주목 두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대놓고 그리 나오면 원가 입장에서도 이를 전쟁이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바보들도 아니고 자기네들 세력 아예 무릎꿇리겠다 하는데 참아줄 멍청한 이들이 아니지요. 원가는, 그래서 딱 적정선 위협이 되지 않을 선 정도만 지키며 자극하지는 않는 겁니다.

    어차피 사례에 자리한 원가의 이들을 축출하는 것도 이미 엄청난 모험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최소한도 사례만큼은 쥐어야 했기에 또다시 다른 이들에게 방해를 받을 순 없기에 자신들의 독재를 위해서도 이는 필수불가결이었습니다.

    4)
    이것도 스토리에 나오고 글에 본문에 나오는 내용인데, 애초에 황보력이 조숭에게 굽신대던 것도 가후가 조조를 협박한 이후의 일입니다.

    솔직히 여기까지는 상관없어요. 근데 문제는 옥새가 깨어지면서 사례 조당이 그나마 명분으로 휘두를 수 있는 부분들이 깨져서, 더는 황제 빌미로 밀어붙일 건덕지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아, 엿됬다 싶으니까 황보력 숙부 죽은 와중에 빨리 정신차리고 현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그나마 황제라는 명분과 권한을 쥐고 있어 개기지 못했던 원가의 이들이 머리를 스쳐가니 바로 조가부터 찾아가 대우하는 거죠.

    사죄의 의미로다가 뇌물도 주고 공적으로 예우도 갖춰주면서 그나마 이들로 하여금 갈라진 예주를 견제해 원가가 곧바로 딴 지랄 못하게 만들어놓는 겁니다.

    황보력의 대처가 발빠르며 그 머리가 좋음을 드러내는 장면이지요.

    하나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여러가지를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5)
    그것도 그렇습니다. 물론, 조조를 협박했다고 못가진 않겠지만 굳이 가후가 아무런 기반도 없는 조조에게 왜 가야하나요?

    많은 사람들이 원 역사에서 조조에게 갔으니까 자꾸 환상을 품거나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가후가 조조에게 간 건 그 당시 그가 천하에 가장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끝을 달리며 보신과 안돈에, 제 안위에만 치우친 인간이 전 주인인 장수의 안위가 어찌되든 상관없어 하는 인간이 낭만을 품고 그저 최소한의 기반도 갖춰지지 않은 이의 헛된 가능성에만 집착한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당시의 가후는 이미 중년이 넘은 나입니다. 제가 괜히 글에서 노후 운운한 것도 아니에요.

    가후 나이 많습니다. 이미 꺾일 나이이니 생각은 많이지고 몸도 이전같지 않고 기존의 보신의 성향은 더더욱 강해졌겠지요.

    6)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로울지 해로울지 모르지요.

    7)
    아, 원 제목은 대추노노, 그렇지 않다가 맞습니다.

    허면 이게 무슨 형식이냐? 일종의 패러딘데.

    이전화가 질문형의 문장으로 끝났지요? 그래서 이번화는 그에 대한 답을 하는 겁니다.

    댓츠 노노, 그렇지 않다. -> 이걸 변형시키고 그에 걸맞은 한자를 찾았습니다. 놀랍게도 가져다 붙일 수 있는 한자들이 있더군요. -> 그래서 대추노노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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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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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53화 – 대동에서 비롯된 고목을 위한 날개 +3 20.10.26 1,242 27 21쪽
» 152화 – 대추노노(帶推老奴), 그렇지 않다 +7 20.10.23 1,236 25 18쪽
152 151화 – 연주와 예주가 있다면 한파를 막을 수 있는 걸까? +5 20.10.22 1,248 25 18쪽
151 150화 – 한파의 전조(3) +4 20.10.21 1,250 26 18쪽
150 149화 – 한파의 전조(2) +4 20.10.20 1,225 26 22쪽
149 148화 – 한파의 전조(1) +2 20.10.19 1,219 25 20쪽
148 147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3) +7 20.10.18 1,212 28 18쪽
147 146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2) +10 20.10.17 1,236 26 19쪽
146 145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1) +5 20.10.16 1,297 22 21쪽
145 144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3) +4 20.10.15 1,265 25 20쪽
144 143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2) +6 20.10.14 1,266 25 18쪽
143 142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1) +6 20.10.13 1,253 25 17쪽
142 141화 – 서원군을 지우겠습니다, 장인 +6 20.10.12 1,269 25 16쪽
141 140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3) +2 20.10.10 1,221 25 16쪽
140 139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2) +6 20.10.09 1,218 23 20쪽
139 138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1) +5 20.10.08 1,230 26 17쪽
138 137화 – 서방 원정의 성공과 포홍이 구상하는 것 그리고 +7 20.10.07 1,253 23 17쪽
137 136화 – 회자(會者)는 모든 것을 쥐고 익숙한 곳을 향해 돌아온다 +8 20.10.06 1,219 27 22쪽
136 135화 – 거자(去者)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 +22 20.10.05 1,222 25 19쪽
135 134화 – 죽은 이들의 망령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끝은 이미 예견된 것 +6 20.09.30 1,181 24 22쪽
134 133화 - 천하의 정세가 너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6 20.09.29 1,207 23 23쪽
133 132화 – 거짓된 백성의 왕을 살려둔 이유 +6 20.09.28 1,204 20 19쪽
132 131화 – 생존을 위한 선택 +5 20.09.25 1,218 20 17쪽
131 130화 – 가히 왕이로구나, 칭왕의 죄를 물을 수가 없다 +11 20.09.24 1,239 22 19쪽
130 129화 –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우리의 왕을 위해 싸우자 +12 20.09.23 1,226 21 21쪽
129 128화 – 이 땅에 민중의 왕, 백성의 왕께서 나타나셨다 +5 20.09.22 1,263 25 18쪽
128 127화 – 피와 잿더미로 얼룩진 염호는 패왕을 불러들인 용연이 되었다 +10 20.09.21 1,278 28 20쪽
127 126화 – 두 패자와 두 승자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재앙과 돈의 악마 +14 20.09.18 1,271 26 19쪽
126 125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3) +11 20.09.17 1,222 27 21쪽
125 124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2) +6 20.09.16 1,215 29 18쪽
124 123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1) +10 20.09.15 1,288 21 18쪽
123 122화 – 서쪽 끝의 이야기 +10 20.09.14 1,283 24 18쪽
122 121화 – 그 공을 굴리는 자가 바라보는 곳 +4 20.09.11 1,279 29 16쪽
121 120화 – 장연이 쏘아 올린 흑산적이란 이름의 공 +6 20.09.10 1,256 26 18쪽
120 119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3) +6 20.09.09 1,250 30 20쪽
119 118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2) +8 20.09.08 1,305 26 22쪽
118 117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1) +11 20.09.07 1,335 25 20쪽
117 116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2) +4 20.09.06 1,368 27 21쪽
116 115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1) +8 20.09.05 1,348 29 20쪽
115 114화 – 돈이 깔린 판에, 사람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2) +11 20.09.04 1,362 2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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