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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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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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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4,810

작성
20.09.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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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21화 – 그 공을 굴리는 자가 바라보는 곳

DUMMY

다각이며 말 배를 차고 앞으로 나오는 가후의 등장에 하내의 이들은 예상치 못한 환대를 보냈다.


가뜩이나 흑산적의 침략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와중에 든든한 지원군과 같은 2만의 정병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맡겨둔 것을 찾으러 왔네.”


그러나 도리어 예상치 못한 가후의 대답에 이들은 잠시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흴 지켜주시고자 온 것이 아니었습니까?”


“뭐, 나라의 일이니 그도 맞겠지만 예서 병력을 썩혀 두면서 지킨다 뭐다 운운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겠는가?”


“예?”


“여긴 후방 중에서도 최후방이야. 황하와 너무나도 가까워 어지간한 고을들이 모조리 공격을 받은 뒤에야 공격을 받겠지, 허나 그쯤 되면 이 하내는 모조리 불바다가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니 이곳을 지킨다 아니냐는 그다지 의미가 없네.”


“하오시면 어째서 그 많은 군량을 다 달라고 하시는지......”


“막아야지, 서쪽이 급한데.”


“.......!”


“여, 역시! 태수님을 도와주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오나 낭중령 작금의 하내 동쪽의 상황도 그닥 좋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후의 발언에 다양한 반응들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도움을 준다하니 안도하는 이들서부터 동쪽이 아쉽다는 등 어떻게든 자신들의 가까이에 자리한 위험부터 제거하려는 속 보이는 걱정들도 있었다.


“내 자세하게는 모르나 동쪽에는 나름의 방비가 되어있는 것으로 아네, 성들도 있고 말이지. 허나 서쪽은 달라. 애초에 관문이 있다 하나 이는 흑산적들 때문에 설치한 관문이 아니지.”


“그래서 서쪽으로 가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무엇보다 더 많이 몰려들 게야.”


“예?”


“장연이 제법 크게 일을 벌였으니 예상보다도 더 많은 이들이 몰려들 것이지.”


그렇게 하내에 자리한 이들에게 예언에 가까울 언사를 던진 가후는 이내 병사들을 시켜 창고의 문을 열고 다시금 자신이 맡겨두었던 엄청난 수의 군량을 수레에 실어 올렸다.


사람이 볼일을 보러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막상 이를 내어주게 되니 마치 제 것마냥 아쉬움이 느껴지는 몇몇 이들의 눈빛들이 있었으나 감히 나라의 것을, 사례 조당의 것을 놓지 않으려는 욕심만은 이들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아쉽군.”


그렇게 혹시나 하는 작은 고의적 사고를 바랬던 가후였으나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선 그는 이내 하내의 회현을 벗어나려 했다.


휘이이잉-


허나 마침 불어온 바람과 더불어 그의 앞을 막아서는 한 인영이 있었다.


“음?”


한눈에 보아도 차분하며 그 눈에 광채가 나는 것이 보통의 이가 아니라 여겼다.


한데 그 참하고도 차분한 생김새와는 달리 그 체구가 가히 장사의 그것과 같으니 적잖이 큰 키를 자랑하는 모습은 가후에게도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어린 친구가 내게 할 말이 있나?”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


“마치 손아귀에서 가지고 놀던 바둑돌이 실수로 떨어진 것마냥, 그리 떨어진 것을 실수인 척 다시 줍는 수고는 대저 왜 하시고 계신 겁니까?”


맑으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는 확신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도리어 가후로 하여금 묘한 불편함과 거슬림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설마, 이 어린 것이 자신의 계획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일까?


어느덧 더워지는 열기를 느낀 가후는 제 손에 자리한 회색빛 우선을 들어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잿빛 우선.......”


“나를 아나?”


“낭중령이라 들었습니다.”


“그것 말고, 사적으로 나를 아느냐고.”


“그야 모르지요.”


“그래, 한데 내가 왜 알지도 못하는 이에게 답을 주어야 하나?”


“........”


“사람이 매양 친절하지는 않네. 허면.”


그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짜증 아닌 짜증을 낸 가후는 천천히 말 배를 차며 그 큼지막한 체구의 어린 것을 지나쳤다.


그리고 그런 가후를 따라 2만에 달하는 이들 또한 줄줄이 그 뒤를 따라 하내의 서쪽을 향해 움직였다.


그렇게 멀어지는 이들을 바라보던 사마랑은 이내 그 인상을 찌푸렸다.


“처음에는 새를 잡기 위해 곡식을 뿌리는 줄 알았다.”


장연이라는 제비, 그래 무슨 연유에선지 몰라도 이를 엄청난 군량을 뿌려두고 날랜 그를 이 땅으로 끌어드려 다시금 날아오르기 전에 잡으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규모의 침공을 보인 장연의 실체를 보고 난 이후,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은 사마랑은 다시금 생각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필경 저리 헛짓거리를 벌일 위인이 아니다. 애초에 이곳에 잔치를 벌인 것도 그렇고 그리 흑산적을 불러들일 미끼로 썼으면, 끝까지 저들이 하내의 중심이자 사례로의 끝이나 다름없는 이곳까지 내버려 뒀어야 해.”


이 하내가 포홍의 것이 되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사례에 자리한 이들이 거슬림을 느꼈다면, 이번 일을 계기 삼아 흑산적을 끌어들인 것은 말 그대로 끝장을 봐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포홍도 멀리 떠나 있으며, 암만 이곳의 태수인 저수가 뛰어나다 한들, 예상을 훌쩍 상회하는 수의 흑산적을 막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 책임을 물어 퇴임시키면 그만인 상황이며 이곳에 자리한 사족들과 호족들도 흑산적들 덕분에 덩달아 정리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지. 저 2만의 병력이 소위 치레를 위한 변명거리이자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주는 척, 자신은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그림을 만들기 위함이라면 솔직한 말로 적절하다 못해 과한 모습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굳이 사례에 땅도 많은 마당에 굳이 하내를 골라, 그 많은 병량과 별개로 무려 2만에 달하는 병력을 데리고 올라왔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 이제와 병량을 챙겨 저수를 돕기 위해 서쪽으로 나아간다는데 그 의중조차도 의심스러우며 설사 저수를 돕는다고 한들, 세간의 의구심을 벗어던지며 나름의 사과를 더한 성의 표시치고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은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실상 그래서 드는 생각이지. 그래, 너무 과하다. 물론, 지금에서야 절대로 그렇지 않지만.”


그래, 마치 실수처럼.


마치 고의로 무언가를 엎질러 이를 재빨리 수습하는 것처럼.


그리 너무 과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 이번 하내 동부의 침공만 십만을 넘긴 저들의 실체와 더불어 아주 당연하고 아주 소중하며 아주 적절했던 판단이 되어버렸다.


“저 와중에 제일 좋은 그림이 있다면 암살이지. 하내 태수인 저수는 훌륭히 저들을 막아내다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


그렇게 자신의 머릿속 사고를 정리한 사마랑은 세상이 깜짝 놀라 가정을 스스럼없이 내어놓았다.


“난전 중에 죽든, 아니면 진중에서 저들의 사주를 받은 누군가에 의해 암살을 당하든 그리 죽으면 자연스레 전장은 낭중령의 손에 들어간다. 그리 전선을 쥐고 하내의 모든 군대를 집어삼킨 뒤, 저들의 침략을 물리치고 남은 군량과 함께 돌아와 전란이 끝난 하내의 상처를 보듬고 군량을 풀어 민심을 잡는다면.......”


짝-


마주한 두 손바닥이 소리를 내듯, 이 또한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되면 그땐 사례에 자리한 이들이 싫어할 만한 모든 것이 정리된 하내가 그들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바로 작금의 자신을 스쳐 지나간 낭중령의 계획이었다.


만일, 사마랑 자신이 가후였다면 실로 그리 행동했을 것이다.


“허나 이제와 그럴 순 없는 일이지. 여전히 삐걱임을 보이는 저 허황된 청류의 이들에게, 제대로 된 내부정리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저 사례의 이들에게 우리의 권토와 봉역을 넘겨줄 순 없는 일이야.”


삐이이익-


그렇게 사마랑은 엄지와 검지를 모아 그 입으로 호각마냥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이에 푸드득 소리를 내며 전서구 한 마리가 그의 어깨에 내려앉자, 그는 품에서 날카롭게 갈아낸 숯 조각과 찢긴 채후지를 꺼내 간단히 몇 글자를 휘갈겨 쓴 뒤, 이를 돌돌 말아 미리 비둘기 다리에 묶어 다시금 서쪽 하늘을 향해 날려 보냈다.


* * *


“어찌 그리 장담하느냐고? 대체, 뭐하는 놈이지?”


한편 가후는 가후대로 묘한 고심에 빠져 있었다.


그 눈빛과 더불어 분명 의미심장한 발언을 건넨 그 어린 것은 필경 자신의 행위가 명백한 수고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재미있군.”


그러나 과연 그 덩치 큰 어린 것이 어디까지 알고 있을지, 또 어디까지 자신의 계획을 추론해 내고 방해할지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었다.


“내 손에서 굴린 것을 떨구고 다시 줍는 걸 알았으면 어디 그 정도 실력은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하내에 찾아와 실로 기분이 좋았던 것은 저수를 만나 그가 평범한 이가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찾은 회현을 나오며 마주한 이번의 어린 것 또한 범인의 태를 넘은 비범함을 보이며 자신을 다시금 긴장시키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틀어질까? 저수의 목? 아니면 그가 사라진 뒤의 하내? 아니면, 일찍이 그 세를 줄여놔야 할 필요가 있는 흑산적? 그도 아니면 서쪽 산맥보다 더 먼 서쪽에 자리한 황건의 후예들? 설마, 풍방의 일까지 알아채려나?”


그러나 그 긴장은 이내 흥분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어느덧 입꼬리를 비틀며 미소를 지은 가후는 점점 더 속력을 높이며 저수가 자리한 지관과 기관 인근을 향해 나아갔다.


“나, 낭중령이 여길 어떻게......”


그리고 그리 걸음을 재촉에 저수를 마주한 가후는 이내 자신의 계획 중 하나가 틀어졌음을 알았다.


“부대의 편재가 어찌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시오?”


“아....., 그거야 저희도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참이라.”


흠잡을 곳 없는 연기에 속을 뻔하였으나 최소한도 그 병력을 양쪽으로 나누기는커녕 이미 한쪽으로 그 무게추를 기울여놓은 배치를 확인한 이상, 이는 그저 빤한 수작에 불과했다.


‘이미 우리가 올 줄 알고 있었다. 해서 그리 병력이 애초에 섞일 것을 방지하는 게야. 애먼 칼에 맞기 싫다는 게지.’


“좋소. 허면 내 서쪽으로 더 나아간 기관과 그 인근을 맞도록 하지.”


그렇게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한 채, 자신을 따르는 이만의 이들을 모조리 이끌고 기관을 향해 나아가는 가후였다.


“저......”


물론, 그러한 자신의 뒤를 붙잡는 저수의 부름이 있었으나 최소한도 지금은 이를 외면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무운을 빌지. 애먼 놈들의 화살이나 칼에 맞아 죽는 일은 없어야 할 게요.”


“낭중령.”


“아, 그리고 최소한도 내 진심은 곡해하지 말았으면 좋겠군. 이럇!”


그렇게 저수에게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긴 가후는 자신의 병력과 더불어 기관을 비롯한 좌측, 그러니까 하내의 서쪽 중에서도 더 서쪽에 자리했다.


그에 비해 지관과 더불어 그 우측에 병력을 배치한 저수는 말 그대로 동쪽, 하내의 서쪽 중에서도 더 동쪽에 가깝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스스스스-


그리고 그리 가후와 저수가 각기 전선을 도맡아 방어선을 꾸리는 동안, 왕옥산까지 이어진 산줄기를 따라 내려온 흑산적들 또한 하나둘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온다......”


그렇게 수풀이 우거진 깊은 산맥 전체가 흔들리며 묘한 땅울림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슥-


“흑산적들이 온다-!”


파악-


점점 더 커지는 풀소리와 더불어 울리는 땅울림이 멎어든 끝에 수풀을 헤치고 뛰어나온 이들이 맹렬한 기세로 관병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쳐라!”


와아아아아-


그렇게 하내의 동쪽도 모자라 하내의 서쪽에서도 흑산적들의 침공이 시작되었다.


어림잡아도 그 수가 수많은 되어 보일 듯한 이들의 진격은 말 그대로 이제 막 산에서 쏟아져나온 첫 번째 파랑일 뿐이었다.


* * *


철컥- 철컥-


“쏴라!”


피이이이잉-


그렇게 전장의 하늘 위로 기다란 화살이 날았다.


퍼억-


“끄흐윽!”


서걱-


“아악!”


그 아래, 피 냄새와 고기 냄새에 이끌리는 짐승들조차 가까이 가길 꺼리는 난전은 이미 산자락과 평지가 맞물린 경사면을 두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한 상잔을 지속하고 있었다.


파바바바박-


“끄흡!”


“꺼흑!”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며 사람의 생살을 뚫어버리는 화살은, 강노에서 발사된 파괴력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하늘을 거쳐 이를 이 땅에 자리한 이들에게 격정적으로 선사하고 있었다.


“패수들은 긴장을 늦추지 마라! 극사들은 방진을 유지하고 뚫리지 마라!”


그나마 지금까지 온전한 노력을 기해온 저수의 경우, 그가 딱히 나서지 않아도 전방에 자리한 이들이 자잘한 지휘를 도맡으며 알아서 적들을 상대하니 생각보다 더한 여유가 있었다.


물론, 이제 막 저들의 침공이 시작되었을 뿐이며 자신이 이끄는 이들이 지난날의 토벌군을 격퇴한 정예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난날의 훈련의 성과 또한 증명하기라도 하듯, 알아서 자발적인 대처를 보여주니 실로 저수가 나설 상황조차 찾아오지 않았다.


스윽-


그렇기에 찰나의 망중한이자 여유를 체감한 저수는 잠시 전장에서 시선을 돌린 채, 품에 넣어 두었던 쪽지를 꺼내 다시 한번 그에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낭중령이 나를 죽이고 하내를 집어삼키려 한다라? 그리고 그에 앞서 저들을 불러들인 것은 일찍이 포홍에게 복종한 이 땅에 자리한 족혈의 이들을 치워내기 위함이고?”


이는 실로 그럴듯한 예측이자 설명이었다


애초에 그리 많은 군량을 가져와 멋대로 풍문을 일도록 잔치를 벌인 것부터가 아예 제대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가후의 계획을 온전히 눈치채지 못했던 저수는 이 모든 가후의 전모를 예측을 보내온 사마랑을 향해 경탄의 찬사를 보냈다.


“한씨도 모자라 이제는 사마씨까지 튀어나오는 모양이군. 하나는 도적이 싫고, 하나는 사례에 자리한 조당이 싫다 이건가?”


이는 꽤 긍정적인 반응이라 볼 수 있었다.


하내를 대표하는 두 귀족 가문의 이들이 이리 각기 알아서 자발적으로 포홍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었다.


“이 정도면 하내가 먼저 주공을 배신하는 경우는 없겠군. 그리고 내가 죽을 일도 없으니, 남은 것은 알아서 저들의 전력을 줄여줄 낭중령의 솜씨를 살피는 것뿐인가?”


실상 그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만 빼면 이 정도로 완벽한 지원군은 거진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황보숭의 이끌었던 정예이며 얼마 전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마쳐 전장에 대한 즉각적인 투입조차 어색하지 않은 이들이 무려 2만에 달한다.


대저 몇이나 몰려올지 모르는 전장의 일축을 도맡은 그들이, 장기전에 대비한 엄청난 수의 군량까지 가져왔으니 자연스레 인근에 자리한 군사들의 사기는 드높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잠깐만......, 그 많은 군량을 굳이 그대로 다 가져와?”


생각해보면 가후가 가지고 다니는 이 군량의 의미는 남달랐다.


실상 저 군량 때문에 장연이 이끼는 흑산적이 하내의 동부를 침략했고, 마치 저주의 신물과도 같은 그러한 물건이 이제는 그 방향을 틀어 이리 하내의 서부에 자리하게 되었다.


“허나 이미 군량을 가져오기 이전에 저들의 습격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걸 가져왔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의미가 있던 이야긴데......”


눈앞에서 여전히 참혹한 대치와 난전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저수는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을 되짚어보며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가후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설마 나에 대한 암살뿐 아니라, 아직도 또 뭐가 남은 건가?”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 고개를 돌려 가후가 자리한 서쪽의 전선을 바라보았다.


“왜 하필? 왜 하필 서쪽을 택한 거지?”


암만 자신이 한쪽으로 병력을 몰아 세워놓았다고 한들, 멋대로 그 방향을 먼저 선점하는 것은 실로 의미가 남달랐다.


거기다 서쪽.


마치 해가 뜨고 지듯 작금의 하내에서 벌어진 모든 일은 동쪽에서 시작되어 점차 서쪽으로 퍼져나가는 중이었으니, 그 서쪽에 대한 묘한 집착이 저수의 두뇌를 더더욱 옥죄게 만들고 있었다.


“해는 서쪽으로 진다. 해가 져, 해가....., 설마 서쪽 끝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단 말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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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0.09.11 07:20
    No. 1

    가장 위협적인 정적세력이지만 묘한 협력관계이기도 한 포홍, 그의 장인과 수족을 암살하려 들 것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11 12:27
    No. 2

    가후의 신격화는 아니지만 최소한도 이 정도는 해줘야 가후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찍이 원 역사에서도 조조의 암살을 시행했엇고, 전력이 밀리는 상황이며 제 주인인 장수와 더불어 얼추 의구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도 이를 밀어붙였죠.

    그리 전위와 조안민을 죽인 것이 이미 원 역사에서 능력을 증명하니, 이쯤되면 암살특화라고 봐도 될 정도인데 그보다 더 흐릿한 배경에 범인마저 찾기 어려운 상황이면 가후가 더 날뛰기 좋은 환경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39 알카시르
    작성일
    20.09.11 08:56
    No. 3

    저수가 한씨를 입에 올렸는데 이 소설에 한씨가 나온 적이 있던가요? 하내군 출신으로 유명한 한씨는 한호밖에 없는데 나온 적이 있는지 생각이 안 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11 12:23
    No. 4

    119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옵니다.
    이미 학맹과 왕광이 대화를 나누고 산양성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며 활약하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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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48화 – 한파의 전조(1) +2 20.10.19 1,219 25 20쪽
148 147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3) +7 20.10.18 1,212 28 18쪽
147 146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2) +10 20.10.17 1,236 26 19쪽
146 145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1) +5 20.10.16 1,296 22 21쪽
145 144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3) +4 20.10.15 1,265 25 20쪽
144 143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2) +6 20.10.14 1,266 25 18쪽
143 142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1) +6 20.10.13 1,253 25 17쪽
142 141화 – 서원군을 지우겠습니다, 장인 +6 20.10.12 1,269 2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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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5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3) +11 20.09.17 1,222 27 21쪽
125 124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2) +6 20.09.16 1,215 29 18쪽
124 123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1) +10 20.09.15 1,288 21 18쪽
123 122화 – 서쪽 끝의 이야기 +10 20.09.14 1,283 24 18쪽
» 121화 – 그 공을 굴리는 자가 바라보는 곳 +4 20.09.11 1,279 29 16쪽
121 120화 – 장연이 쏘아 올린 흑산적이란 이름의 공 +6 20.09.10 1,256 26 18쪽
120 119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3) +6 20.09.09 1,250 30 20쪽
119 118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2) +8 20.09.08 1,305 26 22쪽
118 117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1) +11 20.09.07 1,335 25 20쪽
117 116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2) +4 20.09.06 1,368 27 21쪽
116 115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1) +8 20.09.05 1,347 29 20쪽
115 114화 – 돈이 깔린 판에, 사람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2) +11 20.09.04 1,362 2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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