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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경

이중 스파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아처경
작품등록일 :
2018.04.16 03:23
최근연재일 :
2018.10.31 20:0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44,726
추천수 :
1,499
글자수 :
629,035

작성
18.06.12 18:04
조회
3,054
추천
26
글자
22쪽

내 편 만들기 프로젝트

DUMMY

큰형님께서 회의가 있다고 하신다.

중간파 보스까지 다 모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서울은 물론이고 부산, 대구, 마산, 대전, 광주....

전국의 동방파 조직 총 보스들 12명,

중간파 보스들 42명이 모두 참석하였다.



대부분 30대에서 50대까지.

평균 나이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 중반들이다.

나이들이 태수에 비해서 10살 이상인 보스들이 많았다.

이곳에 있는 보스들 중에 태수의 나이가 제일 어렸다.



큰형님이 술을 한잔씩 돌렸다.

보스들은 큰형님이 화가 나서 부른 것이 아님을 알고 한결 편안한 얼굴로 기분 좋게 한잔씩들 마셨다.



“이봐라, 이번에 영도파 떨거지들을 우리 막내인 태수가 싹 다 정리했다. 아무리 떨거지들이지만 그래도 100명이나 있는 조직에 26명이 들어가서 모두 손가락 하나 다친 곳 없이 깔끔하게 청소하고 돌아왔다. 그래서 그곳을 태수에게 맡길까 했는데 태수 이눔아가 싫다고 한다. 지금도 벅차대나 어쨌대나.... 여튼, 누구에게 맡길까 의논 좀 하자고 불렀다. 누가 좋겠노? 얘기해봐라.”



태수는 이미 상태에게 맡기자고 분명 큰형님과 말을 끝냈다.

그럼에도 의논하자며 보스들을 부른 큰형님의 철판 깐 얼굴이 참 대단해 보였다.

큰형님 뱃속에는 능구렁이가 아무리 못해도 한 오백 마리쯤 들어있나 보다.

저렇듯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을 보니.



“..........”



“와 아무도 말을 안 하나? 다들 입을 꿰매 놓았어? 어이, 김성룡이! 니 생각에는 누굴 보내면 좋겠노? 말을 해봐라.”



구역의 보스를 정하는 것은 온전히 큰형님 마음이다.

말은 의논이라고 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 다 정해놓고 묻는 것임을 보스들은 알고 있다.



서로 눈치만 보면서 있었다.

지목을 당한 서울의 총 보스인 김성룡이 괜히 헛기침만 하고 앉아 있다.

각 도시마다 총 보스가 있고 그 밑에 각자 맡은 구역을 관리하는 중간보스들이 있다.

태수는 강남일대를 관리하는 중간파 보스이고.



이럴 때는 그저 모른 척 하고 있는 게 좋다.

그러면 큰형님이 마지못해 말하는 것이라며 누군가를 보스로 만든다.

큰형님의 보스들 길들이기인 것이다.



“다들 아무 말 안하면 내가 지목해도 되나?”



아까 지목당한 김성룡이 한마디 한다.

아주 겸손하고 소박하게.



“큰형님이 알아서 하시는 것이 제일 좋겠습니다. 우리야 뭐, 자기 밥그릇 챙기기도 벅찬 사람들 아닙니까.”



그러자 큰형님이 판 깔아놨으니 마음먹은 대로 춤을 출 시간이라는 듯 입을 떼신다.



“그라믄, 상태... 조상태가 어떻노? 나이는 어려도 이제쯤 한 구역을 맡아도 되지 싶다마는....”



큰형님이 상태를 지목하신다.

태수를 제외한 모두의 표정이 무척 놀란 눈치다.

태수를 보스에 앉힐 때도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말이 많았다.

그런데 또 어린놈을 앉힌다고 한다.

보스들이 다들 한마디씩 하고 싶어 한다.



“큰형님! 상태가 성격도 좋고 일도 잘하지만 아직 너무 어립니다. 좀 더 큰형님 옆에서 일을 배워야 되지 싶습니다.”



그래도 큰형님과 가장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고 서울 총 보스인 김성룡이 결국 한마디 하고야 만다.

태수는 언제 큰형님의 불뚝 성질이 뛰쳐나올지 가늠하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큰형님이 ‘녹차 한 잔 내오라’고 소리를 빽 지른다.

노인네 목청도 좋다.

회의실이 쩌렁쩌렁 울린다.

바깥에서 듣고 있던 상태는 지금쯤 등짝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듣고 싶지 않아도 목소리가 커 다 들리는 것을 어쩌랴.



자꾸 나이 어린놈들이 보스에 오르는 것을 못 마땅해 하는 다른 보스들의 심정을 태수는 이해한다.

다른 보스들은 어린 나이에 동방파에 들어와서 온갖 궂은 일은 다 하며 10년 20년 이상 조직에 충성한다.



그렇게 해도 겨우 보스에 오를까 말까 하다.

그런데 이제 몇 년차의 어린놈을 아무리 중간보스라고는 해도 또 보스에 올린다고 하니 다들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고 보면 태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다.

조직에 들어 온지 2년 만에 보스에 오른 것이다.

게다가 큰형님은 총 보스를 통하지 않고 직접 태수를 불러 이런저런 얘기를 하신다.

당시 서울 총 보스는 물론이고 다른 보스들이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싶다.



물론 태수는 비록 2년이지만,

처음부터 어찌나 용감무쌍했던지 행동대장으로서 늘 맨 앞에서 싸웠고, 두들겨 패고, 찌르고....

타고난 싸움꾼으로서의 활약이 대단했다.

그리고 돈 되는 사업 아이템이나 좋은 아이디어들을 내놓아 큰형님께 돈도 많이 벌게 해주었다.



지금 동방파가 조용히 지낼 수 있었던 것이 다 태수 때문임을 모두들 안다.

태수가 서울지역은 물론이고 지방도시까지 찾아가 다른 조직들과의 마찰을 종식시킬 만큼 큰 싸움을 몇 번씩 했다.

그래서 태수가 나이는 어리지만 누구도 무시하지 않고 지금까지 무던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김성룡의 말은,

태수야 그동안 한 것이 있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상태는 태수만큼 조직에 크게 공헌한 것이 없지 않느냐는 뜻이 담긴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큰형님이 말을 꺼냈다는 것이다.

상태를 보스에 올린다고 하면 그저 따라야 하는 것이 큰형님의 암묵적인 룰이다.



마시기만 하면 되는 녹차를 이빨로 꼭꼭 씹으신다.

큰형님의 못마땅한 눈초리가 김성룡을 비롯해 모두의 얼굴을 한사람씩 다 꼬나본다.



“그래서 상태는 안 된다는 뜻이가? 이 상놈의 자식들이 지금 누구 앞에서 된다, 안 된다 씨부리쌋노. 앙!!! 내가 느그들 눈치나 살피는 힘없는 노인네로 보이나? 그래서 지금 내 무시하는 기가. 엉? 대답해봐라, 이 썩을 놈들아!”



“..........”



큰형님의 성깔을 못 받아낸다.

모두들 고개를 푹 숙인다.

다들 이럴 줄 알았다는 얼굴들이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묻기는 왜 묻는데?’ 하는 표정도 함께 묻어 나온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전부 보스들 길들이기라는 것을 태수는 알고 있다.

한 번씩 싹을 폭폭 밟아줘야 한다는 것이 큰형님의 지론이다.



“상태야, 상태야! 니 이리 좀 들어와 봐라. 퍼뜩 안 들어오고 모하노?”



상태가 얼른 회의실로 들어와 큰형님 옆에 서있다.

두 손은 공손하게 앞으로 모아지고 얼굴을 약간 숙인 채 서있는 상태의 표정이,

‘가만히 있는 저는 왜 건드립니까? 저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하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상태야! 니 영도파 사업장 한번 맡아서 해볼래? 다들 반대하는 썩은 표정들이지만 니가 앞으로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서 평가는 달라지는 것이다. 태수가 니 보스 맹글라고 애 많이 썼다. 니 잘할 수 있지?”



“.....예,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진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상태는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하늘같은 선배 보스들 앞에서 벌벌 떨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있다.

태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느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큰형님 말씀을 열심히 듣는 척 하고 있었다.



“이제 됐지? 상태가 영도파 구역 맡기로 했으니까 다들 조금씩 도와주고 그래. 알긋나?”



“.....예, 알겠습니다....”



다들 떫은 표정이다.

그러나 큰형님이 또 난리를 칠까봐 조용히 대답한다.

태수는 그제야 숨을 내쉰다.

드디어 내 편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했음을 실감한다.



늘 큰형님 집을 올 때마다 상태한테 괜히 미안한 마음이 조금씩 있었다.

상태의 속마음이야 어떨지 몰라도,

이런저런 내색 없이 항상 반갑게 맞아주는 상태가 고맙기도 했었다.

무엇보다도 내 편 한사람을 확보했다는 것이 기쁘다.



큰형님의 억지에 가까운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모두 자기들의 지역이나 구역으로 떠났다.

태수도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사무실로 향했다.



***



태수가 서초동 나이트클럽으로 들어섰다.

손님들이 꽉 들어차있다.

빈자리가 안보일정도로 손님이 바글바글 이다.

아직 10시 밖에 안 되었는데도.

지금 시간에 오는 손님들은 대개 회사원들이다.

일차로 식사하고 2차나 3차로 오는 직장인들의 시간이다.



재벌 2세, 돈 많은 자영업자, 부동산 졸부, 의사, 판검사, 접대하러 오는 회사 간부들...

이런 고급 손님들을 이쪽 세계에서는 ‘선수’라고 부른다.

클럽의 매출을 팍팍 올려주는 선수들의 입장은 대개 10시 이후다.

그리고 선수들은 룸으로 들어간다.

마치 룸싸롱에 온 것처럼.



태수는 나이트클럽에서 손님이 깽판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성호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구역을 돌다 부랴부랴 사무실로 온 것이다.

어지간한 놈이라면 연락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싸움 좀 하는 놈이 왔다는 말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몇 명의 동생들이 쇼파에 앉아있었다.

모두들 일제히 일어난다.



“형님, 오셨습니까?”



“누구야? 가게에서 깽판을 친다는 놈이?”



“모르는 놈입니다. 조폭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동네 양아치이지 싶은데 요상한 것을 꺼내 우리 애들한테 던지니까 맞은 애들이 일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성호가 애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을 한다.

마치, ‘내 말이 맞지. 그치?’ 하듯이.



“요상한 거라니? 뭘 던지는데?”



“요지요. 이빨 쑤시는... 이쑤시개 있잖습니까. 그 요지를 던져서 맞으면 애들이 힘을 못 쓰고 픽픽 쓰러집니다.”



“지금 어디 있어?”



“저 안 쪽방 21번방에 모셔놓았습니다. 조금 전에 술이 들어갔습니다. 아가씨도 한명 붙여줬고요. 일단 손님들 다치게 할까봐 룸으로 넣어 놓은 겁니다.”



현도는 야단이라도 맞을까봐 그러는지 얼굴을 숙이며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서서 말을 하고 있다.

태수는 현도에게,



“왜 죄 졌어? 얼굴 들어. 니들 상대가 아니니까 그런 것을 어쩌라고. 내가 가볼 테니까 걱정 말고 손님들 다치지 않도록 단속 잘하고 있어.”



“형님 혼자서 괜찮겠어요? 우리 같이 들어가요. 괜히 혼자 들어갔다가 형님 다치면 어쩌시려고요.”



성호가 혼자서 들어가려는 태수를 말린다.

혹여 그 놈한테 패하기라도 하면 어쩔 거냐는 뜻이다.



“그 놈도 혼자인데 내가 너희들 데리고 들어가면 그 놈이 나를 뭐라고 하겠냐? 걱정마라. 형, 그렇게 약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그 놈이 요상한 이쑤시개 써가며 형님한테 던지면 어쩝니까. 같이 들어가요. 예?”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클럽이나 잘 지켜. 갔다 올 테니까.”



“그럼 우리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부르세요. 예? 꼭요!”



“알았다.”



밖으로 나온 태수는 양주 한 병을 들고 21번 룸으로 가서 ‘똑똑‘ 노크를 하며 들어갔다.

상석에 꽁지머리를 하고 눈은 옆으로 쪽 찢어진,

꼭 독사같이 생긴 놈이 앉아 있었다.

샹들리에 불빛 때문인지 꽁지머리 사내의 눈에서 섬광이 일었다.

어지간한 사람은 저 눈길을 못 받지 싶다.



눈썹을 움직이며 인상 쓸 때마다,

이마에 주름 두 줄도 같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한쪽 볼은 칼자국이 선명하게 흉터로 남아있다.

‘나 싸움 좀 한다, 알아서 기어라’ 하는 듯,

제 딴에는 꽤 쓸 만한 솜씨를 지녔다고 생각하나 보다.

하긴 인상으로 한 몫 하게 생겼다.



그나저나 아무리 봐도,



‘인상 한번 참 더럽게 생겼다’



태수가 대리석 테이블로 다가가 꾸벅 인사를 했다.

가져간 양주를 내려놓았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일단 예의는 지켜줘 보자.

어떤 놈인지 살피려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 김태수입니다. 이 양주는 서비스로 가져온 것이니 부담 없이 드십시오. 그리고 혹시 저의 클럽에 불만이 있으시거나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있으신지요?”



“그려? 그 짝이 여기 사장이구만. 잘 생겼네. 영화배우해도 되겠어. 이리 와서 술 한 잔 따라봐. 여자가 따라주는 맛하고 요로콤 잘 생긴 사내가 따라주는 맛이 다르지잉” 하며 잔을 들고 있다.



태수가 술을 따라주면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꽁지머리를 유심히 바라보며 손을 슬쩍 보았다.

요지를 던진다는 말은 몸의 급소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요지는 가벼운 대신에 힘이 없기 때문에 멀리보다는 가까운 상대에게 던질 것이다.



언제 요지가 날아올지 제대로 보지 못하면 태수 자신도 쓰러진다.

그래서 눈치 안채게 손의 움직임에 주의 하고 있었다.

태수의 양 발목에는 손바닥 크기의 칼이 숨겨져 있다.

혹시 몰라서 쌍칼도 허리 뒤 벨트에 차고 나왔다.



“그 짝도 한잔 할텨? 오늘따라 술이 아주 술술 잘 넘어 가네잉”



“한 잔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렇지, 요래 나와야 기분이 팍팍 살아나지잉. 젊은 친구가 사람 기분을 참 잘 맞춰 주는구만. 자, 한 잔 마시고 나도 한 잔 줘봐. 그리고 우리 이바고 좀 해보자고.”



태수가 술 한 잔을 마셨다.

손수건으로 자신의 입이 닿은 부분을 깨끗이 닦아낸 다음 꽁지머리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이놈이 볼일이 있긴 있나보다.

이바고를 하자는 것을 보니.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하시지요.”



“내 이름은 김성기라고 혀. 옛날에 용도파에 잠시 있었다가 용도파가 동방파로 넘어가고 나서는 독고다이로 뛰고 있어. 근데 혼자는 외로워! 외로워서 매일 술만 처먹으러 다니고... 도대체 사는 낙이 없어버려. 배운 게 주먹질이라고 맨날 싸움질만 하고.... 괜히 성깔만 더 나빠지고... 이러다 인간 김성기 인생 종치겠구나 싶어서 쪽팔리지만 동방파로 한번 발 디뎌볼까 싶은데 워뗘? 받아 줄 텨? 실력은 아까 보여줬고. 아, 자네는 못 봤지잉?”



“받아주고 말고는 우리 큰형님이 결정하십니다. 그냥 동생 하나 받는 건 제선에서 해결하지만 김성기씨가 어떤 위치를 생각하는지 몰라도 간부급을 원하는 것이라면 제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일단 제게 실력을 보여주시죠.”



태수는 생각도 못했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물론, 이쪽세계에서는 싸움을 잘 하는 놈이 장땡이다.

간혹 진짜 싸움꾼을 외부에서 간부급으로 영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소란부터 피우면서 간부급을 원한다면 태수 자신이 싫다.



‘짜식, 얌전히 고개 숙이고 들어와도 받아줄까 말까인데 감히 내 구역, 내 가게에서 깽판을 쳐? 그리고 뭐, 간부급? 이런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태수는 꽁지머리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괘씸해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가씨는 잠깐 나가 봐요.”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태수는 아가씨의 뒤를 따라가서 문을 잠그고 꽁지머리를 쳐다보았다.

태수는 허리 뒤에 숨겨놓은 쌍칼을 뽑자마자 휘리릭 돌리면서 재빠르게 테이블로 올라갔다.

두 걸음 만에 꽁지머리 사내의 얼굴을 발로 차버렸다.



그리고 칼 한 짝을 어깨에 힘차게 박고,

나머지 한 짝으로는 목에다 대었다.

꽁지머리 사내가 미처 이쑤시개를 꺼낼 생각도 못한 채 눈 한번 깜빡 했을 뿐인데 칼이 목에 닿은 것이다.

꽁지머리 사내는 이렇게 빨리 자기 앞으로 올지 몰랐다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태수에게 돌렸다.



칼이 닿아있는 상태에서 태수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주르륵 한줄기 피가 흘러내린다.

가까운 거리에서 꽁지머리 사내의 얼굴을 보니 뺨에 새겨진 흉터가 꽤 깊다.

약간 물기에 젖어 빛을 발하는 것이 독사의 눈 그대로다.

진짜 독사 같은 놈이다.

아홋, 재수 없어.



꽁지머리 사내는 어깨에 박힌 칼을 한번 쓱 쳐다보고 목에 닿은 칼도 한번 쓱 쳐다본다.

인상 한번 안 찡그리는 것을 보니 깡다구가 보통이 아닌 놈이다.

어깨에 박은 칼의 느낌이 뼈에 닿은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맨 살에 박았는데 가만히 있는 꼬라지가 내심 더 얄밉다.



태수가 꽁지머리 사내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재밌게 잘 놀았냐? 아가씨 끼고 공짜로 양주 쳐 마시니... 기분 좋았겠다. 응?”



“너무 그러지 마쇼잉. 나도 시방 깜짝 놀란 사람이니께. 생긴 것 하고 다르게 싸움을 참 잘 하요잉. 내가 용도파에 있을 때는 내 실력이 좀 먹혔는데 동방파에서는 안 먹어주네... 쩝! 다음은 서방파나 한번 가봐야 쓰것네. 아, 오늘 내 꼬라지가 쪼까 쪽팔리는구마잉. 후후후...



“그래서 지금 서방파로 갈라고? 거기서는 받아준데? 동방파에서 안 받아줘서 서방파로 갔다고 소문 좀 내줘? 그래도 서방파에서 받아줄까? 나 같으면 접시 물에 코 박고 콱 죽어버리겠다. 이 독사 같은 놈아!”



“그럼 어쩌라고? 여기서 안 받아준다면서!!!”



뭐 낀 놈이 성질부린다고 이놈이 갑자기 소리를 빽 지른다.

태수는 칼이 박히고 목에 칼이 닿아 있는데도 꼼짝 않으면서 소리를 지르는 놈의 깡다구가 차라리 귀엽다.

에잇, 독사 같은 놈.



“좋아, 니 깡다구 내가 사마. 내 밑으로 들어와. 그럼 밥은 굶지 않게 해주마. 어때?



“나 안 받아준다면서?”



“내가 언제 안 받아준다고 했어? 여기서 나가 서방파로 가면 소문낸다고 했지 너 안 받아준다고 한적 없어. 어떡할래? 내 밑으로 들어올래, 말래?”



“근데 시방 때가 어느 땐데 일시키고 밥만 준다요? 월급이라든가 뭐, 팁이라든가... 그런 거 없어요?”



“너 하는 거 봐서 월급을 줄지 팁을 줄지 할게. 예전에 용도파에서는 어쨌는지 몰라도 여기서는 니가 막내다. 알았어? 형님들한테 잘해라! 예쁜 짓도 좀 하고. 알지? 사회생활.”



“아, 진짜 너무하네. 내 나이가 몇 살인데 막내다요. 용도파에서는 중간보스였는데 여기서 다시 시작하라고 하다니. 나, 안할라요. 서방파도 안가면 되잖아요. 걍, 혼자서 빌어먹다 죽을라요. 배 째!!!”



태수는 기가 막혀서 목에 댄 칼을 치웠다.

뒤통수를 한 대 팍 때리며,



“에라이, 독사 같은 놈아! 뭘 잘했다고 소리는 질러.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보자기로 보이나. 야, 너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냐? 이 미친놈아! 하아... 참, 나... 미친 망둥이가 따로 없네.”



하도 기가 막히면 말도 안 나오나보다.

어이상실 이라고나 할까?

꽁지머리 사내놈 아니,

이제부터 독사라고 불러야겠다.

독사 놈은 어깨에 칼도 빼달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칼을 비틀어 찌른 게 아니기 때문에 상처는 그리 심하지 않을 것이다.



“어떡할 거야? 빨리 결정해. 내 밑으로 들어올래 아니면 니 말대로 대충 살다 죽을래.”



“나, 막내는 안 할라요. 나도 양심이 있는데 설마하니 보스 시켜달라고 하겠소? 그렇지만 이건 아니징. 아, 군대도 짬밥이라는 것이 있듯이 이 세계에서도 짬밥이 있는데 대우는 어느 정도 해줘야징. 그래도 경.력.사.원...인데 안 그라요?”



“그래, 어느 정도의 위치를 원하는데?”



“형님... 바로 아래...면 될 것 같은데...”



독사는 머리를 긁적긁적 긁어대며 태수를 빤히 쳐다본다.


에헤...

이런 독사 같은 놈을 보았나.

내 바로 아래?

이거 정말 또라이 아냐?

얼굴에 철판 깐 거하고 능구렁이 뱃속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큰형님 다음으로 두 번째 만난다.



“좋아, 내 밑이다. 그런데 내 밑으로 몇 명이 더 있으니까 개들하고 사이좋게 지내? 애들이나 손님한테 성깔부리고 깡다구부리면 죽는다.”



독사 놈은 그제야 실실 쪼개며 어깨에 박힌 칼을 빼달라고 지랄이다.

칼이 뽑히면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릴 것이다.

룸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 카운터에다,

소독약이랑 상처에 난데 바르는 연고랑 대일밴드 좀 가져오라고 했다.

에혀. 사람 하나 들이기가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원.



몇 달에 한 번씩 정보를 주던 정우형에게서 ‘태수야! 바쁘니?’하는 암호가 떴다.

급할 때는 직접 전화를 걸어와, ‘영수 전화 아닌가요?’ 하는 암호를 댄다.

그러면 정우형이 자연스럽게 접촉을 해온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전화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

평상시 암호인, ‘태수야! 바쁘니?’하는 문자가 오면 밖으로 나가 적당한 커피숍이나 사람이 많은 백화점 건물로 들어간다.

그러면 따라 들어온 정우형에게 보고를 하면 된다.

태수의 전화번호에 정우형 전화번호는 저장되어 있지 않다.

절대로 저장시키지 말고 외우라고 했기 때문이다.



커피숍 입구를 마주보고 구석진 곳에 앉은 정우형이 보인다.

둘은 커피를 시켜놓고 대화를 이어갔다.

“오랜만이에요. 정우형. 잘 지내셨어요?”

“그래. 난 잘 지냈다. 너는 아무런 일없이 지내는 거야?”

“예. 전 잘 지내요. 오늘은 특별히 보고할만한 정보가 없네요. 독사라는 별명의 동생 하나가 제 밑으로 들어온 것 말고는.”

“별일이 없으면 좋은 거지. 다음 보고 때까지 늘 조심하고. 알았지?”

“예. 항상 주위를 살피면서 살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그렇게 오늘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태수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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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림택근 2 +2 18.10.17 643 7 14쪽
84 림택근 1 +2 18.10.16 669 7 13쪽
83 또 다시 함께 2 +2 18.10.15 633 6 14쪽
82 또 다시 함께 1 +4 18.10.12 695 8 15쪽
81 천명, 평양을 가다 4 +2 18.10.11 629 7 13쪽
80 천명, 평양을 가다 3 +2 18.10.10 663 9 13쪽
79 천명, 평양을 가다 2 +2 18.10.08 729 8 16쪽
78 천명, 평양을 가다 1 +2 18.10.05 791 9 15쪽
77 정창훈 12 +2 18.10.04 754 9 13쪽
76 정창훈 11 +2 18.10.03 737 7 14쪽
75 정창훈 10 +2 18.10.02 787 9 15쪽
74 정창훈 9 +2 18.10.01 775 7 12쪽
73 정창훈 8 +2 18.09.28 803 9 13쪽
72 정창훈 7 +2 18.09.27 770 9 13쪽
71 정창훈 6 +2 18.09.26 833 8 15쪽
70 정창훈 5 +2 18.09.25 822 8 15쪽
69 정창훈 4 +2 18.09.24 855 7 17쪽
68 정창훈 3 +2 18.09.21 906 9 14쪽
67 정창훈 2 +2 18.09.20 971 7 16쪽
66 정창훈 1 +2 18.09.19 919 8 16쪽
65 국가 정보원 2 +2 18.09.18 981 7 13쪽
64 국가 정보원 1 +2 18.09.17 1,012 9 15쪽
63 새로운 임무 8 +2 18.09.14 997 11 13쪽
62 새로운 임무 7 +2 18.09.13 1,076 10 16쪽
61 새로운 임무 6 +2 18.09.12 1,031 12 14쪽
60 새로운 임무 5 +2 18.09.11 1,080 14 15쪽
59 새로운 임무 4 +2 18.09.07 1,140 10 15쪽
58 새로운 임무 3 +2 18.09.06 1,127 12 14쪽
57 새로운 임무 2 +6 18.09.05 1,288 16 15쪽
56 새로운 임무 1 +4 18.08.04 1,455 14 14쪽
55 7급 공무원 4 +2 18.08.03 1,392 15 13쪽
54 7급 공무원 3 +2 18.08.02 1,578 15 13쪽
53 7급 공무원 2 +2 18.08.01 1,490 14 16쪽
52 7급 공무원 1 +7 18.07.31 1,622 16 14쪽
51 천명, 미국가다 5 +6 18.07.30 1,589 18 17쪽
50 천명, 미국가다 4 +2 18.07.29 1,572 19 15쪽
49 천명, 미국가다 3 +2 18.07.28 1,795 19 14쪽
48 천명, 미국가다 2 +2 18.07.27 1,737 17 17쪽
47 천명, 미국가다 1 +2 18.07.26 1,672 19 16쪽
46 정보국장 함정우 5 +2 18.07.25 1,612 20 13쪽
45 정보국장 함정우 4 +2 18.07.24 1,631 20 16쪽
44 정보국장 함정우 3 +2 18.07.23 1,635 20 14쪽
43 정보국장 함정우 2 +2 18.07.22 1,643 18 13쪽
42 정보국장 함정우 1 +2 18.07.21 1,709 20 12쪽
41 슬럼프 2 +2 18.07.20 1,662 19 14쪽
40 슬럼프 1 +4 18.07.19 1,714 21 18쪽
39 오랜 친구 상태 2 +4 18.07.18 1,994 21 14쪽
38 오랜 친구 상태 1 +2 18.07.17 1,898 19 16쪽
37 나영 누님 +2 18.07.16 1,762 22 16쪽
36 이중 스파이 2 +2 18.07.15 1,788 20 17쪽
35 이중 스파이 1 +2 18.07.14 1,733 22 15쪽
34 천명의 날들 3 +2 18.07.13 1,760 21 14쪽
33 천명의 날들 2 +2 18.07.12 1,756 18 14쪽
32 천명의 날들 1 +2 18.07.11 1,856 20 15쪽
31 위험한 날 3 +2 18.07.10 1,848 19 14쪽
30 위험한 날 2 +2 18.07.09 1,963 18 18쪽
29 위험한 날 1 +4 18.07.08 1,874 21 15쪽
28 동방파의 현주소 3 +2 18.07.07 1,951 20 13쪽
27 동방파의 현주소 2 +2 18.07.06 1,881 17 15쪽
26 동방파의 현주소 1 +4 18.07.05 1,958 18 15쪽
25 10년이 지난 후 +2 18.07.04 2,206 22 16쪽
24 태수의 승진 +2 18.07.03 1,919 21 16쪽
23 마약거래 +2 18.07.02 1,913 21 14쪽
22 고달픈 인생들 2 +4 18.07.01 1,962 25 15쪽
21 고달픈 인생들 1 +2 18.06.30 2,124 21 14쪽
20 기술자 3 +2 18.06.29 1,939 21 14쪽
19 기술자 2 +2 18.06.28 1,980 20 14쪽
18 기술자 1 +2 18.06.27 2,006 22 13쪽
17 배신자 2 +2 18.06.26 2,049 23 15쪽
16 배신자 1 +2 18.06.25 1,995 25 15쪽
15 정보원 4 +2 18.06.24 1,977 21 15쪽
14 정보원 3 +2 18.06.23 2,063 24 13쪽
13 정보원 2 +2 18.06.22 2,079 18 13쪽
12 정보원 1 +2 18.06.21 2,165 19 16쪽
11 미국 출장 2 +2 18.06.20 2,185 19 13쪽
10 미국 출장 1 +2 18.06.19 2,341 21 17쪽
9 큰형님으로부터 온 임무 3 +6 18.06.18 2,354 25 14쪽
8 큰형님으로부터 온 임무 2 +2 18.06.17 2,402 24 15쪽
7 큰형님으로부터 온 임무 1 +2 18.06.16 2,473 25 14쪽
6 천재 천명이 +2 18.06.15 2,523 24 14쪽
5 만남 2 +2 18.06.14 2,583 24 16쪽
4 만남 1 +2 18.06.13 2,673 25 9쪽
» 내 편 만들기 프로젝트 +2 18.06.12 3,055 26 22쪽
2 영도파 +4 18.06.11 3,566 30 17쪽
1 태수야, 바쁘니? +2 18.06.11 5,089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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