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122화 – 서쪽 끝의 이야기

하내에 끝이라 할 수 있는 서쪽보다도 더 먼 서쪽.

우리가 끝이라 부르는 곳의 너머에 자리한 더 먼 서쪽.

어느새 일만에 달하는 서원군과 더불어 하동으로 발을 들인 풍방은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하내 인근의 소식에 더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낭중령 가후가 이끄는 그 군대가 도리어 흑산적과의 전쟁에 참전했다?”

“예, 지금 하내의 상황이 말이 아니옵니다. 이미 하내의 동부서부터 터진 전쟁에 십만이 넘는 흑산적들이 쏟아져나왔고, 이제 하내 서쪽에 자리한 왕옥산 인근에서도 수만 명에 달하는 흑산적이 쏟아져 내려오는 중이라 합니다.”

“저수는 내게 이를 막을 수 있다고 했어요.”

풍방은 그럼에도 하내를 제외시키며 작금의 저들의 노림수가 뭔지 파악하려 했다.

저들은 끝까지 적이며 이 또한 그만한 연유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좋든 싫든 여포와 정원으로 말미암아 저수가 직접 사태를 파악해 병주와 사연택이 갈라졌음을 전하였으니, 절로 그 양측에 힘을 실은 세력 또한 갈라져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것.

“그러나 사례 조정의 군대까지 발을 담근 전쟁이옵니다. 저들의 수가 너무 많지 않사옵니까?”

허나 소식을 가져온 허정의 경우 흑산적의 규모가 너무나도 거대하니 이번만큼은 서로 협력한 것이 아니겠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흠.......”

이를 달리 생각해보면 모호한 노선을 표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 그대로, 흑산적도 결국 조당에서 내린 벼슬과 그 성의마저 무시한 채 하내를 침공한 것이니 사례에서도 이들을 그렇게 좋게만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2만에 달하는 병력과 엄청난 수의 병량은 말 그대로 그들의 수가 수십 만임을 알기에 내어놓은, 소위 이쪽의 의심을 받고서라도 움직여야만 하는 고육지책에 가까운 판단이라 볼 수도 있었다.

아니, 도리어 작금의 사례 조당을 이끌고 있는 낭중령 가후라면 그런 자신의 의구심마저 활용해 별다른 성의 표시와 도움의 요청 없이, 이리 자신을 따라온 서원군을 일만을 새로운 지원병으로 만들어낼 여력마저 충분했을지도.

“이제와서, 이 풍방을 꼬드겨놓고 한다는 짓이 같은 편의 확인이라는 건가요? 암만 적이라도 협력적 관계이며 자신들도 나름의 성의표시를 하는 중이니, 이리 다가와 도우라는 걸까요?”

그렇기에 풍방은 고심했다.

어차피 사연택과 병주가 충돌하는 여포와 정원의 전쟁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뭐, 정확히는 여포와 정원이 전쟁을 벌이기도 전에 장연이 엄청난 규모의 병력을 하내로 밀어넣어 온 천하를 놀라게 하였으니 그들 또한 예상치 못한 흑산적의 저력에 놀라 잠시 시선을 빼앗긴 채, 그들을 주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일 가후가 내게 협력을 종용하는 거라면, 조만간 하동에 포홍의 장인이 이끄는 병력이 있다는 풍문이 하내의 전역으로 퍼지겠지요. 해서 왜 전란에 빠진 하내를 돕지 않냐면서 말들이 나올 것이고, 계속 거기 있지 말고 어떻게든 동쪽으로 움직여 힘을 보태라는 식으로 나오겠지요.”

그러나 여전히 가후가 아직 자신에게 밝히지 않은 모종의 또 다른 꿍꿍이가 있다면?

“허나 반대로, 그 꿍꿍이가 본래의 내가 예측한 대로 병주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면? 최소한도 병력은 아니라고 한들, 군량의 지원이라도 보내려는 것이라면?”

그러면 자신 또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가후에게 미안하지만 보다 확실히 노골적이 될 것이다.

콰직-

“그럼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그땐 저들의 군량을 빼앗을 수밖에.”

그렇게 지휘봉을 거꾸로 쥔 풍방이 이를 들었다 내리며 지도 위에 자리한 양현 인근을 찍었다.

하필 그 끝에 붉은 수실이 장식되었던지라 마치 사방으로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처럼 보이게 된 하동군 양현은 양측에 산맥을 끼고 있으며, 하동에서 병주로 들어가는 또 다른 샛길이자 하내에서도 출입이 가능한 갈랫길을 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그리 삼거리나 다름없고 교차로와 다름없는 보는 눈이 많은 하내에서 저들의 병량을 빼앗는다면 필경 이 소식이 가후에게 들어갈 것이고, 그리되면 황실의 군대와 중앙군의 병량을 빼앗다는 오명을 쓰게 되며 이는 충분히 정치적으로 책임을 묻게 될 소지가 다분한 명분이 되어줄 수 있었다.

“그래서 하동군 양현이에요. 그 밑에 자리한 강읍이나 인분현이 아니라.”

펄럭-

“중군 교위.”

그리고 그렇게 허정과 풍방이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어느덧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허저가 막사의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그리 안으로 들어온 허저의 표정은 예상과는 달리 조금은 굳어진 듯한 모양새였다.

“허 호위? 어째 표정이 좋지 않네요?”

“근방을 돌아보다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상한 이야기?”

“예, 하동 북쪽에 자리한 병주 서하군 통천산 인근에 황건적의 후예라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다른 이들은 잔당이라고도 하고 또 누구는 같은 흑산적의 무리라고 하는데 어째 그 풍문이 심상치 않습니다.”

“........!”

“주, 중군 교위!”

놀란 허정이 이를 입에 담을 새도 없이 다시금 지도를 내려다본, 풍방의 시선이 다급히 자신이 찍은 양현의 주변을 살폈다.

마치 비좁은 샛길마냥 양측에 기다란 산맥을 끼고 병주와 하동을 이어주는 중심에 자리한 양현의 서쪽에는 같은 하동군에 속하는 포자현이 있었고 바로 그 위에 자리한 것이 병주 서하군에 속하는 통천산이었다.

“이거......., 하!”

드디어 가후가 그려낸 그림을 알게 된 풍방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리고는 화가 치민다는 듯 허탈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와, 진짜. 그 수가 구리네요.”

뿌드득-

그러나 그리 반달마냥 호선이 그려진 그의 눈가와는 달리 이가 갈리는 그의 입은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암만 황궁에 오래 붙어있고, 서원군이 근래 들어 암만 실전을 안 거쳤다고 해도 어떻게 일개 도적들 따위에게 밀린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가후의 생각은 빤한 것이었다.

어차피 저 많은 병량을 병주로 보낼 것이며 그것이 자신이 찍은 양현의 샛길을 통하는 것이 맞는데 그리되면 결국 둘 중 하나의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들을 움직여 이쪽의 움직임을 막고 병량을 병주로 보내던가 아니면 그 병량을 미끼로 꾀어낸 도적들과 이쪽이 충돌하여 공멸하는 것.

콰앙-

“정말 실망을 금할 수 없어! 이게, 이게 정녕 그간의 사례의 조당을 이끌며 놀라울 법한 수를 내보인 그대의 최선인가?”

풍방은 실로 화가 났다.

낭중령 가후.

그는 황보숭과 더불어 작금의 사례의 조당을 만들어낸 이이자 실질적으로 조당을 구성한 것은 물론, 주변 세력들과의 외교와 더불어 국가적인 방향의 지향성까지 이끌어가는 가히 대내외적인 재상에 가까울 능력을 과시하는 이였다.

황보숭의 죽음 이후 황보력의 연착륙과 더불어 그 마지막 태후일파의 반란을 막은 것은 물론, 그에 앞선 명가의 축출과 더불어 일찍이 서역도호부라는 그림을 그려낸 가히 재사 중의 재사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정말 실망을 금할 길이 없어요. 황건적의 후예라 해봤자, 후예. 잔당이라고 해봤자 잔당. 거기에 뭐 한 가지를 더해도 끽해야 흑산적의 무리.”

누가 뭐래도 자신들은 이 나라 최강이었다.

량주와 병주 그리고 사예에서 활약한 것은 물론, 가히 천하에 이름난 군대란 군대는 모조리 박살을 낸 전력을 지니고 있었다.

“낭중령 그대는 정녕 후회를 하게 될 겁니다. 나는 이미 황문의 이들과 가족이 되었던 몸이고 여러 큰 어르신들을 모시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대가 변방을 누빌 때의 나는 외척과 황문, 그리고 청류와 탁류는 물론, 그 밑바닥에서부터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며 유일무의한 절대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돌아가신 선제를 아주 가까이에서 뫼시고 있었습니다. 태상께서 계셨고, 건석이 있었으며, 태후가 있었고 또 하진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돌아가신 장양과 조충 두 상시 어른도 계셨지요.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온 게 바로 납니다.”

거기에 그러한 그들을 이끄는 풍방, 자신은 누가 뭐래도 지금까지의 격량의 파랑과 해일이 이는 황궁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지금의 입지전적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었다.

“한데 고작해야 그 나이가 중년에 이르도록 변방을 전전하던 일개 문사 따위가, 암만 재주가 뛰어나다고 한들, 고작해야 량주 인근을 전전하던 촌구석의 재사 따위가 감히 나를 이리도 낮게 판단해요?”

한데 그런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서원군의 처리와 정리를 고작해야 일개 도적의 무리에게 맡겼다.

개무시도 이러한 개무시가 없었다.

그렇기에 풍방 또한 그런 가후를 멸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살아온 생이, 그 모든 것이 작금의 가후와 그가 내어놓은 계획을 부정하고 있었다.

* * *

“사람이 너무 잘나도 탈이지. 영광스러운 과거를 거치며 그 속에서 제 주제를 너무 잘 알아도 문제가 생긴다.”

“예?”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이 없던 가후는 이내 그리 한마디를 하며 자신이 자리한 기관 너머에 자리한 엄청난 수의 모닥불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가후를 이제는 수하로서 호종하게 된 호적아는 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끝이 없구나.”

“하오나 이미 명하신 대로 군량은 출발한 지 오래이옵니다.”

“나는 지금 내가 던진 미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하오시면?”

“되려 그 미끼를 물게 될 물고기를 걱정하는 거지.”

“끄응.”

여전히 이를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뚱한 표정의 호적아의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지고 있었다.

“어려우냐?”

“예.”

“흐음, 그렇구나. 허면 쉽게 생각을 해보자. 소위 이름난 이들이 풍류를 위해 많이 찾는 작은 호수나 개천 속에 사는 고기들은 영민하다. 그렇지?”

“그야, 뭐 미끼라고 달아놓은 벌레나 살점을 먹고 도망치는 것들이 많으니 그렇겠지요?”

“그래, 거기다 소위 높으신 분들이 체면을 생각해 한두 개씩 드리운 낚싯대와 더불어 또 그 옆을 호종하는 이들이 시간을 때울 겸 드리운 대여섯 개의 낚싯대를 상대하며 제법 오랜 세월 살아남았다면, 그 자신감은 더하겠지?”

“이를 말이 옵니까?”

“한데, 그런 곳에 족대를 대거나 배를 대고 그물을 던지는 어부가 있더냐?”

“어이구야, 다른 곳도 고기 잡을 곳이 많은데 엄청 큰 호수나 강이 아니고서야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거기다 그리 유명해지면 관에서 관리한다고 난리고, 매양 관기들과 더불어 자리를 피고 앉아 노는 곳에 부정이 탄다며 아랫것들을 쫓아내기 마련인데요.”

“그렇지. 그들만의 유희이자 풍류이며 향략과도 같이 그들만의 목적을 위한 명소가 되면 백성들의 걸음이 끊긴다.”

“한데 그 이야기를 왜......”

“그는 가난한 곳에서 자라지 않았다. 가난한 이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굶주린 이들의 족대질을 겪어보지도 않았고, 생업을 위해 비바람이 부는 날에도 그물을 던지는 어부의 노련한 사냥을 겪어보지 못했다.”

“허나 서원군은 량주에서 활약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그들이 그곳에서 몇 년 동안 전쟁을 벌인 것은 아니지. 거기다 그곳의 출신들이 있다고 한들, 그들 중 다수가 지금도 배고프고 주린 배를 움켜쥐며 아직도 가난하게 사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에휴, 이를 말입니까? 아주 유복하게 살지요.”

“그게 문제다.”

번쩍번쩍한 은빛의 무구에 술과 고기가 어우러지는 식단 그리고 좋은 녹봉과 유복한 삶은 누가 뭐라고 한들, 그간의 명성에 걸맞은 결과이자 그들이 이루어낸 성취였지만 막상 가후는 이를 문제라 꼬집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찰나에는 이전과 같이 최선을 다할지 몰라도, 과연 배가 부른 지금에도 그리 굶주린 시절만큼 그 과거만큼 오랜 시간을 치열하고 처절하게 끝도 없이 처절하게 싸울 수가 있을까?

잘 먹고 잘 자란 투사 또한 굶주린 자들만큼 처절하지 않으며 그 몸집이 비대한 만큼 오래 싸울 수 없는 것이 현실.

하물며 그 굶주림과 가난 속에 위로는 병주와 흉노를, 동쪽으론 흑산적을, 서쪽으로는 강족을 비롯한 량주의 이들과 마주하였으며 그 속에서 살기 위해 병주와 하동을 약탈하며 살아가야 했던 이들은 과연 그들의 하는 행위가 도적질이라 하여 그들의 강함을 그와 같은 도적의 선에 둘 수 있는 것일까?

“거기다 저 무수한 모닥불들과도 같이 그 수 또한 많아.”

그래, 자신이 파악했던 대로 그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흑산적들만큼은 아니라고 한들, 여러 곳에서 장계마냥 올라온 여러 피해 사례와 더불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활동을 겹쳐서 보았을 때 가후가 가정하는 그들의 숫자 또한 절대로 적은 수라 말할 수 없었다.

화륵-

그렇게 초를 기울여 앞에 놓인 지도의 가까이로 가져간 그의 시선이 마치 통천산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 깊은 산세 속에 자리한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수목이 우거진 깊은 산속 길쭉하면서도 드넓은 공간 속에 자리한 산채들은 각기 수천이 넘는 도적들을 수용하다 못해 무구와 가축은 물론, 말린 짐승의 고기마저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그대는 저 통천산 깊은 골짜기 속에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의 실체를 모른다.”

백성이, 농민이 주축이 된 도적이 아니라 이미 군병의 단계를 거친 이들이 다시금 각기 계층의 이들을 흡수하여 하나 된 공동체를 이룬 군사 집단.

하동과 병주를 잇는 구석 구석마다 통행세를 걷는 것은 물론, 약탈과 학살을 비롯해 코앞에 자리한 포자현을 다스리며 노골적인 상납을 받는 비공식적인 통치 체제.

부족하나마 전쟁특수의 상황에 걸맞은 화전민식 농법에 수렵과 채집을 가미하는 것은 물론, 이제는 그 이상을 바라보며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만을 바라고 있는 흑산적에 비견될 도적의 무리.

“백파적, 하동과 병주 서남을 주름잡는 이들의 실체를 그대는 정녕 몰라.”

사례의 사무를 관장하며 올라온 보고와 상소는 물론, 그곳에 자리한 신임 관료들이 장계에 빠지지 않은 그 이름이 다시금 가후의 입가에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

* * *

덜컹- 덜컹-

“조금 더 속력을 높여라! 어서 빨리 병주로 가야 한다!”

한편 그리 가후가 드리운 미끼인 엄청난 양의 군량을 옮기고 있는 군사들은 이미 하동을 통과해 그 북쪽에 자리한 병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미 강읍과 임분현을 지나쳤으니 앞으로 조금이면 양릉현과 평양현일 것이고 그 다음이면 산맥의 중간에 위치한 양현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길이라 쉽지 않습니다!”

쿠웅-

“제기랄, 또 돌이야!”

“바퀴가 걸렸다! 밀어라!”

두 산맥의 사이에 널찍한 곳이라 한들, 산세의 영향을 받아 그 지형이 울퉁불퉁하다 못해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아 수풀이 우거진 것은 물론, 장마의 영향이 남아 흙과 바위가 무너져내린 산사태의 잔해들이 그들의 나아가는 병주로의 이동을 보다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었다.

그리 한번 일이 꼬이면 또다시 수백에 달하는 이들이 달려들어 근방의 돌덩이를 치우고 수레를 밀며 행여나 부서진 것이 없는지, 수레와 바큇살을 확인한 뒤 다시금 나아갔고 그렇게 꾸역꾸역 어떻게든 흑산적을 비롯한 도적들을 피하기 위한 재촉의 움직임은 어느덧 그 산자락의 주인들이 기거하는 영역을 향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푸르르릉-

“풍문의 군량이 저것이로군. 엄청난 양이야.”

“저 정도면 정원이 여포와 전쟁을 벌이고도 남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의 움직임은 드높은 산자락의 정상에 자리한 이들의 눈에도 관찰되었다.

도적 주제에 어울리지 않을 멋들어진 말을 탄 채, 무심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이들은 각기 제 어깨에 긴 자루가 달린 도끼와 참마검을 걸치고 있었다.

“그렇겠지.”

“대두령 곽태가 좋아하겠습니다. 가뜩이나 식량이 떨어진 지금 아닙니까?”

“식량뿐 아니야, 지난 장마의 여파로 많은 무구들이 녹슬었다. 가죽은 젖이 쉬고 불다 못해 찢어졌으며 산사태로 산채가 쓸려나간 이들도 있으니 다들 꼴이 말이 아니지. 그러한 와중에 저러한 이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가히 하늘의 계시라 여기겠지요.”

“그래, 허나 그 꼬투리에 서원군이 자리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천하제일......, 입니까?”

“뭐, 그 명성이야 알아주는 이들이긴 하다만 곽태가 이를 두고서도 놓지 않을 성 싶구나.”

그리고 그에 머지않아 하동이 보이는 저 먼 끝에서 일말의 흙먼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엄청난 흙먼지와 번쩍이는 은빛의 군세.

수목이 우거진 산길을 달리고 있음에도 그들의 기품은 가히 웅장하다 못해 아름답다 여길 정도였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위애서 바라보는 이들은 가히 경탄에 가까울 눈빛으로 서원군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빛이 나는구나.”

“이 나라 최정예라는 자들입니다.”

“안다, 아름다워. 실로 빛이 나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래서 문제야.”

그러나 그 또한 잠시였을 뿐, 정상에 자리한 이들 중 참마검을 걸친 이는 놀랍게도 안타깝다는 듯 이 나라 최강이란 이들을 향해 혀를 차고 있었다.

“대두령 곽태는 빌어먹을 정도로 번쩍이는 것을 좋아하지. 고로 저놈들은 오늘부로 절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작가의말

드디어 이야기가 서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지도 출처: http://blog.naver.com/sjkim2090/220093345606

편집: 내가

[쪽하날]

풍방 안녕...

[필성필성필]

ㅎㅎㅎㅎㅎ

[겨울벚꽃]

이게 근데 아주 간단한 함정인데 도적들이 매일 고기먹고 군사훈련하는것도 아니고 갑옷입은것도 아니고 시대적 배경을 보면 덩치도 작죠
서원군은 갑옷을 입고 군사훈련을 하는 상비군이니 당연체격차이가 있죠
악과 깡으로 이길수 있다?
그것도 기초체력이 버텨줘야 가능하지않을까요?
쪽수가 7배이상 차이나지 않는이상 글쎄요.......
일반평민이 도적이 되서 상비군과 싸워 이긴다?
음 작가님이 만든 글 배경이나 실제 역사배경이나
둘다에 안 맞는거 같아요

[필성필성필]

아이 그럼요. 당연히 작가의 소설 적 보정을 조금 더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미 백파적은 흑산적의 등장 기획 때부터 제가 부족한 부분의 보완을 생각해놓은 부분이며 그것들이 조금 추가되어 기존보다는 강력한 모습으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해서 무구도 채우고 원 역사에서 언급한 황건의 잔당 + 군사집단의 모습을 섞어두었지요.

그렇게 일단 보정 밸런스를 얹어놓고 원 역사보다 많은 병력과 더 강성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지만, 말 그대로 전투력만으로 싸우는 방식으로 붙진 않을 겁니다.

그러면 언급해주신 대로 서원군짬밥이 어마어마한 걸 무시한 설정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리고 7배는 처음 제게 정해두었던 설정이랑 정확히 똑같으신 생각인데, 아무래도 서원군 1만의 7배는 너무 많은것 같아 7만보다는 적게 등장할 예정입니다. 다만 그 숫자 또한 엇비슷하긴 할 겁니다.

모쪼록 기대를 높여주시니 더 노력헤서 다듬어서 올리도록 하게습니다. 실상 지금도 쓰고 지우고 하는 중인데 밸런스 잡기가 힘들어서 ㅎㅎ 조금 더 다듬는 중입니다.

[ga******]

자기 과신으로 풍방 죽으려나요ㅠㅠ

[필성필성필]

사람이 너무 환경이 달라도 너무 높은 곳에서만 놀았어도 문제가 될때가 있지요 ㅎㅎ

[aj******..]

당장 유비~관우~자앙비만 해도 한줌 의용군+관군으로 수만 황건적을 도륙내었고, 조정의 명을 받고서 고작 1만을 이끌던 조조도 황건적을 개박살났는데 너무 고평가하는거 같기도하고

[필성필성필]

그렇죠 원 역사 공손찬 날라다닐 때 보면 얘는 뭐하는 놈인가 싶기도 하고, 금과 요의 대전인 출하점 전투를 봐도 말도 안되는 열세로 씹어먹는 경우도 있기도 하고.

역사의 아이러니가 이래서 아이러닌데 저는 역사가 아닌 소설이니 어떻게든 잘 비벼서 맛깔나게 만들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도 다듬고 있어요 ㅠ

[알카시르]

서쪽 끝의 이야기라길래 중원의 서쪽 끝인 서역도호부에 있는 동탁이 오랜만에 나올 줄 알았는데 설마 하내군의 서쪽 끝이란 말이었나요... ㅎㄷㄷ

잘 이해가 안 되는데 가후가 병량을 병주에 있는 장우각에게 보낸단 말인가요? 아니면 정원에게? 누구에게 보내든 간에 풍방이 굳이 덫에 걸릴 것도 없이 저수를 도와 하내의 흑산적 토벌에 전념해도 되지 않을까요?

[필성필성필]

아, 서쪽 끝의 이야기가 원래 2편입니다.

하나는 병주의 상황을 다루고 포홍을 다루는 1편이 더 있었죠. 헌데 제가 주말에 약속이 있기도 하고 분량이 딸리기도 해서 늘어질 것 같은 분위기라 그 한편을 그냥 뺴고 올리는 걸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또 잃고 나서보니 중간에 포홍이 뚝 나오면 맥이 끊기게 되는 느낌이기도 해서요.

그리고 서쪽 끝의 이야기라는 제목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냥 쓰게 되었네요.

본래는 서쪽 끝의 이야기(1) , 서쪽 끝의 이야기(2) 이렇게 되는 거였는데.

그리고 가후는 병량을 정원에게 보낸 게 맞습니다.

다만 그 목적이? 정원에게 가든 백파적에게 빼았기든 딱히 상관이 없긴 하죠 ㅎㅎㅎ 이것도 나중에 살짝 나올 부분입니다만.

그리고 지금 제가 지도를 잘라서 올렸는데 이게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더 큰 지도를 써서 합쳐서 보여드릴 걸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붙어있는 것과 다름이 없는 전장인데 이게 두개를 잘라놓고 보니 조금 따로따로의 느낌이 나네요.

이건 제가 지도 보정으로 다음화에 곁들일 수 있으면 곁들여보겠습니다.

그리고 가후는 말 그대로 토벌에 전념하는 중입니다ㅎㅎㅎ.

어차피 자기 손으로 처리해봤자 증거를 남길 일이니, 자신의 흔적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주변의 이들을 불러들여 그 둘만의 충돌을 만들어내는 격이지요.

어차피 군량을 자기가 이끄는 것도 아니며 수송대를 출발시킨 이후로도 가후는 계속 왕옥산 근처의 기관에서 흑산적을 막고 있습니다.

흑산적들이 원체 그 수가 많아 정리해야 되기도 하고 좋든 싫든 사례에 너무 큰 피해가 가도 민심이 이반될 수 있으니 미리 챙길 건 챙거두고 정리할 것도 한꺼번에 정리하는 거죠. 이 부분 또한 나중에 한번 더 다뤄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