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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경

이중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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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처경
작품등록일 :
2018.04.16 03:23
최근연재일 :
2018.10.31 2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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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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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슬럼프 1

DUMMY

천명이가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학교로 돌아갔다.

주말동안 아버님은 기분이 무척 좋으셨나보다.

태수가 집에 퇴근하고 들어오면 얼굴이 무척 밝으시다.

덩달아 태수의 기분도 좋아진다.

천명이가 의예과를 선택했다는 말을 들은 태수는 속으로 ‘참 다행이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천명이가 판, 검사나 경찰이 되고 싶다고 하면 조직에서 손을 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태수의 마음을 헤아려 준 천명이 몹시 고맙다.

요즘 태수는 기분이 우울했다.

상태가 조직에서 손을 떼고 나갔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겠지만 조직의 정점에 올라서고 보니 재미가 없다.

조직은 태수가 있든지 없든지 잘 돌아가고 있었다.

태수가 없어도 딱히 아쉽다거나 답답하지 않다는 말이다.

감히 동방파를 건드리는 조직들이 없어 신경 쓸 일도 없다.

태수는 새로 세력을 구축하거나 회사를 인수하거나 할 생각이 없다.

있는 사업장만 잘 굴려도 조직원들을 건사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제 슬슬 마약에서 손을 떼는 것이 어떨까 한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그동안 마약을 너무 오랫동안 해왔다.

지금쯤은 동방파가 마약을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짭새들이 눈치를 채고도 남는다.

다만, 어디서, 누가, 어떻게 하는 줄을 모를 뿐이다.

정우형은 예전부터 마약에 관해서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태수가 본격적으로 동방파에 발을 담가버린 행위인데도.

마약을 만드는 일은 태수에게 가장 큰 일중 하나이기 때문에 늘 조심 또 조심했다.

태수만 조심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 걸릴 수도 있는 일이다.

마약만 아니라면 동방파는 깡패집단이 아니다.

대부분 양지로 올라와있어 짭새 아니라 국세청이 와도 당당하다.

마약이 벌어다주는 돈의 유혹 때문에 지금까지 마약거래를 해왔다.

덕분에 동방파 홀로 승승장구하는 내실을 다져서 회사 유보금(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무려 7조가 넘게 쌓여있다.

태수는 일단 마약거래를 중지시키고 현재 있는 사업장만으로 동방파를 건사해보기로 했다.

한번 해보고 정 안되겠으면 그때 가서 다시 거래하면 될 일이 아닌가.

지금 동방파는 말이 깡패지 실제로는 어엿한 그룹이다.

아버님이 만들어 놓으신 양지의 회사들 말고도 태수가 양지로 끌어올린 회사가 꽤 된다.

이 두 회사들을 다 합하면 굴지의 대기업이 된다.

물론, 자잘한 사업장들이 많아서 대기업이라고 버젓이 우기기는 어렵지만 내실만 가지고 따진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태수는 열심히 살았다.

하루하루를 날로 먹은 적이 없었다고 자부한다.

다행히 조직원들도 잘 따라와 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태수의 생각이 잘못 되었다며 밤낮 고성이 오가거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적이 없을 정도로 잘 무난하게 따라주어서 오늘날 동방파가 국내 최고의 조직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조직원들에게 참 고맙다.

태수는 늘 적당한 긴장감에 사로잡혀 살아왔다.

그런 태수가 최근 아무런 긴장감이 생기지를 않는다.

모든 일에 대해서 그 어떤 감흥도 없는 마음이다.

특별히 긴장을 하거나 신중해야 하거나 집중할 일이 없다보니 점점 슬럼프에 빠지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구역 하나라도 접수하겠다고 악착같이 싸움질을 할 때가 가장 전성기였나 보다.

한 단계씩 위를 향해 올라가는 성취감이 태수를 매일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동생들을 다독거리며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은 다독거릴 동생들도 없다.

다 자기 밥벌이들은 하고 있고 한소리 들을 짬밥들도 아니다.

태수는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외로울 틈이 없었고 늘 주위에 챙겨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태수는 언제나 책임감에 둘러싸여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시간이 많아지고 챙겨야 할 사람들이 다 알아서 자기 일들을 하니까 태수가 할 일이 없어졌다.

딱히 결혼을 안했다고 해서 후회를 하는 건 아니다.

천명이가 있음으로 해서 결혼을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

왜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이게 말로만 듣던 슬럼프인가보다.

태수 인생에 두 번째로 마주하는 슬럼프다.

어린 태수를 고아원에 내다버린 작은 아버지 가족과 이모부 가족을 복수하고 나서 꽤 오랜 시간 슬럼프에 빠졌었다.

이럴 때는 특수부대 훈련원에서 1년간 훈련을 받았을 때처럼 아무런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외롭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도록 바빠야 하는데.

피곤할 일도, 바쁜 일도 없다.

물론, 바쁘게 살자면 얼마든지 분단위로 쪼개가며 살 수는 있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

동방파가 굴러가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이다.

지금은 동방파에 태수가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태수가 아닌 누가와도 마찬가지로 동방파는 잘 굴러갈 것이다.

이제 와서 이런저런 지난 일들이 후회가 된다.

지금에서야 너무 매몰찼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태수의 슬럼프는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매일매일 술을 마시며 잠이 들었다.

그런다고 해결이 되거나 무력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잠시 잊을 수가 있었다.

술을 안마시면 어쩐지 온 몸이 아픈 것 같다.

마치, 감기몸살에 걸린 것처럼 온 몸이 으슬으슬 춥다.

그래서 매일 술을 마시다보니 술이 더 늘어서 어지간해서는 취하지를 않는다.

원래도 술을 잘 마시는 태수였다.

그런 태수가 매일 마시다보니 느는 건 술 뿐이다.

폭탄주를 수십 번 만들어 마셔도 멀쩡하다.

혼자서는 술을 마시는 게 싫었다.

같이 다니는 동생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술을 일절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술 권유에 마음이 약해져 한잔씩 마시게 되자 한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잔이 되었다.

그 다음에는 다른 동생들도 같이 마셨다.

그날도 동생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서초동에 있는 상태와 늘 만나던 포장마차에서.

그곳은 상태를 만나던 장소라서 그런지 고향집 같은 기분이 들어 그날따라 술을 더 마시게 만들었다.

취해도 걸음걸이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던 태수가 비틀거릴 만큼 많이 마셨다.

동생들도 함께 마셨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였다.

운전하는 동생들만 남겨두고 다들 인사불성이 되도록 취했다.

집으로 가려고 일어나는 순간, 그들이 쳐들어왔다.

어느 파인지 모르겠다.

20~30명이 연장을 들고 태수네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다들 취한 상태였지만 위험을 느낄 정도는 되었다.

태수를 중심으로 뭉쳐서 싸움을 했다.

그러나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태수네 일행의 싸움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한명씩 쓰러지고 마지막으로 태수가 쓰러졌다.

운전 때문에 술을 안 마신 동생들이 다급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미 싸움이 시작되었는데 그들이 도착할 때쯤이면 태수네 일행은 다 죽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전화를 마치고 싸움판에 뛰어들어 태수를 보호하려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태수가 쓰러지자 그들은 태수를 자기들 차에 싣고 어딘가로 떠나버렸다.

쓰러져있던 동생들은 태수를 빼앗겼는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 성호와 발발이, 용식이, 독사가 나타났지만 태수는 누군지도 모르는 놈들에게 끌려간 뒤였다.

동방파는 초비상이 걸렸다.

감히 동방파의 최고 우두머리를 납치해간 놈들이 누군지를 알아내기 위해 동생들은 총력을 기울였지만 그들이 누군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하루가 꼬박 지났다.



***



태수는 술이 깨려는지 머리가 몹시 아팠다.

물이 마시고 싶었다.

“물.... 물... 물 좀... 주라”

아무리 물을 달라고 해도 동생들한테 소식이 없었다.

서서히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창틀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에 먼지들이 둥실둥실 떠다닌다.

어느 건물의 지하실인가 보다.

양 손목과 양 발이 X자 모양으로 꼭꼭 매여져 있었다.

입에도 뭔가 들어차있어 말이 흘러나오지를 못했다.

혼자 웅얼거리는 소리뿐.

태수는 너무 놀라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제 저녁부터 새벽녘까지 술을 마신 건 기억이 난다.

일어나려고 할 때 어떤 놈들이 나타난 것도 기억이 난다.

그제야 태수는 자신이 놈들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침착하자고 생각했다.

만약 죽일 생각이라면 이곳으로 데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뭔가 원하는 것이 있기에 납치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차분하게 놈들을 기다렸다.

자신을 납치한 사람들이 누군지, 어느 파인지 감도 못 잡겠다.

지하실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잠시 후, 지하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몇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태수가 눈을 떠 자세히 살펴보니 손에 각자의 연장을 들고 다섯 놈이 태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수가 그들을 쳐다보자 그들은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한국말이 아니다.

일본인들이다.

“이제 정신이 드나? 너 우리가 누군지 모르지? 우리는 일본의 이노우에 구니에를 회장으로 모시는 ‘고베야마구치구미’다. 들어본 적은 있겠지?”

지금의 야마구치구미의 회장인 시노다 켄이치로부터 파문을 당한 중간보스급 13개 파벌이 뭉쳐서 만든 조직이다. 야마구치가 처음 결성 된 곳이 고베지역이다.

마치 자기들이 진짜 야마구치인 것처럼, 적통인 것처럼 고베라는 지역을 이름 앞에 붙여 ‘고베 야마구치 구미’라고 부른다.

일본 야쿠자 조직의 두 번째로 큰 조직이 고베 야마구치 구미‘다.

태수는 이들이 마약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과의 접점은 마약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야마구치 구미조와 마약을 거래했는데 그것이 지금 이들을 움직이게 한 핵심인 것 같다.

태수가 고베 야마구치 구미를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놈들 중에 대장인 놈이 말을 이었다.

“한 조직의 수장이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서야 한국 최고의 조직이라고 할 수가 있나? 술을 마시려면 여자와 마셔야지 같이 다니는 동생들과 마시는 짓은 ‘날 끌고 가시오!’ 하는 소리나 마찬가지야. 덕분에 쉽게 너를 데려올 수 있었지.”

말을 하던 놈이 태수의 입에 채워놓은 헝겊을 치우라고 하자 입에 채워져 있던 헝겊이 사라졌다.

그것만이라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헉..헉... 내게 원하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험하게 다루지?”

“크하하. 역시 오야붕은 오야붕이구만. 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말을 거는 걸 보니까. 하긴 한국 최고의 오야붕이 이정도도 아니라면 너무 실망했을 거야. 신따로! 손이랑 발목이랑 풀어줘. 너무 험하게 다루어 미안하구만.”

신따로라는 놈이 태수의 팔과 발을 풀어주었다.

태수는 생각했다.

혼자서 저 다섯 놈을 상대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였다.

아직도 술이 덜 깨서 몸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더구나 쌍칼이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냥 맨손으로 저 놈들을 다 처리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벌써 딱 봐도 선수들만 추려서 데려온 것 같다.

어중이떠중이 잔챙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무리 중에 우두머리인 놈의 손에는 소음기까지 달린 권총이 있었다.

그러니까 태수의 손과 발을 풀어준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태수 역시 마지막에 가서는 맨몸이라도 저들에게 순순히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태수가 입을 열었다.

“후우. 말해. 뭘 원하는지.”

“별 거 없어. 야마구치에 대는 마약을 우리에게도 나눠달라는 거니까.”

“그럼 떳떳하게 거래를 원할 것이지 왜 이런 짓을 벌였지?”

“점잖게 말하면 네가 과연 말을 들을까? 수십 년간 야마구치와 거래를 했는데 이제 와서 우리와 거래를 했겠냐고?”

“그렇다고 이런 짓을 하면 거래에 좋을 이유가 없을 텐데. 거래를 한번만 하고 말 것이라면 몰라도 말이야.”

놈은 생각을 하는 건지 조금 뜸을 들였다 말을 이었다.

“한국의 야쿠자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서 한번 일을 벌여봤지. 뭐 결론은 지금 네가 우리 앞에 있는 것이 한국의 야쿠자 실태고. 음하하. 너무 부끄러워 하지마라. 그동안 너희들한테 덤벼드는 놈들이 없었으니까 경각심이 풀어진 것이지. 안 그래? 김태수 오야붕!”

“그래. 너희들 말대로 내가 너무 흐트러져 있었다. 인정하지. 그 결과가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있는 거니까. 그래서 원하는 게 마약이야?”

“그렇지. 말이 통해서 다행이구만. 한번으로 끝나는 거래가 아니라 앞으로도 쭉 우리와 거래하자는 것이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지금까지 거래하던 야마구치 구미가 있는데 새삼 왜 바꿔야 하지? 아무런 메리트도 없이 당신들과 거래한다면 야마구치 구미가 가만히 있을까? 당장 죽이려고 들 텐데 그 위험을 무릅써가며 너희와 거래할 이유가 뭐냐고?”

놈은 태수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태수의 말이 옳다는 뜻인가 보다.

“그럼 이렇게 하지. 지금까지 야마구치와 거래하던 금액에서 10%를 올려주도록 하지. 어때, 내 제안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 날 납치하고 이런 구질구질한 곳으로 데려와 죄인 취급을 한 너희들과 굳이 거래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이 자리에서 나를 죽여도 너희들은 마약거래를 못하게 될 거야. 내 허락 없이는.”

태수는 죽어도 이놈들과 거래하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놈들은 태수의 신체를 훼손하며 고문을 할 것이다.

그래도 거래하기 싫은 똥고집은 뭘까.

태수 스스로 생각해도 웃기는 일이지만 죽는 한이 있어도 이놈들이랑 거래하기 싫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그래, 생각해보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것이다.

놈들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최근처럼 막 살아 본 적이 없었다.

그 최후가 지금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이고.

지금 태수의 심정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천명이와 아버님이 마음에 좀 걸리지만 천명이도 이제 다 컸고 아버님도 살만큼 사셨다.

삶의 미련이 그다지 없다.

아주 오래전에 작은 아버지 가족과 이모부 가족에게 복수를 하고 난 다음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살아가는 이유가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던 날들.

반드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딱히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살고 싶어서 발버둥 친다면 두려워할 테지만.

놈들이 살짝 동요한다.

살고 싶어서라도 거래를 할 줄 알았나보다.

“네가 계속 고집을 부리면 우리도 어쩔 수 없어. 너를 죽이고 일본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야.”

“그러시던가. 그렇지만 마약거래 뿐만이 아니라 나를 죽인 대가로 엄청난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장담하지. 나를 죽이면 너희들이 무사할지 못할 거라는 것을.”

“우리가 너를 못 죽인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나오는 거야? 착각하지마! 우리는 정말 죽여 버려. 마약거래야 다른 곳과 하면 되는 거니까. 아쉬울 것 없어. 죽는 너만 바보지. 큭큭큭.”

“그럼 죽여보시던가. 날 죽이고 과연 너희들이 무사히 잘 살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하군.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을게.”

놈들은 아무런 말없이 태수를 노려보았다.

태수도 같이 노려보았다.

놈들은 왜 이렇게 태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몰라서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죽이는 건 어렵지 않지만 태수말대로 엄청난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가 누군지 몰라서 못 찾아오지만 태수가 끝까지 발견이 안 된다면 자기들 나름대로 정보를 모을 것이고 서방파를 앞세워 한국으로 들어온 자신들의 신원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다.

한국에 들어와서 서방파 놈들과 같이 술도 마시고 태수를 감시한다고 서방파 얘들이 손을 써주기도 했었다.

태수를 데려올 때도, 지금 있는 이 거처도 다 서방파가 제공했다.

그런 사실들이 결국 다 밝혀지게 되면 그때부터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싸움이.

이 자리에 있었던 자들은 어느 순간에 칼질 당할까봐서 늘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게 될 것이다.

무리 중 우두머리인 오다 요시노리가,

“네 생각에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나? 너도 좋고 우리도 좋은 그런 시나리오 말이야.”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시나리오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날 풀어줘. 그리고 정식으로 미팅잡고 거래요청을 해. 들어줄지 말지는 그때 가서 결정하겠지만.”

“너를 이대로 풀어주면 복수하겠다고 날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아. 너도 참 피곤하게 산다. 그냥 마약거래를 하면 될 것을 왜 여기서 하니 마니 해서 사람 골치 아프게 만들어? 이게 한국식 오야붕 태도야?”

“한국식 오야붕 스타일인지 아닌지 나도 몰라. 그렇지만 나를 풀어주고 정식으로 미팅 잡아서 거래요청을 하는 것이 맞아. 그래야 내 기분이 좀 풀릴 것 같아.”

“그렇다고 이대로 너를 풀어주기는 우리도 싫다. 힘들게 잡아왔는데 순순히 풀어준다는 것은 말이 안돼. 너를 납치하고 있으니까 우리들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까? 네 부하들이 너를 끔찍이 생각한다면.”

“아니.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야.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마약은 절대로 거래하지 못해. 설사 내 목숨가지고 거래를 해도.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봐.”

“좋아, 한번 확인해볼게. 네 부하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보자. 재미있겠는데. 하하하.”




< 슬럼프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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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천명, 평양을 가다 1 +2 18.10.05 790 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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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천명, 미국가다 1 +2 18.07.26 1,671 19 16쪽
46 정보국장 함정우 5 +2 18.07.25 1,612 20 13쪽
45 정보국장 함정우 4 +2 18.07.24 1,631 20 16쪽
44 정보국장 함정우 3 +2 18.07.23 1,635 20 14쪽
43 정보국장 함정우 2 +2 18.07.22 1,642 18 13쪽
42 정보국장 함정우 1 +2 18.07.21 1,708 20 12쪽
41 슬럼프 2 +2 18.07.20 1,660 19 14쪽
» 슬럼프 1 +4 18.07.19 1,713 21 18쪽
39 오랜 친구 상태 2 +4 18.07.18 1,994 21 14쪽
38 오랜 친구 상태 1 +2 18.07.17 1,897 19 16쪽
37 나영 누님 +2 18.07.16 1,761 22 16쪽
36 이중 스파이 2 +2 18.07.15 1,787 20 17쪽
35 이중 스파이 1 +2 18.07.14 1,732 22 15쪽
34 천명의 날들 3 +2 18.07.13 1,759 21 14쪽
33 천명의 날들 2 +2 18.07.12 1,756 18 14쪽
32 천명의 날들 1 +2 18.07.11 1,856 20 15쪽
31 위험한 날 3 +2 18.07.10 1,847 19 14쪽
30 위험한 날 2 +2 18.07.09 1,963 18 18쪽
29 위험한 날 1 +4 18.07.08 1,873 21 15쪽
28 동방파의 현주소 3 +2 18.07.07 1,950 20 13쪽
27 동방파의 현주소 2 +2 18.07.06 1,880 17 15쪽
26 동방파의 현주소 1 +4 18.07.05 1,957 18 15쪽
25 10년이 지난 후 +2 18.07.04 2,205 22 16쪽
24 태수의 승진 +2 18.07.03 1,918 21 16쪽
23 마약거래 +2 18.07.02 1,912 21 14쪽
22 고달픈 인생들 2 +4 18.07.01 1,960 25 15쪽
21 고달픈 인생들 1 +2 18.06.30 2,123 21 14쪽
20 기술자 3 +2 18.06.29 1,939 21 14쪽
19 기술자 2 +2 18.06.28 1,979 20 14쪽
18 기술자 1 +2 18.06.27 2,006 22 13쪽
17 배신자 2 +2 18.06.26 2,048 23 15쪽
16 배신자 1 +2 18.06.25 1,994 25 15쪽
15 정보원 4 +2 18.06.24 1,976 21 15쪽
14 정보원 3 +2 18.06.23 2,062 24 13쪽
13 정보원 2 +2 18.06.22 2,078 18 13쪽
12 정보원 1 +2 18.06.21 2,165 19 16쪽
11 미국 출장 2 +2 18.06.20 2,185 19 13쪽
10 미국 출장 1 +2 18.06.19 2,340 21 17쪽
9 큰형님으로부터 온 임무 3 +6 18.06.18 2,353 25 14쪽
8 큰형님으로부터 온 임무 2 +2 18.06.17 2,400 24 15쪽
7 큰형님으로부터 온 임무 1 +2 18.06.16 2,471 25 14쪽
6 천재 천명이 +2 18.06.15 2,522 24 14쪽
5 만남 2 +2 18.06.14 2,575 24 16쪽
4 만남 1 +2 18.06.13 2,671 25 9쪽
3 내 편 만들기 프로젝트 +2 18.06.12 3,053 26 22쪽
2 영도파 +4 18.06.11 3,564 30 17쪽
1 태수야, 바쁘니? +2 18.06.11 5,084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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