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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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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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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126화 – 두 패자와 두 승자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재앙과 돈의 악마

DUMMY

“형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느냐?”


“.......”


“후우, 아니다.”


허저는 여전히 떨림이 멈추지 않는 손을 애써 숨기는 허정을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결과를 알았으나 도리어 이것으로 그 이전에 일찍이 자신의 가문에 피해를 입힌 이를 용서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이 그를 옥죄었으니, 조금만 더 빨리 이를 알았더라면, 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하는 마음이 여전히 심간 그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무가다. 너무 힘들어하지 말거라.”


그리고 그러한 허저의 마음을 덜어준 이는 역시 그런 그의 친형인 허정이었다.


“허나, 이번 일로 실망스럽긴 하구나.”


화아아악-


눈앞에 시꺼먼 연기와 거대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면서 잠시 상념에 잠긴 허정이었다.


물론, 그 또한 사람인지라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또 더불어 그런 자신의 팔을 강제로 바깥을 향해 꺾으려 했던 풍방에 대한 불만은 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형님.”


“어쩌면 그때의 네가 옳았는지도 모르겠구나.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만 그다음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른 것이 튀어나올지도 몰라.”


살아남은 서원군은 총 오천, 흩어지고 죽거나 다친 이들을 모조리 제한 그 순수한 오천의 전력은 그런 풍방과 함께 이미 지난날 협곡에서 그러했듯, 눈앞에 자리한 하동의 고을들을 모조리 불태우고 있었다.


제 나라, 제 백성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죽이는 잔혹함. 거기다 자신을 위해 제 사람들을 가감 없이 밀어 넣는 것에도 그 어떠한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생존력에 독종과도 같은 사고와 타인을 바탕으로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내적 우월감까지.


전장에 통하지 않은 불온하고 나약한 정신을 지닌 이가 저러한 사고를 지녔다면 이는 필경 전장에선 노골적인 결점이나 다름이 없었다.


허나 전장을 제하고도 조당에서조차 저리 자신이 휩쓸리게 된다면, 만일에 불과하나 정녕 그렇게 된다면?


그리되면, 그땐 정녕 저치는 어떻게 변모하게 될까?


어떠한 모습으로 제 사람들을 다루며 이용하고 그 효용가치를 따져 배신하고 또 내던지게 될까?


“위험하다, 저자는. 애초에 그 시작부터가 제 장인을 배신하고 주공께 붙은 변절의 전례가 있다. 그 밑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누렸으면서 그 와중에 불평불만을 느끼고 이를 우선시한 채, 결국 저와 가족을 이룬 장인을 배신했다.”


“하오나 그럼에도 주공의 정치적 후견인이시자 장인이십니다.”


“그걸 아는 놈이 면전에서 그리 위협을 가했더냐? 너도 저치가 내몰린 상황에 너무나도 쉬이 선을 넘었으니 이를 경고한 것 아니냐?”


여전히 풍방에 대한 위험성을 놓지 않는 허정의 꾸짖음에 허저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뒷목을 긁적였다.


“무례한 건 무례한 겁니다. 제가 모시는 분은 주공이지, 주공의 장인은 아니니 말입니다.”


“그래, 나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그 마음가짐으로 주공을 모셔라.”


“그 말씀은......”


“아무래도 서원군을 네가 쥐어야겠다.”


“혀, 형님!”


허저는 놀란 기색으로 저도 모르게 주변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작금의 제 친형인 그가 벌인다는 것이 벌써 내부의 실권 다툼과 더불어 거진 노골적인 군권의 장악이었으니 말이다.


“이미 다른 이들 또한 하나둘 네게 호의를 표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이번 백파적과의 일로 드러난 그의 무능과 주공을 얕잡아본 그의 본성은 딱히 다른 이들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아서 주공의 귓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허, 허면.......”


“나는 무인이고 장수다. 여전히 못나고 여전히 두려움을 놓지 못해, 이리 병신 같은 꼴이지만 말이야.”


어느새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쥔 허정은 그 손으로 허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형님.”


“장부된 자가 전장에서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허나 억울하고 의미 없는 죽음만큼은 사절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우리에게 내려주는 분은 주공뿐이야.”


“예, 형님.”


그렇게 각오를 다진 허저는 이전보다 매서운 눈으로 다시금 수많은 학살과 방화 그리고 약탈이 벌어지는 하동의 고을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본의 아니게 끌려와 그와 거래를 한 백파적들조차 놀라워할 풍방이란 이름의 악마가 자리하고 있었다.


* * *


콰앙- 콰앙-


“부숴라! 당장 저 창고의 문부터 부수란 말이다!”


이미 백파적들 비롯해 은빛의 갑주마저 벗어던진 서원군들이 도끼와 망치를 지닌 채, 소금을 그득 보관하는 창고의 문을 부숴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부서진 문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햇살을 받아 조금은 누런 빛으로 번쩍이는 정제된 소금이 한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 이거에요.”


그리고 그리 문을 부순 병사들을 물린 채, 천천히 소금 창고로 들어와 그 입이 찢어져라 미소를 지은 풍방은 천천히 손을 뻗어 바스락거리는 그 누렇고도 하얀 금조각들을 어루만졌다.


뿌드드득-


“하동의 기반은 염호에 기댄 소금을 비롯한 수공업과 상공업이지요. 그 기반부터 부숴야 합니다. 그래야 사례의 이들이 예상외의 수익을 거두지 못하지요.”


그렇게 제 손아귀에 자리한 소금들을 주먹으로 갈라버리며 다시금 창고를 나온 풍방은 병사들을 시켜 창고에 자리한 모든 소금을 자루에 담을 것을 지시했다.


“창고뿐 아닙니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과 소금을 끓이는 가마터까지, 염호와 관련된 모든 산업부지를 불태우십시오.”


“예!”


그렇게 또다시 그의 명을 받은 서원군과 백파적들이 움직였다.


허나 하내가 피해를 입은 만큼, 이를 대신해 하동의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각오한 풍방이 내린 명령이 고작 이것이었으랴?


“관사에 불을 지르고 인근의 관창에 자리한 모든 물자를 옮기도록 하세요. 우물의 벽을 무너트리고, 초가란 초가에는 모조리 불을 지르도록 하세요. 그 외에 소금을 끓일 장작을 대는 나무꾼들을 죽이고 인근의 산맥에 의존해 자재를 만들어 파는 제재소 또한 모조리 불태우세요. 그 외에 토기장은 물론 이름난 장인들이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방 또한 모조리 태워버리십시오. 아예, 이 땅에 그 어떠한 산업기반도 일어서지 못하게 모조리 다 지워버리란 말입니다. 내 말, 아시겠습니까?”


“예, 옛!”


“그리 모든 것이 불살라진 이곳 하동이 다시금 되살아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요. 그 모든 물건과 재화 그리고 자재를 우리가 납품합니다. 옹주에서 하동은 지척이에요. 하동의 모든 것을 가져와 하내에서 잃은 손실과 놓친 군량을 보충하고, 또 그리 폐허 속에 다시금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남은 골수마저 우리가 모조리 빨아먹습니다. 이 모든 게, 다 돈이에요. 아시겠습니까?”


작금의 풍방이 내린 명령은 아예 이곳 하동에 자리한 모든 고을의 자생력을 끊어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염호로 유명하며 사례 인근에 소금을 납품하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한 목재의 충당을 바탕으로 이를 이용한 장작과 자재 가구 그리고 건설이 발달한 곳이 바로 하동이었다.


그리 쌓인 부는 결국 또다시 다방면에 쓰였고 이러한 시너지는 결국 여러 다방면의 다양한 재투자의 선순환으로 이루어져 하동의 성장과 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북방에 가까운 하동은 본의 아닌 산적들과 도적들의 침탈 심지어는 병주에 자리한 이들마저 탐을 내는 땅이었다.


수많은 인구와 더불어 그저 거주 작은 기주와 같이 수도와 가까운 수도권의 거주 구역이나 다름없는 하내와는 애초에 그 성향부터 다른 산업의 발달로 형성된 산업도시의 모습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대들, 남은 백파적들은 그 정체가 탄로 나지 않을 것이니, 이름난 족혈이 자리한 저택들을 점거하고 그들이 지닌 모든 것을 가져와야 합니다. 돈 되는 것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지요?”


“저, 저희가 말입니까?”


“어차피 많이 가져오면 가져올수록 그대들에게 돌아갈 몫도 더 커집니다. 아, 그리고 인근의 목장과 우사를 터는 것은 물론, 수레와 마차를 긁어모아 이를 옮길 준비를 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옛, 나리!”


꿀꺽-


그리고 이 모든 걸 알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이 사례의 가장 부유한 행정구역 중 하나를 모조리 지워버리고 있는 풍방의 모습을 확인한 양봉과 서황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어이가 없다는 듯 풍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탈이라면 도가 튼, 그것도 이 하동을 심심할 적마다 털었던 자신들조차 이리 철저하게 이 하동을 뼛속까지 털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늘, 도적질 한번 해보지 않은 듯 보이는 이가 단 한 번의 약탈로 작금의 자신들보다 더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 저기......”


이미 매양 번지르르하고 입만 살은 줄 알았던 도성 인근에 자리한 이들에 대한 비아냥은 어느새 싹 하고 사라진 뒤였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수백 대의 수레와 마차가 모여들며 그 위로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물자와 재화가 쌓이기 시작하니, 이를 본 양봉과 서황은 도리어 이에 기가 죽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요? 뭡니까?”


“그, 혹시 정체가 뭐요? 서원군을 이끄는 장수가 본래의 모습은 아닌 게지요?”


지난번 전투에서 무능한 모습을 보였던 과거조차 이제는 아예 씻겨져 나간 듯 보였다.


그리고 이는 도리어 굳이 숨기진 않았으나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풍방의 또 다른 과거가 밝혀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서원팔교위이기 이전에 이 나라의 대사농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상서랑이었지요.”


“대, 대사농!”


대사농, 한때 치속내사(治粟內史)라 불리웠으며 이는 한 나라의 재정과 경제의 사무를 관장하는 장관의 성격을 대표하는 으뜸가는 벼슬자리라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과거의 그가 얼마나 뛰어난 이인지를 증명하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그가 어째서 조충의 사위였으며 조충의 사위가 된 이후, 그가 고작 황문의 집안식구라는 배경이 필요 없이 왜 장양과 조충을 비롯한 중상시들 사이에 중하디중한 위치에 있었는지가 이 하나로 설명이 되고 있었다.


물론, 전한과 비교해 물자를 공급하는 균수와 제사의 희생물을 정하는 늠희 등의 권한이 사라지며 축소되었지만 그럼에도 대사농의 자리는 여전히 막강했다.


여전히 한 나라의 곡식, 물가, 직물을 관리하는 것을 비롯해 황제가 먹는 쌀과 건량마저도 모조리 그의 소관이었던 만큼, 풍방은 일찍이서부터 후한의 돈과 경제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어째서 포홍이 옹주의 목이 된 이후, 그리 수많은 이들이 옹주로 몰려들어 풍방을 찾았는지에 대한 연유도 함께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한 나라의 재무부 장관이 천하를 진동시킬 물류의 이동과 관련된 서역과의 교역로를 총괄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자리에 있으니 돈 냄새를 맡은 이들이 절로 그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본성과 함께 돌아온 본래의 재능으로 말미암아 지난날의 수모를 회복한 풍방은 여전히 소금기가 남아있는 빈손을 다시금 양봉과 서황을 향해 내밀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를 따르세요. 이 나라의 그 누구도 나만큼 돈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주무를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가루마냥 바스라진 소금의 부스러기가 묻어있는 그 황금의 손은 내리쬐는 햇살을 받아 번쩍이는 작은 빛들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그 영롱한 손길에 이를 마주한 양봉의 눈에 탐심이 흘렀고, 그렇게 덥석 그리 풍방이 내민 손을 두 손으로 붙잡은 양봉은, 지난날 전장에서 무능을 드러낸 그의 앞에 스스럼없이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사농 어른!”


“아니에요, 나야말로 잘 부탁드려야지요.”


그러나 그러한 그들의 위치가 변모하며 새로운 관계가 재성립되는 순간을 바라보고 있던 서황은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물론, 자신 또한 굶주림에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도적이었으나 그럼에도 왠지 모를 저 노골적인 굽신거림의 풍경은 자신에게도 쉬이 참기 힘든 역함과 불편함을 풍기고 있었다.


“훗, 우스운 일이다. 아닌 말로, 나야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가? 저까짓 아부보다 더한 죄를 지었음에도 고작 저것에 역함을 느끼다니.”


휘이이잉-


그렇게 불어오는 바람은 매캐한 탄내를 풍기고 있었다.


이제는 비명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절망과 적막만이 자리한 이 시커먼 잿더미 속에 자신이 찾는 반짝임은 없었다.


* * *


“뭐라? 백파적이 준동을 해? 해서 하동의 전역이 피해를 입었고 거의 모든 곳이 습격이 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7할에 달하는 곳들이 불살라져?”


그리고 이러한 하동의 소식은 바람을 타고, 화마를 타고, 비명을 타고, 매캐한 연기를 타고 흐르고 흘러 하내에도 전해졌다.


치소가 자리한 하동의 안읍은 물론, 피지현과 은희현에 분수가 합쳐지는 황하의 물줄기를 따라 자리한 하양, 합안은 물론 포판현과 인근의 다른 고을들까지, 가히 말도 아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나 군량을 미끼 삼아 백파적과 더불어 풍방을 처리하려 했던 가후는 이러한 소식을 듣자마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격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금의 십수 만에 달하는 병력들도 아직 하내의 방어선을 뚫지 못하는 중이거늘, 대저 하동은 아무리 병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포홍의 이들을 상대하며 그 전력이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인데 어째서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게야? 어째서? 이게, 어째서......”


그랬다. 실상, 가후가 인상을 찌푸린 연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좋든 싫든 사례를 통치하는 자신들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사례를 위협하는 도적들의 수를 줄여놓아야 했고, 이는 일찍이 병주의 통합을 위해 흑산적의 존재를 용인해주면서 그 한계점을 예상보다 일찍 마주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씩 불어나는 도적들을 달래는 것은 곡식이 풍족하지 않은 병주의 여건 상 필경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를 병주 내부에서 터트려버리면 자신들의 손해였다.


병주는 누가 뭐래도 자신들과 연수를 맺고 있는 반 포홍 동맹의 한 축이었으며, 그런 포홍을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가장 그와 비슷한 병력의 체제와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 패를, 그 귀한 패를 굳이 쓸데 없는 도적들과의 분쟁으로 잃어버릴 수 없는 일.


그렇기에 그 시기를 재고 있던 가후는 이참에 아예 풍방에 대한 정리를 비롯해 나라를 좀 먹는 도적의 이들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정리할 생각을 가지고 일을 벌였던 것이다.


“그래서 하내와 싸움을 붙인 게야. 전력을 드러내야 미끼도 던져 드리웠고. 그리고 백파적의 이들은 그 명성과 더불어 숫자도 제법이니 일부러 이 나라 최강이라는 서원군을 붙인 게지.”


병주에 자리한 흑산적의 세를 줄여 정원의 지배력을 높이고, 흑산적들의 수를 줄이며 덩달아 포홍이 다스리는 영토인 하내를 흔들어 그의 지배력을 약화시킨다.


그리 이반된 민심과 더불어 일찍이 하동의 위협으로 자리한 백파적과 서원군을 싸움 붙여 그 둘의 공멸에 가까울 그림을 그려내 서로가 사라지는 이상적인 결과를 바랬다.


“목적과 결과는 다르니 굳이 같을 필요도 없고.”


풍방이 죽든 아니면 서원군이 갈려 나가든 그도 아니라면 백파적이 갈려 나가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실상, 그 목적은 풍방의 뒤처리와 서원군을 제거하는 것이었으나, 꼭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와도 상관은 없었다.


그래, 그저 피해만 있으면 된다.


한쪽이 죽고 다른 한쪽 또한 그에 걸맞은 치명상을 입는다면 그것으로 좋았다.


“그래서? 서원군의 이들은 어쩌고 있다더냐?”


“저, 그것이 저들로부터 장대한 약탈품을 받아내 지금 옹주를 향한 승전의 행진을 벌이고 있답니다.”


“뭐라? 승전? 허면 풍방이 살았단 말이야?”


그러나 이번만큼은 가후도 자신의 지모에서 비롯된 결과를 보장받지 못했다.


“예, 들리는 풍문에는 백파적의 두령도 그 목을 여섯이나 베었답니다. 저 한데......”


“한데?”


“여전히 작금의 하동을 들쑤시며 약탈을 벌이는 백파적들 또한 서원군을 물리쳤으니, 더는 이 하동 땅에 자신들을 막아 세울 이들은 없다면서 더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들 또한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는 중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살면서 내가 머리가 나쁘다고 의구심을 지니게 되는 적은 처음이니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겠나?”


도리어 이해를 못할 소리만 나오고 있으니 잠시 생각하는 것을 멈춘 그는, 도리어 정중하면서도 무서운 눈빛으로 소식을 전해온 세작에게 합당히 자신을 이해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들이 주장하길 오천에 달하는 서원군을 몰살시켰다 합니다. 실제로 군량도 빼앗았고, 끝내 자신들을 당해내지 못한 서원군이 꽁무니를 빼고 도망쳤다면서 자신들의 승리를 과시하며 수만에 달하는 도적들을 하동 땅에 풀어놓은 채, 무기한적인 약탈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자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승자가 둘이다?”


“그, 그것이 제 의견이 아니옵고 저들이......”


“그래, 저들이. 저 빌어먹을 것들이 서로의 승전을 주장한다?”


“예.”


그런 가후의 되물음에 소식을 전해온 세작은 마치 죄라도 지은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알겠네, 이만 돌아가 봐.”


그렇게 겁먹은 세작을 돌려보낸 가후는 미간을 짚으며 금세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대한 재빠른 결과를 도출했다.


“승자가 둘이라......, 허면 패자도 둘이겠구나. 그 피해를 메우는 곳이 하동이 되었고.”


이미 머릿속엔 그림이 그려졌고, 이는 곳 서로가 입은 상처에 대한 배상과 더불어 빼앗긴 것들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이자 발버둥으로 애먼 하동이 불타게 되었음을 알게 된 가후였다.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였다.


좋든 싫든 서로를 잡아먹으려 충돌한 것도 맞는데 그 균형에 정말 잘 맞은 것도 맞는데 그 끝에가서 서로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서로가 엇갈린 건가? 아니면, 공멸을 걱정할 정도로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우선이었던가? 그도 아니면, 하늘이 허락지 않는 건가?”


타앙-


그렇게 감정을 실은 손짓으로 책상을 때린 가후는 이내 자신이 낭비한 군량을 떠올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내가 이들 모두를 이끌고 병주로 넘어갈 걸 그랬군.”


물론, 그리되면 포홍과의 전면전은 각오해야 될 터이다.


허나 어줍잖은 깨끗함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알고 있다고 한들 깨끗함을 버리면서까지 일을 벌이기엔 감내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하동으로 가야 할까? 늦었으나 병주에 힘을 실어주기 좋으니 말이야?”


어차피 하내에서 성의도 보였겠다, 더는 외부의 시선 속에 책 잡히거나 의심받을 일도 없겠다 슬슬 자리를 비울 생각을 하는 그였다.


그러나 가후가 그리 마음을 먹기 이전에 이미 하동 땅엔 새로운 기적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이는 또다시 난세에 모습을 드러낼 새로운 이들의 등장을 예견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0.09.18 08:02
    No. 1

    나랏님이 도적을 막아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직접 하겠다. 좋은 명분이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18 14:23
    No. 2

    씁쓸하지만 나라의 현실이 이러하니 이래서 난세는 난세인가 봅니다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쪽하날
    작성일
    20.09.18 09:11
    No. 3

    오 누구인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18 14:22
    No. 4

    음, 실상 많은 분들의 요청도 있었고 저도 백 투더 베이직이라고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했습니다.

    때마침 이때가 이들을 등장시키기 가장 좋겠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마오유우
    작성일
    20.09.18 09:19
    No. 5

    하동 남아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사마집안은 하내이고, 두기가 저기 있었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18 14:11
    No. 6

    남아있다기보단 ㅎㅎ 새로이 등장을 하는 거죠, 고향은 하동이 맞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알카시르
    작성일
    20.09.18 09:36
    No. 7

    풍방이 처음에 데려온 서원군이 약 1만 명쯤 되나요? 그 반인 5천 명이 죽었다면 손해가 너무 크네요.

    풍방의 손속이 잔혹하다 하여 허정이 질색했지만, 생각해 보면 애초에 가후가 군량을 옮기라고 보낸 병졸 수천 명을 몰살하고 군량을 훔칠 셈으로 출진한 것 아니었나요? 죄 없는 병졸들을 죽이라는 명엔 불만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가후는 자신이 몸소 군량을 옮기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정말 그랬다간 제아무리 가후라도 백파적에게 죽지 않았을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18 14:21
    No. 8

    그래도 목숨을 건지고 잔당을 건졌으니 다행이다고 볼 순 있습니다만, 확실히 많은 수가 갈려나간 셈이지요. 홀로 움직이는 독립 부대의 역할보다는 이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셈이기도 합니다.

    맞죠, 다만 그 역사를 보면 수많은 장수들은 무능한 지휘관에 대한 반감과 개죽음에 대한 반감이 있고 전장에 뛰어들어도 설득력이 없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그냥 무섭다기 보다도, 자신이 모시는 주인인 포홍과는 다른 냄새를 풍기며 또 못난 모습도 보여주고 이는 언제고 제 사람들도 배신하며 밀어넣기 좋은 소위 소모품으로 여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니 장수로서 정치인?에 가까울 이에 대한 인식에 대한 반감이라 여기는게 옳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저는 인간적이라고 보구요. 본래 사람이 자신이 죄를 암만 많이 지어도 저와 다른 분야에서 나쁜 사람을 보게 되면 그래도 이 인간보다는 내가 낫지 않나? 혹은 내가 쓰레기여도 저건 더한 쓰레기지 하는 마음을 같게 되기 마련입니다.

    무엇보다 난세가 살인을 허락했고 무가의 가문 출신이며 그 프라이드나 자존심이 높은 이들이라면 소위 겁많고 능력이 없어 보이며 머리에만 의존하고 상대를 밀어넣는 이들이 그닥 좋게 보이지는 않겠지요.

    이 모든 건 풍방의 본성과 그의 무능이 동시에 까발려지면서 일어난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여파이며 반감입니다.

    그래서 이번 화에서는 또 서황이 그에 대한 자조적인 회상과 자책을 하는 모습이 나오지요. 자신도 죄가 많은 인물인데 저걸 나쁘고 거슬린다 역하다 여기고 있으니 ㅎㅎ

    하지만 그래서 더 모순적이고 이러한 모순적이며 이기적인 측면이 바로 인간적인 부분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후가 몸소 군량을 옮긴다는 이야기는 애초에 수천의 군량 옮기는 이들 + 자신이 애초에 지휘하는 2만의 정병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사실, 이것도 어찌보면 가후의 과신이자 오만인데 뭐, 자기는 안 그럴 줄 아는 부분도 있고 그래도 풍방보단 훨씬 나은 측면이 있으니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여기는 부분도 있겠지요ㅎㅎ

    다만 일어나지 않은 일에 사족을 달기는 뭐하고 아무리 가후라고 한들, 군량을 지키는 전투만으로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작가 개인의 판단입니다.

    그 때문에 만약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면 일찍이 저족의 이들에게 붙잡혀 다른 집안의 행세를 했던 것처럼 누군가의 이름을 팔거나 그들과 거래하여 살아남았거나 그들과 연수를 맺었을 확률이 있겠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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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44 땅늘보
    작성일
    20.09.18 20:24
    No. 9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19 04:31
    No. 10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99 겨울벚꽃
    작성일
    20.09.19 11:17
    No. 11

    내려주는 부는 주공 내려주는 분은 주공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19 18:12
    No. 12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타를 수정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골수무협
    작성일
    21.02.14 00:09
    No. 13

    하동은 관우인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1.02.15 02:14
    No. 14

    역시 관우죠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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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138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1) +5 20.10.08 1,229 2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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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6화 – 회자(會者)는 모든 것을 쥐고 익숙한 곳을 향해 돌아온다 +8 20.10.06 1,219 2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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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3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1) +10 20.09.15 1,288 2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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