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545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0.09.28 06:30
조회
1,203
추천
20
글자
19쪽

132화 – 거짓된 백성의 왕을 살려둔 이유

DUMMY

안읍성에 예상치 못한 불길이 올랐다.


백파적들은 그 얼굴을 활짝 펴며 이에 더욱 여세를 몰아 성을 공격하고 있었고, 성벽 위에 군사들과 백성들은 이조차도 모르는 모양인지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데, 어째서인지 이 자리에도 백파적이 자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신이랍시고 가후를 찾아온 유비의 사절 또한 저 백파적들마냥 도리어 성내에 솟아오르는 불길에 반가운 기색을 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째서 그리 활짝 웃고 안도하느냐?”


“.......!”


가후의 시점에서 이는 실로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리 멋대로 일을 벌인 것은 물론, 그 표정조차 관리도 못할 정도라면 필경 그 정도로 절박했다는 소리이니 말이다.


“풋.”


그래서였을까?


저렇게라도 머리를 굴리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보고 나니 도리어 옛 생각이 아른거리는 가후가 경옹이 난처해할 가벼운 실소를 흘렸다.


“그, 그것이.....”


“열심히들 사는구나.”


스윽-


그렇게 수그린 경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를 지나친 가후는 이미 수그린 고개 아래 그의 표정이 어떨지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그래, 기분이 나쁘겠지. 필경, 더럽겠지.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야 사니까 지금 이 자리에선 어떻게든 참아야 하겠지. 그래서, 그 정성이 갸륵하다.”


“.......!”


그렇게 찰나의 경옹이 다시금 움찔하니, 그 한마디로 그의 표정을 다시금 좋은 쪽으로 바꿔낸 가후는 이내 회색 깃털로 이루어진 자신의 부채를 뻗어 한창 성을 공략하는데 눈이 팔린 백파적들의 뒤를 가리켰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장포가 펄럭임과 동시에 수천에 달하는 기병들이 그런 가후를 에워싸며 사방에서 달려 나가니, 그 장관에 눈을 떼지 못하는 이내 경옹은 그가 내보이는 전술과 그가 이끌어가는 전장의 흐름에 크나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깎아낸다. 저들의 병력을, 저들의 모난 부분을 조금씩 조금씩 벗겨내고 있다.”


그리 날카로운 칼처럼 변한 기병들은 성을 포위한 백파적들의 모서리를 잘라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함은 성 모양을 따라 사각형의 포위망을 갖춘 이들의 끝을 잘라 마름모꼴로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차례 꺼풀을 벗기며 떨어져나온 잔당들을 우선적으로 공격하니 금세 그들은 흩어지며 사방으로 도망쳤고 이는 예상보다도 빨리 훨씬 더 많은 병력들이 이탈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제기랄! 물러나! 더는 당할 수 없다! 병력을 유지하면서 물러나라!”


와아아아-


상황이 이쯤 되고 나니 곽태를 비롯한 백파적들의 수뇌부에서도 더는 안읍성을 포위한 채, 공세를 벌일 여력이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이미 수 차례 공성을 벌이며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고 그리 줄어든 병력은 그만큼 드넓은 성의 포위망을 유지하기 위해 자꾸만 얇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리고 그 얇아진 포위망을 마치 옷감을 잘라내듯 가벼이 농락하는 가후의 전술은 별다른 군사들의 소모 없이도 안읍성을 구제했다.


“실로 효율적이로구나.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저걸 행하는 저들 또한 보통의 이들이 아니다.”


확실히 지난날의 동탁 포홍과 더불어 량주에서 난을 이들을 제압했던 황보숭의 군대답게 그들의 기병은 가히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펄럭-


“20리 정도만 더 밀어내면 족할 것이다. 더 이상의 포위는 힘들고 그렇다고 자신들이 초토화시킨 인근에서 더 이상의 쉴 곳도 먹을 것도 발견할 수 없을 테니 알아서들 돌아가겠지.”


그렇게 다시금 가후의 부채를 따라 넓게 펼쳐진 이들이 도망치는 백파적들을 쫓으며 지평선으로 사라졌다.


“자, 허면.”


“서, 성안으로 뫼시겠습니다.”


그렇게 경탄과 두려움 속에 다시금 바짝 수그린 경옹은 거의 가후의 하수인마냥 그를 안내했다.


그런 그들의 앞에 또다시 백성들을 방패막이로 세운 유비는 수많은 인파들과 함께 환대의 행렬을 이끌며 가후의 앞에 엎드렸다.


“이미 몸소 저희를 구원하여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모,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자신들의 구세주나 다름없는 유비가 그러하고 또 멀찍이 성벽에서나마 원군이 온 것을 알았으니 안읍의 백성들 또한 그런 유비를 따라 우르르 엎드렸다.


‘미리 민심까지 신경 써 두었다? 배짱 좋은 줄 알았더니, 과시만 하는 자는 또 아니로군.’


유비, 생각보다, 예상보다도 훨씬 영민하고 민첩한 자였다.


칭왕을 운운할 정도의 풍문을 금세 뒤바꾼 것도 모자라 자신이 베어간 곡식의 의미를 깨닫자마자 태수의 인수를 바치며 바짝 수그렸다.


거기에 자신들의 흔적을 멀끔히 지우기 위해 식량창고의 불을 지른 것은 물론, 일찍이 베어간 곡식에 대한 이야기도 함구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우르르 나와 자신을 떠받들며 백성들까지 덩달아 동원할 리 없지 않은가?


이는 자신을 건드리면 백성들이 가만히 있지 않으며 이는 곧 하동의 민심을 잃게 되는 것이란 협박을 내세운 안전장치였다.


하지만 또 그와 별개로 그 백성들에게 구원자임을 밝히며 이리 띄워주는 자리를 만들어주니 이는 곧 다시금 사례의 조정이 다스리게 될 이 땅의 민심을 신경 썼다는 뜻.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게 가잔 소리겠지. 아니, 그러한가?”


그렇게 잇속으로 새어 나온 가후의 작은 목소리와 시선은 이내 그런 그를 호종하는 경옹에게 가 있었다.


“아하하하....., 하하...., 그것이.....”


“뭣들 하느냐! 목숨을 걸고 이 땅을 지킨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누어주어라! 또한 병사를 풀어 인근에 짐승이라도 잡아와 고기를 충당할 것이니 이날의 승전을 치하하기 위해서라도, 황상폐하의 은덕을 빌어 내 오늘만큼은 이 땅의 백성들을 배불리 먹여야겠다!”


“옛!”


그렇게 경옹이 당황스러워할 찰나, 가후는 곧바로 명을 내렸다.


“고, 곡식?”


“거기에 고기까지?”


웅성웅성-


백성들을 띄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줄지어 늘어선 수레 위로 자리한 곡식들이 이들 앞에 쌓이기 시작하자 하동의 백성들은 절로 만세를 불렀다.


그들 또한 전투의 이후, 곡식 창고가 불에 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알게 모를 근심이 격화되던 중이었는데 이리 자신들을 구해준 이가 천자의 은덕을 빌어 자신들을 다시금 구제해주니 기쁜 마음에 다시금 환호성을 질렀던 것이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


그리고 이러한 하동 땅의 백성들을 바라보는 유비는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은 알지만, 그렇다고 이리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쏠려있던 민심을 곧바로 회수해가니 가히 그 기분이 어찌 좋을 수 있으랴?


거기에 아무리 선동이자 연극이었다고 한들, 딴에 그들 앞에 거짓된 가면을 뒤집어썼다고 한들 그 백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자신이었건만, 막상 그런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쌓인 쌀 포대의 앞에 우르르 몰려드는 그 꼬라지가 심히 거슬렸다.


마치 배신당한 것 같은 서운함이 우선이었고 그다음은 그리 제게 뭔가를 내려주는 이들에게만 충성하려는 저들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간사해 보였다.


터억-


“암만 왕이 대단하다고 한들, 황제만은 못한 법이지.”


“경옹......”


“너무 마음 쓰지 말게. 태생이 저러한 이들 아닌가?”


그리고 그를 위로한 것은 그와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라 할 수 있는 경옹이었다.


“그래, 저것들에게 진심을 전해봤자 도리어 상처를 받는 것은 나겠지.”


“우르르 몰려가 이리 붙고 저리 붙고 하면서 울며불며 사정하고 제 삶에 대한 책임조차 온전히 지지 못하면서 툭하면 세상 탓, 남 탓에 매양 나랏님을 비롯한 이들이나 욕하고 살지. 그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입을 조용히 싹 닫으며 자신인 다른 이를 지목하며 남몰래 고변하고 저는 모르쇠, 아닌 체 역겹고 구차한 이들이야.”


“그래서 안희현에서도 그랬을까?”


독우가 찾아오기 전까지 유비가 선정을 펼치고 있을 그 시절, 그리 찾아온 독우가 실질적으로 공이 없는 이들이 공을 인정받아 재물과 벼슬을 얻는 전례가 있다는 것을 핑계로 뇌물을 요구했을 적에도 그랬다.


인근의 백성들을 찾아가 유비가 뇌물을 받느냐, 누구를 괴롭히지 않느냐 등에 대한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말 그대로 하나였다.


“야유, 그거야 모르죠. 높으신 분들의 일인데 뭣 모르는 소인들이 이를 어찌 알겠습니까?”


“흐하하하!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나?”


능청스러운 유비의 연기에 경옹이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보였다.


“이뿐인 줄 아나? 글을 읽을 줄 아는 백성은 도리어 자신을 까막눈이라 말하고, 내게 사적인 도움을 받은 백성은 도리어 그런 적이 없다며 나를 외면했지. 그 눈치만 빨라서는,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아니까 곧바로 나를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게야. 어이가 없었지.”


뿌드득-


그러나 그 웃음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도 그리 어디에서인가 웃고 있을 그들을 떠올린 탓인지 유비는 더더욱 이를 갈았다.


“세상에 그 모든 무거운 짐은 자기들이 다 짊어진 것마냥 도와달라 청하고 아프다, 죽는다, 힘들다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앓는 소리 다 내면서 그리 제가 오만 도움 받을 때만 되면 관사 앞을 기웃거리며 별 아양을 다 떨었으면서, 막상 내가 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의 그들은 모두들 사라지고 없었어. 나는 그 공허 속에 홀로 서 있었다. 그 누구도 나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지.”


“흐흐흐, 그래서 그리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쓰게 되니, 어디 누상촌에서 왕마냥 군림하던 그 더러운 성격이 다시 밖으로 기어 나온 게지.”


경옹도 그 당시 일을 상기했다.


그래, 오랜만에 고향 땅에서 파락호를 때려죽일 적의 유비를 마주했던 것 같으니 그에게 있어도 이는 꽤나 생생한 기억이었다.


“죽일 만큼 때렸다. 죽이면 곤란하니 딱 그만큼. 마음 같아선 그리 때려죽인 시체마저 다시 두들겨 짓이기고 싶었지. 그리고 그다음은 그곳의 백성들을 죽이고 싶었고.”


“뭘 죽이고 싶었다고?”


“.......!”


순간 유비는 자신의 뒤에서 나타난 가후의 등장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아, 백파적입니다! 백파적! 하도 징글징글한 이들이라 그만.”


이에 눈치가 빠른 경옹이 곧바로 변명거리를 만들어주었고, 가후 또한 얼추 납득한 듯 보였다.


“흐음, 그럴 만도 하지.”


“저, 한데.....”


“아, 왜 저들과 같이 있지 않느냐고?”


“아하하하......., 하하......”


“우선 불이 났다는 곡식 창고부터 가보지.”


“예?”


* * *


바스락- 바스락-


가후가 잿더미 위를 거닐수록 경옹은 울상을 지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유비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불에 전소된 창고의 앞으로 가후를 인도할 수밖에 없었고, 그리 시커먼 그을음과 다 타버리고 기둥 몇만 남은 창고를 면밀히 살피던 가후의 행동에 온 신경이 곤두서며 그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파스스슥-


“거의 다 겨로군, 불에 그슬려 타버린 알갱이들조차 적어.”


그렇게 제 손아귀에서 부서지는 검은 잿가루를 확인한 가후는 이내 웃는 낯으로 유비를 향해 되물었다.


“아까 오는 길에 보아하니, 어인 목이 하나 효수되어 있던데.”


“.......”


물론, 그 웃는 낯이 그저 평온하기만한 미소가 아님을 알기에 그리고 그가 이미 얼추 모든 것을 알아차렸음을 알기에 유비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 그것이.......”


“그쪽은 입을 닫고 있는 게 좋지 않겠나?”


“크흠!”


그렇게 다시금 도움의 손길을 뻗치려던 경옹조차 중간에서 어찌할 수 없게 되니 결국 남은 것은 고개조차도 들지 못하는 유비와 그런 그를 무심히 바라보는 가후였다.


“내가 태수의 인수는 받은 기억이 있어도 그 목을 받은 기억은 없는데 말이지. 그리고 그 목을 받아야 하는 연유도 모르겠고, 그리 지나온 자리에 왜 태수에 목이 걸려있는지조차 납득이 되지가 않아.”


털썩-


“살려주십시오.”


그리고 이내 그런 그의 앞에 힘없이 그대로 무릎을 꿇고 이 땅에 다시금 고개를 처박은 유비였다.


“이런, 나는 그저 별개의 문제를 짚었을 뿐인데 살려달라니?”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해 염호 인근의 산업구역을 모조리 복구시키겠습니다.”


“뭘, 그리 구린 짓을 많이 저질렀기에 그리 나오는 게야? 하긴, 뭐 말도 아니 되는 사기의 진작하며 그간 어찌 농성을 하고 버텼나 했더니 식량을 원체 많이 쓰긴 썼어. 그렇지 않은가?”


“거기에 매번 생산되는 소금의 양에 6할을 세금으로 바치겠습니다.”


“거기에 왕을 칭했지?”


“칠할.”


“거기에 허락도 없이 사례의 토호와 지주 그리고 사족들을 몰살시켰고.”


“팔할.”


“거기에 자신들의 부정을 숨기고자 식량창고에 불을 질렀어.”


“구, 구할을......”


“마지막으로 태수의 목이 남았네.”


“시, 십......., 전부를 드리겠습니다.”


소금 하나를 보고 이 땅에 선 것이나 다름이 없건만, 정작 그 소금보다 제 목숨이 더 귀한 것만을 깨달은 채, 모든 걸 빼앗긴 유비였다.


허나 그간의 노력은 그리 헛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던지 이내 그의 귓전이 쫑긋하게 만드는 가후의 제안이 들려왔다.


“훌륭하네. 대신 기회는 줄 거야.”


“기회라고 하심은?”


그와 동시에 가후가 살랑이는 부채로 자신의 얼굴을 반쯤 가리며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자네도 얼추 알고 있겠지만 지금 북방의 상황이 심상치가 않아.”


“예서 북방이라 하시면 사연택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그래, 도적의 무리는 물러갔어도 그 도적과 같은 무리가 저 위에 있지.”


“여포.......”


유비 또한 이를 모르려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실상, 벌써 났어도 몇 번은 나야 했을 전쟁은 의외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니 세간의 이들은 이를 예상치 못한 하내와 하동에서의 사건들이 연달아 터졌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하동의 전란은 거진 정리되었고 하내 또한 가후가 이리 하동 땅을 찾았을 정도라면 얼추 정리가 되었다고 봐야했다.


“암만 남흉노의 잔당을 모은다고 한들, 그 병력의 수가 세배야. 거기에 병주의 정원이 이끄는 이들은 남흉노의 이들만 못지않지.”


“한데 왜 이를 제게?”


“분명 패전할 게야. 패퇴하겠지. 하지만 그 무리가 돌아갈 곳은 빤히 하내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다시금 그 하내로 돌아가기가 매우 껄끄럽겠지. 그자의 사정은 자네와 비슷해 보이니까.”


“그 말씀은......”


유비의 의문은 이것이었고, 이건 금세 유비의 절실함을 낳았다.


“어디엔가 정착하고 싶지 않은가? 최소한의 인정은 받고 싶지 않은가 말이야.”


“.......!”


“나, 낭중령!”


오죽하면, 오죽하면 경옹조차 다급히 이에 반응하였을까?


“모조리 패퇴하긴 했어도 하동이 정상 범주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되면 기존의 흩어진 관병들도 다시금 돌아올 게야. 거기에 전쟁을 겪은 백성들 중에 군병을 착출해도 되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남흉노의 잔당을 긁어모은 여포가 이곳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만들어. 하내로 지나가는 것은 물론, 이 하동에 발을 담그려는 것 그 어느 것도 허락지 말란 말이야.”


어느덧 무서우리만치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잿빛의 부채를 들어 유비에게 확고한 명을 전하는 가후였다.


“하오나 저는......”


“못하겠으면 앞날은 고이 접어야 되겠지?”


“.......!”


“낭중령! 그 말씀은 너무하신.......!”


“그리 아무것도 못 할 거, 시도조차 하지 않을 거, 뭣 모르는 백성이나 등쳐 먹을 거, 뭐 그리 대의를 운운하고 왕을 운운했나? 나는 도리어 자네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서 이리 기회도 주고 나름의 믿음도 주려는데, 이거 내가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야.”


“하오나 남흉노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들을......”


“하겠습니다.”


“현덕! 너 미쳤.......!”


“하겠습니다, 낭중령.”


“호오.”


“대신 지키지 못하고 밀려난다 한들, 한 번. 꼭 한 번의 기회는 더 주십시오.”


“이런, 일이 실패하였는데도 기회를 달라?”


“제가 쓰기 좋은 말은 못 되어도 당장에 쓰기 편한 말이란 건 압니다. 허면 쓰기 편한 말이 쉬이 놓일 구석도 이 천하 어딘가에 있겠지요.”


“그래도 유씨라고, 사례 조당에 보증을 바라는군. 왜, 그리 간판을 달고도 먹히지가 않는가?”


“이미 황궁에서 축객령을 당한 몸입니다.”


“아하, 한 차례 부정을 당했으니 효력은 다했고. 거진 억울함이 오해를 낳고 그 오해가 그릇된 매도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인정을 받아야겠다?”


“예.”


황족이라, 황족.


살면서 황족이란 간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가후였다.


아니, 정확히는 생각을 했던 전력이 없다기보다도 그 간판의 활용도에 대해 깊은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당장에 천하에 대한 포석과 경영에 황족들은커녕 공융, 한복과도 같은 일개 대소신료들이 동원되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며 이미 하늘인 천자의 권력마저도 신탁통치로 아예 위임을 받은 뒤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하물며 그런 황제만도 못한 그 벼슬은커녕 핏줄만이 남은 고작 황족이라는 명제가 크게 쓰일 상황인가?


그리고 이는 곧바로, 그들에 대한 평가와 의문의 꼬리표를 물게 되었다.


그나마 유언을 제하고 작금의 유우를 비롯해 황족 중에 제대로 된 영향력으로 한 주를 다스리는 이가 있기는 한가?


아니, 도리어 그 정도 영향력만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득이라 봐야 하려나?


‘그래도 잘 쳐주면 자사나 주목까지는......, 그래, 당장은 아니라 해도 말이지.’


그리고 이는 곧바로 사고의 파생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날을 거슬러 천하는 유씨가 다스려야 한다는 영제식 지방분권이자 중앙집권의 조치는 세상 밖으로 많은 유씨를 흩뿌린 만큼, 그런 황제를 낀 조당을 이끌어나가는 자신들 또한 적정선에서 이는 좋은 대안이 되어줄 가능성은 있었다.


‘말만 잘 듣는다면야, 물론 하동은 제하고 말이지.’


“허(許).”


“감읍하옵니다! 감사드리옵니다, 낭중령!”


그렇게 가후는 돌아가면 유비의 출신에 대해 조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마친 채, 하동을 등졌다.


척척척척-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도성으로 돌아온 뒤의 상황이었으니 거대한 황궁문이 열리며 쏟아져 나온 금군은 졸지에 가후를 비롯한 이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낭중령 가후는 사도의 부름을 받아 대전으로 들라는 명이시다!”


“사도? 아, 이런.”


그렇게 자신이 없던 사이에 도성에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얼추 깨닫게 된 가후였다.


새로운 사도의 출현.


이제는 온전히 황보숭의 모든 것을 승계받은 황보력이 드디어 전권을 쥐었다는 말이었고, 이는 곧 지금까지의 자신이 벌인 모든 일이 이제부터 제게 아주 불리하게 작용 될 것이란 소리였다.


작가의말

예상치 못한 지적을 받았으나 실로 가장 가까이에 자리한 문제를 이제서야 발견하게 된 기분입니다.


가후전, 정말 감사하게도 좋은 지적을 잘 받았습니다.


주인공이 소외된 자리에 턱하니 지분을 차지한 것은 물론, 그 외에 이들의 이야기에도 이렇게 많이 등장하며 다 잡아먹을 줄은 몰랐는데 막상 덧글을 보고 다시금 기존의 스토리들을 쭈욱 살피니 그제야 가후의 지분이 제 예상보다도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솔직한 심경으로는 진짜 저도 놀랐습니다. 거기다 임팩트 있는 부분까지 다 가져가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주인공이 돌아올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다만 스스로 글을 쓰고도 나름의 소름?까진 아니고 신기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이번화를 비롯해 다음화까지의 설계가 바로 그러한 가후가 잠시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일종의 은퇴와 비슷한 그림을 그려놓은지라 그나마 그 둘이 맞물리는 한계점에서 멈출 수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지라 앞으로도 이러한 실수가 없으리라는 장담은 못드립니다만, 그래도 이번 일로 많이 배운듯 싶습니다.


앞으로도 그 모든 지적을 환영함은 물론, 그 모든 조언을 골고루 받아들이며 더 좋은 쪽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아, 댓글에 달아드렸던 유비를 죽이지 않은 연유 또한 일부가 뒤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스토리가 맞물려 설명해야 되는 부분이 늘어났고, 그냥 길게 이어붙이자니 너무 글자수가 많아져, 이는 다음화까지 해서 온전히 정리가 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허면 진짜로 물러납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시고 조만간 찾아올 명절도 다들 기분 좋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39 알카시르
    작성일
    20.09.28 07:29
    No. 1

    유비가 나쁜 짓을 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지 않고 그저 모르쇠로 일관했으니 유비에게도 나쁠 것은 없지 않나요? 그러고 보면 설령 백성들이 입을 모아 유비를 옹호했더라도 어차피 유비를 벌할 마음을 먹은 독우의 결정을 바꾸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됐을 것 같네요.

    가후가 제대로 못 들어서 속아 넘어갔지만 만약 백성들을 죽이고 싶다는 말을 다 들었다면... ㅎㄷㄷ

    혹시 유비가 죽인 하동태수가 왕읍인가요?

    처음에 6할이 아니라 5할이나 4할을 불렀다면 9할이나 8할만 바치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을 텐데 유비가 실수했네요. 그런데 평소엔 몇 할을 바쳤을까요? 6할보단 적었을 것 같은데요.

    가후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또 정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도는 분명 황보력을 이르는 것일 텐데 가후와 황보력은 아주 절친하고 긴밀한 사이 아니었던가요?

    130화의 제목의 반점을 온점으로 바꾸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28 12:39
    No. 2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 자체가, 그리 유비와 거리를 뒀다는 것 자체가 이미 독우가 유비를 어떻게 하던 간에 백성들은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은유적 입장을 내비친 겁니다.

    한마디로 독우 입장에서는 이놈 찔러도 상관있나 없나 확인하는 통과의례이고 백성들 입장에서는 무섭고 두려우니까 괜히 엄한 일에 휩쓸릴까 그저 모르겠다고 일관하는 입장 표명인 것이지요.

    현대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거나 목격자로 지목되었다면 갑자기 뭣 모르는 일에 불려오거나 눈앞에서 경찰이나 군인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찾아와 이를 묻는다면 필경 그 앞에 당당히 누군가의 편을 들어줄 이가 얼마나 될까요?

    물론, 독우 입장에서 상관이 없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관료들을 감시하는 독우의 직책에 있는 이들도 다들 바보는 아닙니다. 제가 찔렀을 때 만만한 놈인지 아닌지를 봐야하고 저놈들이라고 관료가 아닌 건 아닌 지라 따로 상소를 올릴 수도 있고 어떠한 저항을 하거나 어떠한 반발이 일지 모르기 때문에 나름의 감내해야 할 것들을 미리 확인하기도 합니다.

    만일 유비를 쳤을 때 그 민심이 심히 이반되거나 문제가 된다면 독우들도 이를 꺼렸겠지요.

    그러나 백성들의 반응이 막상 미적지근한 것을 확인한 이상 제 편을 들진 않아도 유비 편을 굳이 들지도 않을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독우는 자신의 일을 진행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겁니다.

    그리고 가후가 들었으면 ㅋㅋㅋㅋ 예, 뭐 그다음은 말 안해도 ㅋㅋㅋㅋㅋ

    하동태수 왕읍은 195년입니다. 지금의 시점에선 아직 몇 년의 기간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유비가 6할을 부른 이유는 애초에 이땅에 아예 굳어져 버린 수익구조, 유통구조,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던 기존의 얽히고 설킨 소금산업에 대한 지분을 가진 이들이 우르르 무너져내리고 모조리 죽임을 당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보면 유비가 양심이 없는 건데 이 정도면 독점이에요. 근데 일개 임협의 무리이자 사기꾼 냄새 풀풀 풍기는 이들이 하동 땅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4할을 가져가겠다?

    미친 거죠. 이루말할 수 없는 엄청난 양입니다.

    물론, 가후 입장에선 그 남은 4할 다 가져올 자신이 있으니까 일부러 농락한 것도 없지않아 있습니다만, 애초에 5할을 불렀으면 진짜 이 새끼 미친 새낀가? 왜 죽고 싶어 환장하지 하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퍼센트로는 작아도 일개 개인이 소화시키기에는 엄청난 양의 소금이니까요. 그나마 4할 먹겠다는 게 최대한의 한계친데 이것도 실상 유비가 무릎 꿇는 척 하며 배짱 한 번 부려본 겁니다.

    결론: 가후 입장에서 아, 이 새끼 자꾸 개기네? 수그리는 와중에도 장난질 하는 거 눈에 보이니까 너 소금 압수. 가 된 거지요.

    그리고 황보력과 가후가 사이가 좋냐는 부분은, 일찍이 지난날의 하씨를 비롯한 탁류와 명가의 이들이 정변을 일으킨 이후를 반영한 글 내용 중에 조금씩 그 관계가 변하는 모습이 드러나 있습니다.

    제 숙부가 죽고 태후를 죽인 이후 황보력의 사고와 행실이 많이 변했고 그 와중에 가후를 대하는 태도 또한 이전만 못하며 많이 달라졌지요.

    가후가 풍방의 일을 핑계로 대며 밖으로 나오고자 했던 연유 또한 이러한 황보력을 피하기 위함이었는데 그 내용들은 이미 이전에 연재된 글의 본문에 다 적혀 있는 부분들입니다.

    그리고 130화의 반점을 온점으로?

    이건 제가 글 제목에 온점을 넣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해서 두 문장을 나눌 때 간혹 반점을 넣는데 아마 온점을 쓰게 되면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화에 온점을 달아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無錄之人
    작성일
    20.09.28 12:30
    No. 3

    곧 포홍이 등장 한다니 어떤 스토리 로 무대에 재 등장 할지 기대 됩니다.

    (뱀다리) 이글 은 모바일 이나 웹소설 이 아니라 삼국지 나 수호지 ,대망 처럼 책으로 봐야
    더 어울리는 역사소설 이라고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왜 현대인 이 회귀 혹은 환생 한걸로 1화를 시작한건지 의문 입니다.
    어차피 포홍은 현대에서 넘어간 이름모를 누구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고 본연의 자아가
    강하게 표현되는데 궂이 넘처나는 회귀루트 를 택하셨나요? 딴 작품들에서 게나고동이나
    다 우려먹는 미래지식 을 사용하지 않을 바에야 감옥에서 다른계기 로 각성 하는 정도가
    더 어울렸을거 같습니다. 작가님 필력이 부족한거도 아니신데 충분히 개연성 있게 만들수
    있엇다고 봅니다. 수호지 도 여러 영웅들이 등장해서 지분을 잘 나눠 드시잖아요.(송강이 주인공 이라고 찍어놓고 보면 갸 도 지분이 별로이긴 하지만) 그런데 현대인 회귀 라는 클리세를 딱 첫화에 박아놓으니 그런 스타일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야 가 언제 미래지식을
    이용해서 소위 말하는 먼치킨 사이다 를 뿌리는건지 기대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포홍이 답답하게 보이고 가후 가 주인공으로 더 어울리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그럽니다.
    상태창 을 사용한다던지 미래지식으로 이놈 저놈 다 잡아먹는 방향으로 쓰실거 아니었으면
    정통 역사소설로 시작 했으면 더 좋았을지도 아니 좋다기 보다 작가님 만의 개성? 스타일 작품 성향 뭐 그런걸 정립 햇을거라 감히 생각해봅니다.
    어차피 현재 주류가 아닌 비주류 방식의 스토리 진행은 조회수 나 선작에서 밀립니다.
    대체역사물 은 볼 사람은 다 봅니다. 물론 전자를 원했던 독자들은 떨어져 나갈거구요.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아져서 뭐라고 제가 쓰는건지도 헤롱..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고 건필 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28 13:27
    No. 4

    우선은 질문을 나눠서 답변을 드리자면

    예, 실상 제가 지향하는 바도 일반적인 웹소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필력이지만 나름의 무게감을 좋아하고 세세한 부분에 정보를 나누다 보니 가볍게 편히 보는 부분 관점에서 많이 불편한 것 같은데, 저 개인적으로도 사비를 털어 출판을 생각해보는 중이나 인연이 없고 아마 완결을 하고 출간을 하면 어떨까 싶은 마음도 있어 고심 중입니다.

    그리고 왜 흔하디 흔한 현대인의 회기와 환생 등의 익숙한 설정이 등장했냐 함은 바로 시대 상으로 묶인 제한된 언어사용의 틀을 깨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을 삼국지의 인물로 한정한다면 그 언어와 표현의 대부분이 옛 것 중국적인 것 등으로 초점이 맞춰지겠지요. 이는 근현대의 단어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편한 용어라던가 역사, 사회 등지에서 쓰이는 일반적인 용어를 쓰기에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제약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포홍을 들먹이며 만일 이 자리에 포홍이 있었다면 이러이러 했을 것이다 라며 특정 단어 등을 등장시키는 부분들이 많은데 뭐 일례로는 빵과 서커스 등이 있겠지요?

    제가 여러 댓글 등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 소설 판에서 마치 노골적으로 언어가 갈리고 나뉜 느낌을 간혹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일례가 바로 황제인데,

    어찌 된 것이 황제라는 단어를 써도 이는 마치 로마 황제, 신롬 황제 등에 써야 그나마 맞고 옳은 느낌이고 동양은 천자, 황상만을 써야 그럴듯한 분위기가 나는 것마냥 일종의 틀이 형성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임금황에 임금제를 붙여놓고서는 막상 그리 판이 정해진 배경에 쓰이는 단어마저 제한되어 있으니 생각이 묘해지기도 하더라구요.

    이러다 보니, 아, 이거 시대상에 어울리지 않을 단어들 나오면 욕 오질나게 먹거나 독자분들의 반발이 있겠는데? 하는 측면도 분명히 강하게 작용을 했지요.

    글을 쓰기 이전부터 이러한 고민들이 조금 많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그런 용어적 부분의 틀을 깨고 싶었고 주인공의 행보에 주요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전략, 전술이나 상황, 세상에 대해 돌아가는 부분들에 대해 근현대 혹은 다른 문명 문화권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식의 묘사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를 정당화시키는 것 또한 주인공이 현대인이라면 그의 관점에서 일정부분 해설이나 설명이 덧붙여진다면 납득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현대인이 아닌 이 시대의 사람이 미래 전술을 알고 운운하고 전략을 쓰며 시대를 빗대고 상황을 묘사하는 묘사가 나온다면야 조금 당황스럽겠지요?

    물론, 언급해 주신대로 제가 현대인의 설정을 두고서도 당장에 다른 세상의 문화권이나 더 나아간 미래의 요소들을 거의 쓰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아예 안 쓰인 것은 아니며 앞으로 더 많이 쓰일 예정이라 이 또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깔고 가자, 풀어놓는 것은 그다음이야 하는 마음이었지요.

    물론 회귀, 현대인, 쭉쭉, 호쾌하게, 다 밀어버려 가 일상 구조가 되어버린 것도 당연하긴 하지만 안 쓰면 반대로 바보가 되긴 하지만 반대로 이 또한 틀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며 포홍 또한 현대인의 자아가 포홍을 지배한 게 아니라 포홍의 자아가 현대인을 잡아먹은 만큼 조금 덜한 모습이어도 괜찮겠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이는 아니었나 봅니다.

    예전에 gd인가? 어떤 연예인이 그랬던가요? 뭐가 되었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1차원적인 이미지는 반드시 만족을 시켜줘야 한다고.

    제가 제 글에 대한 객관적인 평을 내리자면 제 글은 결국 신선함이나 나름의 요소는 있어도 그 기본적인 틀, 1차원적인 요소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것 같네요.

    아무튼 지적해 주신 덕분에 제 글에 대한 심도 깊은 고심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부족하나마 제 방향성과 객관성 그리고 글에 내재 된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이해도가 높아지게 되었으니, 최대한 빨리 그리고 명확히 제 나름의 스타일을 확립하고 또 그에 걸맞은 더 나은 작품을 내어놓을 수 있도록, 또 기존의 작품들도 최대한의 만족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바쁘고 힘든 주말이었는데 조금 개안하는 느낌을 받게 되니 머리가 조금 시원해지는 느낌이 드네요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알카시르
    작성일
    20.09.28 20:44
    No. 5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가후가 딱히 애민주의자도 아니고 어차피 유비를 이용하여 포홍을 견제하고자 했으니 유비의 말을 제대로 들었더라도 유비가 바로 형장으로 직행해 목이 잘리는 일은 없을 것 같긴 하네요. ㅎㅎ

    유비가 차라리 처음부터 8할이나 9할을 바치겠다 했으면 가후가 이를 가상히 여겨 2할이나 1할은 남겨 주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ㅠㅠ

    당시 세율이 얼마나 됐는지 잘 모르는데 난이 일어나기 전에는 소금의 몇 할을 조정에 바쳤을까요? 자칫하면 유비만 거지 되는 게 아니라 하동 백성 모두가 거지 되게 생겼네요.

    사실 8화 제목에 이미 온점을 쓰신 전례가 있어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0.09.29 00:33
    No. 6

    특산물이나 공물에 대해선 다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실질적으로 세법과 세율에 적용된 부분 외에 그보다 더한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많아서 실제 세율이 어떻다고 딱 이렇다 이건 설정 오류고 고증 오류다 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요.

    다만 보통의 경우 이 시기의 국가들은 소금과 철의 전매를 우선시했고 그 외에 이 시기의 조조의 둔전을 살펴보면 그 세율은 50%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 특히나 중국의 경우는 기원전에 유지한 소금전매를 공산당이 자리한 요 근래까지 유지했던 나라라 더 놀랍기도 하지요.

    당시 산출량이 많진 않았을 것이니 딱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소출을 가져갔다고 보는데, 일단 이 글에서는 국가의 독점과 전매가 잘 지켜지지 않는 또 그 나름대로 그 안에서 사익을 챙기는 이들이 있다는 설정을 잡았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국가가 독점한다고 한들, 말 그대로 관료와 공무원들이 이를 다 처리할 수 없으니 국가가 보증한 상인들을 비롯한 토호들에게 일을 맞겼다는 설정이 더 옳겠지요.

    실 역사에서도 국가 공인의 이들이 이를 관리한 측면이 있으니 국가의 허락 하에 판매와 거래가 가능했고 이걸 세수 삼아, 권력 삼아 많은 것들을 얻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특히나 한나라의 멸망 이후 일부 왕조의 경우 국가 수입의 80~90%를 소금으로 충당했다고 하니 이 당시 소금의 위력을 톡톡히 볼 수 있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한 무제 또한 소금의 전매를 빼앗아와 재정을 충동하고 흉노와의 전비를 메웠다고 하니 어마어마 하지요.

    자,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다시금 소설 속으로 돌아와봅시다.

    6할은 너 드시고, 4할은 내가 먹겠습니다 라는 유비가 가후의 눈에는 과연 어떻게 보였을까요?

    ㅎㅎㅎ 이새끼 미쳤네 진짜 하지 않았을까요?

    말씀해주신대로 8, 9할을 바치겠다고 했다면야, 뭐 천하의 모든 소금이 아니니 허락해줬을지도 모를 일이만, 막상 이러한 소금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가 부족하고 막연했던 유비는 ㅠㅠ 소금을 얻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하동 백성들은 부자가 되기 힘든 것이, 애초에 백성들에게 소금이 허락되진 않습니다.

    전매라는 국가적 법규와 설사 그 법규가 무너져내린 난세라고 해도 일개 백성들에게 가장 드높은 가치를 지닌 마치 사치품과도 같은 그 필수 생필품을 일개 백성에게 허락하는 멍청한 관료나 토호 그리고 군벌과 세력은 없지요.

    그건 돈줄이자 목숨줄과 같습니다.

    관우에 관련한 카더라 중에 소금 장수나 소금을 훔쳐 달아났거나 몰래 소금을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게 당시에는 힘 있는 이들의 생명줄이자 자금줄이었기에 거의 마약 밀매 그 이상으로 단속을 벌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상상이자 이해지만 아무래도 관청을 비롯한 곳에서 소금을 내어놓고 팔았거나 더 많은 양은 국가 공인의 상인들과 납품업자들에게 그 수량을 내어주며 전국 각지로 공급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8화에 온점을 썻나요? 허면 수정해야겠습니다ㅎㅎㅎ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4 153화 – 대동에서 비롯된 고목을 위한 날개 +3 20.10.26 1,242 27 21쪽
153 152화 – 대추노노(帶推老奴), 그렇지 않다 +7 20.10.23 1,235 25 18쪽
152 151화 – 연주와 예주가 있다면 한파를 막을 수 있는 걸까? +5 20.10.22 1,248 25 18쪽
151 150화 – 한파의 전조(3) +4 20.10.21 1,250 26 18쪽
150 149화 – 한파의 전조(2) +4 20.10.20 1,225 26 22쪽
149 148화 – 한파의 전조(1) +2 20.10.19 1,219 25 20쪽
148 147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3) +7 20.10.18 1,212 28 18쪽
147 146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2) +10 20.10.17 1,236 26 19쪽
146 145화 – 이상과 환상의 폭주(1) +5 20.10.16 1,297 22 21쪽
145 144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3) +4 20.10.15 1,265 25 20쪽
144 143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2) +6 20.10.14 1,266 25 18쪽
143 142화 – 이제 한파가 들이닥칠 겁니다(1) +6 20.10.13 1,253 25 17쪽
142 141화 – 서원군을 지우겠습니다, 장인 +6 20.10.12 1,269 25 16쪽
141 140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3) +2 20.10.10 1,221 25 16쪽
140 139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2) +6 20.10.09 1,218 23 20쪽
139 138화 – 무역로의 분쟁은 비단 전쟁을 부른다(1) +5 20.10.08 1,230 26 17쪽
138 137화 – 서방 원정의 성공과 포홍이 구상하는 것 그리고 +7 20.10.07 1,253 23 17쪽
137 136화 – 회자(會者)는 모든 것을 쥐고 익숙한 곳을 향해 돌아온다 +8 20.10.06 1,219 27 22쪽
136 135화 – 거자(去者)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 +22 20.10.05 1,222 25 19쪽
135 134화 – 죽은 이들의 망령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끝은 이미 예견된 것 +6 20.09.30 1,181 24 22쪽
134 133화 - 천하의 정세가 너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6 20.09.29 1,207 23 23쪽
» 132화 – 거짓된 백성의 왕을 살려둔 이유 +6 20.09.28 1,204 20 19쪽
132 131화 – 생존을 위한 선택 +5 20.09.25 1,218 20 17쪽
131 130화 – 가히 왕이로구나, 칭왕의 죄를 물을 수가 없다 +11 20.09.24 1,239 22 19쪽
130 129화 –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우리의 왕을 위해 싸우자 +12 20.09.23 1,226 21 21쪽
129 128화 – 이 땅에 민중의 왕, 백성의 왕께서 나타나셨다 +5 20.09.22 1,263 25 18쪽
128 127화 – 피와 잿더미로 얼룩진 염호는 패왕을 불러들인 용연이 되었다 +10 20.09.21 1,278 28 20쪽
127 126화 – 두 패자와 두 승자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재앙과 돈의 악마 +14 20.09.18 1,271 26 19쪽
126 125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3) +11 20.09.17 1,222 27 21쪽
125 124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2) +6 20.09.16 1,215 29 18쪽
124 123화 – 위에서 가장 강한 군대, 밑에서 가장 강한 도적(1) +10 20.09.15 1,288 21 18쪽
123 122화 – 서쪽 끝의 이야기 +10 20.09.14 1,283 24 18쪽
122 121화 – 그 공을 굴리는 자가 바라보는 곳 +4 20.09.11 1,279 29 16쪽
121 120화 – 장연이 쏘아 올린 흑산적이란 이름의 공 +6 20.09.10 1,256 26 18쪽
120 119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3) +6 20.09.09 1,250 30 20쪽
119 118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2) +8 20.09.08 1,305 26 22쪽
118 117화 – 블랙 마운틴 밴딧 인베이전(1) +11 20.09.07 1,335 25 20쪽
117 116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2) +4 20.09.06 1,368 27 21쪽
116 115화 – 판이 커지면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1) +8 20.09.05 1,347 29 20쪽
115 114화 – 돈이 깔린 판에, 사람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2) +11 20.09.04 1,362 28 2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