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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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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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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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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51화 – 연주와 예주가 있다면 한파를 막을 수 있는 걸까?

DUMMY

그 누가 이를 알았을까?


“쏴라!”


피비비비빙-


평온하디 평온한 연주 땅이 이리 전화로 얼룩졌을 줄, 과연 그 누가 알았겠느냔 말이다.


“보병 앞으로, 늘어진 방진을 좁혀 방어를 두텁게 하고 대신 기병을 우회하여 저들의 뒤를 친다.”


우렁찬 군관의 목소리에 수백에 달하는 궁병들이 화살을 쏘고, 수백에 달하는 보병들이 극을 쥔 채 앞으로 나서며, 수백에 달하는 기병들이 말을 달리고 있었다.


주변의 고을이 있건 없건 전방위적인 압박이 더해지는 와중에 언덕 하나, 고지 하나, 심지어는 개천 하나를 두고서 벌어지는 이 분쟁은 실제 전쟁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지 않았으나, 문제는 연주 각지에서 붓을 쥔 이들이 칼을 들게 되면서부터 달라졌다.


“우리는 회맹의 맹주인 장 공(장홍)을 따르며 격문으로 회맹군을 일으킨 교 공(교모)을 따른다!”


“우리는 변 공(변양)의 학통을 계승하는 자들이다! 변 공을 위해 싸우자!”


“팔주의 일인이신 장 공(장막)을 뫼셔라! 그분께서 이 혼란을 정리해주실 것이다!”


장홍, 변양, 유대, 장막, 교모, 반욱, 노수 등 회맹군에서 굵직굵직했던 이들이 각기 무리와 함께 돌아오면서 연주의 내전은 시작되었다.


애초에 하나 되었던 회맹군은 포홍의 계획이었던 이중 계약에 의해 둘로 갈라졌다.


물론, 이는 그 이전에 쌓인 앙금의 골이 터져 나온 것이 그 시초였지만, 억울한 누명과 실패한 회맹에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또 그 이전에 포홍을 비롯해 무리한 전쟁을 치루는 방식에 대한 인식론마저 바뀌게 되면서 이미 두 갈래의 파벌로 나뉜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된 내전은 서로에게 그 모든 부정한 것을 떠넘기기 위함이자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한 방식으로 변모했고, 그 와중에 이름난 이들과 각자 연고 관계가 있는 주변인들이 이에 끼어들며 목소리를 높이거나 멋대로 제 집안의 가병들과 사병들을 동원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유 자사가 인근의 현을 공략했습니다!


“뭐야? 유대가 말도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여?”


“벼, 변 공께서 회의감을 표명하시며 더 이상의 내전은 의미가 없다 하셨습니다!”


그저 연주를 반으로 쪼개며 회맹군의 파벌싸움과 같았던 내전이 독자적인 행보를 드러내기 시작한 이들 덕에 변환점을 맞이했던 것이다.


“뭐라고? 동군의 대호족인 정욱이 효기교위였던 조조를 끌어들여?”


거기에 도성에서 벌어진 또다른 비극인 외척과 명가의 난에 의해 조조가 연주로 넘어올 즈음 하여, 예주는 작은 춘추이자 전국과도 같은 상황으로 돌아갔다.


진류군, 동군, 동평국을 비롯해 제북, 제음, 태산, 임성 등 각 군국을 필두로 그보다 작은 현들에도 여러 세력들이 들어서면서 자잘한 규모의 전쟁의 양상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름난 이들이 각기 명성을 날리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동군의 대호족인 정욱은 물론, 조조와 그의 친족들인 조씨 그리고 하후씨가 위명을 날렸고 진류군을 바탕으로 세력을 떨친 장막과 장초 형제 또한 위명을 얻었다.


거기에 뜻하지 않게 포홍이라는 희대의 풍운아를 낳은 가문으로 알려진 포씨 가문의 포신, 포도 형제 또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그 수하라 할 수 있는 우금 또한 조금씩 무명을 떨치며 연주의 무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문사들과 무장들이, 그도 모자라 기존의 이름난 이들 모두 이러한 연주의 분쟁과 전란을 계기로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재주를 뽐내며 적잖은 명성을 가져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인즉, 그만큼 많은 전투가 연달아 벌어졌다는 뜻인데 그나마 이를 통해 기존의 군국의 통치를 거부하던 자잘한 세력들 또한 다시금 그들에게 흡수되어 본래의 지배력을 갖추게 되니, 이제 남은 것은 온전히 전국과도 같은 형태의 독립된 군국들이었다.


군국의 시대.


그 시기의 옹주는 서역원정을 성공한 포홍이 돌아와 천금을 뿌리고 사례와의 교역을 벌이는 시기였고, 사례는 그런 옹주를 견제하려다 독박을 뒤집어쓰며 심지가 다 타버린 폭탄이 된 시기였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와중에 순상의 사절이 연주의 일군을 차지하고 있는 조조를 찾았다.


* * *


“사공의 사절이시라고?”


“그러하옵니다.”


“도성에서, 그것도 사도 다음 가시는 분의 사절을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갑주를 걸치고 굳어진 피조차 닦지 않은 조조는 전각도 아닌 막사에서 사절을 맞으면서도 여전히 믿기지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스윽-


“우선 서찰부터 보시지요.”


그렇게 사절의 손을 거쳐 조조의 손에 펼쳐진 서찰은 이를 읽어내리는 조조의 눈썹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게 정녕 사실인가?”


“어차피 더는 의미 없을 전쟁이자, 명분론, 그리고 책임론이 아닙니까?”


“그 누구도 멈추지 않은 전쟁을, 도리어 황제에게 중재를 요청하고 그에 대한 충성심과 성의를 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자리를 인정받고, 원한다면 다른 이들을 공격해도 좋을 또 다른 전쟁의 명분을 얻는단 말이지?”


“그 대신, 예주에 계신 조숭 어르신으로부터 여러 물자의 지원을 받았으면 합니다.”


순상의 계획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물자가 부족한 사례는 당장에 이를 수매하기 위한 거래처가 필수적이었고, 그 와중에 사연택에 무역로가 뚫리면서 이미 하북은 아예 물자의 수급에게 제외대상이 된 것이었다.


허면 그 눈을 더는 하북이 아닌 중원으로 돌려야 하는데 물론, 아직도 전쟁이 그치지 않은 연주에서 이를 바라는 것은 요원하고 그렇다고 황건적들의 문제가 남아있는 서주와 청주는 논외였다.


결국, 남은 것은 명가의 이들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예주 그 밑에 장강을 낀 양주 그 외에 형주와 교주를 비롯해 서쪽에 자리한 익주 등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는데, 애초에 너무 먼 변경에 위치한 곳에 자리한 주들은 실질적으로 당장에 사례가 원하는 물자를 수급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결국 손에 꼽아봤자 형주 아니면 예주가 제일 나은 선택지였다.


특히나 예주의 경우, 영천군을 기점으로 하남윤과 바로 맞닿아 있어 그 어떠한 이들의 방해도 없이 물자의 수급이 쉬웠다.


허나 누가 뭐라고 해도 예주는 명가의 이들이 자리한 주였다.


특히나 하씨의 외척과 더불어 힘을 합쳐 난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것도 모자라, 이미 지난날 황보숭이 살아 있을 적부터 탁류와 함께 했던 명가의 이들을 조당에서 축출하는 방향을 지향했던 과거를 지닌 사례의 이들이 명가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가히 어불성설이었다.


허나, 이러한 배경을 두고서도 순상이 예주에서 물자를 가져오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은 바로 그런 명가의 이들 중에서도 그나마 사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조가의 존재 때문이었다.


일찍이 옥새가 깨진 이후 황보력은 사적인 사죄가 담긴 뇌물과 더불어 조숭에 대한 대우를 높였으며, 이에 조숭은 매번 세금과 공물을 바치며 여전한 신하의 자세로서 사례의 조당을 떠받들어 주었다.


그리 만들어진 지난날의 동맹은,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쥔 원만한 합의였고 이로서 사례는 지금까지 옥새가 없이도 그나마 큰 반발이 없이 원만한 통치를 벌일 수 있었다.


물론, 그 배경 속엔 당연히 병주의 정원이나 옹주의 포홍과 같은 이들이 가장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소한도 중원에서만큼은 자신들을 섬기며 떠받들어주는 반쪽짜리 예주가 아주 좋은 본보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그 둘이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을 때가 온 것일까?


“사례의 조당에서 약속드립니다. 조숭 어르신의 도움이 있다면 효기 교위께 동군 태수의 자리를 드리지요.”


사절의 입에서 다시금 서찰에 적혀있는 보상이 그대로 언급되었다.


“아버님께도 당연히 서신이 같겠지?”


“이를 말이옵니까?”


“허면 나 또한 이를 거절할 연유는 없군.”


그와 동시에 조조는 다시금 눈썹을 씰룩이며 승낙을 표했다.


“참, 이대로 돌아갈 생각인가?”


“따로 부탁할 것이라도 계십니까?”


“허명이라도 좋고, 허울뿐인 칭찬이자 은상이라도 좋으니까 진류군의 태수인 장막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하게.”


“........!”


생각지 못한 조조의 조언에 사절은 희망을 보았다는 눈초리였다.


“암만 전란이 연주에서 지속되었다 한들, 팔주의 일인이야. 비록 많은 양은 아닐지라도 당장에 부족한 물자라도 조금 내어줄지 모르지.”


“실로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 내용은 꼭 사공께 상신토록 하지요.”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허면 어서 가봐야겠습니다.”


그렇게 순상의 사절은 곧바로 조조의 진중을 벗어났다.


저벅저벅-


“그래서? 이렇게 하면 된다는 말이지? 중덕?”


하지만, 그러한 사절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조조는 이내 그것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판단이 아님을 눈앞의 사내에게 밝히고 있었다.


“이를 말이옵니까?”


“어차피 전란의 와중에도 장막과의 마찰은 없었어. 허니 이로써 그 관계는 더더욱 단단해지겠지.”


“후방을 걱정하지 않게 되면, 나머지 군국들은 정리하기가 쉽사옵니다. 거기에 애먼 백성들의 무의미한 희생을 막고자 한다는 대의를 내세우셨지요. 이는, 지금까지 연주에 자리한 다른 청류게 이들이 놓지 못한 정복이라는 사리사욕과는 대비되는 모양새이옵니다. 또한 지속된 내전과 전란으로 이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물론, 옥새가 깨졌음에도 황제께 여전한 의례와 복종을 보이는 자세는 충의지사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시기에도 좋을 것이옵니다.”


“듣기 좋은 말이로군. 그 말만 들으면 모두에게 다시금 평화의 시절이 오는 것 같아. 허나, 실상은 다르겠지. 특히나 사례는 이리 변해가는 계절을 따라 이대로 겨울이 될지도 모르겠어.”


“그보다는 연주가 먼저입니다. 포홍의 계략에 의해 반으로 갈린 이들의 분쟁이 예상보다도 훨씬 더 길어지다 못해 지금에 이르렀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 일로 다들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청주와 서주는 아직도 황건적들에 인한 피해를 떨치지 못했지요. 이때 부족하나마 앞서나가야 합니다.”


찰나의 조조가 내보인 감상에 동의를 표할 수도 있었지만, 정욱은 굳이 작금의 현실을 놓지 않을 것을 지적했다.


아무리 먼 곳의 경치가 좋아도 자신의 처지가 이를 감상할 수준조차 되지 못하면, 결국 다음 차례의 경치 구경 또한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니, 지금 당장 급한 것은 누가 뭐래도 소전국(小戰國: 작은 전국)이라 불리며 전쟁만을 지속하는 연주였다.


“정녕 이것이 최선일까?”


그러나 뭐가 그리 걸리는 것인지, 여전히 탐탁지 않은 표정의 조조는 아직도 사절이 떠나간 빈자리에서 시선을 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또 뭘 바라십니까?”


“이상해, 순가의 으뜸가는 이가 사공이니 이를 모르지는 않을 테지만, 아무리 그래도 왜 하필 나와 내 아버님을 골랐을까?”


“예?”


“그렇지 않은가? 우리 말고 아직 사례에는 선택지가 남아있어. 거기다 우리는 끽해야 아버님의 영향력 덕에 예주의 절반 정도를, 그것도 간접적으로 쥐고 있는 것뿐이야.”


“그 절반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자의 양이 엄청남을 주공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작금의 사례가 가진 문제가 해결될까?”


“.......!”


“자네도 호족이니까, 인근의 상인들과 지인들에게 소식을 들어서 알 테지. 그리고 어디 지방 촌구석도 아니고 지난날 수많은 이들의 참배를 위한 묘소를 지으며 명소를 만들어내고 수많은 유자들을 불러들여 엄청난 돈을 빨아들였던 사례야. 최소한도, 황건의 난이 벌어질 당시보단 그 규모가 더 커졌다는 거지.”


그런 조조의 고심은 어느덧 정욱의 고민이 되었다.


“더 많은 지원과 더불어 아예 온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쪽이......, 있었군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그는 가벼운 탄식과 더불어 조조가 내보인 식견에 대한 놀라움을 드러냈다.


조조가 이야기했던 또 다른 선택지.


심지어 이는 예주 옆에 붙어있으며 연주와도 그리 멀지 않은 하나의 주를 일컬음이었다.


* * *


쩔그렁-


“혀, 형주를 말입니까?”


“그래요, 형주.”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기 때문일까?


화려하다 못해 가히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작(爵)이라는 이름의 술잔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자사께서도 아시다시피 최근 들어 형주의 오만불손한 태도가 실로 도를 넘어서고 있소. 몇 되지 않는 토호의 가문들과 힘을 합쳐 형북을 쥔 유표가 황족이라는 핏줄을 핑계로 헛된 망상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


소위 예주를 다스리는 암중의 지도자들이자, 예주에서 가장 이름난 가문의 원로를 구성하고 있는 원가의 장로들 앞에 경악을 금치 못한 예주자사 공주는 정녕 이것이 현실인가 싶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황실의 인사이자 종친이 아닙니까? 거기에 팔급(八及)이라 하여 그 명망이 높지 않습니까?”


뜬금없이 자신을 불러내 한다는 소리가 다름이 아닌 전쟁이었다.


그것도 공적으로, 만천하에 그 이름이 알려진 유표를 징치하겠다 하였으니 어찌 공주가 이를 쉬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말이다.


“그 잘난 명망이 지난날 옥새가 깨지면서 헛된 욕망이자 열망으로 변했지. 자사도 들어서 알고 있지 않소? 감히 황실에 대한 조공을 끊고, 황상의 복색과 닮은 의복을 걸친 채, 음식을 비롯한 예도를 다듬는 것도 모자라 지난날의 가뭄과 폭우를 핑계로 멋대로 천신께 제를 올렸소. 다들 그의 청명 때문에 애써 이를 외면하며 쉬쉬하긴 하지만, 알만한 이들은 그 진실을 알고 있지.”


“그건.......”


그러나 원가는 작금의 흔들리는 한실(漢室) 대한 충정이 끔찍한 공주의 곧은 성정을 통해 이를 부추기고 있었다.


“우리가 사례의 조당에 표문을 올리겠소. 그도 모자라 전비까지 지원해주겠소. 감히 반쪽짜리 잡주에 자리한 토호의 이들과 힘을 합쳐 그릇된 망상을 펼치는 그는 자신의 능력과 청명을 이용해 스스로의 야욕을 숨기고 있소. 그런 그가 이제는 온전히 형주를 쥐게 된다면, 그다음은 정녕 어찌 되겠소? 암만 나라에서 주목을 바꾼다고 한들, 그 자리를 내어놓을 것 같소?”


그도 모자라 그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겠다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유표를 힐난하다 못해 도리어 이를 받아들이는 공주에게 그 질문의 화살마저 돌려버렸다.


“절대로 그럴 일은 없겠지요.”


어차피 공주의 입에서도 똑같은 답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후우.”


하지만 그 때문에 공주의 심경은 복잡했다.


자신이 암만 예주자사라고 해도 저들의 명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한들, 이번 일이 막상 달갑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닌 말로 신하 된 이로서의 자격도 문제지만, 황족이라는 것이 도리어 책임은커녕 마치 또 다른 왕후와 왕제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자격 정도로 여기는 그 오만함은 신하된 본연의 자세를 기조로 삼는 공주에게는 실로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거기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날 옥새가 깨지면서 더더욱 심화되었다.


특히나 유씨의 이들 사이에선 더더욱 이러한 오만이 붉어져 나왔으니, 어디 천하에 그 불손한 작태를 보이는 이가 유표, 한 사람뿐이겠는가?


“저 먼 익주의 유 군랑에 대해서도 조금씩 말들이 나오는 형국이지요.”


“암, 옳은 말이지. 허니 잘 생각해보시오. 같은 유씨의 피를 이었다고, 황족의 이들이라고 그들 모두가 진정한 이 나라의 충신인지. 바야흐로 옥새가 깨지고 천하가 이 한을 위한다는 핑계로 한을 벗어나 각자의 야욕을 드러내려 하는 와중에 정녕 유씨의 이들은 없는지.”


이 부분에서만큼은 원가와 공주의 의견이 일치했다.


“허나 원가가 이리 나오는 것은 도리어 모순된 것 아닙니까?”


“호오.”


“원가 또한 그리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나 공주에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있었다.


만일, 원가 또한 그렇게 된다면, 그리 변한다면 그땐 정녕 어찌한단 말인가?


이는 유자이자 청류 출신 선비로서의 그가 내보인 마지막 자부심이며 원가를 향해 처음으로 그가 이빨을 드러낸 부분이자, 그들에게 받고자 하는 그만의 약속이자 보증이기도 했다.


“흐하하하! 암, 옳은 말이지. 허나-!”


“......”


“우리는 도리어 이 한이 존속되어야 존재할 수 있는 이들이오. 우리는 명문거족이며 그 명망의 바탕은 이 나라의 내실을 책임지는 것이지. 사세삼공, 사세오공의 위명 또한 거기서 나왔고, 우리가 아무리 지난날 중상시들을 비롯한 탁류와 붙어먹었다고 해도, 작금의 사례를 집어삼킨 청류의 이들에게 차별받았다고 해도 우리는 끝까지 중립을 지켰소.”


“허나 지난날 하씨의......”


“물론, 참다못해 외척의 이들에게 협조한 적은 있지만 이 또한 청류의 이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작전의 일부였소. 도리어 힘을 합쳐 반역도들을 공격했지, 그대도 알지 않소? 거기에 지난날 전란에서도 우리는 외척들에 의해 휘둘리고 그들의 부림을 받았을 뿐, 우리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주도한 적은 없었소. 그러나 그에 동조하는 군사를 낸 적도 없고, 도리어 미끼로 내어놓은 본초를 움직여 외척의 군대를 쓸어버렸지. 이에 동의하시오?”


그러나 도리어 원가의 원로들은 이를 뛰어넘는 호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하필 조조와 함께했던 원소의 행동 또한 진실을 모르는 공주에겐 사례의 조당을 위해 암중에서 협력한 희생으로 재포장 되면서 되려 공주의 말문이 막혔다.



“......, 동의합니다.”


“허면 더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 우리는 왕후를, 왕제를 꿈꾸지 않소. 그러나 저들은 다르지. 그리고 이는 지금 당면한 문제고, 그 문제는 저들이 힘이 부족한 지금이 해결하기 가장 좋은 적기요.”


저벅저벅-


그렇게 원가의 원로들은 우르르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공주의 주변에 둥글게 모여들었다.


“하시오, 전쟁. 나라를 위해, 조당을 위해, 황상을 위해 이 땅의 충신이자 영웅으로서 우뚝 일어서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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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22 ga******
    작성일
    20.10.22 07:19
    No. 1

    지금이 실재 년도가 어떻게 되죠 190년? 191년? 서역 원정으로 꽤 시간이 지난것 같은데 정확하게 알수가 없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0.22 10:15
    No. 2

    정확히 연표를 만들어 표기 하지 않았으나 191년 정도로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아무래도 햇갈리시는 것 같으니, 이 부분 또한 차차 신경을 써서 글의 내용에 녹여 표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알카시르
    작성일
    20.10.22 21:33
    No. 3

    연주 호족들이 둘로 나뉜 것은 동탁과 포홍의 난 때문이었는데 황보숭이 죽고 한참이 지난 지금에야 싸움을 벌이나요? 혹시 황보숭이 집권한 직후부터 계속 싸웠나요? 아니면 조정이 무서워서 불만을 억지로 삭였는데 황보숭이 죽으니 더는 두려울 것이 없어서 대놓고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을까요?

    조가가 아무리 강해도 원가에는 비교가 안 될 텐데 예주의 절반에 영향력이 미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절반의 절반이라면 모를까...

    폰으로 보면 '청류게' 다음에 바로 줄이 넘어가서 띄어쓰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청류게이'라고 말한 것처럼 보입니다. 순간적으로 정욱이 디시인사이드를 하나 의심이 들 정도였는데요. 워낙 절묘해서 오타가 아닌 것 같네요. ㅎㅎ

    원가는 분명히 원소에게 환관 편을 들라 시켰지만 원소가 맘대로 황보숭 편을 들었는데 자기네가 처음부터 그리 시킨 것처럼 호도하다니... ㅎㄷㄷ 그런데 지금 원술은 아무런 관직도 없는 야인인가요? 하남윤을 지내다가 파직당한 뒤에 어디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네요. 원소는 당당한 군벌이 되어 세력을 넓히는데 빨리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추월당할 것 같은데요. 실제 역사에서처럼 남양군을 차지하진 못했을 테고...

    지금이 191년인가요? 190년에 죽은 순상이 나오길래 아직 190년인 줄 알았습니다. 작중 몇몇 중요한 사건이 언제 일어났는지 궁금한데요. 동탁과 포홍의 난의 발발, 하진의 죽음, 황보숭의 죽음, 여포의 사연택 점령, 가후의 파직, 오수전 사태 발발이 몇 년 몇 월에 일어났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0.23 00:31
    No. 4

    1)
    포홍에 의해 갈린 직후 연주에 도착하자마자 싸우기 시작한 겁니다.

    2)
    원가에 비해 안되는 것을 가능케 했던 것은 조조의 할아버지이자 조숭의 아버지이며 십상시들의 아버지이자 환관들의 큰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조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인맥이, 재산이, 인프라가 어마어마했지요.

    무엇보다 원가는 탁류의 거두로 그런 십상시들과 연수 혹은 그런 그들의 눈치를 보며 협력하고 자라온 소위 조금 밑에 끗발인데, 그에 비해 조가는 다릅니다.

    애초에 조등의 존재로 말미암아 십상시들을 밑에 깔고 있습니다. 절대적이죠.

    본 소설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을 맞물려 있으며 조등의 죽음 이후, 또 십상시들의 죽음 이후 조가와 원가의 위치가 서로 애매해지며 그 둘의 영향력이 아직 살아있을 당시에 이를 소재삼아 이야기를 피워나가려고 하는 겁니다.

    3)
    아니 청류 게이 ㅋㅋㅋㅋㅋ 이건 생각지도 못했네요 와 ㅋㅋㅋㅋ

    4)
    참, 편하게 쓰고 부리죠? 사실 이는 서얼들이나 좀 애매하게 피가 섞인 이들 혹은 반쪽까지 혼혈 등에 대한 포지션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찾아보고 또 찾아봤는데 주로 가문이나 집안 등에서 이런 식으로 아까워서 버리지는 못하고 키워서 쓰고 부리는 식? 그러다 끝에 버리거나 도리어 치워버리거나 혹은 복수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코믹스 같은 만화나 드라마 영화와 같은 영상 매체의 스토리에서 많이 나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주로, 서자, 사생아 혹은 혼혈이나 뭐랄까? 이단아? 같은 이들에게 자주 적용이 되는 스토리나 배경 같아요. 토사구팽하기도 쉽고 그러면서 다른 이들에게서 얻을 수 없는 충성도도 있고 또 부리기 좋게 애정에 대한 갈구나 나름의 결핍도 있고.

    그리고 원술은 예, 어떻게 되다보니 공적인 벼슬이 없네요;; 마지막에 사회적 거리두기 핑계로 깽판을 하도 쳐가지고 ㅋㅋㅋ

    그래서 말씀해주신대로 원소도 다급히 행동하려 합니다. 요게 다음화에 나올 겁니다.

    5)
    저도 사실 그래서 순상 등장시킬까 말까 고심했는데요, 그냥 1년 더 사는 쪽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본래 제가 이 즈음을 구성하고 쓸당시 사건별로 시간을 정확히 명시해두고 정해두고 쓰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큰 틀에서 계산하면 그냥 190년, 191년 정도로 보는데. 굳이 191년을 잡은게 포홍이 원 역사에서 처형될 당시가 189년 3월인가? 얼마 안되요.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요.

    해서 191년으로 잡았습니다. 거기에 순상은 한해 정도 더 살게 넣은 거구요.

    그리고 연표는 앞서 말했다시피 모든 사건을 몇년 몇월 며칠을 기준점으로 생각하고 만든 부분은 아니라서 대략적으로 봐야하는데; 아시다시피 제가 분량에 쫓기느라 소위 쪽대본으로 완성해온지도 조금 되거든요?

    대략적으로 이게 정녕 말이 되는 이야긴가? 뇌절인가 아닌가? 를 계산하고 그 외에 시간은 계절과 단락만 맞추는 터라 이건 나중에 제가 스토리를 거의 진행하고 나서 따로 설정집마냥? 다 정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설정집에 연표까지 있으면 뭔가 ㅎㅎ 성공한 소설로 기억될 것 같네요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0.23 00:33
    No. 5

    4) 맨 마지막 줄 잘못 적었네요.

    원소가 아니고 원술도 이제 막 행동하려고 하는 겁니다. 다음화에 나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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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3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2) +6 20.10.14 1,266 25 18쪽
143 142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1) +6 20.10.13 1,254 25 17쪽
142 141화 – 서원군을 지우겠습니다, 장인 +6 20.10.12 1,270 2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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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39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2) +6 20.10.09 1,218 23 20쪽
139 138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1) +5 20.10.08 1,230 2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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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1) +10 20.09.15 1,289 21 18쪽
123 122화 – 서쪽 끝의 이야기 +10 20.09.14 1,283 2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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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19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3) +6 20.09.09 1,251 30 20쪽
119 118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2) +8 20.09.08 1,306 26 22쪽
118 117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1) +11 20.09.07 1,335 25 20쪽
117 116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2) +4 20.09.06 1,369 27 21쪽
116 115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1) +8 20.09.05 1,348 29 20쪽
115 114화 – 돈이 깔린 판에, 사람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2) +11 20.09.04 1,363 2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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