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의 증표.
천지가 개벽하였다.
분명 깜깜한 밤하늘이어야 했음에도, 마치 낮인 것처럼 세상이 밝아졌다.
쩌저저저저저적!!!
갑작스러운 굉음에 맹주전 앞에 있던 무림인들이 칼을 든 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뭐, 뭐가 일어난거야?”
“갑자기 하늘이 밝아졌어...!”
“히이이익!!!”
남궁천은 금세 마음을 다 잡은 뒤 무림인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진정해라!!! 상대는 경지를 알 수 없는 고수다!!! 정신들 차려라!!!”
“고, 고맙소. 다들 진열을 갖춰라!!! 지금만큼은 서로에게 등을 맡기고 저기 저 마신(魔神)을 상대해야 된다!!!”
““충!””
어느새 난 마신이 돼 있었다.
“자, 한 번 막아봐라.”
“김성진...”
하늘이 열리며 그 속에서 거대한 검이 튀어나왔다.
우우우우우우웅.
검은 거대한 검명을 터뜨리며 점점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미, 미친...”
“저, 저걸 어찌 해야 하오?”
“일단 부딪혀 볼 수 밖에...”
검이 어찌나 큰지 그 그림자가 무림맹 전체를 뒤덮고도 한참이 남는 수준이었다.
무림인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검의 크기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교주는 급하게 무림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남궁가주! 내가 검을 깨부술테니, 나머지 인원으로 그 부서진 잔해들을 처리하도록. 저 검도 검이지만, 잔해들이 마을 곳곳에 떨어지면 그 피해도 만만치 않을 거다.”
“저걸 부술 수 있겠나?”
“일단 해보겠다.”
“그럼 그렇게 하지.”
남궁천은 자존심을 앞세우지 않고 교주의 지시에 따라 검의 잔해를 처리하기로 하였다.
“남궁세가! 모용세가! 개방! 그 외 정파 연합의 세력들은 들으시오! 지금부터 천마가 검을 부술 것이외다. 우린 그렇게 부서진 검의 잔해들을 처리할 것이오. 각 장문인들, 가주들은 세력들을 이끌어 잔해들이 주변 지역에 떨어지지 않게 해주시오!!!”
““충!!!””
“알겠소! 우진아! 다른 애들 데리고 날 따라와라!”
탁탁탁탁탁.
몇몇은 떨떠름한 표정을 내비쳤지만, 거대한 검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선, 재빨리 잔해들을 대비하러 뛰어갔다.
남궁천 또한 공중에 떠 있는 나를 흘끗 보곤, 남쪽으로 남궁세가의 병력들을 데리고 뛰어갔다.
착.
나는 교주를 제외하곤 한산해진 맹주전 아래로 다시 내려왔다. 교주는 그런 나를 향해 걸어왔다.
“김성진. 이게 무슨 짓이냐.”
“그전에, 일단 저 검을 부숴야 하지 않겠냐. 방해는 하지 않을테니, 부숴보도록. 자고로 천마는 고금제일이어야 교인들이 좋아한다. 저 정도 검쯤은 손쉽게 부숴야지.”
“허튼 소리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넌 내게 좀 맞아야 할 것 같다.”
“알겠다. 무운을 빌지.”
교주는 오른팔을 허공에 뻗은 뒤 나지막히 외쳤다.
[천마검(天魔劍)].
우우우우웅-
자색의 기가 교주의 오른손에서 뿜어나와 검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화르르르륵!!!
교주의 기는 마치 불꽃처럼 맹렬히 타올랐다. 절대 꺼지지 않을 것처럼 불타던 기는 한순간에 꺼졌다.
그리고.
“본교에 내려오는 절대보검, 천마검이다.”
어느새 교주의 오른손에는 검붉은 색의 칼이 한 자루 쥐어져 있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냐?”
“그래. 김성진. 네놈의 검을 간단히 부숴주마.”
교주는 천마검과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검을 번갈아 살폈다.
“역시 본좌의 검이 좀 더 멋지군.”
콰직!
교주가 진각을 밟으면서 그 여파로 땅이 갈라졌다.
슈우우우욱-!
교주가 온 몸에 자색의 기를 두른 채 검으로 돌진했다.
교주는 공기를 맹렬히 가르며 검으로 날라가고 있었는데, 자색의 기를 두른 채 검으로 향하는 교주의 모습은 마치 자색의 빛을 띠는 두꺼운 광선과도 같아 보였다.
교주와 검이 충돌하기 직전, 교주가 천마검을 휘둘렀다.
쏴아아아아!!!
그러자, 자색의 검풍이 검으로 쏟아져 정확하게 수직으로 칼날의 반을 갈랐다. 교주는 돌진을 멈추지 않고 갈라진 칼날의 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렇게 교주는 칼날 사이를 지나가며 칼날을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촤악! 촤악! 촤악!
자색의 검풍이 사방으로 쏟아지며 거대한 칼날을 여러 동강을 내버렸다. 또한 동강난 칼날의 잔해들은 검풍의 여파로 포물선을 그리며 주변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후우우우우웅!!!
꽤나 높은 곳에서 잔해들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는데, 이 광경이 마치 화산폭발으로 인한 부산물들의 추락과도 유사하게 느껴졌다.
물론, 부산물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질량과 강도를 지닌 철덩어리들이 떨어지는 것이었기에 이를 막지 않는다면 그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임은 떨어지는 잔해의 대비를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정파 연합들의 사람들도 느낄 수 있었다.
콰르르르릉!!!
남쪽으로 떨어지던 거대한 철덩어리에 엄청난 벼락이 내리쳤다. 아마 남궁천이 뭔가를 한 것일거다.
콰아아아아앙!!!
그 우레와도 같은 벼락에 철덩어리가 더 잘게 쪼개졌다.
쏴아아아아!!!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쪼개진 잔해들에 푸른 검풍이 날라와 잔해들을 더욱 더 조그맣게 쪼개버렸다.
아마 저 정도 크기라면, 떨어지는 것에 맞지만 않는다면 큰 피해는 없을 것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잔해가 떨어지고 있는 다른 위치에서도 손바닥 모양의 거대한 장풍이 잔해들을 가루만큼 잘게 쪼개거나, 엄청난 수의 암기들이 잔해를 관통하면서 그 형체가 없어지게 되는 등, 다들 잔해에 대한 대처를 잘 해내고 있었다.
그래도 무림인이라는거구만.
쿠우우우우웅!
내 위에선, 검을 박살내고 온 교주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검이 내려오며 갈라진 세상이 다시 닫히고 있었고, 다시 밤에 걸맞게 어두워진 하늘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착.
교주가 땅에 내려온 후 기가 잠잠해지자, 진동도 멈췄다.
“자. 김성진. 어떠냐. 네 거대한 검은 본좌가 손쉽게 부숴버렸다.”
짝짝짝.
나는 박수로 교주를 환영하였다.
“훌륭하군. 너가 이제 고금제일(古今第一)이다.”
“그럼, 이제 왜 이 지랄을 떤 것인지 내게 설명해주실까.”
당장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거리지만, 아직 잔해들을 처리하러 흩어진 정파연합의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그럴 순 없었다. 그러니 이들이 돌아올 때 까지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다.
“좋다. 하지만 그것은 교주. 너가 날 이긴 다음이다.”
나는 근처에 널브러져 있던 평범한 칼을 포스로 끌어왔다.
텁!
부웅- 부웅-
살짝 휘둘러 봤는데, 크게 문제는 없는 칼이었다.
“좋다. 네 그 잘난 기세를 꺾어주마.”
“내공은 쓰지 않겠다. 외공으로만 붙지.”
콰직!
나는 진각을 밟으며 교주에게 뛰어들었다.
챙!
처음에는 교주의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교주는 그것을 안간힘을 쓰며 막아냈다. 내 칼을 튕겨낸 반동 때문에 교주의 중심이 살짝 뒤로 넘어갔다.
솨아아아아!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교주의 몸통으로 칼을 찔러넣었다.
“흡!!!”
교주는 즉시 칼을 회수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려는 칼을 빗겨냈다.
츠즈즈즛-
금속끼리 마찰이 일어나며 불티가 일어났다. 교주는 내 칼을 빗겨냄과 동시에 그대로 내 몸쪽으로 칼을 휘둘렀다.
쐐애애애앵!!!
나는 즉시 손에서 칼을 놓고 뒤로 몸을 젖혀 칼을 피했다.
교주는 내가 진심으로 자신을 상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칼을 거둔 뒤 내게 물었다.
“어이. 김성진. 어째서 실력을 숨기는 거냐? 뭔가 노리는 것이라도 있는 거냐?”
“아니. 그런 거...”
탁탁탁탁탁.
내가 말을 하는 도중, 남궁천이 남궁세가를 이끌고 맹주전으로 돌아왔다.
“김성진!!!”
교주와 칼을 휘두르고 있는 날 본 남궁천이 내게 달려들었다.
쿠웅!
얼마나 세게 뛰어든 것인지 진각을 밟는 소리가 무슨 대포 소리만큼 컸다.
남궁천은 칼에 벼락을 휘감아 내게 내리쳤다.
콰과과과광!!!
나는 벼락을 피하며 남궁천의 손목을 쳐 칼을 떨궜다.
채챙-!
남궁천의 검이 바닥을 구르는 동시에 주먹을 남궁천의 명치에 팍! 꽂아넣었다.
“끄어어억...!”
그 충격에 남궁천이 배를 움켜잡고 무릎을 끓었다.
“가, 가주님!!!”
“가주님을 호위하라!!!”
남궁세가의 병력들이 남궁천에게 달려오는 사이, 난 교주와 다시 마주섰다.
“그래서, 왜 본실력을 숨기는 것이냐.”
나는 다른 이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기막을 쳤다.
“이제야 됐네. 슬슬 다른 이들도 올테니깐, 조금만 기다려라.”
“무슨... 소리냐?”
탁탁탁탁탁.
남궁세가의 병력들이 나를 경계하며 남궁천을 챙기는 사이, 타 정파 연합의 세력들도 이곳에 속속히 도착했다.
“마, 마신이다!!!”
“다들 진열을 갖춰라!!!”
나를 본 무림인들이 나를 경계하며 교주와 나를 둘러쌌다.
쿵! 쿵! 쿵!
나는 오른발로 땅을 여러 번 찍어 자욱한 흙먼지를 만들어냈다. 무림인들이 날 경계하니, 섣불리 다가오진 않을 것이다.
즉, 흙먼지가 사라지기 전까진 교주와 얘기를 할 시간이 있는 것이다.
!
내가 계획한 결말의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하는듯 하니, 슬슬 내 몸이 흐릿흐릿해지고 있었다.
“교주야. 잘 들어라. 난 이제 원래 세상으로 갈 거다. 그러기 위해선 너가 날 해치운 걸로 해야된다.”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나는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빠르게 말했다.
“교주야. 내가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는 악을 자처했다. 그리고 넌 그 악을 무찌른 천마다. 여기서 내가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너가 날 해치운 것으로 알 것이다.”
“잠시만, 왜 너가 악을 자처하고, 왜 본좌가 널 해치워야 되는 것이냐?”
“그래야 천마신교가 진짜로 악을 무찌른 마(魔)가 되기 때문이다. 그 뒤는 너에게 맡기겠다. 정파를 무너뜨리고 주가놈이 세운 명까지 없애버리든지, 아니면 정파와 공생관계를 이어나가든 너의 선택이다.”
교주는 내게 물었다.
“김성진. 넌 어디로 가는 것이냐?”
“다 있다. 그런 데가.”
“역시 네놈은 이곳 사람이 아닐 줄 알았다. 뭐, 신선 같은 것이냐?”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사람이다. 사람. 교주야.”
“흠... 알았다. 어쨌든, 내가 널 쓰러뜨린 것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군.”
“그래. 핑계는 너가 알아서 지어내라.”
신체 자체가 흐릿흐릿해지면서 이젠 시야마저 흐릿흐릿해지고 있었다.
“그럼, 다시 돌아올 일은 없는 것이냐?”
“그렇다. 교주야. 이젠 진짜로 고금제일이 네 것이다.”
“원래부터 내 것이었으니, 선심쓰는 척 하지마라.”
교주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내게 말했다.
“김성진. 본교를 위해 움직여 준 것,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신경쓰지 마라. 나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니.”
“그러냐? 그럼 감사하지 않겠다.”
교주는 잠깐 나와 농담을 주고 받은 후, 이상한 나무 조각 하나를 던졌다.
텁.
“이게 뭐냐? 작별 선물이냐?”
“지랄은. 천마의 증표다. 그걸 부수면, 네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본교가 너와 함께할 것이다.”
“흠... 고맙다. 땔감으로 잘 쓰마.”
“헛소리는.”
이제 내가 사라지고 나면, 정파 연합의 사람들이 교주가 날 쓰러뜨린 것으로 알 것이다. 물론 짜고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겠지만, 알아서 해결하겠지.
어쨌든 이렇게 되면 교주가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악역인 나를 죽인 것이 되므로 결말에 다다른 것으로 인식이 될 것이다.라는 게 내 추측인데, 내 몸이 흐릿해지는 걸 보니 얼추 맞는 듯 하다.
결말을 보게 되면서, 회장이 꿈에서 깨어나고, 이 세상은 사라질 거다. 교주도, 남궁천도, 무림도, 그리고 이 천마의 증표도.
“간다.”
“꺼져라.”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어진 인연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무리 가상이라지만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개방 방주와도 술을 마시기로 했는데, 살짝 아쉽다.
아, 어차피 난 나쁜 놈이 돼버렸으므로 상관은 없겠네.
그래. 그런 셈이지.
점점 시야가 흐릿흐릿해지다 못해 암전되었다.
화아아아악.
***
눈을 떠 보니, 천수호와 안유진 과장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오, 팀장님! 성공하셨습니까?”
“역시 제가 안목이 있군요. 하하하하하.”
헬멧을 벗으려 두 손을 머리에 갖다댔는데, 오른손에 뭔가 쥐어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천수호와 안유진 과장 또한 내 오른손에 있는 물건을 발견했다.
“팀장님. 그 나무패는 뭡니까?”
“어? 그러게요. 팀장님. 하늘 천(天) 자가 쓰여 있는데요?”
‘어?’
사라져야 했던 천마의 증표가, 내 오른손에 쥐어져 있었다.
- 작가의말
내일은 오후 1시 10분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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