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게 실은 중의적 표현이자 2가지 구상을 독자분들에게 상상으로 던져주고자 했습니다.
1) 갑주에 묻은 피는 실제다.(겉표면은 대충 닦아내었으나 그 안에 스며들어있던 피)
일단 작중 배경은 서원군과 충돌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죽은 이들로부터 혹은 살아남은 잔당이나 죽은 서원군의 갑주를 벗긴 다른 이들로부터 서원군의 갑주를 회수해 와서 거치대에 걸어둔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나는 설정이지요.
원체 은색이 강한 갑주고 급한대로 피를 닦아놓긴 했으나 구석구석 스며들었던 핏물이 온도차에 의해서든 손바닥의 마찰과 압력에 의해서든 새어나온다는 구성으로 그리 손에 피가 묻어나는 그림입니다.
2) 갑주에 묻은 피는 곽태의 환상이다.(서원군에 대한 트라우마, 착시, 환상)
그 승패를 나누기 불분명할 만큼 백파적들 또한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나 허저의 활약으로 대여섯에 달하는 두령들의 목이 잘리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았고, 양봉이 인질로 잡힌 상황에서 대두령이라는 체면이 무너질 정도로 겁을 집어먹고 나설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나약함, 열등감, 공포, 두려움 등이 있었겠지요.
거기다 그리 양봉을 비롯한 서황이 일만이 넘는 백파적의 전력이 이탈해 그들과 협조하여 자신을 배신한 것은 물론, 자신들의 터전이자 곳간이며 영역이나 다름없는 하동을 뼛속까지 털어버렸으니 그에 대한 분노와 이는 상황입니다.
거기다 저들이 저리 도적들마냥 행동할 줄은 몰랐고, 그것으로 잠재적인 자신의 약탈품들이 빼앗긴 것에 대해 속았다라는 생각도 드는 상황이죠.
거기다 피난민들마저 생겨나며 도망치기 시작하니 곽태에게는 남은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죽었고 이미 남은 알은 반 정도 밖에 빼앗긴 마당에 남은 알들마저 깨어나 병아리가 되어 도망치려하고 있으니 그 남은 알들이라도 건져야겠지요?
이는 군량을 얻은 건 좋았으나 예상치 못한 충돌과 전력의 손실로 말미암아 자신도 피해를 회복해야 하기에 어느 정도 시간을, 휴식을 요구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허나 앞서 언급한대로 하동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서원군 + 백파적]이 죽여버리면서 곽태는 결국 어쩔 수 없이 더는 수익을 얻을 수 없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남은 수익마저 줄어드는 그 시체와 잔해 속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남은 거라도 챙기려고 하동을 터는 거죠.
이 모든 감정이, 패배가, 기억이 술에 젖어 그나마 그날의 약탈로 그 좋지 않은 과거를 지우려는 그의 기억을 되살려 그에게 트라우마마냥 작용을 하는 부분입니다.
해서 이 두 가지 방면 중 독자분들이 원하시는 쪽의 해석이 되도록 일부러 여지를 남겼지요.
원하시는대로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유관장은 아마 이전에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ㅎ
저는 현실적인 글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희망차고 선망과 열의, 이상, 아름다움 등에 빠진 환상 속의 영웅기를 쓰고 있는 건 아니죠ㅎㅎ
장비나 관우 또한 실상 의로움에, 환상에 빠져 사는 어린애는 아닙니다.
이들도 난세를 살아가는 인물이고 어느 정도 적정선에 때가 탄 모습, 난세기에 허락하는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그리고 악인의 정의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것이 문제인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유명한 인물은 좋든 싫든 자신을 위해 남을 해하는 이들이니 그 좁은 범위를 설정한다면 그들 모두가 악인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대의를 내세워도 그것이 자신을 위한 이득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함이라면 그들 모두 악이라 봐도 좋습니다.
누가 뭐라던 난세를 살아가는 이들을 21세기의 보편적 사고를 지닌 이들이 본다면 악입니다. 정의는 또 다른 악이란 사실이 크게 변함은 없습니다.
아 물론, 일반적인 캐릭터성이나 시대상 그리고 어느 정도의 보편적인 특색이나 이미지 등은 얼추 유지하는 부분도 있을 터이고 또 소설 상 제가 부여하는 여려가지 측면이 있겠습니다만ㅎ
최소한도 선한 이들의 선한 연의와 같은 도덕과 군자의 권장도서, 도덕서,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굳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지양된다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좀 날것의 이야기를 좋아하긴 하나봅니다ㅎㅎ
그리고 곽태의 능력은 아직 다 나온 것도 아니고요, 나름의 대두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또 백파적이 강하다는 설정이 있지만 그렇다고 곽태에게만 무한 보정을 준 것도 아니며 사람의 능력이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분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한번 못난 모습을 보였다고 그 사람이 그냥 무능하다? 못하다? 이렇게 단편적으로 글이 묘사되지도 않습니다ㅎㅎ
그러고보니 제게 각 인물들에 대한 여러 가지를 물으시고 그 우열을 가리는 비교에 민감하신듯 한데, 저는 게임마냥 인물 별로 절대적 상성과 능력치를 정해두는 쪽은 딱히 지향하는 편은 아닙니다.
물론, 대충은 얼추 기본 구성은 해놓습니다만, 그래도 무조건 이놈이 더 나아, 이 사람은 그 누구도 못 이겨 이런 설정은 아예 배제시키곤 합니다.
그래서 한 일면만 가지고 누가 더 나은 편이다? 이런 비교는 독자분들의 몫으로 넘겨드리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 속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비교에 앞서 자신의 생에 놓인 장애물을 치워내며 자신의 길을 가는데도 바쁘니까 말이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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