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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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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4,810

작성
20.10.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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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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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22쪽

149화 – 한파의 전조(2)

DUMMY

“아......”


그렇게 한동안 멍한 얼굴로 풍방이 알려준 답을 이해하려던 양봉은 잠시 얼음마냥 굳어진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걸로 사례를 구명할 선택지 중 하나인 병주가 날아갔네요. 우후훗, 다음은 뭐가 날아갈까?”


자신이 정녕 이해한 게 맞긴 한 건지, 아니 애초에 이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그러나 그런 자신의 앞에 여전한 미소를 보이는 풍방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양피지로 된 지도를 펼쳤다.


스르륵-


“뭐가 또 있습니까?”


“사람, 참 재미없게. 어디 이뿐인 줄 알아요?”


그렇게 손을 뻗은 풍방은 새로이 정원이 차지한 사연택을 가리켰다.


“이렇게 하북에 새로이 서역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무역로가 뚫리면 이제는 하북이 들썩이게 되요. 애초에 엄청난 인구와 물자를 자랑하며 하북제일주로 자리매김한 기주는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아쉬운 것이 있으면 외적들과도 교류하는 유주에서 이를 두고 가만히 지켜볼 것 같아요?”


“그게......, 그러니까......”


“어차피 북방에서 호시를 통한 무역이 큰 수익은 나기 힘들고 이는 오환, 선비, 부여를 비롯한 그 아래 소국들도 마찬가지. 그럼 결국 조금이라도 여유가 되는 물자는 모조리 서역으로 흘러들겠지요. 그게 수익을 가져다주니까, 특히 유주는 의외로 비단의 생산량도 높아서 꽤나 욕심을 부릴지도 몰라요. 변방치고는 묘한 땅이라니까, 우후훗.”


그렇게 하북에서 제일 중한 유주와 기주를 손가락으로 찍은 풍방은 이내 지도를 훑으며 그들을 병주를 거친 사연택의 무역로로 인도했다.


“이걸로 병주, 기주 그리고 유주는 사례에 물자를 보낼 수가 없다. 가 되겠지요?”


그렇게 승자의 미소를 지은 풍방은 이내 다시금 지도를 쓸어내리며 황하 아래에 자리한 사례를 덮어버렸다.


실로 사례에 암운이 드리운 것이다.


* * *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소, 송구하오나 사도! 이는 병주의 숙원과도 같은 사업입니다!”


“숙원 같은 소리하고 있네, 기존의 병력과 물자에 대한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던 우리야. 벼슬자리를 비롯해 많은 것을 배려해주었던 우리야. 한데 이리 사례가 힘든 마당에 도리어 뭐? 부러워? 그와 같이 되고 싶어?”


작금의 사례는 가히 심지가 다 터버린 폭탄과도 같았다.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상황에 다급히 내려진 교역 금지령과 더불어 옹주의 이들이 물러난 자리에서 당장에 황보력이 수습해야 하는 부분은 두 가지로 이는 각각 화폐와 물자를 말함이었다.


하여, 그는 하동을 통한 소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여 이를 기존의 화폐인 오수전의 대안으로 삼으려 했다.


또한 소금 자체의 교역만으로도 수익이 발생하는 바, 이를 통해 물건의 대금을 치르는 것 외에도 더 많은 물자의 확보를 꿈꾸며 당장에 자신들과 가장 가까운 병주로부터 물자를 수급해 급한 불을 끄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보다시피 상황은 작금의 황보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하필, 지난날 백파적들의 습격과 하동의 초토화 등으로 미뤄졌던 여포와 정원의 대전이 이내 끝을 맺으면서 사연택을 손에 넣은 정원은 곧바로 사연택에 거점을 세우고 무역로의 상설을 온 천하에 공표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황보력에게 있어 실로 배신과 같은 행위로 느껴졌다.


일찍이 가후의 손을 빌어 내어준 도움이기도 하나 군량과 더불어 오천의 정병까지 내어주었으니 가히 이제는 내어준 것들에 대한 가벼운 상환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멋대로 일을 저질러버렸으니 어찌나 거슬리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병주의 소식을 전하고자 정원을 대신해 낙양을 찾았던 민공도 모자라 황보력에게 날아드는 비보는 또 있었다.


“사도, 사도!”


“무슨 일이더냐?”


“기, 기주에서......”


“기주에서 뭐?”


“끝도 보이지 않을 엄청난 양의 물자가 서쪽으로 이동 중이라 합니다.”


“뭐야-!”


그나마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정원의 대리로 찾아온 민공이야 곱게 돌려보냈다지만, 이와 관련해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사람조차 보내지 않고 멋대로 일을 벌인 기주의 돌발행동은 가히 어지간한 충격, 그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제기랄, 지도 가져와! 지금 당장! 그리고 내 아래, 붙어있는 승상부 놈들 모조리 불러들여!”


“그,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다급히 자신의 속하에 자리한 관료들 모두를 집합시킨 황보력은 이내 펼쳐놓은 천하전도 위로 발을 구르며 지속적으로 병주를 짓밟았다.


“여기, 여기, 여기! 이 빌어먹을 병주에 서역과 연결된 무역로가 뚫렸다. 이것이 뭘 의미할까?”


그리고 그러한 황보력의 물음에 대대수의 이들은 겁을 먹으며 답을 하기 꺼렸다.


그들이라고 어디 황보력이 찾아낸 답을 찾지 못할 것이냐 만은 그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겁을 먹었던 것이다.


“그래, 그 눈빛들을 보아하니 다들 알면서 이야기를 안 하겠다는 것이로구나.”


“소, 송구합니다만......, 이미 사도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 황하에 갇히고 위로는 사막과 초원에 막힌 하북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물독에 서쪽을 향한 구멍이 뚫린 셈이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물독에 채워진 물들이 엄청나게 빠져나가겠지.”


황보력이 비유한 물독 속의 물은 바로 하북에 자리한 물자를 언급함이었다.


“얼마나 빠져나가겠느냐?”


“최, 최소한도 사치품이나 기존에 교역품들은 거진 7할이 빠져나갈 것입니다.”


7할, 말이 7할이지 거진 밑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물자라 서쪽으로 빠져나간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황보력은 아직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


“허면 생필품은? 곡식, 포목, 철, 소금과 같은 전략 물자는?”


“하북제일주라 칭해지는 기주는 못해도 4할, 그 외에 병주는 3할, 유주는 2할의 선에서 거래가 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마디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죽어도 내놓지 않겠다는 소리구나?”


“기주는 생산력을 담당하는 인구만큼이나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습니다. 농, 상, 산, 공업이 고루 자리한 지역이기에 그 수출이 고른 것이 장점이지만, 최소한의 물량만큼은 항상 제약을 두고 있습니다.”


“허면 병주와 유주는?”


“병주는 본디 많은 것들이 부족한 것이고 이는 유주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그나마 유주는 비단, 생사의 직물 생산량이 높은 것이 맹점인데 그 외에 물자의 반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승상부의 이들로부터 정보를 규합하는 황보력은 이해 주변의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는 이 모든 것이 비단 경제 때문만은 아님을 직감했다.


무엇보다 유주가 병주보다 물자반출에 더 소극적이라는 부분은 필경 뜻하는 바가 있어서 문제였다.


“아무래도 유주가 심상치 않은 모양이로군. 병주의 정원 놈이야, 병력도 잃은 지금 잃은 만큼을 보충해야 하니 하나라도 아쉬울 테고.”


“예, 일찍이 지난날에도 유주에서 내는 세수가 줄어든 적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유 종정이?”


“아닙니다, 거진 모두 공손찬 측입니다.”


쿠웅-


“빌어먹을! 결국, 이렇게 되는군! 멋대로 어디 내전이라도 벌이겠다는 거야, 지금!”


발을 구르며 분노한 황보력은 진정 뭐나 뜻대로 되는 것 없는 현실에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을 느껴야만 했다.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암만,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이야.”


황보력 또한 이미 가후가 있을 적부터 유주의 갈등에 대해 이런저런 보고를 받아왔었다.


물론, 그것이 암만 표면화되어도 직접적인 내전의 형태론 드러내지 않았었는데, 이리 전략 물자의 수출을 금하며 나라에 납부해야 할 세금조차 외면하며 미루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힘을 모으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오늘부로 하북의 모든 물자의 유동량에 대한 보고를 올려라. 썩어 넘치는 오수전, 웃돈을 주고서라도 하북의 모든 변화가 담겨있는 정보를 사와라. 관련 보고를 올리고, 알겠더냐!”


“예, 사도!”


그렇게 다급히 사태 파악에 나선 승상부는 지난날 자신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죄책감과 또 황보력에 대한 두려움 속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물자의 이동을 살피고 변화되는 하북의 정세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끝내 유주에서도 비단을 비롯한 적지 않은 교역품을 실은 상단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유 종정 측이더냐?”


“아닙니다. 도리어 유 종정 측은 상단의 숫자가 적습니다.”


“뭐야? 아니, 계를 근거지로 삼고 거진 유주의 삼분지이를 쥐고 있음에도 상단의 수가 적어? 허면, 그 많은 상단들이 다 어디서 나왔다는 게야?”


“고, 공손찬이랍니다.”


“.......!”


그리고 그 속에서 그간 감춰두었던 본모습을 드러내는 이로 말미암아 황보력을 포함한 승상부의 이들은 더더욱 긴장감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사례의 생존이 최우선인 이들이었으나, 이를 위해 세상 밖의 문제를 파헤치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외부의 상황을 오롯이 확인하게 된 이들은 그간의 사례, 그 비좁은 세상 하나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자신들의 안일함에 대한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제기랄, 안팎으로 끝도 없이 지랄이로구나.”


저벅저벅-


그렇게 급한 불을 끄는 것과는 별개로 새로이 벌어질지 모르는 경쟁과 전쟁의 여파가 과연 인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허나 당장에 이것이 가뜩이나 부족한 전략 물자의 품귀현상을 더더욱 높이게 될까 그 신경이 곤두선 황보력의 앞에 한 사람이 찾아왔으니, 이에 황보력은 저도 모르게 반가우면서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뵙사옵니다.”


“사, 사공!”


삼공의 벼슬 중 하나이며 일찍이 지난날 황보숭에 의해 임명된 드높은 명가의 노신.


그 유명한 순욱의 아버지이자 순가팔룡 중의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순상이 급작스레 찾아왔던 것이다.


“병마 때문에 요양에 드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 또한 맞습니다만, 당장에 사례가 무너지게 생긴 마당에 어찌 병마를 핑계로 계속 칩거할 수야 있겠습니까? 죽기 직전의 늙은이, 그나마 무너져가는 나라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찾아온 것이니 물리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를 말이요, 그보다도 사태의 파악은 하셨는지요?”


“내부의 문제라면 해결책마저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외부지요.”


“........!”


난세에 영웅이 난다더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가히 내몰린 형국에 예상을 뒤집어버릴 기대를 내비치며 등장한 순상의 모습에 차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스러움을 느낀 황보력이었다.


“조만간 닥칠 겨울이라 한들, 아직 겨울이 온 것은 아닙니다. 허니 남은 시간을 어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마지막의 우리가 지샐 겨울날의 풍경이 달라집니다.”


철컥-


“암, 옳은 말이요! 내, 사공만 믿겠습니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전권을 드리지요! 그 누가 되었든 감히 사공의 말에 의문을 표하며 토를 다는 자, 이 황보력의 칼이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죽기 직전에 하늘에서 내려온 듯 보이는 그 동아줄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쥐어버린 그는 이내 자신의 칼을 순상에게 넘겨주었다.


의구심조차 필요치 않았고, 도리어 그 믿음만이 생존을 향한 발버둥이었으며, 애당초 그의 존재만으로도 모든 것이 증명이 되니, 황보력은 그리 순상의 앞에 고개를 수그렸다.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면, 나조차도 부리시오.”


“이 노신을 믿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쿠웅-


“사도, 큰일이 났사옵니다!”


그러나 그리 순상이란 구명줄을 새로이 손에 넣었음에도 당장에 사례에 닥쳐오는 암운을 곧바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치지도 않고 소식이 들어오는군. 또 뭐야!”


“기주 인근에서 엄청난 수의 흑산적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흐, 흑산적!”


어느새 문을 박차고 들어온 또 다른 전령이 좋지 않은 소식을 새로이 전해온 것이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을 평난중랑장이라 밝힌 장우각이란 이가 공손찬과의 동맹을 운운하며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뭐라-!”


가히 이쯤 되면 공황도 이런 공황이 따로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전령의 이야기는 아직 그친 것이 아니었고, 이는 더욱 더 놀랄만한 충격을 황보력과 순상을 비롯한 이들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예, 저 헌데......”


“한데, 뭐?”


“그 서신을 가져온 자가 다름이 아닌 공손찬 휘하의 악하당이라는 상인입니다.”


쿠웅-


“이것들이, 벌써부터 지금......!”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공손찬과 백파적들의 우두머리인 장우각의 동맹.


실로 종잡을 수 없이 사례를 향해 불어오는 서늘한 냉기를 품은 하북의 바람은 가히 이루 말할 수 없는 짐승의 사나움과 금속으로 된 날붙이들의 날카로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듯 보였다.


“사도,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하오나 사공!”


“지금은 화를 낼 시간조차 아까운 형국이옵니다. 허니 사도께서는 지금 당장 사례에서 저희의 소관으로 남아있는 모든 물자의 수량을 확인해주십시오. 또한 그 질이 떨어지는 악화(惡化)에 속하는 오수전들을 모조리 한데 모아주십시오.”


“그것뿐이요? 내가 할 일은 더 없는 것이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드려서 송구합니다만, 오늘날의 사태와 연관된 이들 중 부정축재의 의혹의 있는 이들 중에 가장 큼지막한 이들을 정리하고 그 내부 정리에서 떨어져 나간 이들의 사유재산을 모조리 압류하셨으면 합니다.”


“자, 잠깐만! 그 말은 지금 승상부를 희생양으로 삼으란 말이지 않습니까?”


철컥-


“모두가 죽지 않으려면 누군가 죽어야 합니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순상의 결의 위에 덧씌워진 용단은 애초에 황보력 본인이 그에게 선사한 것이었다.


“제기랄, 그리하지요. 그렇게 해서라도 살 수 있다면, 나의 실권을 휘두르는 곳을 내 손으로 무너트리고, 나의 위명을 내 스스로 깎아내겠습니다.”


그렇게 스스럼없이 전각을 벗어난 황보력의 뒷모습을 한동안 지켜본 순상은 곧바로 그의 권한을 빌어 신탁통치를 위한 자리를 새로 마련했다.


예상치 못했던 순상의 등장에 조당의 모두가 술렁이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그리 기울어진 운명의 끝에서 멸망을 노래하는 이들이 늘어만 가고 있음을 깨달은 이들조차 당장에 제 해결을 위해 아무런 대처조차 내어놓지 못하였다.


“우선 가진 걸, 다 내놓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즈음하여 순상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쩔그렁-


“진정한 대동의 세상을 위한 한 걸음은 비우는 것이지, 채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모든 것을 각오한 그는 최소한의 희생과 최대한의 배려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고자 자신이 집에 자리한 곳간의 열쇠를 꺼내놓았다.


* * *


와아아아아-


“왜, 어째서 거래를 못 해!”


“아니, 이 사람들이 진짜! 나라에서 거래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 않은가!”


“그거는 사례 밖으로의 반출이고! 우리는 아니잖아!”


“어허! 애초에 내려진 명 자체가 거래 금지에 관한 내용이었거늘, 어찌 멋대로 나라법을 해석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왈가왈부를 한단 말이야!”


그리고 그 시각.


때마침 난잡한 분위기 속에 학행을 끝낸 갑훈과 부간은 돌연,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싸움을 벌이는 시장 골목을 지나게 되었다.


“스승님,”


“그래, 그 설마로구나. 이미 많은 점포에서 나라에서 내린 명령을 핑계로 문제가 있는 오수전을 받지 않겠다며 강짜를 놓고 있는 와중이니, 가진 것이 그뿐인 백성들이 하나둘씩 늘어만 가고 있다.”


그렇게 지나온 또 다른 골목.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오수전이 이상해서 안 받는다니요?”


“말귀가 어두운 게야? 아니면, 눈이 뒤집힌 게야?”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 보시면 글자랑 문양이랑.......”


“그래서? 그게 어디 다 제각각이면 누가 이를 쓰겠는가? 어?”


이제는 골목에 길게 늘어선 작은 점포들조차 백성들이 가지고 나온 자잘한 오수전들의 대한 거래를 거진 받아주지 않고 있었다.


촤륵- 촤륵- 촤륵-


“어디 보자, 이놈은 안 되고, 이것도 안 되고. 여섯 문, 더 있어야겠는데?”


“아니, 무슨 쌀 조금 사는데! 육전이나 더 있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쯧쯧쯧, 누구한테 받았는지 몰라도 이 동전들 못 써. 그리고 그나마 멀쩡한 동전은 비록 눈대중이지만 내가 받아주었지 않은가?”


“아니, 그걸 떠나서 가격이......”


“아니, 이 사람이 얼마 전까지 자기가 가진 쌀 이거보다 더 비싼 값에 팔아놓고선, 막상 제가 가 가진 거 다 팔고 살 때 되니까 아쉬워서 강짜를 놔?”


“그, 그건......”


“추수 때, 그것도 가뜩이나 쌀값 제일 쌀 때 기존에 판매가에 몇 배는 더 받아먹었으면서 이럴 거면, 가! 그냥 가!”


“아, 아니! 이보시오!”


콰앙-


“에이, 더러워서, 퉷!”


그나마 이는 양심적인 판매를 하는 상인들과 백성들 사이에서도 극심한 충돌과 마찰을 일게 만들고 있었다.


허나 이것이 오늘, 내일 하며 끝날 일이 아님은 물론, 도리어 이제 시작이라면?


사방에서 백성들의 난동과 더불어 지치지 않는 곡소리가 온 동네를 다 적신다면 그땐 정녕 어떻게 될까?


“태학으로 가야겠구나.”


“스승님, 설마 지금 여기서 더.......”


“태학으로 가자.”


“스승님! 이는 실로 위험한 일이옵니다!”


“맹자의 역성 혁명론을 펼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바람직함이다! 어차피 저들이 저리 나온 것이 되려 애먼 나랏님이 욕을 먹을까, 나는 그것이 두려워!”


그렇게 갑훈은 가슴을 치며 작금의 답답한 심경을 부간에게 솔직히 드러냈다.


“애초에 이러실 작정이었군요, 공자의 대동사상을 부순다는 것도 결국 그 때문이고 말입니다.”


“이상하지? 도리어 삶이 힘들어질수록 인간은 이상에 더 집착한다. 이루지 못한 것에 미련을 가진다.”


“예, 알 것도 같습니다. 스승님 또한 그에 어울리지 않을 이 힘든 시기에 도리어 생존이 아닌 충심이라는 이상을 찾고 계신 것을 보아하니 말이지요.”


부간 또한 그런 갑훈의 가르침을 눈앞에서 꿰뚫고 있었고 말이다.


“아마, 나뿐만이 아닐 게야. 지금의 우리가 뿌려둔 것, 잘하면 더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더 많은 말들을 나누기 시작할 것이다.”


“설마.....”


허나 확실히 스승은 스승이라고 부간은 그 위에 하나를 더 얹고 있었다.


“실패를 앞둔 이 상황을 기점으로 제자백가의 논쟁이라도 다시 여시렵니까?”


전신에 돋아나는 소름을 느낀 부간은 왜 하필 이 시점에 스승이 이 나라 최대의 교육기관이자 신분의 고하와 지역의 차이를 막론하고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유학생들이 자리한 태학을 택했는지를 깨달았다.


“사람은 결과를 알고 나면 말들이 많아진다. 이를 모를 때는 아무런 말도 못 하던 자들조차 아주 당연하다는 듯, 그 결과 이전의 판단과 노력들을 무작정 무능과 무지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지. 그리고 어릴수록, 젊을수록 타인이 과거에 내린 결정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지 않는다.”


“당장은 내가 우선이니 말이지요. 힘든 시기에 성공은커녕, 비상조차 요원하고 나에 대한 인정의 갈구가 앞서니 결국 이를 위한 주변에서, 특히나 저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게서 그 희생양이자 제물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 그런 그들에게 있어 이는 명성을 얻을 기회이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이 땅의 이들에 대해 그럴듯하고 합당한 자아비판이 되겠지. 무엇보다 책으로 배운 것이 전부일수록, 현실에 대한 경험이 미천하고 일천 할 수록 그 입을 열어 함부로 떠들어대기 쉽다.”


“그 때문에서라도 황보력을 비롯한 사례 조당의 이들은 욕을 먹을 겁니다. 그것도 이제 막 올라서는 이들과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고인 물들 또 청운의 이상을 품은 어린 새싹들의 비판과 힐난 속에 자신들의 자리를 넘보는 그들의 도전이자 오만함을 맛보게 되겠지요.”


“곡식조차 영글지 못한 것들은, 열매조차 맺지 못한 것들은 수그리려 해도 수그려지지 않는다. 여름날에 솟아난 푸르름은 절대로 가을날에 환대받지 못한다.”


그리 촉발된 내부의 분열과 갈등은 더더욱 결국 좁혀지지 않을 현실과 이상의 간극과 괴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이 금이건 똥이건 그럴듯한 소리를 하는 이들의 주변에 사람이 모일 것이며 그 모든 것이 답이자 그 모든 것이 답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허나 정녕 그 모든 이들이 끝에가서도 살아남을까?


“허면 그 뒤는 또 어떠랴? 계절이 변하는 줄도 모르고, 온도가 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아직 따듯하니까, 그저 여름보다 조금 추운 가을마냥 버티고 뻗대면 되는 줄 알겠지. 차디찬 겨울이 닥치면 그 대다수의 푸르름을 간직한 이들이 모조리 죽어 나가겠지. 겨울에 이르러서도 스스로의 푸르름을 지켜내고 간직하는 이들은 몇 되지 않으니까.”


“스승님......”


“허니 이는 네게도 좋은 자리가 될 것이야. 아무리 내리쬐는 햇살 속에 수많은 모래가 반짝여도, 그 속에 파묻힌 진주 한 알은 더더욱 빛나는 법이니 이는 네 이름을 알리는데도 더 적합한 자리가 될 것이니, 어쩌면 이 사례도 더는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실로 부간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스승인 갑훈은 이미 찾아오지 않을 앞날에 많은 부분을 예견하고 있었고, 조만간 그것이 현실이 될 것 같아 더더욱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말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되짚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쪽으로 모두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 같네요.


글이 살짝 늘어지고 또 주인공의 등장이 미뤄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만, 또다시 거대한 사건이 지나가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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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9 알카시르
    작성일
    20.10.20 23:02
    No. 1

    가벼운 상황이 요구되는 시점인데->가벼운 상환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조정이 정원을 지원한 것이 자충수가 되었네요. 조정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정원은 사연택을 점령하지 못했거나 적어도 한 해는 지나고 나서야 점령했을 테고, 둘 간의 전쟁이 계속된다면 무역로가 막혔을 테니 병주와 그 동쪽의 물자가 사례로 왔을 텐데요.

    장우각은 공손찬과 손을 잡았다는 내용을 담은 서신을 왜 굳이 조정에 보냈을까요? 굳이 조정에 알릴 이유가 없을 텐데요. 애초에 제후도 아니고 일개 관리에 불과한 자들이 공공연하게 손을 잡은 것이 딱히 조정에 자랑스럽게 알릴 일도 아닌 것 같네요.

    농민들이 당연히 자기 먹을 쌀은 남기고 판 줄 알았는데 자기 먹을 것까지 모조리 팔았나요? 쌀값이 그렇게나 올랐다면 나중에 자기가 쌀을 사는 것도 어려워지리란 예상은 바보가 아니고서야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허욕에 들뜨면 한 치 앞도 못 본다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렇게나 어리석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0.21 01:12
    No. 2

    경고: 새벽감성이 터졌습니다. 약간에 말들이 장황해지니 미리 알람을 드립니다. 특히 4)

    1) 내용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
    물론, 조정의 지원이 크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 지원이 없어서 사연택을 점거 못한 건 아닙니다. 왜냐면 가후가 호적아와 오천 정도를 지원했거든요.(군량이 포함되어있긴 하지만.) 결국, 애초에 그 병력의 대다수는 병주군이었으니 가능은 했을 겁니다.

    물론, 이보다 더 훨씬 쎈 남흉노의 주력이라면 상황이 아예 달라졌겠지요.

    다만 전쟁이 지속된다고 해도, 생각보다 많은 물자를 되돌려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어찌 되었든 전쟁 중에 물자의 소모가 크니 특히 식량 부분에서는 이를 외면하거나 덜 돌려줬을 수도 있지요.

    3)
    사실 이는 다음화에도 나오는 부분이고, 이전화에서도 여러 차례 나왔던 부분인데, 굳이 조정에 보냈다는 건 이제 자신들이 더 이상 도적의 무리가 아니라, 하나의 세력이자 군웅으로 인정을 받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장우각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대우를 바라기에 앞서, 내가 먼저 한 지역에 패자로 올라선 네놈들처럼, 해서 각자 나름의 벼슬을 지니고 대우를 받는 네놈들처럼 행동하겠다 하는 거죠.

    아직 삼국지가 정립이 된 것 아니지만, 각 지역에 각 세력이 도사리는 만큼 이런 외교적 행위와 국제적인 행보는 그가 더 이상 일개 도적이 아님을 보여주는 반증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직접적인 외교 활동이 힘들기에 공손찬을 통해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이런 외교적인 행위와 영향력의 행사를 통해 그만한 사회적 지위와 인정을 반강제적으로 얻고자 하는 거죠.

    4)
    음, 종종 독자분들의 댓글을 보면서 느끼는 거고 아마 이번화에서도 본문에 적었던 부분이지만, 우리는 늘상 남의 일에 또 외부에 시선에 함부로 말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물며 결과를 안다면 더더욱 그렇지요.

    그러나 막상 그 판 안에 자신이 자리하고 있을 때, 내가 그 당사자일 때 과연 우리도 그렇게 똑똑한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게 당장 쌀이 아니라 돈이라면 조금 그 관점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왜 모두가 imf를 격고 수많은 나라들이 경제파산을 하고 왜 몰락하는지는지 그리 고등 교육을 받고 똑똑하다는 이들이 왜 맨날 예나 지금이나 큰 틀에서 같은 수법인 사기를 당하는 걸까요?

    그리 다들 똑똑하고 대단한데, 내가 아닌 남을 돌아볼 줄 알면 다들 실패가 없고 성공하며 큰 돈을 모으지 왜 다들 이렇게 가난하게 살까요?

    알면서도 멍청해지는 게 사람이고 그 사람이 내일의 내가 될지 또다른 누군가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나라에 위기가 찾아와도 알면서 방치하는 이들, 그래도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안일한 생각을 하는 이들도 차고 넘치지요.

    물론, 현실에 치인 이들도 많겠지만 세상의 흐름은 몰라도 어쩔 수 없고, 알면서도 이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그랬다면 여태까지 인간의 역사 속에 자리한 그리 수많은 나라들이 허망하게 망하고 허무하게 몰락하지 않았겠죠.

    망국에도 충신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막을 수 없죠.

    백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하필, 일평생에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박이 터진 상황입니다.

    황금기라고 해도 좋겠네요. 유래가 없을 호황이라도 봐도 좋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본문에 적지 않았던가요? 안하면 병신 못하면 상등신.

    백성들보다 더 똑똑하고 머리가 좋은 이들도 그리 바리바리 자신의 재산을 집어던지며 달려들었습니다.

    허면 없는 사람들은요? 없는 살림에 자신이 가진 것 그 조그만 돈을 가지고도 덤벼들지요.

    개미들이 왜 지금까지 개미로 남아있고, 여전히 작전주와 유료 회원들을 위한 단톡방이 따로 있으며 왜 수많은 이들이 없는 살림에도 멋대로 일을 벌이고 투자 실패를 겪는지 그 머저리 같은 바보짓, 우리 일상에서도 충분히 겪게 되지 않나요?

    뭐 하나 프랜차이즈 유행하면 다들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가 비슷한 상표내고 비슷한 음식만들어 팔고 그러다 망하는 이들 수두룩하고 돈 잃고 바보 되고 또 새로운 유행 생겨나면 돈냄새 맡고 거기 우르르 몰려가고.

    헌데 대다수 거기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그렇게 돈이 많은가요? 끽해야 몇 천, 몇 억. 자신이 아끼고 아낀 그 종잣돈 그거 꼬라박고 자영업자 하고 망하죠?

    경제 힘들다 힘들다 하는대도 지금 그 꼬라지잖아요? 다들 이러고 살잖아요?

    그런데 하물며 상황이 imf 이전에 호황기를 훨씬 뛰어넘을 정도면 어떻겠습니까?

    - 잠시 자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10.21 01:12
    No. 3

    - 잠시 붙이겠습니다.

    맨 처음에는 이들도 자기 먹을 것 까진 다 가지고 있었지요.

    그러나 무지가 죄이기도 하고 원체 미쳐 돌아가는 경제 상황 속에 정신을 못 차리게 되는 겁니다.

    매해, 매년 부족하게 쥐고 있는 쌀보다 이참에 그 똑같은 쌀을 팔아서 일평생 쉬이 쥐어보지 못했던 거금을 쥐는 쪽이 이득인 양 인식이 되면서, 실질적으로 제 주변에 엄청난 고소득을 올리는 이들을 보게 되면서, 나도 남부럽지 않은 부자 되보자, 팔자 한번 펴보자 하면서 약에 취하고 성공에 취하며 뽕에 취한 것 마냥 그렇게 달려든 겁니다.

    보증도 서고 신용도 팔고 차용증도 써주고 빚을 내서 돈을 돌리듯 이 시대의 이들도 자신이 가진 그 소중한 쌀 가지고 그리 발버둥을 친 거죠. 잘 살아보려고.

    물론, 그 끝이 암울해지기 직전이라 미치는 거지만 과연 그 결과가 오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유혹을 이겨내고 그리 똑똑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그도 아니면 아예 무식하게 수익조차 안 내려는 생각을 할까요?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는 대가를 치루고 발버둥치고 노력하면 최소한 그만큼의 대가를 가제 됩니다. 물론, 여전히 수익이 보장된 것도 아니며 불공정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야 떨어지는 게 있죠.

    없는 사람에게 있어 현상유지는 그냥 죽으라는 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현상 유지 자체를 운운할 수도 없고 당장에 자신이 처한 현실을 탈출하는 것 그 자체가 목표이자 꿈이며 이상인 사람들이 많아요.

    이러한 인간의 욕구는 도리어 못배우고 무식하며 그 기회조차 흔지 않은 이전일수록 더했습니다.

    그 갈증이, 그 갈망이, 그 없음이, 그 서러움이 사람을 자극하죠. 그리고 이는 충분히 수많은 이들을 휩쓸릴 사회현상을 만들어내기 아주 좋은 여건이 됩니다.

    아닌 말로 그리 대단한 고등 교육 다 받고 전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민족 중 하나라는 대한민국에서 조희팔 사기는 왜 나왔나요? 자꾸 계속 나와서 그렇지만 imf는 왜 터졌나요?

    저는 현실감 있는 글을 지향하고 이를 쓸 때 되도록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그것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가 닥쳐있는 상황을 상상해 서술을 합니다.

    그 때문에 내용이 뭔가 장황하고 반복스러워서 질려 하시거나 불편하시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러한 부분에서 리얼함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지금 언급해주신 부분이요.

    많은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생겨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론 이것들이 별반 의미도 없을 헛짓꺼리에 헛삽질마냥 보인다는 점이지요.

    비록 추론이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아마 이럴지도 모르지요.

    에이, 이걸 뭘 이렇게 오바해서 썼어? 다들 병신이네, 이것도 모르고 쯧쯧쯧. 이런 내용을 쓴 놈이나 글 속의 상황이나 참. 별 것도 아닌 거 어렵게만 써가지고.

    저는 이 부분의 간극이 크다 생각합니다.

    실상 느껴지는 허무함도 여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작가와 독자의 괴리인데 작가인 저는 그 글에 뛰어들어 그 속에 자리한 인물이 되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사건과 내용을 쓰는 것이고 독자는 외부에서 이를 관찰하기 때문에 그 모든 상황을 한눈에 다 알죠.

    그러니까 어지간한 필력에 내용까지 좋은 소설이 아니고서는, 게임과 같은 1인칭 당사자의 시점이 아니고서는 펼쳐지는 주변 상황과 스토리 내의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자신이 판단하고 고심해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온다 생각합니다.

    소위 떠 먹여주고, 언제든 확인 가능한 정보를 쥐고 있기에 쉬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우월한 위치에서, 그것도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은, 그다지 관심도 없는 주인공도 아닌 타인의 이야기니까요.

    *
    요 근래에 이르러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생각과 고심이 많아졌습니다.

    특히나 노력 대비 그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 원하던 반응이 나오지 않은 답답함에 대체 뭐가 문제인가 고심할 때가 있는데 그 경우가 매번 다를지라도 대다수는 오늘과 같은 경우라 생각합니다.

    무지로 해석되고 어리석음으로 각인되는 것은 결국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와 더불어 제가 아직도 독자분들 시점과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네요.

    이건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책읽는고양
    작성일
    23.06.26 12:13
    No. 4

    장우각은 흑산적들의 우두머리가 아닌지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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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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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50화 – 한파의 전조(3) +4 20.10.21 1,250 26 18쪽
» 149화 – 한파의 전조(2) +4 20.10.20 1,226 26 22쪽
149 148화 – 한파의 전조(1) +2 20.10.19 1,219 25 20쪽
148 147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3) +7 20.10.18 1,212 28 18쪽
147 146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2) +10 20.10.17 1,236 2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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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4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3) +4 20.10.15 1,265 25 20쪽
144 143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2) +6 20.10.14 1,266 25 18쪽
143 142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1) +6 20.10.13 1,253 25 17쪽
142 141화 – 서원군을 지우겠습니다, 장인 +6 20.10.12 1,269 25 16쪽
141 140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3) +2 20.10.10 1,221 25 16쪽
140 139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2) +6 20.10.09 1,218 23 20쪽
139 138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1) +5 20.10.08 1,230 26 17쪽
138 137화 – 서방 원정의 성공과 포홍이 구상하는 것 그리고 +7 20.10.07 1,253 23 17쪽
137 136화 – 회자(會者)는 모든 것을 쥐고 익숙한 곳을 향해 돌아온다 +8 20.10.06 1,219 27 22쪽
136 135화 – 거자(去者)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 +22 20.10.05 1,222 25 19쪽
135 134화 – 죽은 이들의 망령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끝은 이미 예견된 것 +6 20.09.30 1,181 24 22쪽
134 133화 - 천하의 정세가 너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6 20.09.29 1,207 2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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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31화 – 생존을 위한 선택 +5 20.09.25 1,218 2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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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6화 – 두 패자와 두 승자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재앙과 돈의 악마 +14 20.09.18 1,271 26 19쪽
126 125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3) +11 20.09.17 1,222 27 21쪽
125 124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2) +6 20.09.16 1,215 29 18쪽
124 123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1) +10 20.09.15 1,288 21 18쪽
123 122화 – 서쪽 끝의 이야기 +10 20.09.14 1,283 24 18쪽
122 121화 – 그 공을 굴리는 자가 바라보는 곳 +4 20.09.11 1,279 29 16쪽
121 120화 – 장연이 쏘아 올린 흑산적이란 이름의 공 +6 20.09.10 1,256 26 18쪽
120 119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3) +6 20.09.09 1,250 30 20쪽
119 118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2) +8 20.09.08 1,305 26 22쪽
118 117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1) +11 20.09.07 1,335 25 20쪽
117 116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2) +4 20.09.06 1,368 27 21쪽
116 115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1) +8 20.09.05 1,348 29 20쪽
115 114화 – 돈이 깔린 판에, 사람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2) +11 20.09.04 1,362 2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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