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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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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4,810

작성
20.09.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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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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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9쪽

130화 – 가히 왕이로구나, 칭왕의 죄를 물을 수가 없다

DUMMY

“죄인들을 모두 무릎 꿇려라.”


땟국물이 흐르며 제대로 된 의복조차 갖추지 못한 백성들이 마치 형을 집행하는 군병들처럼 어설프고 과장된 걸음으로 비단을 걸친 이들을 끌고 와 바닥에 내던졌다.


풀썩-


“하나, 안읍의 관료.”


“사, 살려주시오! 사, 살려......”


“죽어라! 죽어라 썩을 놈! 감히 우리를 성밖에 썩게 만들었더냐!”


“살려두지 마라! 그 멱을 따버려라!”


“집행.”


서걱-


죽음 앞에 그 마지막 발버둥조차 칠 수 없었던 이들의 죽음은 이제는 그 앞에 쌓인 수십 구에 달하는 시체로 말미암아 익숙하다 못해 똑같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음은, 안읍의 토호!”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지주 새끼! 저 홀로 배불리 살아남으려 했던 부호 놈들은 죽어야 마땅하다!”


“그게 무슨....., 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내가 왜.......”


그러나 그리 끌려온 이들 중 다수는 억울하고도 원통한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닥쳐라! 가진 것이 많은 네놈들은 너희의 것을 내놓지 않았다! 네놈들이 일찍이 너희 것을 내어놓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다!”


“그, 그래서 내어 주었다! 병사도, 군량도 이미 안읍의 태수가 요구하기에 내어 주었단 말이다!”


하라는 대로 했고, 달라는 것은 모조리 내어 주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죽음을 바라는 저 수많은 백성들의 모습은 작금의 형틀에 놓인 이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물이었다.


“역시 더러운 놈들! 저들끼리만 주고받는구나! 우리는 받은 것이 없다! 우리에게 내어 주지 않았지 않았느냐!”


“암, 옳은 말이야! 저놈들이 역시 저들 좋으라고, 뒤에서 구린 짓을 일삼은 게야!


“그게 어째서 그렇게 되느냐! 저기 자리한 임협 놈들에게 부족하나마 쌀을 받았을 것 아니냐! 그게 다 우리가 내어 준 것이다! 이 무지하고도 몽매한 것들아! 우리의 쌀이 너희를 구제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내어 준......!”


그리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내는 토호가 거슬렸기 때문일까?


상좌에 앉은 유비는 형의 집행을 서둘렀다.


“집행하라.”


“집행이라니, 갑자기 그 무슨 소리야!”


“집행하라, 어서!”


스릉-


“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개새끼들아! 지랄하지 마라! 내가 왜 죽어야 하느냐! 나는 죽을 이유가 없다! 내 네놈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 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네놈들이 성을 점거한 이후 분명 내가 다 협조 하겠다, 다 내어 준다고 약조를......!”


푸화아악-


그렇게 또다시 핏물을 머금고 땅바닥에 닿은 칼날의 너머 데구르르 굴러가는 사람의 목과 그 앞에 뿜어낸 핏줄기가 터졌다.


“이 땅 엉덩이를 깔고 앉은 더러운 돼지가 죽었다! 이는 올바른 형의 집행이며, 다시금 이 땅의 질서가 회복되는 순간이다!”


와아아아아아-


그러나 도리어 이로 말미암아 수많은 백성들의 우렁찬 고함을 내지르고 두 팔을 흔들며 환호성이 자리하니, 이는 마치 안읍에 모여든 모두가 즐기는 하나의 거대한 축제와도 같았다.


타앙-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금 자신이 나설 때를 깨달은 유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시금 목청을 높이며 제 주변에 자리한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호소했다.


“이것으로 저 부정하고 부덕한 이들에 대한 모든 징치가 끝났소! 이제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이곳을 노리는 백파적들에게 맞섭시다! 이제는 우리도 우리의 고향을 찾아야 할 것 아니요!”


“우리의 왕께 천세를!”


- 우리의 왕께 천세를!“


“그마아안! 나는 왕이 아니요! 나는 중산정왕의 후손이며 뜻이 맞는 형제들과 함께 의기를 품고 일어섰을 뿐이니, 더는 나를 왕이라 부르지 마시오!”


“허나 누가 뭐래도 유공께서는 저희의 왕이십니다! 도탄에 빠진 저희를 구원하시고 몸소 저희를 위해 싸우셨습니다! 아니, 그렇소들?”


그리고 축제에는 역시 연극이, 짜임새 있는 공연이 빠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빤하디빤한 연극 속에, 모두가 집중해서 지켜보는 놀랄만한 공연을 이끌어나가는 무대 위의 백성 1은 역시 경옹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선동에 물든 수만 명의 백성들은 안읍이 떠나가라 환호하며 소리를 질렀다.


“자, 우리 모두 천세를 외칩시다! 허나 우리의 왕께서 겸양의 자세를 보이시며 스스로가 왕이라 불리지 않기를 원하시니 그분의 자를 높여 천세를 부릅시다!”


그도 모자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변명거리마저 미리 마련해놓았으니, 이는 한 차례 단물이 빠진 호칭을 내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였다.


“현덕 공, 천세!”


- 현덕 공, 천세!


“천세! 천세! 천천세!”


- 천세! 천세! 천천세!


그렇게 모두의 환호 속에서 손을 흔들며 안읍의 태수부로 발걸음을 옮기는 유비는 연신 웃는 낯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 속에 마치 독심술이라도 하듯, 제 옆에 자리한 관우를 향해 상황을 묻는 그는 환한 미소에 어울리지 않을 심각한 눈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낭중령이 이끄는 2만의 군세가 어디까지 왔다고?”


“벌써 강읍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백파적들은?”


“예상치 못한 이들의 등장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미 운송 중이던 수많은 물자를 빼앗기다 못해 수 차례의 교전 속에 연신 패퇴를 거듭하는 모습이옵니다.”


“운장.”


“예, 형님.”


“겨우 고향 땅을 밟은 네게 미안한 말이지만, 어쩌면 우린 또다시 떠날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낭중령, 때문입니까?”


“예상보다도 더 빨라. 거기에 혹시 모를 칭왕의 문제 또한 우리의 자의가 아니었음을 그의 앞에 해명해야 한다.”


“하옵시면?”


“운이 좋다면 산다. 그 운이 평이하다면 살아도 이곳에 뿌리를 내릴 수 없고, 만일 운이 나쁘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죽어라 도망쳐야 할 것이다.”


철컥-


“충!”


“후우.”


어느덧 백성들을 지나쳐 태수부에 발을 들인 유비는 이내 군례를 올리는 병사들의 인사에 그 자리에서 멈춰선 채, 안도했다.


그래, 이곳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을 위한 안식처였다.


고난에 힘겨움이 녹아든 수년의 세월을 걸쳐 그리 찾은 정착지였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이제는 그 또한 온전치 못한 것이 되었으니 그런 자신을 지켜보는 관우의 표정 또한 좋지 못했다.


“하아, 빌어먹을 낭중령.”


유비는 짙은 한숨과 더불어 두 눈을 감고 자신의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 두 눈을 감은 고개 너머로 보이는 것은 가히 그러한 자신을 무심한 얼굴로 내려다보는 가후였으니, 마치 거인의 모습으로 제 위에 자리한 그를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그는 고개를 저으며 무의식이 만들어낸 두려움의 산물을 씻어내기 위해 저항했다.


“형님! 괜찮으시옵니까!”


“상상만으로도 무섭구나.”


아무리 촌구석을 전전했다고 한들,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모르지 않는 유비였다.


서역도호부를 부활시킨 것을 비롯해 황보숭의 지낭으로 활약했던 그는, 황보숭이 죽은 이후로도 기존의 직위를 유지한 채, 황보력과 함께 사례에 자리한 이들을 이끌어나가는 중이었다.


거기에 일찍이 외척을 비롯한 명가의 이들을 쳐냈고 그 이후엔 병력을 움직여 하내에 자리한 흑산적들을 막아내었으며, 이제는 자신이 자리한 하동으로 직접 그 걸음을 내딛으며 다시금 사례의 조정이 잃어버렸던 그들의 영역을 되찾는 중이었다.


그들의 색채를 지워내고, 백파적들을 밀어내며 자신의 색채로 물들이려던 이 땅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했던 이 땅이 다시금 그의 손아귀에 쥐어지고 있었다.


“하오나 이 땅의 백성들이 형님을 따르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관우는 이에 반발했다.


참으로 믿음직스럽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유비는 현실


“그래, 그래서 지금 이리 저들을 대신 방패막이로 세우겠다고 이 빤한 연극을 계속하고 있지 않더냐? 허나 약장수들이 벌이는 공연도 똑같은 것이 반복되면 약발이 떨어지는 법. 그 강도가 떨어지면 더는 관객을 불러들일 수 없으니, 부작용이 있더라도 독한 약을 써야겠다.”


그렇게 각오를 다진 유비는 자리를 옮겨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곡식을 보관 중인 창고로 향했다.


“형님! 설마 이걸 모조리 저들에게 풀겠다는.....”


“그 강도가 세야, 그리 약발이 좋아야 저들이 끝까지 나를 놓지 않는다.”


“형......!”


“어차피 조금 있으면 추수다. 조금 일러도 상관없으니 조금만, 백파적들이 물러나고 낭중령이 이곳에 올 때까지 그 찰나만 버티면 돼.”


결국, 유비가 택한 것은 빵과 서커스였다.


이미 보여주기식 오락과 공연은 끝이 났으니, 남은 것은 권력자가 자신의 인기와 지지를 위해 백성들에게 무상으로 풀게 되는 식량이었던 것이다.


끼이이익-


그렇게 시간이 흘러 창고의 문이 열렸다.


수많은 백성들이 태수부의 앞에 줄을 서며 곡식을 받아가고 그럴 때마다 유비의 이름은 드높아졌다.


허나 안읍에 자리한 백성들은 그 짧은 세월, 안읍이 가진 모든 것을 소모하며 그런 유비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다음을 기약하지 못한 채, 찰나의 풍족함에 취해 태평성대를 불렀다.


물론, 작금에 안읍을 비롯한 하동 땅을 내어 줄 생각이 없는 유비 또한 이것이 자신에게 어떠한 결과로 돌아오게 될지를 예상하지 못한 채, 자신이 내린 결단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 * *


푸르르릉-


“재미있구나.”


그리고 때마침 동원현을 지나쳐 하동에서 병주로 나아가고, 백파적들의 근거지인 통천산으로 나아가는 길목을 막아 세운 채, 강읍과 인분에서 북상하는 백파적들을 상대하는 가후는 세작들이 가져온 유비의 소식에 흥미가 인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내가 저들의 굶주림을 해결해주었다. 거기에 내가 저들에게 업적을 선사해주었다. 저들은 나로 말미암아 그 생존을 보장받았을뿐더러, 평생에 걸쳐 자랑할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성취감을 선사 받았다. 허니, 어디 가져가 볼 테면 가져가 봐라. 뭐, 이런 건가?”


가후는 인간의 본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작금의 유비가 저지른 일들과 그에 동조한 백성들이 벌인 일에 놀랄 만큼의 찬사와 거슬림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었다.


“나, 낭중령! 저기 백파적의 이들이 또 몰려오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그 찰나에 저들의 처우를 결정하기에는 아직 인근의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다.


졸지에 북쪽으로의 길목을 틀어막은 가후 덕분에 애먼 하동 땅에 갇히게 된 백파적들은 사력을 다한 탈출로의 마련을 위해 다시금 가후에게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쯧, 그리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호적아!”


“예, 낭중령.”


“암만 도적의 이들이 군병들과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한들, 그 본성을 뒤바꿀 순 없다. 참을성이 부족한 이들이니 철저하게 방어에 치중한 진으로 저들을 묶어놓은 뒤, 기병을 우회하여 그 뒤를 때려라.”


“하내 태수 저수가 내보인 대전략 말이옵니까?”


“그 원형이 본디 전술이다. 저수는 지관과 기관의 힘을 빌려 저들의 병력을 묶어둘 방진을 대신하였으나 우린 병력으로 이를 대처해야 한다.”


“이를 말이옵니까?”


“개개인의 무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사람이 하나 되어 이루는 움직임만 못하다. 하물며 중구난방의 난전을 좋아하는 도적들이라면 채, 일각이 지나기도 전에 그 자제력을 잃고 먼저 덤벼들 것이다.”


“그때만 견디면 되겠군요.”


“그래, 그 마지막 불꽃이 다해 제풀에 지친 이들의 뒤를 치면 알아서 무너진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후의 예측은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뚫어라! 무슨 일이 있어도 뚫어!”


“하오나, 대두령! 저들의 진용 자체가 워낙에 탄탄합니다!”


“허면 우리는! 갑주에 병기에 저들마냥 병과마저 나눈 우리인데 왜 저놈들을 넘지 못하는 게야!”


“저들 또한 이 나라의 정예이지 않습니까! 거기다 저들은 이미 하내에서 십만이 넘는 흑산적들을 상대한 전력이 있는 이들입니다!”


“상관없어!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이 나라 최강인 서원군을 박살낸 이들이다! 우리가 최강이야! 이 나라에서 제일가는 도적이 바로 우리 백파적이란 말이다!”


지속된 백파적 수뇌부의 갈등은 더더욱 초조한 상황만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결국 그 끝에 이르러 이성을 놓아버린 곽태가 말을 달리며 전군을 중앙으로 밀어 넣었다.


“어차피 일 점만 뚫리면 돼! 저 하나만 뚫은 뒤에, 잘라낸 이들의 한쪽을 잡아먹고 그다음을 잡아먹으면 우리가 이긴다.”


물론, 곽태라고 아무런 생각이 없이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이미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렸기에, 그 후에 더는 필요치 않을 그 이성을 내던진 채, 저들을 뚫어내는 것 그 하나에 집중해 전장의 판도를 뒤집으려 했다.


“쏴라!”


피비비비잉-


“무슨 일이 있어도 저들의 공세를 막아라! 일 점이 뚫리면 모두가 죽는다! 하내에서의 일을 기억해라! 지난날의 흑산적들을 또한 이와 같았다! 헌데도 같은 수에 또 당해줄 셈이냐!”


터엉- 텅- 텅-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번만큼은 곽태에게 그 운이 나빴다.


이미 정예인 이들이 자신들과 같은 도적을 상대하며 쌓아 올린 경험치와 연륜은 가히 일반적인 군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전략과 전술이 밀려드는 도적들을 방어하는데 특화되어있음은 물론, 작금이 백파적들보다 더 많은 수의 병력을 죽어라 몸으로 막아낸 이들의 지치지 않는 체력과 놀랄만한 우직함은 끝까지 백파적들에게 그 어떠한 빈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허억, 허억......”


“제기랄, 왜 안 뚫리는 것이냐. 왜! 대체......!”


두두두두-


그리고 공세에 지친 백파적들이 하나둘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무너질 때 즈음, 그런 그들의 뒤로 수천에 달하는 기마대가 달려들었다.


“쳐라!”


콰과과광-


마치 종잇장을 찢어내듯, 백파적들의 후미를 격파하며 들이친 기병들의 향연은 가히 한데 뭉쳐 있는 그들을 졸지에 사방으로 흩어지게 만들었다.


이미 체력도 의지도 모든 것이 꺾여 바닥을 치는 마당에, 더는 못하겠다고 살겠다고 적이고 뭐고 냅다 도망치는 이들의 향연에 가후는 제 손에 자리한 회색빛의 우선(羽扇)을 들어 이내 바람을 일으키듯 사방으로 흩어지는 그들을 향해 휘둘렀다.


휘이이이잉-


그리 가후가 만들어낸 바람은 어느덧 백파적들이 패퇴하는 전장을 집어삼킨 것도 모자라 하동 전역을 휩쓸었고, 이는 패퇴하는 백파적의 이들을 그보다 더한 남쪽이자 하동의 치소가 자리한 안읍으로 밀어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안읍을 불법적으로 점거 중이었던 유비는 이리 예상치 못한 백파적들의 남하에 다급히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성문을 닫은 뒤, 성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백파적들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펄럭-


“감히 멋대로 남의 영역에 들어와 기존의 이들을 밀어내고 칭왕을 한 죗값은 치러야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안읍의 왕이시어?”


그리고 목 좋은 언덕 위에 진을 치고 부채를 흔들며 자리를 잡은 가후는 이러한 백파적들과 안읍의 전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에 의해 남쪽으로 밀려난 백파적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재기를 위해서도 또 이다음에 있을 가후와의 전쟁을 위해서도 인력과 군량 등을 비롯한 물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 와중에 휴식을 취하기 좋고 수비마저 유리한 성마저 얻어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이득을 취하게 되는 것이었으니 이들은 무서운 기세로 안읍성을 포위한 채, 매일 같이 공성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리 위협적인 기세로 달려드는 백파적의 이들에 맞선 유비의 이들 또한 가히 그 목숨을 내건 저항을 시작하였으니, 이는 백성들과 군사들이 하나 되어 외적을 격퇴하는 실로 아름답다 못해 감격스러운 모습을 낳으며 가히 기적에 가까울 수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타악-


“내 이걸로 더 이상의 죄는 묻지 않지요. 그래요, 용인하겠습니다.”


그리고 먼 발치에서 한동안 이를 지켜본 가후가 용단을 내렸다.


“관민이 하나 되어 들고 일어서니 가히 그 그림이 좋을 수밖에 없고, 토호라는 이름 아래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사족들을 죽인 죄를 물으려 하였으나 그러면 도리어 백성들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니, 그래요. 이 하동 내어 드리겠습니다.”


작금처럼 백성들이 직접 유비를 따르는 상황에 도리어 직접적으로 그를 징치하게 되면 황하 너머에 자리한 사례의 민심은 급격히 이반될 것이니, 가뜩이나 지난날 삼보를 떼어주며 줄어든 사례를 그보다 더 작게 축소 시킬 순 없었다.


그럼에도 도적이나 포홍을 비롯한 이들에게 넘어가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결과임은 부정할 수 없으니, 머리를 굴려 후일을 고심한 가후는 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하지만, 하동을 내어 드린 대가만큼은 가져가야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실상 가후가 내보인 이이제이이자, 기존의 손실을 메우려는 그의 계책이었으니 그리 전투가 벌어지는 안읍성 인근의 익어가는 밀과 보리를 확인한 가후는 다시금 자신의 아래에 자리한 황금 들녘을 향해 부채를 휘둘렀다.


“내가 잃은 그 많은 양의 군량은 모조리 여기서 충당합니다. 호적아!”


그렇게 호적아를 선두로 다시금 군사들을 풀은 가후는 전투에 몰입한 이들을 내버려 둔 채, 안읍성 인근에 자리한 모든 밀과 보리를 수확했다.


그렇게 얻어낸 곡식의 양은 이미 지난날 가후가 백파적들에게 빼앗긴 군량을 초월하고 있었고, 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가후는 수학한 군량을 나눠 그 절반에 달하는 양을 다시금 병주에 자리한 정원에게 보냈다.


다만, 이번에 보낼 군량은 미끼가 아니었기에 그는 호적아를 주장으로 삼아 확실한 호위를 갖춰 보냈다.


이는 작금의 병주에서 벌어지는 대리전에 자신이 직접적으로 뛰어들 수 없음을 다시금 상기한 가후의 노림수가 들어있는 판단이었는데, 군량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이미 실전을 거친 수천의 정예를 군량의 수송을 핑계로 병주에 자리한 정원에게 지원병으로서 밀어 넣기 위한 조치였다.


“후우,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군.”


그렇게 애초에 본래의 목적이었던 병주의 일까지 깔끔히 처리한 가후는, 이내 남은 군량과 남은 군세를 이끌고 사례로 돌아가기 위해 말머리를 돌려 지주산이 자리한 하동의 남쪽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리 수많은 일을 모두 하나로 엮어 단 한 번에 처리하는 놀랄만한 능력을 내보인 그 또한 심간에 남은 작은 아쉬움은 쉬이 지워내질 못하였으니, 이는 바로 뜬금없이 하동 땅에서 튀어나와 자신을 놀라게 한 유비였다.


“차라리 하내였다면......”


그래, 하내였다면 속 시원히 유비의 존재를 용납했을 것이다.


저 정도 능력을 보이는 이가 굳이 가장 복잡한 정국의 갈등이 뒤섞인 대리전을 치르는 전장의 복판을 차지하니, 찰나의 혼란과 더불어 한때의 답답함이 들지 않았던가?


그렇게 말 등 위에서 제 턱을 괴고 고심에 빠진 가후는 새로이 자신의 바둑판에 발을 들인 유비라는 바둑돌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이걸 어찌 써야, 돌 하나 잘 뒀다는 소리를 들을까?”


머뭇거리는 그의 손은 이미 하동에 놓인 유비라는 이름의 돌조차 다른 곳으로 옮겨두고 싶은 모양새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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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22 ga******
    작성일
    20.09.24 18:32
    No. 1

    사지내요 큰 용들이 뛰어노는 곳에 아직 새끼용이 기회를 노리지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될것같은데요 아무리 혼돈이 기회라지만 아직 기반도 세력도 지지도 미미할텐데... 또 호족과 사족을 죽였으니 지배력또한 떨어지고요 아무리 민심을 잡았단들 그전까지 그지역에 대해 잘알고 행정이나 군사나 보급을 대신해줄 자들이 다 죽었으니... 서주만도 못한 상황인거 같은데요 이럴때는 36계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24 23:50
    No. 2

    아직은 하늘이 유비에게 시원한 무언가를 내려주지 않았으니 이때야말로 삼국지 11에 나왔던 자신의 특기: 도주(육상에서 zoc 무시)를 사용해야 할 때가 왔지요.

    해서 가자앗! 지금은 도망쳐야 할 때! 라 하여 기회를 엿볼 테지만, 그렇기엔 이미 백파적들에게 포위도 당한 상황이고 어딜 가나 백성들이 자신들만을 따라다니고 있으며 거기에 이번 고비만 지나면 다시 재가동을 시작해 흘러나올 펑펑 터지는 염호의 소금이 눈에 아른거리니 유비의 입장에선 미칠 지경입니다.

    물론, 거기에 가후가 미친 척하고 하동의 밀과 보리를 쓸어가버렸으니 진짜 이쯤되면 그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알카시르
    작성일
    20.09.24 21:06
    No. 3

    안읍은 작은 성도 아니고 한때 위나라의 도읍이었던 대성인데 변변한 공성구도 없는 유비군이 대체 어떻게... 유비군의 공성 능력은 흑산적과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했는데요.

    왜 협조하겠다던 토호까지 죽였을까요? 그 토호가 공방전 도중에 유비와 내통해 성문을 여는 등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협조했는지 아니면 처음엔 힘껏 맞서다가 성이 함락된 뒤에야 뒤늦게 태도를 바꾼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굳이 죽일 이유는 없지 않나요?

    관료들이 죽었다는 말은 나왔지만 태수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없는데 설마 용케 달아났을까요?

    유비는 백성들에게 칭송받기를 바라긴 했어도 왕이라 불리길 바라진 않았나요? 백성들이 갑자기 왕이라 부르기 시작하자 엄청 당황했을 것 같네요.

    유비와 가후는 마치 서로를 굉장히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데, 혹시 유비가 안읍을 함락시켰다는 소식을 듣기 전엔 가후는 유비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몰랐나요?

    어차피 하동은 서원군과 백파적에게 쑥대밭이 되었고, 안읍의 재물도 모두 백성에게 주었으니 속 빈 강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토호들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지요. 그래서 유비는 하동을 점거하지 않고 서둘러 떠날 줄 알았는데 본문에선 마치 유비에게 하동을 떠날 마음이 없는 것처럼 나오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25 00:41
    No. 4

    하나하나씩 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안읍이 작은 곳도 아닌데 어떻게? 유비 공성 짱짱맨?

    내용이 생략된 부분은 포홍의 등장이 자꾸 늦어지는 터라 스토리를 당기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은 편집된 부분입니다. 헌데 이리 궁금해하시는 걸 보니 아무래도 다음화에 어떻게 된 일인지 살짝 축약시켜서 과거 회상 비슷하게 내용을 넣어야겠군요.

    2) 왜 협조하겠다던 토호까지 죽였느냐? 어느 쪽이든 모르지만 죽일 이유는 없지 않느냐?

    일단, 유비가 일을 저질렀지요? 백성을 등에 업은 채, 그 백성에 대비되는 안읍의 이들을 징치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습니다.

    그 말인 즉, 작금의 유비를 따르는 백성들과 반대되는 계층.

    자본가, 지주, 토호 등의 이들을 척결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왜 굳이 자신에게 협조하겠다던 이들까지 다 죽였느냐?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유비는 안읍의 모든 걸 가지고 싶어했습니다. 그리 마음을 먹은 마당에, 당장에 정리할 수 있는데 뭐하러 토호를 살려둡니까?

    누가 뭐래도 독재가 좋은게, 거추장스러운 반발이나 제게 반발하는 이들에게서 터져나오는 내부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당장에 협조를 하는 게 좋아보이더라도 일단 유비와 토호가 협조를 하게 된 이상, 유비 또한 토호와 내통을 하고 남몰래 합의를 보았다는 약점을 가지게 되며 토호 또한 이를 알고 있지요.

    여기서부터가 문제입니다. 백성을 위해 저들을 처단한다 해놓고 살려놓는 건 또 무슨 심봅니까? 이 사실이 까발려지면 백성들 사이에서 당연히 말들이 나오겠지요. 물론, 수습이야 가능하겠습니다만 이건 시간대비 노력대비 헛짓거리입니다.

    또 당장은 사이가 좋을 지라도 결국 없는 살림의 유비는 어떻게든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에 점점 더 많은 것들을 토호에게 요구할 겁니다.

    헌데 토호의 입장에선 과연 이게 기분이 좋겠습니까?

    사람이 화장실 들어올 때랑 나올 때 다르다고, 당장에 그 목숨을 보전받으니 일단은 협조를 하겠지만 어디 바깥에서 들어온 거렁뱅이 임협새끼가 백성을 위한다는 핑계로 자신이 피땀흘려 긁어모은 재산을 계속 내어놓으라며 강요하고 압박하면 토호도 점점 화가 치밀며 나중에는 그 이성을 잃어갈 수밖에 없지요.

    결국 그 둘의 사이는 틀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완전무결한 백성을 위한 명분을 운운했던 유비에 대한 폭로나 반란, 암살 등으로 이어질 확률이 있습니다.

    유비 또한 이걸 모르지 않습니다. 어차피 다 가질 생각인데 그럴거면 깔끔하게 다 죽여버리고 주변의 반발마저 싸그리 정리한 채, 깔끔하게 가는 것이 좋지요.

    결론은, 효율입니다.

    굳이 나중에 감내해야 하는 위협을 안고가면서 언젠가는 치워내야 할 토호에 대한 귀찮은 뒤처리마저 뒤로 미루면서 왜 유비가 그리 헛짓거리를 해야 합니까?

    그래서 뎅겅한 겁니다. 누가 뭐래도 깔끔한 게 확실히 좋지요.

    3) 태수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없는데 설마 용캐 달아났을까요?

    설마요, 작금의 유비군들은 그 살림살이가 힘든 지라 아끼고 아끼면서 살아가는 친구들이기에 누구 하나 놓치지 않고 액기스까지 쫙쫙 뽑아서 잘 사용합니다. 태수를 살려둔 이유는 유비가 쓸 데가 있기 때문이지요.

    4) 유비는 백성들에게 칭송받길 바라긴 했어도 왕이라 불리길 바라진 않았느냐? 엄청 당황했을 것이다?

    이건 놉! 입니다. 유비 과거가 애초에 뚜겅 덮인 마차, 그러니까 크게 자라난 뽕나무가 황실의 이들이 타는 마차의 덮개마냥 보여서 이 나무아래에서 유비가 이러한 수레에 탈 거라는 다짐을 하는 부분이 있는 걸로 보아, 일찍이 어릴 적부터 자신의 혈통이 중산정왕 유승의 후손임을 알았고, 그때부터 성공을 갈구하며 제 상상의 끝자락이자 이미 자신의 조상이 이륙했던 왕을 꿈꿨던 것이라 저는 이해를 했습니다.

    황제는 너무 나간 듯하고 유비의 다짐이나 어릴 적 포부의 과시가 충신이 되겠다는 식의 야망은 아니라서 애초에 유비를 등장과 더불어 왕이라 묘사했던 거고, 이는 이 소설 속의 유비가 어릴적부터 꿈꾸던 소리를 듣게 된 상황인 것이죠.

    어차피 하동에 관도 무너졌겠다 당장에 사례에서 올라온 이들 또한 하내에 발이 묶여있겠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신나게 선동하고 선전하면서 제 이름을 팔고 왕 노름 하고, 왕 소리 들으며 즐긴 겁니다.

    그러나 막상 가후가 예상보다 더 빨리 하내를 벗어나게 되면서 유비는 자신이 떠벌리며 즐겼던 칭왕이 문제가 됨을 알았고, 이에 다급히 그 변명거리를 만들고자 다시금 경옹과 짜고 그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를 가진 것입니다.

    그래서 딴에 유비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아니, 내가 왕이 되고자 하는게 아니라, 내가 왕의 후손이긴 한데, 내가 전한의 황족이에요, 엣헴! 근데 저 백성들이 자꾸 뒤엣말을 짤라먹고 나더러 왕이라고 하니까. 그래서, 저는 계속 아니라고 입장 표명을 한 거죠. 예. 크흠!"

    뭐, 요정도? 가 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가후의 앞에서는 더더욱 바짝 기겠지요.

    [3000자에 걸려서 여기서 한번 자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25 00:42
    No. 5

    [나머지 부분입니다.]

    5)유비와 가후가 서로를 굉장히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데 가후가 유비가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느냐?

    예, 몰랐습니다. 솔직히 이건 왠 듣보잡?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다만 칭왕과 더불어 재미있게 일이 돌아가니까 흥미를 느끼는 중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살피는 가후가 유비를 잘 안다기 보단 딴에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는 통찰로 유비를 꿰뚫어보는 거지요.

    그리고 유비가 가후를 잘 아는 부분은 말 그대로 가후가 유명인이라 그렇습니다.

    세간에 알려진 그의 이름과 그에 대한 말들 그가 내보인 업적들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알게되는 기본적인 것들을 꾸준히 들어온 유비는 일국의 재상이나 다름없는 가후의 이름값과 무게를 알기에 경계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지면서로 막 인연이 있어 잘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다만, 가후는 단숨에 자신의 통찰로 유비라는 이가 어떠한 이인지 읽어낸 것이고 유비는 알음알음 소식을 들으며 가후라는 유명인이 보통 인사는 아니구나 하고 인지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리고 말씀해주신대로 하동은 속빈 강정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미 백파적들의 포위망에 갖힌 상황에 당장에 유비가 안읍을 벗어나긴 힘들고 또 도주를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하동에 정착하려 하는 것은 당연히 소금 때문입니다.

    당장에야 마이너스일지 몰라도, 최대한 빨리 제제소를 복구하고 장작을 대며 염호의 소금물을 끓여 소금이 생산되기 시작하면 그 이전의 고행과 고난은 씻은 듯이 날아가게 됩니다.

    그리 소금에 기반된 하동의 산업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이는 다시 이전처럼 미친듯이 싸이클이 돌아갈 것이고, 거기에 이미 토호를 비롯해 소금산업 쥐고 있는 이들의 세력들이 거의다 죽거나 도망친 상황이니 그들이 없는 이 하동에 홀로 남은 유비는 이번 위기만 견디면, 가히 기존의 이들이 나눠먹었던 그 모든 부를 홀로 독점하게 됩니다.

    하동의 소금 전체가 유비의 손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지요. 조금 더 심하게 과장하면 이 정도 부면 작금에 사연택에 들어설 무역로보다 훨씬 더 나은 수익을 보장합니다. 그것도 염호가 말라비틀어지기전까지 계속 소금을 제공하니 그 수익은 영구적입니다.

    그 엄청난 규모의 부와 그로 말미암아 약속된 것이나 다름 없는 번영이 그리 유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평생을 어디 한군데 터전을 잡지 못하고 떠돌아다녔던 유비지요.

    그 모든게 한데 뒤엉켜 유비의 의지를 만들어냅니다.

    지박령마냥 어떻게든 하동에 남아있으려는 그는, 당장 그 목숨을 위협받지 않는다면 힘들고 힘들어도 어떻게든 견딜 수 있다면 그 뒤에 자신에게 돌아올 약속된 결실을 절대로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지요.

    다만, 이를 눈치챈 가후가 한번 더 그런 유비를 떠밀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곡식을 펑펑 터트리며 막대한 복지를 실현시켜 놓았고 그 땜방은 이번 가을에 찾아올 수확으로 메우려고 했는데, 아직 추수에 이른 시기임에도 가후가 밀과 보리를 모조리 수확해버리면서 유비는 다시금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 셈이지요.

    지금의 유비는 당장에 미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결국 그 마음 한구석에 도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게 또 포위망이 단단하니 도주 또한 쉽지 않게 되었지요.

    결론=> 도주? 아니면 남아서 어떻게든 버텨? 책임? 백성? 개소리? 다 개소리! 나는 개인주의! 근데 그 어느 쪽도 쉽지 않아! 답이 없어! 제기랄! 이 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無錄之人
    작성일
    20.09.27 16:26
    No. 6

    세상이 가후 바둑판 속 존재감 없는 쩌리 포홍 대신 가후를 주인공으로 변경하시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28 04:31
    No. 7

    북방의 이야기가 끝나면 돌아온 포홍과 더불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다시 나올 예정입니다.

    다만, 앞선 덧글에 말씀드렸다시피 일절 변명은 않겠습니다.

    당연히 그리 생각하실 수 있고 저 또한 애석함과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제가 모든 인물을 다루고자 한 것이 그 안에서 유달리 가후의 지분이 많아졌고 또 주인공의 수하들을 비롯된 외부의 세계관을 다르는 와중에도 가후의 지분이 남아있던 것이 가히 가후전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상황이 된 것이지요.

    그나마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주인공이 자신의 자리를 되찾게 되는 것이 조만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ted3000
    작성일
    20.11.13 03:07
    No. 8

    제가알기로 위나라의수도는 안읍이었는데, 혜왕때 진나라가 강성해져 관중을완전히평정하자 진나라와 수도가 가까워 안보상으로 좋지않을것이라여겨 안읍에서 대량으로 천도했는데, 이 대량이 나중에 개봉이라는 명칭으로 바뀐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안읍이 쇠퇴했다고해도 이상하진 않을듯한데 맞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1.13 10:43
    No. 9

    예, 말씀해주신 바가 맞습니다.

    역사도 있고 전통도 있지요. 다만 긴 세월과 역사의 흐름과 맞물려 쇠퇴를 하긴 하는데, 기본적으로 나라의 수도 역할을 했던 소위 체급이 있는? 중심 도시들의 경우 거의 훗날 한나라 대에 치소가 자리한 도시가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쇠퇴를 쭉 해온 것도 맞지만, 반대로 갑자기 막 시골이 되어버렸네 이건 아니라는 겁니다.

    많이 죽었어도 나름 성곽도 갖춘 도시급은 된다는 거지요.

    굳이 유비를 끌고 오기도 하고 안읍에서 유민들을 수용하고 또 백성들이 성곽에 의존하여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어느 정도 사이즈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안읍을 골랐습니다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HolyGrou..
    작성일
    21.05.02 08:40
    No. 10

    갑자기 백파적 너프.. 군량 운송하는게 그리 쉬운가.
    그렇게 백파적이 쎈거처럼 묘사했는데 이젠 별거 아닌거처럼..
    풍방은 머리가 없어서 그 좁은 협곡을 얼마나 가야되는지도 지리도 모르고 내달린거고..
    백파적이 미리미리 준비했다는 상황이 있어야하고 풍방이 기본적인 지리를 파악하는 것도 안했다며 방심한부분이라던가 그런걸 독자들한테 이해가 되려면 그 과정이 소설속에 녹아 있어야 그게 없음.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1.05.02 19:37
    No. 11

    예, 옳으신 지적입니다. 파워 인플레를 비롯한 설득력의 부재가 존재하는 부분이고 이건 뭐 빼도 박도 못한 실패가 드러나는 대목이죠. 지적하신대로 조금 더 길게 준비했어야 하는데 급히 내용이 삽입된 부분이기에 한계가 드러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시 글은 어려워요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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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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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3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2) +6 20.10.14 1,265 25 18쪽
143 142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1) +6 20.10.13 1,253 25 17쪽
142 141화 – 서원군을 지우겠습니다, 장인 +6 20.10.12 1,269 25 16쪽
141 140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3) +2 20.10.10 1,221 25 16쪽
140 139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2) +6 20.10.09 1,217 23 20쪽
139 138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1) +5 20.10.08 1,229 26 17쪽
138 137화 – 서방 원정의 성공과 포홍이 구상하는 것 그리고 +7 20.10.07 1,252 23 17쪽
137 136화 – 회자(會者)는 모든 것을 쥐고 익숙한 곳을 향해 돌아온다 +8 20.10.06 1,219 27 22쪽
136 135화 – 거자(去者)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 +22 20.10.05 1,222 25 19쪽
135 134화 – 죽은 이들의 망령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끝은 이미 예견된 것 +6 20.09.30 1,180 24 22쪽
134 133화 - 천하의 정세가 너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6 20.09.29 1,206 23 23쪽
133 132화 – 거짓된 백성의 왕을 살려둔 이유 +6 20.09.28 1,203 20 19쪽
132 131화 – 생존을 위한 선택 +5 20.09.25 1,218 20 17쪽
» 130화 – 가히 왕이로구나, 칭왕의 죄를 물을 수가 없다 +11 20.09.24 1,239 22 19쪽
130 129화 –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우리의 왕을 위해 싸우자 +12 20.09.23 1,226 21 21쪽
129 128화 – 이 땅에 민중의 왕, 백성의 왕께서 나타나셨다 +5 20.09.22 1,263 2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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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6화 – 두 패자와 두 승자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재앙과 돈의 악마 +14 20.09.18 1,270 26 19쪽
126 125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3) +11 20.09.17 1,222 27 21쪽
125 124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2) +6 20.09.16 1,214 29 18쪽
124 123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1) +10 20.09.15 1,288 21 18쪽
123 122화 – 서쪽 끝의 이야기 +10 20.09.14 1,283 24 18쪽
122 121화 – 그 공을 굴리는 자가 바라보는 곳 +4 20.09.11 1,278 29 16쪽
121 120화 – 장연이 쏘아 올린 흑산적이란 이름의 공 +6 20.09.10 1,255 2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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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8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2) +8 20.09.08 1,305 26 22쪽
118 117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1) +11 20.09.07 1,334 25 20쪽
117 116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2) +4 20.09.06 1,368 27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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