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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경

이중 스파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아처경
작품등록일 :
2018.04.16 03:23
최근연재일 :
2018.10.31 20:0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44,696
추천수 :
1,499
글자수 :
629,035

작성
18.06.11 20:08
조회
5,088
추천
35
글자
12쪽

태수야, 바쁘니?

DUMMY

1998년 어느 날.

서울 강남구 일대의 구역을 담당하는 조직은 동방파이다.

태수는 동방파의 중간보스다.

나름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28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중간보스로 올라섰다.

이 말은 행동파대장으로서 그만큼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싸움실력, 그리고 리더십이 출중했다는 뜻이다.



태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태수의 외모만 보고 조폭인 것을 모를 때가 많다.

키 184, 몸무게 73kg.

매일 운동으로 다져진 아주 훌륭한 몸매다.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이 없는 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이 아주 맑고 컸다.



어찌 보면 여성스러운 느낌이 언뜻 엿보인다.

당연히 여자들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인상이다.

한마디로, 태수의 외모는 매력 뿜뿜이다.

옷 입는 스타일도 이제 막 입사한 회사원처럼 초롱초롱 풋풋하다.

머리 역시 최신 유행으로 깔끔하게 다듬었다.

전체적으로 무척 세련되게 보인다.

가끔씩 길을 걷다 보면 연예인인줄 안다.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사람들도 많다.



태수의 말하는 스타일은 또 어떻고?

조폭세계에서 늘 듣는 ‘씨발’ 소리 한번 하지 않는다.

조곤조곤 침착하게 말한다.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으로 지레 짐작하여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의 만만해 보이는 겉모습에 속으면 뒤통수 얻어맞기 딱 알맞다.

그가 싸움터에 나설 때는 두 자루의 쌍칼을 든다.

쌍칼의 손잡이에는 손가락만한 구멍이 뚫려있다.

그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으면 어떤 순간이 와도 칼을 놓치지 않는다.



쌍칼을 든 후, 양손으로 먼저 휘리릭 돌린다.

이렇게 돌려야 상대가 ‘쟤, 뭐하는 거지?’ 한다.

그냥 멀뚱히 쳐다볼 때, 잠시의 시간을 버는 행위이다.

태수에게는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지듯 날카로운 긴장감을 주는 행위이다.



그 잠시의 시간이 싸움에서는 아주 유리한 타이밍이다.

칼끝이 팔목에 일자로 닿게 잡는다.

그리고 잽싸게 뛰어가 상대방을 찌른다.

또 다른 상대방에게 달려간다.

발로 어깨나 가슴을 차며 더 높이 뛰어 오른다.

높이 뛰었다 떨어지는 힘으로 상대를 찍어댄다.



어찌나 몸이 빠르던지 벽을 타고 펄펄 날아다닌다.

태수의 싸움은 늑대가 양떼들을 물어뜯는 것 같다.

태수의 칼 다루는 솜씨는 일품이다.

타고난 싸움꾼이 저러할까 싶을 만큼.

도무지 무서움과 겁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 같다.

과감하게 행동하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잘도 피하고 잘도 찌른다.



최근 1년 가까이 다른 조직들과 큰 다툼이 없었다.

덕분에 행동대장인 그가 특별히 나설 일도 없었다.

그래서 요 근래에 들어온 동생들은 태수의 겉모습만 보고 ‘어떻게 저리 여자같이 야리야리하게 생긴 사람이 중간보스일까?’ 무척 궁금해 한다.



그러다 선배들한테 물어보면,

타고난 싸움꾼에 무서운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다들 의아해 한다.

‘진짜예요?’ 하면서.



요즘 태수의 하루 일과는 간단하다.

저녁에 자신이 맡은 구역을 한 번씩 돈다.

별 이상이 없나 살펴보는 것이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새벽까지 대기하다 퇴근한다.



그리고 몇 달에 한 번씩 정보과장을 만나 동방파에 대한 정보를 주면 된다.

그렇다, 태수는 ‘정보원’이다.

일명, ‘프락치’로 중간보스에 올라간 시점부터 정보를 주기 시작했다.

태수가 중간보스로 올라갈 때까지 알게 모르게 정보과장 정우형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태수가 싸움판에서 싸울 때 싸움이 불리하면 경찰을 출동시켜 싸움을 말리고, 싸움이 유리한 국면이면 아무리 신고를 하여도 늦장 출동을 하는 식으로.

또한 다른 파의 정보를 태수에게 알려주어 태수가 먼저 선점할 수 있게끔 여러 가지 도움을 주었다.



서울은 동방파와 서방파가 양분하고 있다.

암묵적으로 서로의 구역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동방파는 조직의 내실을 다질 수 있어서 기반이 탄탄해졌다.



태수가 퇴근을 하려는 찰라, 휴대폰의 메시지가 뜬다.

‘태수야, 바쁘니? 여기 현대 백화점이다’라는 문자다.

경찰청 정보과장 정우형이 만나자는 뜻이다.

태수는 문자 메시지를 지웠다.

그리고 근처의 현대백화점으로 들어갔다.




현대백화점 남성복 5층 코너로 올라간다.

남성복 코너에서 옷을 고르는 척 하며 정우형을 찾는다.

정우형이 복도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다.

태수도 옷을 고르다 말고 벤치로 갔다.




“태수야, 잘 지냈어? 얼굴이 좀 빠진 것 같다.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야?”

“형. 오랜만이에요. 저는 잘 지냈어요. 형도 잘 지내셨죠?”

“응. 나도 잘 지냈어. 시작해. 보고할 것 있으면.”

“며칠 전에 도끼파를 접수했는데 사무실에서 마약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현금이 수십억 나왔고요. 매일매일 수금을 하지 않고 한꺼번에 모았다 은행에 넣나 봅니다. 도끼파는 마약도 거래하고 도박판도 벌였습니다. 그래서 현금이 그렇게 많았나 봐요. 현금은 고스란히 위에 큰형님께 드리고 마약은 거래하던 동두파에 싸게 넘겨서 현금으로 받아 역시 큰형님께 드렸습니다.”




듣고 있던 정우형이 묻는다.

“동방파 큰형님 이정준의 돈은 누가 관리하니?”

“잘은 모르지만 큰형님의 친위부대가 따로 있습니다. 거기서 관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비자금이 꽤 많겠네?”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제 위치가 큰형님의 비자금까지 알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서.”




다시 정우형이 물어본다.

“이정준의 돈줄이 주로 어디에서 나오니?”

“사채업하고 룸싸롱에서 제일 많이 벌어들입니다.”

“사채업은 몇 개나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에 흩어져 있어 정확히는 모르지만 제가 아는 것은 8곳입니다.”



그렇게 보고를 하고 있는데,

“태수야! 너 여기서 뭐하냐?”

태수는 깜짝 놀랐다.

동방파 서울지역의 같은 중간파 보스인 이길룡이 서있다.

같은 중간파 보스라도 태수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이길룡이 오는 줄도 모르고 보고를 했는데 혹시 들었을까 염려된다.

태수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너무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라 얼른 대답을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쳐다보았다.



정우형이 대신 대답을 한다.

“태수랑 아는 사이입니까? 저는 태수 고아원에서 같이 지냈던 아는 형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어디 가서 해장국이나 드시지 백화점에는 웬일로....”



태수가 정신을 차리며 말을 했다.

“이 형님 옷 한 벌 사드리려고 왔는데 싫다고 하시네요. 하도 오랜만이라 그동안 밀린 얘기 좀 하고 있었는데... 형님은 여기 웬일로?”

“나도 여기 옷 사러 왔다. 저녁에는 시간이 없어서 퇴근하는 길에 들려서 사려고. 근데 뭔 얘기를 그리 심각하게 해? 반가운 표정보다 굳어있는 네 얼굴이 더 웃긴다. 짜식.”




태수가 굳은 얼굴을 펴려고 애를 썼지만 잘 안 된다.

“형님. 그럼 옷 사시고 가십시오. 저는 이 형님과 함께 어디 가서 소주나 한잔 마시고 들어가렵니다.”

“어. 그래라.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아는 형님.”

‘아는 형님’이라는 말에 힘을 주며 이길룡이 묘한 웃음을 지은 채 태수의 곁을 지나갔다.

태수는 정우형에게,

“형. 저 형님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쩌죠?”

“걱정하지 마라. 깜빵에 잠깐 보내놓지 뭐.”

“어떻게요? 저 형님 깜빵에 갔다 온지 얼마 안됐는데.”

“에헤. 걱정하지 말라니까. 다 방법이 있어.



정우형은 태수의 앞에서 전화를 한다.

지난번 도끼파 사라지는 과정에서 동방파 중간보스 이길룡이 함께 했었다는 말을 하며 잡아넣으라고 했다.

도끼파에 적당한 인물을 내세워 진단서를 끊어 고소하라고 알려주었다.

지금 현대백화점에 있으니까...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태수는 정우형의 일처리를 보며 놀랬다.

너무 깔끔하게 대처를 하는 것을 보고.



이길룡은 옷을 고르는 척하며 태수가 있는 쪽을 다시 한 번 쳐다본다.

뭔가 요상한 분위기이다.

아는 형님이라는 사람한테서 공무원 냄새가 난다.

‘혹시 짭새가 아닐까?

에이, 아니겠지.

태수가 조직에 얼마나 열심히 앞장서는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분위기 파악이 잘 안 되는 걸 보니.‘



이길룡이 이것저것 한참동안 옷을 고른다.

겨우 옷을 골라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태수는 소주를 마시러 갔는지 안 보인다.

이길룡이 가던 길을 가려고 하는데 앞에서 두 명의 남자가 이길룡을 쳐다보며 다가온다.



이길룡에게 볼일이 있는 것처럼 다가와 말을 시킨다.

“이길룡씨 되시죠?”

“예. 제가 이길룡입니다만...”

“잠깐 서에 같이 가셔야겠습니다.”

하면서 신분증을 보여준다.

이길룡은 가슴이 덜컹한다.



최근에 도끼파를 부수는 일에 가담한 거 말고는 범죄를 저지른 일이 없는데 무슨 일인지.

“제가 무슨 죄를 저질렀습니까? 왜 경찰서에 가야 합니까?”

이길룡은 최대한 일반 시민인척 하며 묻는다.

경찰은, ‘수갑을 채워서 갈래, 조용히 따라 올래?‘ 하며 다그친다.

이길룡은 쪽팔리게 수갑을 채우느니 그냥 따라가겠다고 하며 따라가다 도망을 쳐버렸다.



“이길룡! 거기 서. 야이, 자식아 거기 안 서?”

경찰이 뒤 쫒아 오지만 이길룡은 무조건 도망만 친다.

경찰이 무전기로 일층 입구에 있는 동료에게 뭐라고 한다.

일층에 있던 동료 경찰이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서 내려오는 이길룡을 보며 어깨로 부딪혀 쓰러뜨린 후 잡았다.



“도망가면 우리가 못 잡을 것 같았어? 이 싸가지야!”

하며 머리통을 한 대 때린다.

이길룡은 도대체 뭣 때문에 잡아가는지 이유라도 알자면서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었다.

안 가려고 버티는 이길룡을 잡아끌고 백화점 지하 주차장으로 데려 간다.



이길룡의 맞은 편 형사는 도끼파에서 진단서 끊어 고소를 해왔다고 하면서,

“어떡하니? 또 깜빵가게 생겼네. 그러게 조용히 살아야지 그렇게 설치고 다니면 평생 고생을 한다. 적당히 합의해라. 또 깜빵 갈 수 없잖아.”

이길룡은 기가 막혔다.

같은 주먹을 쓰는 놈이 고소를 하다니.

양아치 같은 놈들.



맞은 편 형사는 한명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모양이다.

“아까 아는 척 하던 사람도 이번에 도끼파를 치는데 함께 했지? 그 두 사람 전부 다 같이 한 거야?”

이길룡은 어이가 없다는 듯 손을 흔들며,

“그 두 사람 중에 한명은 아는 동생이고 또 한사람은 오늘 처음 본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는 동생은 주먹 쓰는 사람이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이길룡은 필사적으로 태수를 걸고넘어지는 형사로부터 빼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태수는 고향의 아는 동생일 뿐이라며.

이길룡이 거품물고 아니라는 열변이 통했는지 맞은 편 형사는 마지못한 듯 의심을 거두는 것 같았다.

속으로 이길룡은 후 하며 안심을 했다.

만약 자신으로 인해 태수가 걸려들면 큰형님의 화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이길룡은 정우가 쳐놓은 그물망에 잡혀 또 다른 동료가 잡히는 것을 극구 부인해야 했다.

덕분에 이길룡은 태수가 아는 형님이라고 말한 정우에 대해서 신경 쓸 겨를이 없어졌다.

당장 자기 코가 석자는 빠지게 생겼는데 오늘 처음 본 사람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태수와 같이 있었던 정우형의 의심은 이길룡으로부터 걷어졌다.





< 태수야, 바쁘니? > 끝


.


작가의말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꾸벅~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18.10.31 20:12
    No. 1

    24번째로 재밌어요. 아주 잘 읽어지네요. 그런데 인기가 좀 없네요. 연재 시작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작가님 힘내세요. 응원하는 독자가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2 아처경
    작성일
    18.10.31 21:16
    No. 2

    인기가 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폐허가 되다시피... ㅠㅠ
    그래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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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위험한 날 1 +4 18.07.08 1,873 21 15쪽
28 동방파의 현주소 3 +2 18.07.07 1,950 20 13쪽
27 동방파의 현주소 2 +2 18.07.06 1,881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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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정보원 1 +2 18.06.21 2,165 19 16쪽
11 미국 출장 2 +2 18.06.20 2,185 19 13쪽
10 미국 출장 1 +2 18.06.19 2,341 21 17쪽
9 큰형님으로부터 온 임무 3 +6 18.06.18 2,353 25 14쪽
8 큰형님으로부터 온 임무 2 +2 18.06.17 2,402 24 15쪽
7 큰형님으로부터 온 임무 1 +2 18.06.16 2,473 25 14쪽
6 천재 천명이 +2 18.06.15 2,523 24 14쪽
5 만남 2 +2 18.06.14 2,583 24 16쪽
4 만남 1 +2 18.06.13 2,672 25 9쪽
3 내 편 만들기 프로젝트 +2 18.06.12 3,054 26 22쪽
2 영도파 +4 18.06.11 3,566 30 17쪽
» 태수야, 바쁘니? +2 18.06.11 5,089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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