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네 태극권.
[ ㅁㅁㅁㅁ : ^%#$@#$#@ ]
[ ㅅㅅㅅㅅㅅ : @!#@!#$%@ ]
.
.
.
[ ㅇㅇㅇ : *@@#$@#$ ]
[ %$@@#$@ : **&^$#%$ ]
[ OO : %%$&**#@#$ ]
.
.
.
알 수 없는 문자로 이루어진 수 백개의 문장들이 빠른 속도로 생성되며 점점 위로 뻗어나갔다. 흡사 인터넷 방송의 채팅창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뭔...”
나는 공중에 뜨고 있는 문장들을 향해 걸어갔다. 손을 대봤으나 손은 그대로 올라가는 문장들을 지나 통과되었다.
그때.
화아아악.
“아...”
"진아..."
누군가 날 부르고 있었다.
“음...”
“성진아. 다 왔다.”
철중이 형이 내 어깨를 흔들어 잠에서 날 깨운 모양이었다.
“어으~. 벌써 왔네.”
두 눈을 비비며 잠을 깨우는 동안 꿈 속 내용을 떠올렸는데, 떠올렸...는데.
까먹었다. 무슨 꿈이었더라.
탁.
차에서 내린 뒤, 나는 재환이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였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예 팀장님. 지금 여기 경비실에서 CCTV 확인하고 있습니다. 정문 들어오셔서 본관 건물 1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
.
.
재환이가 손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여깁니다. 11시 17분입니다.”
화면 속에서 신유설로 추정되는 여성이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길을 걷던 곳이 상가여서 그런지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보던 철중이 형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했다.
“아니, 여긴 상가 아니야? 어떻게 여기서 납치를 해? 신고 들어온 건 없었을 텐데.”
그에 재환이는 이해가 간다는 말투로 말했다.
“좀만 더 보시죠.”
나와 철중이 형은 계속해서 CCTV를 지켜봤다.
잠시 후, 신유설의 뒤에 파란색 포탈이 생기곤 남자 두 명이 포탈 안에서 나왔다.
“어어. 왔다. 왔어.”
차가 다니고 있지 않던 도로 한복판에 포탈이 생긴 뒤 사람이 나타났음에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두 사람을 슬쩍 보곤 다시 자기들 할 일로 눈길을 돌렸다.
아무래도 세상에 별의별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런 것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아마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 정도로 여겼겠지.
그렇게 두 사람은 태연하게 신유설의 뒤를 따라가.
“어?!”
신유설의 뒷목을 쳐 기절시켰다.
신유설이 털썩 쓰러지자, 주변 사람들은 그제서야 그들에게서 이상함을 느끼고 그들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 모습을 본 나와 철중이 형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뭐야. 사람들이 막는데?”
“그러게요.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주위로 모여든 사람들 중 한 명이 뭐라 말하며 허리춤에서 초록색 빛을 띠고 있는 광선검을 꺼낸 뒤 신유설을 들쳐 멘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CCTV로 보고 있음에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대강 느낄 수 있었다.
잠시 광선검을 든 사람과 뭐라뭐라 얘기를 나누다가, 두 명 중 신유설을 들쳐메지 않은 한 명이 손을 위로 올렸다. 그리곤 손가락을 튕기는 것 같더니.
“아니... 뭐지...?”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각자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곤 마치 신유설과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자기 할 일들을 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두 명은 신유설을 데리고 포탈을 열어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저리 사람이 많았는데 신고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은 건 저 사람이 무언가 능력을 써서 그런 것이었나 봅니다.”
내 말에 재환이와 철중이 형이 동의를 표했다.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새끼들, 보통 놈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허어... 일단 USB에 파일들 담아.”
***
이번 사건의 의문점은 둘이다.
첫째, 도대체 장기매매를 하는 그 사람들은 정체가 무엇인가?
둘째, 어째서 그들은 신유설을 풀어준 것인가?
두 번째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포탈을 여는 사람을 잡아서 물어봐야 하였으니, 첫 번째 의문점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런데, 뭐 해야 되지?
“포탈을 열고 왔다갔다 하니, 어디서 온 지도 알 수가 없고...”
“그러게요. 저번에 최순호도 지가 실수로 지문을 남겨서 간신히 잡았는데...”
범죄자들을 쫓으면서 가장 골치 아픈 능력 중에 하나가 순간이동이나 포탈 같이 먼 곳을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순식간에 원하는대로 이동할 수 있는 놈들은 말 그대로 신출귀몰하는 바람에 스스로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은 잡기가 매우 어려운데, 이들은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고, 어디로 도망가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찬석이가 말한 최순호 또한 단순한 절도범임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잡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일단은 계속 돌려보면서 찾아봐야지.”
하지만 무식하게 CCTV파일들을 돌려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우린 컴퓨터에 시선을 박은 채 몇 시간을 움직이지 않았다.
.
.
.
벌써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이었다.
“팀장님. 밥 드시고 하시죠.”
“그래. 먹고 살자고 하는건데, 일단 먹고 생각하자.”
내 말을 들은 찬석이가 스마트폰으로 짜장면을 주문하였다.
.
.
.
벌써 몇백 번은 돌려본 상황이었다. 여러 구도에서 검은 모자를 지켜봤지만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얼굴도 모자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고, 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기에 지문이 남았을 가능성은 없었다. 더욱이 포탈을 쓰는 바람에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기도 했고.
“으~.”
잠깐 기지개를 키며 시계를 바라보니 이제 곧 해가 질 시간이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팀원들에게 물어봤다.
“얘들아. 혹시 뭐 찾은 거 없냐?”
어젯밤 시간대의 화정대학교 CCTV를 돌려보던 재환이가 대답했다.
“예. 이건 뭐... 얻을 건덕지가 없어요. 하필 시간이 밤이고, 포탈도 써가지고 말이에요. 과연... 이러고 있는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슬슬 나도 지쳐가던 상태였다. 가끔씩 등장해 단서를 투척해주는 검은 패널이 나타나기를 기대했으나,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에휴. 접자.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 되겠어.”
내 말에 찬석이가 기지개를 키며 말했다.
“어으~ 다른 방법을 찾아보죠.”
나는 눈이 뻐근해 컴퓨터에서 눈을 떼고 잠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재환이는 내 모습을 잠시 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
“팀장님. 생각해보니 어제 당직 아니셨어요? 집에 들어가시죠. 눈 봐. 눈. 터지겠다. 터지겠어.”
찬석이도 그렇게 보였는지 재환이의 의견에 거들었다.
“예. 팀장님. 아무리 사건이 중요하다지만, 몸이 우선이에요. 이러다 과로사하시겠어요.”
“과로사가 뭐야. 과로사가. 상사한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생각해보니 어제부터 오늘까지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일만 한 상황이었다. 이러다간 편안한 노후를 맞이하기도 전에 죽을 것 같아보였다.
“그런가. 오늘 당직은 재환이지? 수고해라. 들어가볼게.”
“예. 내일 뵙겠습니다. 들어가십쇼.”
나는 재환이와 찬석이에게 손을 흔들곤 청에서 나왔다.
***
띠리링-
“어으. 죽겠다. 죽겠어.”
털썩.
나는 집에 가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침대 위에 쓰러졌다.
.
.
.
왜애애애애앵.
나는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뭐야. 웬 사이ㄹ... 콜록... 콜록...”
눈을 떠보니 집 안이 연기로 가득찬 상황이었다. 딱 보니 아파트 내 어딘가에서 불이 나서 퍼진 모양이었다.
“아이 씨...”
몸만 밖으로 빠져나갈 생각이었으나 집에 있는 물건들이 죄다 탈 것 같아 그럴 순 없었다.
한 달 전에 산 컴퓨터를 타게 냅둘 순 없다. 암. 그렇고 말고.
벌컥.
급한 대로 창문을 연 뒤, 학창 시절에 무협지에서 본 대로 두 손을 휘휘 저어 원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왼발을 천천히 앞으로 밀고, 이어서 오른발을 왼발에 따라 붙였다. 그 와중에도 손은 계속해서 원을 그리도록 하였다.
몸의 중심을 낮춰 오른발을 중심축으로 삼은 뒤 왼발을 한 바퀴 스윽 돌렸다. 마치 흘러가는 물처럼 부드러운 회전을 연속으로 펼쳤다.
한 순간 강물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사실 그 정돈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여겼다.
나는 계속해서 손을 돌리고, 발을 돌렸다. 따로 정해진 움직임은 없어서 그냥 있는대로 휘적였다.
어떤 때는 왼손을 빙 돌리고, 또 어떤 때는 몸을 빙그르르 돌렸다.
그랬더니.
“이게 되네?”
대자연이 물건들을 태우지 않겠다는 내 간절한 기도에 응한 것인지 내 몸을 중심으로 공기의 흐름이 생성되었다.
휘오오오오오.
집안 전체에 널리 퍼져있던 검은 연기가 청소기에 빨리듯 내 몸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숨을 참고, 내 몸으로 모이는 연기를 그대로 창문으로 인도하였다. 왼손을 창문 쪽으로 내밀고, 다시 당김과 동시에 몸을 왼쪽으로 회전시키며 오른손을 창문 쪽으로 향하게 하였다.
이에 맞춰 오른발을 스윽 밀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후우우우우우.
공기의 흐름이 창문 쪽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한 나는 멈추지 않고 몸을 회전시켰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연기가 조금씩, 조금씩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자, 한결 숨을 쉬는 것이 편해졌다.
척.
“김가네 태극권이오.”
잠시 허공에 포권을 취한 뒤 혼잣말을 중얼거린 후 집 밖으로 빠져나와 불을 진압하기로 하였다.
벌컥.
현관문을 열자마자 매케한 연기가 나를 덮쳤다. 김가네 태극권을 한 번 더 펼치려는 그때.
“거기 계십니까!!!”
계단으로 소방관들이 뛰어올라왔다.
탁탁탁탁탁.
나는 그에 대답했다.
“예. 여깄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내 대답을 들으면서 내 위치를 확인한 소방관의 손이 내 어깨를 짚었다. 이렇게 짙은 연기 속에서 나를 정확히 짚은 것으로 보아 이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듯 하였다.
나는 소방관이 나만 데리고 내려가려는 모습에 살짝 당황하여 물어봤다.
“옆집에도 사람 있을 텐데요?”
소방관은 내 물음에 답했다.
“다른 분들은 이미 다 밖에 계십니다. 선생님만 나오시면 됩니다. 빨리 오시죠.”
이건 또 뭔.
“아니, 근데 왜 저만...”
“잠시만요!!!”
탁탁탁탁탁.
우연의 일치로 내 말을 끊은 또 다른 소방관이 이상한 항아리를 들고 올라왔다. 소방관은 항아리 입구를 내밀더니, 항아리가 순식간에 공중의 연기들을 빨아댔다.
위이이이이이잉.
나는 순간 상쾌함을 느꼈다.
“오...”
숨을 쉬기 편해지자, 소방관은 내게 말하였다.
“내려가시죠. 연기만 좀 남아있고 불은 이미 다 진화해서 안전합니다.”
나는 깜짝 놀라 물어봤다.
“예...? 벌써요?”
소방관은 떨떠름하게 내 물음에 대답했다.
“예... 뭐... 요즘 기술이 참 좋죠...?”
“아... 하... 내려갑시다...”
졸지에 나는 이미 다 꺼진 불에 물건들이 탈까봐 연기 속에서 버티고 있던 병신이 돼 버렸다.
- 작가의말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