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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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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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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0.10.19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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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추천
25
글자
20쪽

148화 – 한파의 전조(1)

DUMMY

“으으음, 그렇지. 그렇게, 헌데 누가 왔다고?”


“사례에서 전령입니다. 사도의 명을 받고 왔다고 합니다.”


“뭐, 이런 제기랄! 그걸 왜 이제 말해!”


전각 내의 나긋한 신음소리는 이내 예상치 못한 손님 덕에 잠시 멎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다급히 전각의 문을 떨치고 나온 유비가 급히 웃옷을 주섬주섬 여미며 안읍의 관사에서 전령을 맞았다.


“지금 나더러 뭐라 했습니까? 뭐, 뭐가 어쩌고 어째요?”


“송구하옵니다만, 저도 그저 당장에 명을 전한 것 밖에는......, 허면 저는 이만.”


허나 예상 밖의 소식을 들고 온 전령은 순간, 그 눈이 반쯤 뒤집힐 듯 희번득거리는 유비의 분노에 다급히 제 할 말을 전한 채, 도망치듯 안읍을 빠져나갔다.


“.......”


그리 다급한 이가 사정을 보이지 않고 다녀가 버렸으니 졸지에 전각의 내부에는 싸늘함만이 감돌았다.


와장창-


“꺄아아아악!”


그 뒤, 이제는 아주 당연하다 싶은 난동이자 분풀이가 벌어졌고, 때아닌 비명에 관우와 장비가 안으로 뛰어들었다.


“형님, 큰....., 형님!”


“아, 미안. 미안하네, 한데......, 이게....., 사람 일이 아무리 이리 풀려도 그렇지? 어떻게, 매번 굽신대고 수그리며 살아도 답이 나오지가 않아. 어? 거기에 매양 희망을 던져주고 그 뒤에 절망을 던져주면 나 같은 사람은 어쩌냔 말이지?”


바스락-


그들이 발을 들인 자리에는 이미 향로와 술병을 비롯해 많은 것들이 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피를 질질 흘린 채, 미친 놈마냥 실성한 듯 웃고 있는 유비가 있었다.


그의 허탈한 표정은 이미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으니 관우와 장비 또한 무언가 일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가서, 가 문화....., 아니지. 헌화 불러와. 흐흐흐. 내가 하도 원통하니까 이제는 저 멀리 서역으로 도망친 사기꾼 놈팽이 이름이 다 나오네,”


그렇게 반쯤 실성한 유비의 상태가 위험함을 느낀 관우와 장비는 다급히 경옹과 함께 돌아왔다.


“우리 책임져주겠다던 그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새끼는 서쪽으로 튀었고, 이제는 그 허울뿐인 자리에 책무와 더불어 모가지를 헌납할 일만 남았네?”


유비의 입장에서 이는 가히 날벼락이나 다름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역과의 무역이 시작되었다며 들썩이다 본격적으로 옹주와의 거래를 트며 미친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와선 갑자기 소금을 더 많이 내어놓으라는 말이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이미 잿더미만 남은 잔해 위로 지붕조차 제대로 얹기도 전에 솥단지와 장작을 넣고 소금물을 끓여 가며 소금을 만들어 바쳤는데도, 제대로 된 집 하나 복구시키지 못해 작업장 인근에 움막만을 짓고 인근의 백성들을 가히 제물로 바치다시피 갈아 넣어 생산한 양이 그 정도야, 그런데 갑자기 이에 두 배에 달하는 양을 요구해?”


“현덕......”


“말해봐, 이제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후우, 제기랄.”


당연히 뒤따라오는 유비의 독촉에 경옹 또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 듯 그 머리를 긁적이며 고심하다 한 가지 아주 익숙한 답을 내어놓았다.


“튀자.”


“경옹.”


“니미, 썅! 그러면 뭐 어쩔 건데-!”


“.......”


“아니면 예서 그냥 다 같이 죽을까? 현실 직시 똑바로 하고 살라며, 어떻게든 이게 기회가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으면 다시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서야지?”


“허나, 사도의 사자가 찾아온 것은 처음이니 이를 처리해야 한다.”


“그거야 쉽지, 떠난 가 문화가 언급한 여 봉선 있잖아?”


“.......!”


그리고 막연한 줄 알았던 경옹의 빤한 대처 속에 답이 있음을 깨달은 유비는 다시금 자신의 꺼져가는 눈동자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던 무거운 몸을 곧바로 일으켰다.


“어차피 정원에게 밀릴 것이 빤하니, 예서 막는 척하다 도망친다?”


“어차피 전력 보존하려면 그쪽이 더 나아. 거기다 소금 빼돌려 군자금으로 쓰면 그만이지.”


“갈 곳은?”


“뭐, 서쪽이야 위험한 놈들 투성인데 동쪽밖에 더 있어?”


“우리가 활약할 곳이어야 한다. 거기에 안전해야 해.”


“굳이 비빌 곳이라면 청주? 근데 안전하지는 않고.”


“청주?”


“황건적들이 아직도 남아 계신단다.”


철컥-


순간, 자신의 칼집에 손을 올린 유비의 눈이 다시금 번뜩였다.


“남흉노의 잔당에게 밀렸어도 백파적을 깬 위명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이를 말일까?”


“좋네, 준비해. 되도록 건육으로 식량 챙기고 나머지는 최대한의 소금을 챙긴다.”


“다른 건?”


“계집.”


“야!”


순간, 그 안광을 번뜩이는 것이 다시금 각오를 다진 줄 알았건만 이내 김이 팍 새게 만드는 장난을 운운하니 이에 경옹은 빽- 하니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막상 이를 들은 유비는 장난이 아니라는 듯 아예 대놓고 자신의 옆에 자리한 관우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아니라 운장 몫.”


“형님, 어찌 형수를......”


그리고 이러한 유비의 손가락질에 되려 당황하며 겸양의 모습을 보이는 이는 관우였다.


물론, 그런 관우의 모습에 코웃음을 친 유비였지만 말이다.


“형수? 지랄하네. 그러는 아우는 내가 내려준 그 형수랑 왜 지금까지 몸 섞었어? 어차피 장 아우는 싫다 하니까, 아우에게 내리는 거야. 마땅히 이 땅 와서 제대로 팔자 피고 싶었는데, 관 아우 고향이기도 하고 모두가 떳떳하게 서면 좋은데, 그러지 못했잖아?”


“형님......”


“우린 다시 가난해질 게 뻔해. 새로이 정착하기 전까진 이전처럼 가진 걸 나누고 돌려쓰고 해야지. 어차피 이 땅에 나나 네 욕정 견뎌내는 계집 없잖아?”


“그래도.....”


“내가 왜 여태까지 티나게 아우를 챙겨줬을까?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는 거야? 아니면 아직도 더 확인받고 싶은 거야?”


그래서였을까?


이 하동 땅에 돌아왔을 적에 유비가 자신의 손을 거친 계집을 내려줬을 적의 기억을 되새기는 관우였다.


이는 그저 그런 배려를 넘어선 확고한 서열과 입지의 확인이었던 것이다.


“왜, 이제 와 좀 편해지고 살맛 나니까 그러기 싫어? 난 내걸 내어준 거야. 그리고 누가 뭐래도 내 다음은 너다. 이는 막내인 익덕도 동의한 거고 아마 지금까지의 아우를 지켜본 모두가 알 테지.”


“저, 저는......”


그렇게 노골적인 솔직함에 당혹감을 표하면서도 한쪽으론 자신에 대한 대우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관우가 이내 고개를 돌려 장비의 눈치를 살폈다.


허나 장비는 애초에 이에 관심도 없었다는 듯 가벼이 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이내 관우는 여전히 자신을 귀하게 대우하는 유비에게 알게 모를 뜨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라도 순서랑 배분은 있어야지. 이게 예나 지금이나 내가 너희들에게 내어줄 수 있는 최선이다.”


“형님의 은혜 있지 않겠습니다.”


“말의 의형제지, 여전히 거리가 멀구나. 많이 가까워졌지만 아직도 멀었어.”


“혀, 형님!”


“뭐 나중에 니 애, 내 애 한배에서 나오면 그때 가족할래?”


“형님, 그건 너무하신......!”


“흐하하하하! 웃자고 한 말이야. 웃자고, 대신 내 진심은 진짜야. 나는 내 품에 있는 계집이라도 당장에 너희를 위해 내어줄 수 있다. 익덕은 이를 원하지 않으니 굳이 권하진 않지만 너는 은연중에 이를 원했고 나는 그래서 이를 허락했지.”


그렇게 유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관우의 어깨를 쓸어내렸다.


물론, 관우는 그런 유비의 앞에 더더욱 수그렸고 말이다.


“그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심이야, 진짜 형제. 한 가족이 될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는다. 내 일생을 나는 너희에게 걸었어. 운장, 익덕 그러니까 나는 너희 죽어도 포기 못 해.”


감당이 되지 않을 솔직함과 설득력을 갖춘 유비의 말에 다시금 장비와 관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는 실로 묘한 설렘이었다.


알게 모를 천박함이자 부끄러움 그리고 솔직함을 서로가 많이 공유하게 되었으니, 실로 그 관계는 이전보다 급속도로 더 가까워지고 끈끈해지고 있었다.


“인육을 먹고 계집을 나눠도 우리의 대망과 대원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 끝은 천하야. 나는 그 끝을 본다.”


“흥, 그러려면 이 나라의 사도부터 등져야 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 유비가 나름의 명언을 던지려 하였고, 이에 정신을 차리라는 듯 경옹이 현실과 함께 끼어들었다.


“까짓 거, 못 등질 건 또 뭐야?”


그러나 그럼에도 유비는 여전히 입가에 완연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번 포기하는 게 어렵지, 두 번부턴 쉬워.”


“하, 참. 죽어도 안 나가고 버티겠다더니.”


“사람 사는 게 원래 그런 거야. 그땐 이게 맞았는데 나중에는 아닌 거지. 때마다 맞는 답이 있는 거다, 경옹.”


“아이고,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다음의 행보를 정한 채,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현실의 압박을 아주 홀가분히 던져버린 유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신의 발치에 자리한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엄청난 크기의 염호와 지금도 수천 명의 백성들이 달라붙어 땔감을 넣고 장작을 나르며 수백 개가 넘는 솥에 엄청난 양에 소금을 끓이고 있었다.


“쩝, 저게 다 돈인데.”


“아무래도 작금의 사도는 사람을 부릴 줄 모르는 모양이지요? 저희가 떠나면 소금은 누가 만들어준답니까?”


“글쎄, 사람 부릴 줄 모르는 게 아니라면 당장에 이쪽을 몰아붙여야 할 정도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터진 거겠지. 설마 누가 소금이라도 대신 가지고 날랐나?”


그리고 이러한 유비의 말은 정확히 며칠이 지나 사실이 되었다.


뭐, 정확히는 제값을 주고 사례의 이들이 알아서 옹주까지 날라준 측면도 있으나 여하튼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의 소금을 비롯한 엄청난 양의 물자들이 옹주로 향하였음을 이제는 하동의 이들도 알게 된 것이다.


* * *


채재재쟁-


“밀어붙여!”


그리고 이러한 소식은 알음알음 하동을 지나 그 너머에 자리한 병주와 사연택 인근에도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리 사례가 옹주와의 교역으로 엄청난 물가를 내어준 대가로, 엄청난 호황을 맞이하였다는 그 꿈 같은 이야기조차 작금의 이들에겐 들려오지 않을 이야기였으니, 이는 바로 자신들의 눈앞에 여전히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칼을 휘두르는 이들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퍼석-


“이 육시랄 새끼들이......”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피에 물든 화극으로 상대의 머리를 깨부수는 여포가 있었다.


정원과는 병력의 격차가 심하니 이를 위해 일부러 소규모 병력과 함께 떨어져 모험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국 1만이 넘는 병력을 꾸준히 상대하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뭐, 그 덕에 병주의 정원에 밀리지 않는다는 위명을 얻었으나 그 찰나의 위명에 가려진 현실은 실로 처참한 것이었다.


“끄흑....., 또 가슴이.....”


“형님!”


그렇게 잠시 통증을 느낀 여포의 곁엔 위속이 있었고, 이내 앞섶을 풀어 헤친 여포는 고개를 숙여 다시금 핏물이 새어 나오는 상처를 확인한 뒤, 위속을 대신 내보냈다.


“위속, 오늘은 네가 내 대신 저놈들 치워라!”


“예! 자, 가자!”


두두두두-


그렇게 위속을 비롯한 일군이 멀어지자 여포는 천천히 말머리를 돌리며 이를 갈았다.


“정원....., 이 빌어먹을 노친네가. 진정 포홍에 비견된다더니 정녕 사실이었어.”


여포의 가슴을 그어 버린 상흔은 그 누구도 아닌 정원이 직접 만들어낸 것이었다.


물론, 여포가 온전하지 않은 만큼 정원 또한 그 몸에 적지 않은 자상이 생겼으나 본의 아닌 연륜의 차이가 찰나의 실수를 만들어내며 치명적인 일격을 그만 몸으로 받아내고야 말았다.


“그때 오천이 넘는 병력을 잃었다. 나도 정신을 잃는 듯했고, 정원 놈도 말등에서 기절했으니 결국 남은 건 병력의 질과 지휘의 차이였지.”


실로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겨우 정신을 붙들고 남은 병력을 수습해 반격을 가하지 않았더라면 가히 그 자리에서 몰살을 당했을 것이다.


“그 뒤, 정원 놈은 요양 중인지 나오지도 않고 있고, 한 손이라도 아쉬운 나는 계속 이 지랄이니, 빌어먹을.”


그리해서 도맡은 병주군 1만도 이제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완쾌는커녕 휴식조차 힘든 마당에 밑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이 닳고 닳을 때까지 싸우고 또 싸우며 죽어라 적들을 상대한 여포였으나, 이 또한 다시금 멎었던 피가 흘러나오면서 격통을 유발하니 매번 제대로 된 실력을 내보이기가 힘들었다.


“저기 여포다! 여포가 있다! 일군은 당장 우회하여 감히 병주목을 배신한 저 배은망덕한 것의 목을 쳐라!”


“그래서 요령만 늘었지, 요령만.”


그렇게 다시금 여포를 발견한 병주군 측에서 한 무리의 기병들을 출격시키니, 그 찰나의 휴식조차 취할 수 없는 여포는 이제는 아예 체념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천천히 말을 달렸다.


두두두두-


“이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환장한 건 너야. 내가 몸이 안 좋으니 가볍게 하자.”


“이놈이, 감히.....!”


푸슛-


그렇게 흙먼지를 일으키는 병주군들의 사이로 뛰어든 여포의 화극은 아주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푸히히잉-


“으어어어!”


쿠웅- 쿵-


“으헉!”


그의 화극이 지나간 자리에는 말들이 날뛰고 있었고, 이미 기수들 여럿이 땅바닥을 향해 떨어져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었으니, 이는 아픈 몸을 제어하며 최소한의 힘만을 사용하는 실로 그답지 않은 방식이었다.


“말 다리 하나만 베어내도 기병은 제 기능을 못 한단 말이지.”


“여포, 네 이놈!”


서걱-


“그래도 사람 몇 놈 모가지 날릴 힘은 남아있어.”


그렇게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이의 머리까지 잘라낸 여포는 자신의 앞에 무력화된 수십 기의 기병들을 뒤로한 채, 저 멀리 수만에 달하는 병력이 뒤엉킨 지평선을 또렷이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무리인가? 제기랄.”


자신의 친족인 위속은 물론이고 여러 남흉노의 부장들과 자신을 따랐던 이들까지 모조리 뛰어든 전장이었으나 이 또한 한계였다.


병주의 이들이 남흉노의 이들과 철천지 원수인 배경.


두 배가 넘는 병력 차.


거의 비슷한 병력의 질.


상대적으로 이쪽을 압도하는 무장까지.


여포는 자신이 넘을 수 없는 정원과 병주에 대한 벽을 느끼며 실로 쓴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마지막 후방에 자리한 이를 향해 손을 흔든 그는 이내 자신의 곁에 다가오는 이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뻗어 전장을 가리켰다.


“조성.”


“예, 장군.”


“저기 지금 저 많은 병력 지휘하는 놈이 위속이랑 한바탕했던 장양이지?”


“예.”


“가서, 저놈 저격하고 와.”


“그리하지요, 이럇!”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포에게 조성이라 불린 이가 제 몸에 매인 활을 풀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등자도 없이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는 말 등에서 균형을 잡으며 놀랄 만큼 평온한 움직임으로 화살을 꺼내 시위를 당기는 그는, 그대로 적진을 향해 내달리며 한쪽 눈을 감았다.


그렇게 당겨진 시위가 자리한 활대와 화살의 끝에 얼추 장양의 모습이 담겼고, 그 순간 조성은 시위를 놓아버렸다.


피이이잉-


“크흑!”


“자, 장군!”


그렇게 어깨에 화살을 맞은 장양이 말에서 떨어지자 병주군에 혼란이 일었고, 이틈을 틈타 여포를 따르는 이들은 병주군의 포위망을 벗어나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부우우우-


그리고 때마침 이를 기다린 여포가 대놓고 퇴각의 신호를 알리는 뿔나팔을 불자 이들은 아예 전장을 이탈했다.


“형님!”


“무리다,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크흑, 그래도.......”


“그래도 주부였던 나도 이제 멋대로 장군을 칭할 수 있게 되었다. 다 죽는 것보단 이쯤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옳아.”


그렇게 다시금 위속을 비롯한 이들을 수습한 여포는 곧장 동남부로 말머리를 돌렸다.


“당장에 하내로 돌아가긴 싫으니 하동이라도 쥐어야겠다.”


“저수가 이야기를 꺼냈지만, 저도 이 선택지가 제일 낫다 생각합니다. 급한 대로 하내의 도움을 받기도 좋고 결국 병주와 사례의 연결점을 끊어내는 역할만으로도 저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나름의 대우를 받게 될 겁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1만의 병력과 더불어 하동으로 방향을 잡은 여포가 온전히 사연택을 포기한 것이다.


“사연택이다! 지금 당장 사연택을 점거하라!”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병주군의 진영 또한 난리가 났다.


일군을 선별해 여포의 뒤를 쫓는 추격대를 보내는 한편, 본대를 이끌고 사연택을 점거한 정원은 이내 곧바로 목책을 해체해 여포의 이들이 버리고 간 진지를 하나의 거대한 무역거점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준비를 갖춰라! 지금 당장 병주에서 자재를 가져와 이곳에 천막과 가림막을 추가로 세우고 그 옆에 새로이 마장과 여곽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직도 꿈을 꾸는 수많은 병주의 이들이 있었다.


매양 가난과 약탈 그리고 전쟁에 치인 삶을 살아야 했던 이들은 사례에서 전해진 꿈 같은 이야기가 조만간 자신들에게도 펼쳐질 현실이 되길 염원하고 있었다.


* * *


“사연택에서 여 봉선이 떨어져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소식은 당연히 함곡관으로 피신한 풍방의 귀에도 들려오고 있었다.


“예, 이에 정원이 아예 병주의 관료들을 사연택으로 불러들여 평정(評定)마저 진행한 모양입니다.”


“결과는?”


“남흉노의 잔당을 토벌하고 병주의 백성을 살찌우기 위해 상시를 열겠다 합니다. 또한 앞으로 병주 인근의 모든 치안은 이전보다 더 강화될 것이니 동서의 이들, 특히 황하 이북에 자리한 이들은 모두 부담없이 이를 이용하라며.......”


“결국 무역로를 세우시겠다? 아하하하하!”


그렇게 양봉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풍방은 마치 환관의 이들과도 같은 중성적인 미색의 웃음을 내비쳤다.


“저, 중군교위. 한데 이리되면 도리어 저희에게 나쁜 것 아닙니까?”


하지만 이를 기회로 여겨서이기 때문일까?


나름의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양봉은 딴에 부족한 머리를 굴리며 열심히 풍방의 앞에 그가 즐거워할 재롱을 피웠다.


“흐음, 어째서지요?”


“자세한 건 몰라도, 여 봉선은 옹주목의 수하였다 들었습니다.”


“그래서요?”


“저리 사연택을 빼앗기면 결국 병주의 정원은 무역을 통해 자금과 물자까지 갖추고 더욱 세력을 불려갈 것인데 만일 이러면 사례에 힘을 실어주게 되지 않을는지요?”


“훗.”


그리고 그 재롱이 실로 귀엽게 느껴진 풍방은 이내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후훗, 후하하하하! 뭐가 어쩌고 어째요?”


“예?”


“하아, 진짜 웃기는 말이네요. 사례에 힘을 실어?”


“아,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아니, 잘못된 건 아닌데 이게 너무 웃기잖아요.”


그렇게 지칠 줄 모르는 웃음을 보이는 풍방이었으나 작금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양봉은 두 눈을 껌뻑이며 도저히 이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얼굴로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양봉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풍방은 숨길 수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답을 주었다.


“지금 사례는 당장에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자조차 제대로 못 구하는 판이에요. 급한대로 자신과 동맹관계인 병주의 물자라도 가져와야 할 판인데, 그래야 언제 붕괴될 지 모르는 내부를 수습할 수 있는데, 지금 정원은 그리 사례의 내부를 수습할 물자를 엄한 서역에 팔아치우겠다는 거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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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9 알카시르
    작성일
    20.10.19 21:21
    No. 1

    이미 하동에서 최선을 다해 생산한 소금 전부를 바치고 있는데 그 배를 어떻게 바치란 말이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그저 명령만 내리면 이룰 수 있다고 여기다니 황보력이 이렇게나 어리석을 줄은 몰랐습니다. 생각하는 수준이 왕망과 똑같네요.

    어리석기로 따지면 여포도 만만치 않네요. 하동은 이미 완전히 박살나서 소금 생산량도 얼마 안 되는데 아직도 왕년의 하동으로 착각하다니... 만약 여포가 하동의 사정을 제대로 알았다면 굳이 계륵을 탐내지 않고 얌전히 하남이나 옹주로 갔을 텐데 이런...

    관우는 의롭고 점잖은 자, 장비는 난폭하고 제멋대로인 자라는 인상이 강한데 이 소설에선 어째 둘이 바뀐 것 같군요. 장비가 형과 여자를 공유하는 패륜은 결코 저지를 수 없다고 여기는 반면 관우는 인륜이고 뭐고 모르는 파천황적인 행보를 보이다니... 유전자 검사도 못하는데 누구 아기인지 어떻게 구분하려고... 설마 유선과 관평이 실은 관선과 유평이었다거나... ㅎㄷㄷ

    어차피 정원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고, 물자가 절실한 사례와 교역해도 큰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서역이 아니라 사례에 물자를 팔면 되지 않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0.20 08:21
    No. 2

    1)
    다음화에 올라간 부분에서도 나오지만 이는 아마 현대인인 우리가, 독자나, 작가인 우리가 앞뒤의 모든 내용을, 인물들의 모든 상황을, 더 나아가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당장에 유비가 최선을 다해 갈구하고 복종하며 생존을 위해 소금을 가져다바치는 것도 실상 그 모습이 보이지 않으며 유비라는 인물이 놓인 상황을 자세하게 모르는 황보력의 입장으로서는 그가 농땡이를 피워 이 정도 생산량인지 아니면 그냥저냥 일을 해서 이 정도 생산량인지는 잘 모르겠지요.

    2)
    음, 여포가 끝내 사연택을 지키지 못하고 하동으로 가는 것은 울며 겨자먹기에 가까운 선택입니다. 그런 여포의 선택을 존중하는 위속의 발언에서도 나오지만 이는 이미 다 털린 하동을, 이전의 부유한 하동으로 본다기보다는 정치적인 입지 때문에 그곳에 자리하려는 게 맞습니다.

    사례와 병주의 연결점, 그들의 합종을 하내와 하동이라는 연횡으로 끊는 거지요.

    무엇보다 옹주 - 하동 - 하내는 완만한 곡선의 모습으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수 있고 하북과 중원을 떨어트려 놓을 수 있게 됩니다.

    여포의 입장에선 자신의 양쪽에 자리한 포홍의 세력에게 언제든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그 대진 위로는 병주와 백파적을 밑으로는 사례를 등지며 위험을 자처한 겁니다.

    다만 그 덕에 포홍 측에서 생명수당?을 비롯한 많은 것들이 제공이 되겠지요.

    그리고 일찍이 여포가 은연중에 독립심을 드러낸 부분과 깐깐한 저수의 관여가 있어 하내를 꺼렸던 상황을 생각하면 결국 옹주에 가는 것도 다시금 포홍에 그늘에 들어서야 하는 것이니, 차라리 이렇게 이용해먹을 것은 이용해먹으면서 반 독립적으로 남아있는 게 여포에게는 최선의 좋은 선택입니다. 위속 또한 이를 알기에 찬동했던 것이구요.

    3)
    실질적으로 관우와 장비도 장단점은 있었지요. 장비는 능력있는 선비를 대우했어도 아래에 속한 이들에게 오만했다고 하고, 관우는 춘추끼고 점잖은 체하며 아랫사람들에게 큰 하자는 없었으나 자신에 대우에 민감해 시간이 지날 수록 그에 대한 대우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고집스러움을 많이 표했다고 하고.

    거기다 장비는 사인 출신이라 밑바닥 배경을 두지 않아 장비와 조금 차이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전자 뒤섞인 패륜은 ㅋㅋㅋㅋ 아니 거기까지는 진짜 갈 생각이 없어요 ㅋㅋㅋㅋ

    4)
    당장에 물건을 팔아치우는 수익의 구조만 보더라도 그 둘은 그림이 같을 수가 없습니다.

    우선 서역은 한 차례 자신들의 물건을 가져다 팔아도 큰 수익이 나며 다시금 서쪽에서 들어오는 물건 때문에 큰 수익이 납니다.

    즉, 오고 갈때마다 어느 쪽이든 수익이 납니다.

    그리고 이게 앞으로도 지속이 되지요.

    그러나 사례는 다릅니다.

    애초에 중원이나 하북이나 큰 틀에서 같은 국가, 문화권의 물건이니 이것이 다른 세상에 가야 그만큼의 비싼 값을 받는데 막상 사례는 그렇지가 않지요.

    무엇보다 사례는 서역만큼 매력적인 상품을 가져오지 않습니다.

    만일, 사례를 통해 서역의 상품을 가져온다면 그건 쓸데없이 비싼 프리미엄을 거쳐, 중간에 시세차익 다 챙기는 중계상인을 두고 물건을 가져오는 꼴이니 되려 수익이 줄어들지요.

    거기에 작금의 물자의 품귀값이 귀해진 것은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앞으로도 영원토록 많은 수익이 날 거란 보장은 없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이 개척한 무역로를 당장에 사용하고 활성화를 꾸준히 시켜놓아야 병주는 기존에 도움을 받고 지원을 받으며 매달리던 사례에서 독립할 수가 있습니다.

    꿀릴 것 없고 아쉬울 것 없으니 그들에게 코가 꿰일 일도 그들에게 끌려다닐 일도 없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이러한 이점들 외에도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남아있는데, 바로 여러 차례 다뤄졌던 저질 화폐이자 불량 화폐인 악홥니다.

    애초에 물건의 대금으로 지급받을 오수전의 신용도가 떨어저버린 상황에 그 대금을 오수전으로 받을 수 없고 허면 그 수익에 대한 값을 다른 물자로 받아야하는데 애초에 사례에 그런 물자가 없지요.

    황보력은 이를 꿰뚫었기에 대금 대신 지급할 소금을 최대한 빨리 긁어모으려 했던 것이지만, 이는 이미 풍방이 예언한 대로 거래처를 함부로 대하는 덕에 유비라는 거래처가 알아서 떨어져 나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그가 예견한 것은 더 있지요, 어차피 병주에서 무역로 뚫리면 하북 전체가 사례 측으로 물자를 보내지 않을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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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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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49화 – 한파의 전조(2) +4 20.10.20 1,226 26 22쪽
» 148화 – 한파의 전조(1) +2 20.10.19 1,220 25 20쪽
148 147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3) +7 20.10.18 1,213 28 18쪽
147 146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2) +10 20.10.17 1,236 2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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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4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3) +4 20.10.15 1,265 25 20쪽
144 143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2) +6 20.10.14 1,266 25 18쪽
143 142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1) +6 20.10.13 1,254 25 17쪽
142 141화 – 서원군을 지우겠습니다, 장인 +6 20.10.12 1,270 25 16쪽
141 140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3) +2 20.10.10 1,222 25 16쪽
140 139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2) +6 20.10.09 1,218 23 20쪽
139 138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1) +5 20.10.08 1,230 26 17쪽
138 137화 – 서방 원정의 성공과 포홍이 구상하는 것 그리고 +7 20.10.07 1,253 23 17쪽
137 136화 – 회자(會者)는 모든 것을 쥐고 익숙한 곳을 향해 돌아온다 +8 20.10.06 1,220 27 22쪽
136 135화 – 거자(去者)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 +22 20.10.05 1,223 25 19쪽
135 134화 – 죽은 이들의 망령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끝은 이미 예견된 것 +6 20.09.30 1,181 2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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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5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3) +11 20.09.17 1,222 27 21쪽
125 124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2) +6 20.09.16 1,215 29 18쪽
124 123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1) +10 20.09.15 1,289 21 18쪽
123 122화 – 서쪽 끝의 이야기 +10 20.09.14 1,284 24 18쪽
122 121화 – 그 공을 굴리는 자가 바라보는 곳 +4 20.09.11 1,279 29 16쪽
121 120화 – 장연이 쏘아 올린 흑산적이란 이름의 공 +6 20.09.10 1,256 26 18쪽
120 119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3) +6 20.09.09 1,251 30 20쪽
119 118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2) +8 20.09.08 1,306 26 22쪽
118 117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1) +11 20.09.07 1,335 25 20쪽
117 116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2) +4 20.09.06 1,369 27 21쪽
116 115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1) +8 20.09.05 1,348 29 20쪽
115 114화 – 돈이 깔린 판에, 사람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2) +11 20.09.04 1,363 2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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