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3)
- 웃돈에 웃돈을 준다.
작금의 사례에 널리 퍼지고 퍼진 풍문이었다.
이름난 상방의 이들을 시작으로 중소규모의 작은 상인들에서부터 옹주에서 왔다는 외지 출신의 이들까지 오만 이들이 한데 뒤섞인 사례는 지금 가히 폭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끄집어내 팔아치우고 있었다.
가히 그 어떤 것을 내어놓아도 제값의 배 이상을 받는다는 기록적인 구매력을 선보이는 이들은, 심지어는 자신들이 수매할 물량을 맞추기 위해 소작을 짓는 이들에게까지 찾아가 그들의 손에 비싸디 비싼 오수전 꾸러미를 쥐여주면서 추수 끝에 겨우 얻어낸 곡식마저 모조리 탈탈 털어가는 기현상을 보였다.
당연히 민초들이야 거진 평상시에 만져 보지도 못했던 돈 꾸러미가 자신들에게 떨어져 내리니 이는 마치 자신들이 지주나 부호 그리고 귀사족이나 호족들과 같은 이들이 된 것만 같은 착각 속에 묘한 황홀감을 느끼고 있었고 말이다.
이는 그나마 모아둔 재산이라고 관리하기도 힘든 쌀과 포목을 곰팡이가 스며드는 천장이나 아궁이 옆에 파 둔 토굴 속에 숨겨두는 헛짓거리를 더는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인데, 이들은 자신이 손아귀에 들어온 그 동전이 가져올 파국도 깨닫지 못한 채, 아주 소중히 이를 보관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와중엔 옹주에서 유입된 멀쩡한 오수전들도 자리하고 있었으나 문제는 사례 내에 자리한 모든 물량을 팔아치워서라도 이번 기회에 최대한의 수익을 거두고자 하는 사례의 상방들이 뿌려댄 동전들이었다.
하지만 사례에 속한 상방의 이들도 이에 대해 나름 할 말은 있었다.
애당초 사례의 조당이 떠넘긴 일이고 어차피 그 목숨 위협받을 거, 자신들 대신 총대를 메주겠다는 이가 나타나면서 그 모든 책임을 풍방에게 돌리면 그뿐이었다.
거기에 암만 자신들이 양심과 도리를 지키며 무리한 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상방과 상인들이 자신처럼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였다.
결국,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경쟁의 장마당이 펼쳐진 것이다.
당장에 누가 더 많은 이득을 취하며 누가 더 큰 수익을 올리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상계의 서열이 뒤바뀌고 그 질서가 달라지는데, 예서 병신마냥 손 놓고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또 없었다.
설사 그것이 같은 사례의 백성들에게 폭탄을 떠넘기는 일이 될지라도 이는 안 하는 놈이 병신이고, 못하는 놈은 상등신이 되는 세상이었다.
“우리도 열어.”
“나, 나리.”
“저 밑바닥 상인 놈들까지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 우리라고 가만히 있어? 열어!”
“하, 하지만......”
그리고 끝내 이러한 사례의 폭주는 상공인들과 민초들도 모자라 그 위에 자리하고 있는 운반업자, 유통업자들도 모자라 적지 않은 사유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족들과 유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야 말았다.
아무리 그들이 탁류의 이들만큼 부정부패로 얼룩지고 재산을 끌어모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들 또한 이 사례에 몸 담고 살아갈 만큼의 재산은 지니고 있는 이들이었고, 그 재산 중에는 당연히 옹주의 이들이 환장할 곡식, 직물, 포목, 소금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다양한 물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쿠구구궁-
“창고를 열어라!”
그렇게 이제는 사족들마저 뛰어든 판으로 말미암아 제 2차 파동마냥 다시금 솟구치기 시작한 수익의 상승곡선은 다시금 엄청나게 가파른 상한선을 그리며 위로, 또 위로 그칠 줄 모르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비단은? 더 구할 수 없는 게야?”
그렇게 모든 것이 돈이 된다는 기조 속에 더 많은 수익을 위해 팔아치울 것들을 찾는 사례의 이들에게도 어느덧 한계는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그게 당장 인근에서 가져온 것들도 모조리 품귀현상이 벌어져서......”
“허면, 소금은? 소금은 있을 것 아닌가!”
“그, 그건 더 이상은 힘듭니다.”
“뭐야! 어째서!”
“사례에 남아있던 염상들이 이를 모조리 사들여 직접적으로 옹주 측과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콰앙-
“이 욕심 많은 놈들이, 또!”
일찍이 모든 기반시설의 파괴됨과 동시에 관련자들이 거진 모조리 죽어버린 하동이었으나 그 하동의 소금을 지속적으로 사와 사례에 납품하는 사례 출신의 염상들은 아직 남아있었다.
“아무래도, 조당이 움직인 듯 싶습니다. 실상 그들의 수익은 다시금 조당의 세수로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는 그 막바지까지 이를 지켜보던 사례의 조당이 그 무거운 몸을 움직여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해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소리였으니, 그들의 수족인 염상들의 등장은 진정으로 마지막 비상을 위한 가파른 수익의 마지막 날갯짓이 되어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녕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복구된 하동에서 계속 쏟아질 소금이야. 그렇다고 그 소금을 지금 당장 어디 팔아먹기가 쉽기는 한가? 사방이 전쟁터야. 하내는 작살이 났고, 병주도 전쟁 중이지. 기주는 흑산적들의 등장에 긴장하는 중이며 유주 또한 여전한 갈등을 보이는 중이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거기에 청주는 여전히 황건적이 있지, 연주는 같은 청류의 인사들끼리 내전 중이지. 서주는 힘이 딸리는 모양인지 황건적도 모자라 인근의 다른 도적들마저 끌어들이는 모양새일세. 거기다 동쪽 해안을 낀 곳들은 바닷물을 끓인 해염을 섭취하니 암염을 비롯해 염호에서 건진 소금이 크게 팔리지도 않아.”
허면 그러한 염상들이, 조당이 움직인 배경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배경은 전쟁이란 악재 속에 하동의 염호에서 얻어낸 소금을 당장에 팔아치울 거래처가 온전치 않다는 소리였다.
제대로 된 수익도 내기 힘들며 사방에 도적들이 창궐하는 마당에 온전한 교역이 이루어지는 것도 만무한 상황이었고 말이다.
“허니 금조에 이를 올리세. 어차피 나라에서 쥐고 있는 물량이야 다음 차례에 생산될 소금으로 때우면 그만이니까, 일단 당장에 제값에라도 물건을 팔고 수익이 나야 그들에게도 세수가 확보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요? 거기에 어차피 물건도 옹주의 이들이 알아서 가져가는 마당에.....”
“바로 그것이야. 거기에 이미 저들에게 빼앗긴 우리의 수익은 또 어쩌고? 암만, 그래도 이번엔 이 조당이 잘못한 게야. 진즉부터 우리에게 이리 수익을 내게 해줬으면 지금쯤 그들 주머니에 얼마가 들어갔겠나?”
콰앙-
“예! 하시지요! 어차피 뭐, 엄한데 파는 것도 아니고 사람 많은 옹주야 당연히 소금이 필요한 것이니 좋습니다!”
그에 비해 새로이 뚫린 거래처나 다름없는 옹주는 부족하나마 조금씩 복원되기 시작한 하동의 생산량을 모조리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구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애초에 이는 기존의 하동에서 생산되던 양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았으나 그 십분의 일조차도 제대로 구매할 이들이 없는 전란이 들끓는 상황이었으니, 결국 돈 되고 편한 길로 방향을 틀게 될 상인들이 금조를 찾아가 뇌물을 바치고 관료들을 꼬드기며 접대와 압박을 넣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그리고 그 전방위적인 압박에 굴복한 금조의 이들은 결국 다른 이들까지 움직여가며 그들의 참여를 허락해주었다.
그렇게 그 마지막 염상들의 참여를 기점으로 다시금 제 3차의 상승곡선의 파동이 터지면서 이제는 사례와 옹주의 교역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엄청난 물자와 재화의 교환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마지막 장이겠지? 너도 이제 눈치 보지 말고 다 팔아치워. 이 이상은 수익 안나와.”
“이미 파셨습니까?”
“허면, 나는 뭐 바보야? 야, 어차피 다른 놈들도 여기 다 한 짝씩 발 담갔어. 금조, 창조, 호조 애들이 지금 불리는 돈이 얼마인데? 심지어 위조의 이들까지 나라 물건 옮기는 운반업자 애들 끌어다가 옹주로 물건 옮기는 일거리 던져주고 소개비랑 알선금도 모자라 뒷돈까지 받아서 챙기는데, 나더러 가만히 있으라고? 나는 차라리 양심적이지. 나는 그나마 나는 뒤탈 없게 창고에 있던 현물, 옹주의 이들에게서 받은 멀끔한 동전으로만 받은 거야.”
거기에 아무리 나랏일을 맡아 사사로운 개인의 탐욕을 절제해야 하는 관료들조차 일찍이 자신들과 같은 청류의 이들이, 사족들이 먼저 시작해 수익을 거두는 꼴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보다 더한 사대부들도 하는데 자신들이 못하고,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남들보다 먼저 그 흐름 속에 뛰어들어 부정 수익을 거둔 것도 아니고, 어디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옹주의 이들이 막 사겠다니까, 자신이 팔아치울 것을 모조리 판 것에 불과한데 말이다.
“하, 하지만......”
“야, 어차피 하동에서 계속 소금 나올 텐데 뭐가 걱정이냐? 정 안되면 다른 데서 부족한 물자 이것저것 다 사오면 되잖아? 한 달포만 풀어버리면 금방 가라앉을 건데 뭐가 걱정이야?”
그리고 그들 또한 나름의 생각은 있었다.
아무리 당장에 옹주가 미친 듯이 많은 물량을 가져가 소화한다고 한들, 그로 인해 설사 사례에 이상이 생긴다고 한들, 이는 그저 외부에서 그에 걸맞은 물자를 가져와 풀어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허면 물가의 안정은 물론, 그간 쌓인 재화의 소모와 순환 또한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 그렇게 모두가 자신이 아는 선에서의 긍정적인 결과와 안일한 대처만을 생각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린 채 멋대로 일을 벌였다.
그 폭주가 드디어 모두의 암묵적인 용인 속에 하늘에 닿았던 것이다.
촤륵- 촤르르륵-
“음? 이거 다 오수전이야?”
“예, 들어온 세금을 다들 동전으로 내겠답니다.”
“뭐, 우리야 좋지.”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모든 세금이 곡식도 면포도 소금도 철도 아닌 모조리 동전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촤르르륵-
“뭐야, 오늘도 오수전이야?”
“예, 뭐 다들 이게 편하다는데요?”
“민간에 나간 애들은? 백성들에게 걷어 들인 세금은?”
“이거 그 친구들이 받아온 겁니다.”
“뭐? 백성들이 쌀이 아니라 돈을 내?”
“아, 예. 뭐......”
이를 관장하는 금조의 이들이 하나둘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것도 이즈음이고 말이다.
“아, 예. 뭐? 야! 미쳤어! 백성들이 뭔 돈이 있다고 이걸 세금으로 내!”
“아니 왜 화를 내십니까! 다들, 아니 저 바깥에 모든 백성이 그렇습니다! 거기에 뭐, 옹주의 백성들도 다 이렇게 동전 쓴다는데 도리어 이 나라의 도성을 품고 사는 이들이 이제와 동전을 쓴다는 게 창피하다는 말까지 돌고 있는데, 참!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너무해? 이 병신 같은 것들이, 진짜 다들 미쳤나!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덜컥-
“철장(鐵匠)들하고 야장(冶匠)들이 내는 공상(供上) 가져왔습니다.”
“뭐야? 공상이라며? 물건으로 가져다 바쳐야지 왜 또 오수전이야?”
“예, 이번 공납 없답니다.”
“고, 공납이 없어?”
“예, 물건 다 팔아치워서 없다고. 해서 대신 조금 더 넣었다고, 사정 좀 봐 달라고......”
“다른 놈들도, 다른 장인들도 그리 말하더냐?”
“예, 항아리든 철제도구든 농기구든 뭐든 간에 다들 없다고만 합니다.”
콰앙-
“이, 빌어먹을! 세금 받으러 나갔던 애들 모두 불러들여! 인근의 군현에서 이를 관리한 현장, 현령 놈들에게 이게 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조리 보고문 올리라고 해!”
그렇게 가장 먼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격정적으로 돌변한 금조가 움직여 상황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염상들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연관된 마당에 이를 두고 문제를 운운하며 책임을 따져 물으려 하니 그게 어디 쉬우랴?
좋지 않은 분위기가 금세 형성이 되는 것은 물론, 다들 한가지씩 찔리는 양심의 가책을 피해 이를 외면하고 협조를 거부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금조의 내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 모든 나라의 살림을 관리하는 승상부의 다른 부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도 모자라 그 너머에 자리한 다른 중앙의 관료들, 지방관들, 상방들 심지어 백성들까지 모든 이들이 이 고삐 풀린 폭주가 만들어낸 파국의 책임을 저 홀로 지게 될까 다들 이에 대해선 그저 모르쇠, 오직 모르쇠로 일관하며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암운을 외면했다.
“아니, 나만 그랬어? 어? 나만 그랬냐고! 다른 놈들 다하는데, 이제와 가족들 입에 풀칠하겠다고 발버둥 친 사람 잡아다가 이럴 거야 지금?”
“이 씨팔 것들이 진짜! 야, 애초에 개똥 같은 오수전 만든 게 누군데? 그거 만들어서 풀지도 않았으면 우리가 이렇게 있는 물자 없는 물자 다 풀어서 내놓았겠어? 왜 엄한 사람 붙잡고 지랄이야, 지랄이! 여태까지, 이리될 때까지 뭐했어? 어, 네놈들이 도리어 염상 끼고 이를 부추겨놓고 이제와 왜 문제라고 나를 잡아, 나를!”
그나마 조사를 위해 증좌를 확보하고 붙잡아온 이들조차 수사나 협조를 거부함은 물론, 도리어 조사를 나온 이들을 욕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이들의 욕설과 힐난에 당연히 조사를 나온 이들 또한 절로 그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그들 또한 자신의 과오를 알고 있는 마당에 저와 같은 이들을 멋대로 붙잡아와 들쑤신다는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건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작금의 위기를 만들어낸 이 사회의 지도 계층의 구성원들은 그리 자신들의 만들어낸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외면했다.
다들, 그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의 잘못이라는 둥 남 탓을 하며 에둘러대기 바빴고, 그 와중엔 반대로 비밀스럽게 공금과 물자를 뒤바꾸는 환치를 통해 비싼 값에 팔린 물자를 다시금 그보다 더 비싼 값에 사들이는 소위 사재기를 준비하는 이들마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들의 등장은 당연히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승상부에서 시작되었다.
금조와 호조, 창조, 위조 등을 시작으로 각자의 정보를 규합해 조만간 들이닥칠 거대한 물가상승과 거지의 동냥 바가지보다 못한 가치를 품고 폭락할 오수전의 몰락을 확인한 이들은 자신들과 연고가 있는 상공인과 이름난 조정의 관료들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들은 소위 돈 냄새를 맡은 쩐주이자 작전주가 되어 가뜩이나 평균 시세의 네 배가 넘게 오른 물건에 더한 값을 쳐 주며 그나마 남은 물건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
허나 하필이면 이것이 더한 사회현상을 부르고야 말았다.
그 마지막 폭탄 돌리기의 시간은 더더욱 짧아졌고 그 폭탄은 어느덧 신분과 계급 그리고 정보의 격차를 따라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아직은 이러한 비밀스러운 사안이 공적인 사회현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고 이제 막 정점을 찍고 천천히 부작용을 들어내려는 것이 엄청난 가속도를 붙여버린 셈이었던 것이다.
* * *
콰앙-
“사도, 사도!”
“무슨 일이야!”
“승상부에서 급보이옵니다!”
“승상부?”
그리고 바로 이것이, 작금의 황보력이 마주하게 된 현실이었다.
“예! 민호와 제사, 그리고 누에치기를 관리하는 호조는(戶曹) 물론이고, 상소문을 관리하는 주조(奏曹), 소송에 관한 사무를 주관하는 사조(辭曹), 군졸과 물자 운반의 업무를 도맡은 위조(尉曹), 거기에 화폐와 소금 그리고 철의 관리를 맡은 금조(金曹)는 물론, 창고에 보관된 곡식과 물자를 관장하는 창조(倉曹)에 관련 사무와 모든 서류를 관장하는 황합주부(黃閤主簿)까지 다들 난리가 아니 옵니다!”
옹주의 이들도 모자라 이제는 기울어지고 추락하는 배에서 탈출하기 위해 내부에서 시작된 경쟁적인 사재기를 비롯한 품귀현상은 이미 나라에서 쓸 기본적인 물량조차 제때 수급하지 못할 정도로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사도! 이러다 다 죽습니다!”
“서역에서 들어온 물품과 끝도 없이 쌓이는 오수전 외에 남은 것이 없습니다!”
“비단과 같은 사치품은 물론, 식량을 포함한 모든 물자가 모조리 사라지고 있단 말입니다-!”
와장창창-
“으아아아아!”
이미 사태의 수습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음을 반증하는 승상부의 항복은 황보력으로 하여금 거진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사, 사도!”
“지금 당장 거래 금지령을 내려라! 오늘부로 사례의 모든 물자의 반출을 막는다! 내 이름을 대서라도 좋아, 모자르면 황명까지 덧붙여 주겠다! 이에 거부하는 자는 당장에 목을 베고 그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다, 알겠어!”
“그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당장 하동에 일러서 기존의 바치던 소금의 두 배를 바치라 전해!”
“예? 허, 허나 지금 하동의 상황도 한계라고.....”
“한계고 나발이고 그 책임을 물어 모가지 날아가고 싶지 않으면 더 올리라고 전해!”
“그, 그리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리 이성이 날아갔음에도 황보력이 다급하게 내어놓은 대안은 실로 합리적인 대처를 품고 있었다.
“그 많은 돈, 모조리 폭락해서 찢긴 폐지 조각되면 그땐 다 죽는 거야. 그러니까 그 화폐를 대신할 것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지. 그걸 쏟아부어서라도 이 사례가 터지는 것은 막아야지.”
그렇게 황보력이 내린 발 빠른 조처가 사례의 구석구석 퍼졌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명을 받은 전령 또한 하동을 향해 다급히 내달리니, 온 신경을 그런 사례에 쏟고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이 만들어낸 돈줄을 통해 엮어낸 연줄에게서 들려온 정보들을 확인한 풍방은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의 거래가 없을 것을 선언했다.
“자, 이쯤하고 물러들 납시다. 머리가 나빠도 한참이 나쁜 건지 아니면 여기서 더한 나락으로 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조처인지는 몰라도 제법 대처가 빠르긴 빨랐으니 우리도 더는 무리할 필요가 없어요.”
그렇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서쪽으로 움직인 풍방은 이미 지속적으로 옹주를 향한 물량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가히 지평선을 그득 메울 마지막 물량과 더불어 함곡관으로 피신했다.
하지만 사례의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고, 도리어 이는 주변의 상황과 맞물려 더더욱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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