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점.
[아~! 9회 때의 4강전과 똑같ㅇ...]
““와아아아아!!!””
아. 이 뜨거운 열기. 이 뜨거운 함성. 마치 나도 저 무대 위에서 경...
““와아아아아!!!””
“다들 안 지치나?”
뜨거운 게 좋긴 한데, 이러다 타겠다. 타겠어.
“아 맞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그런데 부대표님이 누굴 찾으라고 했더라.
나는 부대표님이 자신으로 변장해 시위를 중단시켰다는 남자를 찾으라는 말에 경기장을 빙빙 돌고 있었다.
확실히, 어제 시위 마지막에 무대 위에 올라섰던 부대표- 부대표인지 아닌지 모름-님은 평소랑은 조금 다른 말투에 조금 다른 걸음걸이를 하고 계셨긴 하였다.
게다가 갑자기 시위를 끝내버린다는 폭탄선언까지 하신 바람에 시위가 끝나고 할 예정이었던 고깃집 회식도 다 없던 일로 돼 버렸고.
{나 안 그랬어!!!}
{아, 그냥 오늘 회식 하지말어. 어?! 나 안 그랬다니깐?!}
라고 부대표님이 노발대발하시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감히 우리 부대표님을?! 이라며(사실 회식이 취소돼서 화가 남) 우리 동료들이 부대표님의 증언대로 경기장 곳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뭐 기절을 당했다느니 병원으로 실려갔다느니 하는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갑자기 사라지셨다가 병원에서 나타나신 건 사실이긴 하지만.’
아무튼, 어제의 일을 대표님께서 듣고선 하필 일을 저지르신 게 부대표님-본인 말로는 아니라고 함-이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시다 결국 흐지부지 된 상황이었는데, 부대표님은 너무나도 억울했는지 내게 보너스를 주겠다고 하시면서 경기장에 있을 그 남자(아는 게 없음)를 찾으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다.
있긴 한데...
{그 외모나 옷차림이라던가 목소리? 그런 거 아시는 거 없으세요?}
{음... 너무 잠깐 봐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러면 어떻게 그 사람을...}
{부탁이다... 내가 너무 억울해서 그래.}
이렇게 돼서 일단 둘러보고 있긴 한데,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시작!!!]
“아, 이것만 보고 찾아봐야겠다.”
4강전은 못 참지~.
[아~ 권영수 천마와 위지천 천마, 서로를 향ㅎ...!]
콰아아아아앙-!
대충 기둥 뒤에 자리를 잡은 뒤 4강전을 보려던 순간, 갑자기 경기장에 거대한 빛기둥이 쏟아졌다.
“뭐, ㅁ...!”
나는 빛에 삼켜지기 전 간신히 [방어]*10을 몸에 둘러 충격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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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눈부셔서 시각이 차단되었던 몇 초간, 북한에서 쳐들어왔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뜬금없고 비현실적이잖아.
맨 처음 들렸던 굉음 이후론 사람들의 비명소리나, 땅이 갈라지는 소리는 물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영화에서나 보던 그 귀가 삐-하는 느낌이었다.
눈은 뜨기도 어렵고, 경기장이 빛기둥 때문에 무너지고 있는 모양인지 발을 딛고 있던 땅이 갑자기 없어지곤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물론 버프 덕분에 아프진 않았지만.
“후우...”
눈을 뜬 뒤 주변을 둘러보니 완전 폐허였다. 폐허.
사람들이 엄청 많은 상태에서 경기장이 무너져서 그런지 내 발밑에도 사람이 죽은 ㅊ...
“흐익!!!”
너무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으아아악!!!”
하필 발에 걸린 건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팔뚝, 넘어진 뒤 보이는 건 거대한 철골에 깔린 뒤 하체만 남은 시체였다.
“이, 이게 무슨...”
‘정신차리자.’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린 뒤 햇빛을 가리고 있던 콘크리트 벽돌 같은 것들을 하나 둘 씩 옆으로 치웠다.
다행히도 내가 경기장 최상층에 있던 덕분에 어디 몇십 미터 정도 깔려 있고 그러진 않아서 금방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 말은...’
이 밑엔 다 시ㅊ...
“에이씨. 기분 좆같네.”
하필 아까 잔해에서 빠져나올 때 살려고 바등바등하다가 죽은 여자를 본 상황이라 더더욱 좆같았다.
버프를 여기 모두에게 걸어주기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고민하다 쓰지 않은 내 자신 때문에 더 기분이 엿같았다.
‘그래도 시간을 되돌리면 괜찮아질거야.’
나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빛기둥으로 인한 충격파가 엄청 거셌는지 아직도 연신 땅을 뜷듯 내리쬐고 있는 빛기둥으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아까 그 맑았던 하늘과 뜨거운 햇빛은 어디 간 건지 먹구름이 가득 낀 하늘과 11월 초겨울의 은근히 추운 날씨가 암울한 상황을 부각시키고 있었고.
“여... 여기요... 사람 살ㄹ...”
“아, 잠시만요!”
나는 급하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뛰어가 구조물에 몸 절반이 끼어 있는 남자의 몸을 확인하곤, 구조물을 들어올렸다.
‘[힘]*20’
“끄, 끄으윽...!”
“잠시만 참으세요...!”
쿵.
“혹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아세요..?”
“글쎄요... 저도 지금 막 빠져나온터라.”
“도, 도와주세요!!!”
“저는 저쪽으로 갈테니, 선생님은 저기로!”
“예!”
다행히 남자에게도 무슨 능력이 있었는지 몸을 아예 못 쓰고 그러진 않아 남자와 함께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 둘 구조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으로 112에 신고를 하였는데,
“뭐야. 왜 신고가 안 돼?”
‘북한이 진짜 침공한건가?’
갑자기 사람들이 밀집돼있는 경기장에 폭격 비스무리한 것을 가하고, 위성을 폭파시키든 뭐하든 해서 통신을 차단시키는데, 전시상황이라 못 볼 게 뭔가.
“여, 여기요..! 우리 애가...!”
“잠시만요!”
잠시 생각할 틈새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기에, 일단 이상한 생각은 잠시 집어던지ㄱ...
콰아아아앙!!!
“운석...?”
“살아남은 사람의 능력이 아닐까요?”
“사, 살려...”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갑자기 빛기둥을 향해 거대한 운석이 내리꽂혔지만, 나를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은 여전히 어딘가에 깔려있거나 하는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기에 가만히 서서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생각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파아아아앙-!
그런데 그 운석을 수백 개의 빨간 광선이 빛기둥 근처에서 쏟아져나와 파괴하였다.
“저, 저게...!”
“누가 있나 본데요?!”
“아...”
이번에는 팔이 꺾이고, 온몸에서 피가 철철 흘러도 주변 사람들을 계속 구조하던 사람들일지라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 적이다...!”
“도, 도망가!!!”
“그런데 어디로...?”
처음에만 충격파를 만들어낸 빛기둥과 달리, 저 수백 개의 빨간 광선은 빛기둥 근처에 경기장을 무너뜨린 누군가가 있음을 사람들 전부가 직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망가야돼...!”
“그러니깐 어디로!!!”
“사, 살려줘...”
평정심이 깨졌다. 그나마 진정돼있던 사람들마저 흔들리기 시작하며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자, 잠시만요! 여러분!!!”
“진정 좀 하세요!!! 사람들 아직 남아있잖습니까!!!”
몇몇 사람들이 연신 소리를 쳐봤지만, 개인의 생존본능 앞에선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길을 열 테니!!! 반드시 이겨라!!!”
빨간 갑옷을 입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던 천마, 오시헌이 사람들에게 소리를 치며 스스로 거대한 빨간색 구에 몸을 던진 뒤, 그대로 빛기둥으로 날라갔다.
“지, 진정되었어...”
“여러분! 일단 아직 깔려있는 분들을 구합시다!!!”
“예, 예...”
빨간 구는 역시나 이상한 광선들에 의해 소멸되었지만, 자신을 희생한 결과일까, 사람들이 조금은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잠시 진정한 채 사람들의 구조를 이어나가던 중.
[사라져라.]
갑자기 주변에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비, 빛기둥이...!”
“없어졌다...”
“근데 저게 뭐에요...?”
빛기둥이 사라지자, 그동안 눈이 부신 바람에 볼 수 없던 경기장 중앙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웬 이상한 황금 갑옷을 입은 거인들이...
“외계인...?”
“도,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군대는, 경찰은...?!”
외계인의 침공이라니, 왜 하필 오늘? 그리고 군대는? 경찰은? 다들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대표님은, 부대표님은, 우리 동료들은 괜찮은 걸까. 여기만 이렇게 공격받은 건지, 아니면 국가 전체가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받고 있는 건지.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 된 상황에서, 갑자기 대빵으로 보이는 거인 뒤에 천마, 위지천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하얀색 구가 거인들을 빨아들이며,
“지금!!!”
갑자기 어디선가 못 보던 사람들이 나타나 거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구, 군대인가...?!”
“아닌 거 같은데요...?”
“저, 저희는 어떻게 해야...”
쿵. 쿵. 쿵. 쿵.
‘거인들이 뛰고 있다. 우리 쪽으로...?’
“도, 도망쳐야...!”
“우리 쪽으로 오는 거 같은데?!”
사람들이 당황도 채 하기 전에, 거인들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피융-! 피융-!
“피, 피해!!!”
콰아아아앙-!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 해야 할 것은 단 하나였다.
“싸웁시다!!!”
“으아아아아아!!!”
“맞섭시다!!!”
‘어제부터 일진이 왜 이럴까...’
[공격력]*100
[방어력]*100
[마법저항]*100
[상태이상]*100
[체력]*100
[목숨]*100
[이동속도]*100
.
.
.
[무적 지속시간]*∞
“으아아아아!!!”
나는 그대로 황금갑옷의 거인들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앙-!!!
***
나는 문수환의 이야기를 듣다 말고 어이가 없어서 질문했다.
“무적 곱하기 무한이라니, 그런 사기 능력이 어딨어?”
“니 앞에 있네.”
“허 참.”
문수환의 얘기를 듣던 조봉식은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 그러면 순간이동 같은 것도 속으로 [순간이동]*100 이러면 되는 거냐?”
“그걸 내 입으로 말해주겠냐.”
“됐다. 됐어. 아무튼, 그래서 그 다음은.”
“너가 끊지만 않았어도 더 몰입감 있게 말했을 거다.”
“아무리 그래도 무적 곱하기 무한이 나오는데 믿겠냐고.”
“일단 들어.”
그런데 이 다음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때 그 대빵 놈이 퍼트린 빛 기억나냐? 그거 맞았더니 사람들이 전부 능력이 없어졌더라고.”
“너도 없어졌냐.”
“그래. 순간 얼마나 당황했는지.”
글라디우스 보모아가 사람들의 이능력을 일시적으로 없애면서, 팽팽하던 싸움의 형태가 일방적 학살로 변모하였는데,
‘넌 살아남았냐.’
“그때 내가 능력이 안 없어진 건 어떻게 본 거야.”
“그야, 너가 그 대빵 놈한테 한 대 맞고 멀리 날아갔는데 살아남았잖아. 능력이 없어졌는데 그런 건 불가능했을 거라고.”
“하지만, 난 그때 널 본 적 없는데.”
문수환은 한 번 피식하더니, 날 보며 말했다.
“그때 네가 잔해에서 빠져나온 걸 본 순간 거인 발에 짓밟혀 죽었거든.”
-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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