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2)
스스스슥-
그리고 여포와 정원이 한창 사연택의 분쟁을 넘어선 전쟁을 벌이고 있을 그 시각.
“빨리빨리 움직여!”
“밀어붙여야지! 어? 어서!”
수풀을 헤치며 산등성이를 뛰어넘는 이들의 수는 가히 수천을 넘어 일만은 우습게 넘을 병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서쪽으로 이동한다!”
“하, 하지만 하동의 이들은......”
“임마, 너는 소식도 못 들었어? 다 죽었잖아?”
“예?”
“하, 나 이래서 이 새로 들어온 어린 것들이 문제야.”
그러한 이들의 선두에는 털가죽을 걸친 채 거들먹거리는 이가 있었고 그 앞에 우물쭈물하는 이는 새로 들인 신입인 것으로 그 관계가 밝혀졌으니, 일만이 넘는 이들이 이리 산을 타는 것 하나만으로 이들의 정체는 가히 확인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야, 이 하내 서쪽에 방어선이 얼마나 대단했나면 기관과 지관을 따라 하내태수 저수랑 낭중령이 병력을 이끌고 와서 방어선을 쳤다고. 어? 거기서 엄청난 수의 흑산적 놈들이! 아, 물론 자랑스러운 장연 대두령을 따르는 우리 말고, 저기! 저 장우각 대두령을 따르는 못난 놈들이 말이야.”
“예, 예!”
“그리 십만의 군세로 밀어붙이고 들이치면서 기간과 지관을 포위하고 뚫으려고 쌩 난리를 치며 애를 쓰는데도 뚫리지 않았다, 이 말이야! 특히나 성을 포위하고 그 앞을 치는 동안 대저 언제 돌아온 것인지 뒤를 습격 당하기도 하고 옆구리를 찔리기도 하고 아주 신출귀몰한 모습을 보였다 이거지!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어?”
그리고 이리 거만한 자세를 유지하는 흑산적 고참의 이야기를 통해 하내의 사정 또한 함께 밝혀지고 있었다.
저수와 가후의 활약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고 그 바탕은 도적들이 취약한 공성을 활용한 거점방어와 기동대를 활용한 모루와 망치의 전술에 기반된 전략이었다.
결국, 장연의 흑산적들이 재미를 보았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의 머릿 속엔 오직 약탈만이 가득차 있었을 뿐이었으니 그리 우르르 몰려들어 관문하나 넘지 못한 이들은 매양 자신들의 옆과 뒤를 내어주며 관문을 지키는 이들과의 협공 속에 패퇴하고 물러나기를 반복해야 했던 것이다.
“거기에 하내 태수 그 양반도 참 대단하지. 어떻게 관문을 공략하는 병사들의 일부를 잘라내 살 발라 먹듯이 쭉쭉 찢어먹어 그래? 낭중령도 이미 빠진 마당에 그 양반이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었으니 그 양반 명성도 장난이 아니게 올랐다 이거야.”
그렇게 얼추 상황이 정리되자마자 가후는 하동으로 향했고 그리 남은 곳에선 저수가 홀로 마무리를 지었다.
일찍이 가후가 하동의 안읍에 갇힌 유비를 구원하기 위해 내보인 전술 중 하나인 포위망의 모서리를 잘라 그들부터 섬멸해나가는 방식.
소위 사각형을 마름모꼴로 만들어내며 착실하게 잡아먹을 수 있는 병력들을 잡아먹는 그 방식이 실은 저수가 먼저 내보인 것이었음이 밝혀지는 상황이기도 했다.
물론, 가후는 먼저 떠났기에 이를 보았다 할 순 없지만, 어찌 되었든 이러한 방식으로 저수는 각 관문을 둘러싼 이들을 잡아먹으며 조금씩 장우각을 따르는 서쪽산맥의 흑산적들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이는 더한 조급함을 느낀 흑산적들을 더더욱이 관문을 비롯한 곳으로 매달리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어차피 관문을 두고 내려가봤자 그 뒤를 공격받을 것이 뻔하며, 가뜩이나 길도 좁고 저들의 병력도 많은 상황에 이를 무시하고 내려가 하내의 이들을 상대할 대담한 전략을 구상할 줄 아는 이들도 없었고 말이다.
결국, 약탈이라는 욕망만이 앞서는 상황에 제대로 된 지휘부도 갖추지 못한 이들은 그리 우르르 무너지다 못해 사방으로 흩어지며 자멸하기 시작했다.
심한 경우, 서로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며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내분을 뛰어넘은 내전마저 벌어지게 되었는데 가히 이것만으로도 갈려나간 이가 일만을 상회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와중에 살겠다고 도망친 몇 놈들은 더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 와중에 머리를 굴려 다른 이들의 영역을 차지하겠다 다시 서쪽 산에 들어간 놈들도 몇 되지 않고 또 기왕 이렇게 된 거, 하내보다 다루기 쉬운 하동에서 한탕 해보겠다며 서쪽으로 넘어간 놈들도 있으니 지금의 서쪽산맥은 무주공산이다, 이거야!”
“아, 그래서 저희가......”
“그래, 임마! 뭐, 언제까지 장우각, 장우각 할 거야? 우리도 식구도 많고 꿇릴 것도 없는데, 이제 당당히 떳떳하게 살아야지, 안 그래? 서쪽 산맥만 쥐면 이 사례 인근, 특히나 하동을 넘나드는 상인들을 뜯어먹을 수도 있게 되면 우린 부자야! 어! 모든 게 우리 똑똑한 장연 대두령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거지, 흐하하하!”
그렇게 호방한 웃음을 내보인 고참병 흑산적을 따라 새로이 들어온 신입 흑산적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하내 동쪽은 우리도 뚫지 못하고 깨졌잖아! 물론, 재미를 좀 봤지. 그래도 성은 못 넘었으니까, 그 손실을 메우기도 해야 할 거고. 이참에 저놈들도 깨부수며 영토도 넓히고 장우각 놈 자금줄도 끊고, 어? 아주, 좋아! 그러니까 어서 가지고, 늦으면 네놈도 재미 못 본다?”
“가, 같이 가시지요!”
“그래, 가자! 다, 죽이러! 다 빼앗으러! 흐하하하하!”
그렇게 일만이 넘는 장연의 흑산적들이 산등성이가 떠나갈 기세로 웃음을 보이며 서쪽 산맥에 진입했다.
“뭐, 뭐야!”
“뭐긴, 빼앗으러 왔지?”
“뭐, 뭣......!”
“뭣들 해? 이제부터 서쪽 산맥은 우리 건대, 기존의 찌꺼기들이 있으면 쓰겠어?”
“이, 이놈들이......!”
“쳐라! 빌어먹을 장우각을 따르는 놈들 다 죽여버려!”
“막아라! 저 개새끼들을 당장 막아!”
그리고 벌어진 것은 매우 빤한 것이었으니, 이는 소식을 듣지 못한 장우각의 흑산적들을 모조리 죽여 없애는 일이었던 것이다.
콰직-
“끄흑!”
서걱-
“아악!”
그렇게 수풀과 삼림을 헤치며 등장한 장연의 흑산적들은 가히 놀랄만한 기세로 장우각의 흑산적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일단 예상치 못한 습격을 받은 이들과 애초에 계획을 세우고 접근한 이들의 마음가짐이 달랐으며, 또 장연의 흑산적들은 적당한 재미를 본 이후 빠져 전력을 보존했던 방면 서쪽 산맥에 자리한 장우각의 흑산적들은 처절하게 깨지고 깨져 그 휴유증이 남달랐던 것이다.
거기에 아직 회복되지 않은 잦은 부상에 정신적 피폐함은 물론, 다른 이들이 차지하던 산채를 먹기 위해 자신들끼리도 내분을 벌이며 스스로 전력을 깎아놓았던 터라 장연의 이들은 가히 그 주인을 따라 제비마냥 산을 누비며 장우각의 이들을 거진 학살하다시피 했다.
여섯이 넘는 산채가 금세 장연의 손에 들어왔고 남은 것은 인간사냥이나 다름없는 잔당들의 척결이었다.
스스스슥-
“허억...., 헉....허억!”
그렇게 살아남은 장우각의 흑산적들은 살기 위해, 죽기 싫어 발버둥치며 수풀을 가르고 산을 뛰었다.
“휘익! 휘익!”
“휘파람 소리다! 저기다!”
그러나 사냥꾼으로 돌변한 장연의 이들은 입에 손가락을 물고 휘파람을 부르며 도망치는 장우각의 잔당들을 끝까지 추격하니, 가히 그 끈질긴 추격에 벗어나지 못한 대다수의 이들은 실로 잔혹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끄흑! 제기랄! 장연! 장여여여여어언-!”
퍼석-
“어디서 대두령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지랄이야.”
푸슈슈슛-
그렇게 도끼로 찍어내린 모가지 위로 피분수가 솟구쳤다.
- 끄하아악! 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그 마지막 발악을 내지른 사람의 목이 발아래를 굴렀으니, 이는 어느 한 곳 뿐 아니라 산맥 전체에서 두루 메아리마냥 울리는 비명이었다.
“저기도 하나 처리했나 보네?”
그렇게 눈앞에 뚝딱 사람의 목 하나를 절단낸 이는 들려오는 메아리 속에 인근에서도 자신과 같은 일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소냐?
바스락-
“.........!”
“허어, 아직도 남아있었네? 도끼 내놔.”
터억-
“흐이익! 흐아아악!”
“뒤져, 새끼야.”
부우우웅-
졸지에 들린 잎사귀가 흔들리는 소리와 더불어 도끼를 건네받은 이는 금세 수풀을 헤치며 토끼마냥 뛰쳐나오는 이의 뒤통수를 향해 조금 전까지 제 손에 자리하던 것을 집어던졌다.
퍼서어억-
“꺼흑.......”
그렇게 두개골이 쪼개지는 소리와 더불어 단말마의 힘없는 비명 속에 장우각을 따르던 흑산적 하나가 또다시 죽음을 맞았다.
“다 죽여라. 무슨 일 있어도 당장에 이 소식이 장우각 놈의 귀에 들어가선 안 돼.”
풀썩-
그렇게 바닥에 쓰러지는 시신과 더불어 그 땅의 형질이 변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시신이 자리한 것으로 보이는 바닥의 일렁임은 어느덧 산의 비탈길이 아닌 나무로 된 정갈한 바닥으로 뒤바뀌어 있었고 그 시신 또한 일찍이 산에 쓰러진 시신과는 사뭇 비슷하면서도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자리한 풍경 또한 사뭇 달라져있었고 말이다.
타닥타닥-
“그래서 이놈이 우리 영역을 지나치려 했다고?”
“예, 대두령. 서쪽 산맥의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듯 합니다. 허니 이리 다들 동쪽으로 움직여 저희가 자리한 산맥을 타고 넘어 장우각에게 돌아가려는 거겠지요.”
“허긴, 산적 놈이 평지 다니다 걸리면 무슨 오해를 살지 모르지. 이리저리 사정 봐주는 정원 놈 눈치도 보일 것이고.”
거대한 화로의 불길이 일며 그 옆에 마련된 팔걸이가 자리한 의자에는 거만한 자태로 턱을 괴고 있는 장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기거하는 산채의 바닥에 자리한 장우각을 따르는 흑산적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말이다.
“이런 놈들이 수백이라고?”
“예, 이들 모두가 어떻게든 장우각에게 돌아가려합니다.”
타앙-
“그렇게 둘 순 없지.”
그렇게 수하의 보고에 팔걸이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장연은 천천히 제 주변에 자리한 두령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장우각 놈도 참 불쌍해. 어떻게 평지에 자리한 병주 땅은 경유를 못 하고 산을 타고 동쪽으로 나아가 북쪽으로 돌아 올라가야 하는데 하필 그 사이에 내가 있네?”
그렇게 누런 이빨을 그려낸 장연은 이미 승기를 쥔 모양새로 장우각을 조롱하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었다.
“크흐흐흐, 암만 불리고 불려도 이십만이라며? 그 절반에 달하는 병력이 뒈지고 흩어지며 깨졌는데 그도 모조라 이제는 우리가 서쪽 산맥까지 쥐게 생겼네? 한데 이 장우각 병신 놈은 아직도 소식을 몰라, 왜? 우리가 그나마 서쪽 산맥을 벗어나 도망쳐오는 놈들을 다 사냥할 거거든.”
장난기가 가득한 장연의 발언에 그를 따르는 두령들 사이에서 참지 못할 실소들이 터져 나왔다.
“그래, 니들도 웃기지. 이게 얼마나 쉽냐? 그간 장우각 하나 못 제끼고 이리 살았는데, 이거 이제와 너무 쉽잖아? 어?”
“예, 대두령. 이제 장우각이 암만 날고 기어봐야 대두령과 별 차이가 나지도 않사옵니다. 뭐, 암만 쪽수가 많아도 제대로 된 그의 수족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십만에 불과할 것이오니 이제는 그자도 대두령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지요.”
“그래, 그래. 바로 그거야! 그 와중에 서쪽산맥의 일이 딱! 알려지는 거지. 그때 즈음이면 하동도 하내도 회복을 거칠 시기야. 소금이 돌고 물자가 돈다, 이거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치 모두의 기대를 모으듯 두 손을 펼치고 제비마냥 주변을 빙그르르 돌며 말꼬리를 흐리는 장연은 마치 어린 아이마냥 신나 보이는 표정이었다.
“알려주십시오, 대두령! 저희도 궁금해 죽겠사옵니다!”
“예, 알려주시지요! 하하하, 원하시는대로 다 이루었는데 아직 또 뭐가 남았습니까!”
“알려줄까? 어? 너희들도 궁금한 게야? 그런 것이야?”
“예! 대두령!”
“흐하하하하! 허면 말해줘야지! 암, 말해줘야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것은?”
콰아앙-
모두의 기대가 어린 눈빛 속에 신이나는 흥을 더는 참지 못하였는지 나무로 된 산채의 바닥을 때리며 발을 구른 장연은 가히 일렁이는 눈빛으로 모두의 앞에 손을 뻗어 서북쪽을 가리켰다.
“사연택의 분쟁이 비단 전쟁을 불렀다 이거야!”
“엥?”
“전쟁이요?”
“전쟁? 어......”
그러나, 장연의 예상과는 달리 도리어 자신을 따르는 수하들 중 다수는 이게 뭔소린가 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 이 답답이들이. 이거 진짜 미친 것들 아닌가 싶네? 야, 임아. 사연택에 뭐가 있어?”
“무역로?”
“그래! 그거!”
“한데, 그게 왜?”
“왜? 야, 이 등신 새끼야! 왜?”
“아, 아니....., 저......”
물론, 모든 두령들이 이를 이해를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애석하게도 후천적인 또 환경적인 요인으로 머리가 딸리는 이들이 제법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거기에 기존의 계획들이야 원체 장연이 하도 설명을 많이 했던지라 이를 이해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새로이 등장한 무역로의 분쟁에 대해서, 그리고 이것이 비단 전쟁을 초래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를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이놈들아, 드디어 저들의 분쟁이 전쟁을 불렀고 이는 결국 사연택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거야. 결과가 나온다고, 그게 여포가 되었든 정원이 되었든 그리 전력을 쏟아부은 둘이 다시금 쉬이 전쟁을 일으키겠냐?”
“그건 아닙니다만......”
“그래, 그러니까 정원이 되던 여포가 되던 그리 사연택의 무역로에 주인이 생기면 그 무역로에는 본격적으로 사람이 다니기 시작했지. 왜? 얼마 전에 표기장군인 포홍이 돌아왔거든. 그것도 풍문만으로도 까무러칠 엄청난 부를 안고.”
시대를 내다보는 장연은 포홍이 열어젖힌 것이 무엇인지 아주 정확하게 예견하고 판단하고 있었다.
“서역이 열리고 돈과 물자가 들어오면 이쪽에도 상인들이 오가기 시작할 것이고 그러면 뭐, 엄청난 부가 왔다갔다하게 되겠지. 그리고 황하 이북에 자리한 이곳에 모든 것들이 전부 서쪽에 자리한 그 무역로를 통해 서역으로 나간다.”
“그, 그렇습니까?”
“그래, 한데 그 물건들 중 대다수가 어디로 나갈까?”
자신이 아는 바를, 그 놀라운 깨달음과 지식들을 설파하기 위함인지 장연은 다급한 걸음으로 병주 인근이 그려진 지도가 걸린 벽을 향해 다가갔다.
타앙-
“하나는 여기 맨 위 북쪽, 기주 상산을 맞대고 병주로 진입하는 정형현의 산길. 한데 여긴, 장우각 놈의 영역이라 우리가 어찌할 수 없지만, 덕분에 기주와의 충돌이 가속화되는 것이니 우리에게도 좋은 곳.”
그렇게 손으로 태행산맥이 자리한 병주와 기주의 북쪽 경계를 가리킨 장연이었다.
타앙-
“그다음은 우리와 저놈들의 경계나 다름없는 모성, 태행산맥의 동쪽 출입구라고 해도 좋을 병목의 지형에 관문만 없다면 기주로부터 가장 쉬이 접근이 가능한 곳. 아마 기주와 유주를 비롯해 하북에 가장 많은 물량이 바로 이곳으로 몰려들겠지. 허나 이곳은 정원이 다스린다. 산은 우리들의 것이어도 평지를 비롯한 성과 관문은 제 놈의 것이니까. 여긴 장우각 놈의 몫도, 또 내 몫도 아니야. 정원의 몫이지.”
다음으로는 그가 가리킨 것은 병주와 기주의 경계인 태행산맥의 중간지점이었다.
타앙-
“마지막 내가 접수한 하내와 하동의 사이에 자리한 산길, 서쪽 산맥의 아래 자리한 왕옥산 인근. 이곳은 좋은 곳이 하동을 거쳐 기존의 무역로가 자리한 옹주와의 연결도 좋고 또 중간에 위로 솟구치면 백파적들의 영역을 지나긴 하지면 병주 무역로의 진출도 가능하니 양측의 물량이 오갈 확률이 높지. 그리고 여긴 우리 몫이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가리킨 곳은, 지금 그가 접수하고 있는 장우각의 영역이었던 태행산맥의 맨 아래, 서쪽 산맥을 따라 이어진 하내와 하동을 잇는 산길이었다.
“내가 전에 그랬지? 장우각 놈이 재미를 보는 이유가 바로 이 사례를 맞대고 있는 서쪽 산맥 때문이었다고.”
“그랬지요.”
“그 이득이 몇 배나 더 커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모든 부가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말이야! 뭐, 소금이야 생필품이니 크게 외부로 유출이 아니 된다고 해도 비단은 엄청 나가겠지. 도자기는 깨지고 향료는 향이 날아가도 비단은 크게 상할 일 없잖아? 운반도 쉽고.”
“아, 그래서.......”
“과연 대두령이십니다! 하하하! 저희는 그것도 모르고.....”
“알면 좀 잘 받들어모시고 그래? 어?”
“아이고, 이를 말이옵니까? 절 받으시지요, 대두령!”
“절? 절 좋지? 흐하하하! 절도 좋아!”
그리고 그제야 주변의 분위기가 환해지는 듯했다.
거진 모든 걸 알아듣지 못하는 보이는 이들이었으나 최소한도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움직이며 그것이 자신들에게 어떠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을 확인하였으니, 결국 장연의 의해 세상에 눈을 뜬 이들 또한 비단 무역로에 의해 시작된 전쟁을 통해 그에 걸맞은 이득을 갈취하기 위함이었다.
“그래, 그러기 위해 시작한 전쟁이야. 장우각 놈이 암만 빨리 소식을 들어도 이미 전력을 소모한 제놈이, 당장에 나를 어쩌지 못해. 여포 놈이 이기든, 정원 놈이 이기든 그리 그들의 전쟁의 승패가 정해질때까지 우리 또한 서쪽 산맥을 집어삼키는 전쟁을 멈춰선 아니 된다.”
그리고 그런 그들로부터 큰절을 받은 장연 또한 자신이 일으킨 흑산적들간의 내전의 목적을 상기하며 다시금 그 각오를 다졌다.
“사예, 연성, 부운, 양봉!”
“예, 대두령!”
“이만을 더 줄 테니까, 이참에 아예 싸그리 서쪽으로 넘어가서. 그 잔당들이랑 혹시 모를 하내나 하동 인근에 자리를 잡은 놈들까지 모조리 정리해.”
“그리하겠습니다!”
“남은 이들도 마찬가지야! 계속 병력을 풀어, 산채 인근이 아니라 아예 이 장연이 다스리는 이 산맥의 모든 영역을 뒤지고 들쑤셔 장우각에게로 넘어가는 모든 놈들을 죽여라! 최대한 소식이 늦게 전해져야 해! 우리가 기반을 다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단 말이야! 알겠어?”
- 예, 대두령!
“좋아! 서쪽에서 시작된 바람이 이리 북쪽에 다시금 전화의 불길을 올렸어!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는 대로 그 불길에 삼켜질 것이니, 기왕지사 우리는 그 위로 장작을 들이붓고 그 전화를 더 키우겠어! 나, 장연을 따라 흑산적들의 미래를 보고자 하는 놈들은 어디 끝까지 가보자고! 이제 시작이야! 비단 이 전쟁을 시작으로 우리는 비단을 비롯해 더 많은 것을 얻겠어!”
그렇게 사기가 충천한 이들의 앞에 가슴을 치며 장대한 포부를 드러낸 장연은 직접 산채의 문을 열고 나아가 자신을 상징하는 제비가 걸린 대장기를 보았다.
펄럭-
그러나 어느덧 서늘할 정도의 찬기가 느껴지는 가을날의 바람에 펄럭이는 제비를 보며 장연은 작금에 난국 속에 발버둥치는 이가 순전히 자신만이 아님을 확인하고 있었다.
“물론, 나만이 아니겠지. 겨울이 오기 전에 제비는 남쪽으로 날아간다. 살기 위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그리고 제비인 그가 살기 위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날아갈 남쪽은 빤한 것이었다.
“결국, 하내를 쥐어야 해. 그때가 언제가 되었든 산적으로 남아 일생을 끝내지 않으려면 우리도 최대한 빨리 이 태행산에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저 평지를 쥐어야 한다.”
그러나 장연이 그리 각오를 다지며 그 시선을 남쪽에 자리한 하내로 돌린 만큼 하내의 이들 또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직접 언급한 대로, 분쟁으로부터 시작된 이 전쟁의 흐름을 인지하고 그에 발맞춰 변화하고 적응하며 이를 이용하려는 이들은 순전히 자신뿐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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