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좌가 왔노라.
한창 빛기둥에서 저들이 나오고 있을 땐 위지천의 기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글라디우스 보모아가 나타남과 동시에 빛기둥이 사라지니 그제서야 위지천의 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아저씬...’
경기장 안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어 초근접거리에서 빛기둥의 직격타를 맞은 당사자들인 옆집 아저씨와 위지천 중 오로지 위지천만 기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아저씬 빛기둥에 의해 몸이 소멸되어버린 듯 하였다.
아무리 소생치료, 혹은 여타 이능력자의 부활 마법으로 살릴 수 있다곤 하나 친한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니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저 썩을 놈을 갈아버리고 싶었다.
하나 확실한 공격으로 처리하기 위해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위지천을 발견하지 못한 척 임종훈과 함께 보모아와 천멸군과 대치하고 있는 동안, 위지천에게 전음을 보내 미리 공격을 준비하도록 하였다.
.
.
.
“위지천!!!”
내 소리에 맞춰 위지천이 천멸군의 진형을 무너뜨리며 보모아와 맞붙었다.
콰아아아아앙-!
마치 칠흑의 맹수처럼 돌진한 위지천을 글라디우스 보모아가 오른주먹을 붕 휘둘러 막자, 둘의 충돌로 생겨난 검은 충격파가 우릴 덮쳤다.
크그그그그극.
나와 임종훈은 발을 땅에 붙인 채 살짝 밀린 것으로 충격파를 버텨낸 뒤, 보다 근거리에서 충격파를 맞아 우리에게 날라오는 거구의 군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지금입니다!!!”
임종훈의 외침에 미리 텔레파시로 지시를 받은 직원들과, 상황이 흘러가던 것을 보곤 공격에 참가한 천마들, 여타 살아남은 관중들이 공격에 합세했다.
쿠웅-!
나는 공중에 뛰어올라 천멸군의 기술을 따라했다.
[멸(滅)...]
“해라?”
피융-! 피융-! 피융-!
열 손가락 끝에서 보라색 바탕의 하얀 광선이 쏘아졌다.
광선은 사방으로 날라가던 천멸군의 머리를 관통해 지나갔고, 축 처진 채 쓰러지는 군사들을 사람들이 오러가 담긴 검으로 베거나, 소환수로 잡아먹는 등 확실하게 죽였다.
콰앙-!
청색 폭발에 군사들의 머리가 터지고,
“쿠와아아아앙!!!”
10m에 근접하는 군사들보다 한 두 배는 큰 몬스터가 천멸군을 물어뜯기도 하였다.
쿵! 쿵! 쿵!
가만히 당하고 있을 천멸군이 아닌 것인지 충격파에 날라가던 몸의 중심을 잡곤 곧바로 자신들을 향해 날라오는 공격을 막고 반격을 하고 있었다.
후우우웅-!
크기가 크기이다보니, 이들의 공격 한 방에 사람들이 여럿 죽어나가곤 했는데,
콰아아아앙-!
방금 전까지만 해도 천멸군을 베던 검사가 뒤에서 날라오는 창대에 날라가 잔해에 처박혔다.
창의 크기 자체가 사람보다 큰 수준이라 이들은 창으로 찌르려고 하기보단 아예 창을 휘둘러 자신들에게 공격을 해대는 미개한 족속들을 후려치고 있었다.
파바바바바박-!
안대를 쓴 대머리의 무도가가 기탄을 날렸으나, 군사는 동그란 황금의 방패로 기탄을 막은 뒤, 방패로 내리찍어 무도가를 터뜨려 버렸다.
“이런 ㅆ...!”
나는 곧바로 발을 휘둘러 방패를 내려찍은 군사의 머리통을 날렸으나, 이미 무도가는 형체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쿠웅-.
거대한 시체가 힘없이 쓰러진 뒤, 난 시체의 위에 잠시 내려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개판이네.’
계속해서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키며 공격을 주고받는 글라디우스 보모아와 위지천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선 사람들과 천멸군이 뒤섞인 채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있었다.
콰아아앙-!
쿠구구구구궁.
파즈즈즈즈즈.
수 자체는 인간 쪽이 천멸군보다 우세였으나, 천멸군은 기본적으로 크기 자체가 인간의 몇 배는 간단히 뛰어넘다보니 공격을 맞아도 치명상만 아니라면 어느정도 버티고 있었다.
하나 인간들은 이들의 공격 한 방에 죽는 바람에 숫자는 인간 쪽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었다.
[멸(滅)하리.]
등 뒤에서 들려온 갑작스러운 소리에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츠즈즈즈즈즈.
나를 공격하려던 천멸군의 광선이 이미 쓰러진 시체에 명중하자, 시체가 차츰 입자로 분해되어 소멸되었다.
“누가 대사를 외치면서 공격하냐?”
나는 내게 창을 조준하는 군사에게 대사를 외치며 기술을 날렸다.
“강철의 주먹, 주먹 권(拳)!!!”
말과는 다르게 발에 보라색 기를 두른 뒤 발차기로 군사를 멀리 날렸다.
그러자 군사는 뒤에서 임종훈의 염동력에 몸이 뒤틀리고 있던 다른 군사와 부딪혀 땅에 쓰러졌다.
쿠웅-!
“김성진!!! 넌 저기로 가라!!!”
“버틸 수 있겠냐?!”
“너보다 세니 걱정마라!!!”
콰아아아아앙-!
임종훈은 자신을 둘러싼 천멸군의 군사들의 머리통들을 터뜨리곤 손으로 글라디우스 보모아를 가리켰다.
슈우우욱-!
나는 곧장 순간이동으로 위지천의 옆에 나타나 옷이 걸레짝이 된 위지천에게 날라오는 벼락을 반사시켰다.
[무지개반사.]
“빨리도 왔네.”
“싸울만 하냐?”
“그럴 리ㄱ...”
[이 필멸자 놈들이...!]
후우우웅-!
자신의 벼락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낸 보모아가 주먹을 날리자, 나도 똑같이 주먹을 날렸다.
퍼억-!
“크으윽...!”
[무지개반사.]
크그그그그극.
무적기에 가까운 무지개반사를 썼음에도 전부 다 반사가 되진 않은 것인지 내게도 일부 충격이 전해졌다.
반면에 보모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몸만 조금 뒤로 밀렸을 뿐이었다.
[언제부터 인간들이 이런 잔재주를 부릴 수 있게 된 거지?]
“네 목을 내놓으면 알려주지.”
“그래. 목을 내놔라.”
[아직 궁금한 게 많다만, 그건 살아남은 놈들에게 물으면 되겠군.]
보모아는 나와 위지천의 말을 무시한 채 주변을 둘러보며 혼잣말을 하였다.
“야 이 새ㄲ...”
갑자기 보모아의 몸에서 나온 새하얀 빛이 우릴 관통해 지나갔다.
화아아악.
“윽!”
[한낱 잔재주에 불과하였으나, 그럼에도 허를 찌른 것 만큼은 칭찬해주마.]
‘멀쩡한데?’
혹시나 뭔갈 당한 건가 싶어 몸을 둘러봤으나, 딱히 아프거나 이상해진 곳은 없었다.
“깜짝 놀랐잖아. 어?!”
나는 곧바로 오른손에 작은 마법진을 형성해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네놈...]
푸쉬이이이이이-.
보모아는 폭발을 막으려 교차시킨 양팔을 내렸다.
“따끔하냐? 천아. 계속 가자고.”
“...”
“위지천?”
계속해서 합공을 이어나가기 위해 보모아를 경계하며 위지천을 불렀으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길래 고개를 돌려 위지천을 쳐다봤다.
[어떻게 된거냐...]
“서, 성진아. 내공이 사라졌다...”
“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위지천의 몸을 두르고 있던 검은 기가 사라져 있었고, 끝을 알 수 없던 위지천의 기가 일반 사람의 수준이 돼 있었다.
‘뭐지..?’
콰과과과과-.
등 뒤에서 들려온 굉음에 고개를 돌려 대응을 하려 했으나, 보모아는 이미 벼락과 함께 내 앞에 선 채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터엉-!
“크헉...!”
콰아아아아아앙-!
나는 또 다시 날라가 잔해에 처박혔다.
아무래도 주먹에 치이면서 갈비뼈가 부러진 것인지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찔리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허억... 끄윽...”
간신히 삐져나온 철근을 잡고 일어선 뒤, 갑자기 내공을 잃고 무방비 상태가 된 위지천을 보모아에게서 빼내기 위해 어떻게든 몸을 이끌고 나아가려 하였으나, 몸은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
‘뭐라 중얼거리는거야?’
내게 주먹을 날린 뒤 위지천에게도 공격을 할 줄 알았던 보모아가 위지천을 눈앞에 두곤 어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청각을 최대한 집중시켜 엿들으려 하였으나, 계속해서 폐가 찔리는 고통과 더불어 주변에서 사람들과 천멸군이 싸우는 소ㄹ...
콰직-!
“사, 살ㄹ...”
퍼억-!
“히, 힘ㅇ...”
“알타이라!”
“피해!!!”
콰아아아앙-!
‘이건...’
분명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저 거인 놈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주를 이뤘어야 했다.
주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절반정도는 그랬어야 했는데...
후우우우웅-.
“끄아ㅇ...!”
“도, 도망을...!”
“어, 어째ㅅ...”
쿠우우웅-!
학살이었다.
이건 명백한 학살이었다.
황금 갑옷을 두른 군사들을 마구 물어뜯던 거대한 호랑이도, 전장 한쪽을 삼키던 거대한 불덩이도, 모두 사라진 채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안 도... 커헉...”
툭. 투둑.
차라리 대규모 순간이동이라도 하도록 움직이려 하였으나,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입에서 피를 흘리며 주변을 가득 메우는 사람들의 비명과 신음, 그리고 피륙이 찢어지고, 뼈가 우드득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추측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주인공화’가 풀린 건가...?’
소드마스터의 검에선 오러가 나타나지 않게 되었으며, 소환수는 사라졌다.
마법사는 마법을 쓰지 못하고 있었고, 위지천의 내공 또한 사라져 있었다.
아까 글라디우스 보모아에게서 뿜어져 나온 빛이 ‘주인공화’를 억제, 또는 비활성화시킨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데 나는 왜...?’
하나 의문스러운 점은 빛을 정통으로 맞고서도 마법진을 형성할 수 있었던 나였다.
더욱이 그 범위나 위력이 감소한 것도 아니다.
도대체 나만 왜 아무런 영향이 없었는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하얀 패널...?’
나는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어딘가에 떠 있을 하얀 패널을 찾기 시작했다.
‘하얀 패널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온갖 기현상을 일으키는 하얀 패널이라면,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어쩌면 저놈들을, 게임 속의 존재들을 현실로 불러들인 게 하얀 패널일 ㅅ...
[됐다. 그만 죽어라.]
가슴을 부여잡은 채 가설을 생각하다 갑자기 들린 보모아의 목소리에 앞을 쳐다봤다.
!!!
글라디우스 보모아는 오른손에 벼락을 휘감은 뒤 뒷걸음질 치고 있던 위지천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위ㅈ...!”
터업.
어떻게든 뛰쳐나가려는 나를 누군가 붙잡았다.
“김성진. 일단 내기를 다잡도록.”
!!!
“여긴 어떻게...?”
“본좌가 왔노라. 병신마존(倂神魔尊)이여.”
천마신교(天魔神敎)의 제 삼 대 천마(天魔), 이천휘가 내 어깨를 잡고 있었다.
***
제 7계, 인간계를 없애버리기 위해 강림한 절대신, 글라디우스 보모아는 의아해하였다.
“김성진!!!”
슈-욱!
김성진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멀리 날린 보모아는 날라간 김성진을 쳐다보고 있는 위지천의 앞에 섰다.
[묻겠다. 인간이여.]
“이, 이...!”
위지천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보모아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의 위력은, 천마라는 칭호에 걸맞지 않는, 운동선수의 정도였다.
[멈추도록.]
하나 보모아는 그조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 위지천에게 제언을 걸었다.
“크윽...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딱-!
보모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위지천의 몸의 제한이 풀렸다.
[너희 인간들이 써대는 하찮은 잔재주를 없앴을 뿐이다.]
“잔재주라니...”
[묻는 말에 답한다면 너만큼은 살려주지. 미지에 대한 깨우침은 천금보다도 귀중한 것이니 말이다.]
“크윽...”
평소의 위지천이었다면, 지랄말라며 눈앞의 보모아를 소멸시켰을 것이다.
하나 지금의 위지천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척.
글라디우스 보모아는 김성진이 날라간 쪽을 가리켰다.
[저놈은 인간이 아니었더냐? 어째서 내 ‘기적’이 통하지 않은 거지.]
“... 모른다.”
김성진의 능력이 사라지지 않은 걸 당연히 알 턱이 없었던 위지천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으나, 보모아는 착각을 하여 주먹에 벼락을 휘감았다.
[꼴에 감싸주기라니, 한심한 족속답군. 됐다. 그냥 죽어라.]
파지지지지직-.
후우우우웅-.
글라디우스의 벼락을 휘감은 주먹은 무서운 속도로 위지천을 향해 날라갔다.
쿠우우우웅-!
맞았다. 보모아의 주먹은 분명히 무언가를 맞췄다.
[크으으으윽.]
그런데, 자신의 주먹은 무언가를 때린 뒤,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위지천의 앞에, 보모아의 주먹을 잡은 채 엄청난 기를 발산하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다, 당신은...?”
“잠깐 일이 생겨 자리를 비웠건만, 이런 일이 터지다니...”
[네놈은 누ㄱ...]
콰아아아앙-!
[크으으으윽!]
남자는 글라디우스 보모아를 멀리 날려 잔해에 처박곤, 천멸군에게 학살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성진 씨가 말했던 게 이거였나...”
쿠구구구구구궁-.
천마신교(天魔神敎)의 제 삼십 이대 천마(天魔), 유상천의 몸에서 터져나오는 자색의 기에 대지가 준동하고 있었다.
-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모전이 이제 정말로 끝났습니다. 생각해보니 벌써 두 달이나 글을 쓰고 있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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