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서 왜 나옴???
팀에 돌아오자, 사무 업무를 보던 재환이가 반갑게 나를 맞이하였다.
“팀장님! 금방 오셨네요? 무슨 일 하고 오셨어요?”
“잠시 무림 좀 갔다왔지.”
“무림이면, 중국이요? 그런 것 치곤 3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중국 말고. 뭐 그런 게 있다. 찬석이는 어디갔어?”
재환이는 빈 찬석이의 자리를 바라본 뒤, 다시 고개를 돌려 내게 말했다.
“경장님은 아까 출동 나가셨어요.”
“무슨 일인데?”
“이능력 관련 시위가 열렸다고 한숨쉬시면서 나가셨어요.”
“그래? 좀 늦겠네.”
어떤 시위든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단순한 무력 뿐만 아니라 이능의 충돌도 이뤄지기 마련이다.
암만 이능 쓰지 마세요 라고 해봤자 들을 리가 있겠나.
시위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경찰들도 시위대와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론 이능 사용이 금지돼 있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는 어쩔 수 없이 이능을 사용해야만 경찰들도 저들의 안전은 물론 시위대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위급 상황에는 경찰들도 이능의 사용제한이 풀리게 되는데, 이 위급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지금 시위에 불려나간 찬석이다.
그렇다고 막상 시위에 불려가도 이능 사용 허가를 내리는 것 외엔 딱히 하는 게 없다.
과격 시위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앵간한 것들은 일반 경찰들이 방패 들고 대치만 해도 어느 정도 진정되니 말이다.
시위대도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사회에 퍼뜨리려고 시위를 연 거니 굳이 문제를 일으킬 필요도 없고.
그냥 가만히. 가만히 시위 현장만 바라보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이 가만히 바라보는 게 몇 시간이 넘는다는 것이다.
요령껏 쉴 수도 있지만, 그러다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발생할 때 농땡이 피우고 있었다는 게 차후에 조사를 통해 밝혀지면 문제가 생기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니 화장실을 가는 것 외엔 어디 움직이지도 못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몸은 편하지만 정신이 고생한다는 게 딱 이 케이스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키는 순간, 재환이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예. 이능 특수 대응팀 임재환 순경입니다. 아. 예예.”
전화를 받는 재환이의 표정이 점점 썩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신이 났다.
“예... 금방 가겠습니다.”
“하하하하하. 재환아. 출동나가냐?”
“네...”
재환이는 전화를 끊곤, 출동을 나갔다.
“갔다올게요...”
“어. 그래. 밥 미리 시켜놓을게.”
탁.
오늘은 보고서만 쓰면 일이 끝났기에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
아무리 좆같은 헬조선이라 놀려대도 하루에 이능 사용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진 사건들이 막 몇십 건씩 신고가 들어오진 않는다.
대부분의 사소한 사건들은 일반 경찰들 선에서 맡아서 하기에 많아봐야 하루에 3~4번 정도 우리 팀에 수사 요청이 들어온다.
그런데 그 3~4번이 좀 큰 것들이기에 빡센 편이라 할 수 있다.
타닥 타닥.
‘아침엔 신유설을 불러 조사를 했고.’
이미 이제훈이 현실조작을 해 김예찬네가 내게 체포되어 구속돼 있었던 일은 모두 없었던 일이 되었다.
또한 만약에 이 사건이 다시 들춰지더라도, 논란이 없게끔 보고서엔 신유설의 증언에서 별 다른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기재하였다.
‘임종훈...’
거기에 아까 전에 최희아, 임종훈을 찾아간 것 또한 기재하지 않았다.
임종훈의 능력, 세력, 재력 등 뭐 하나 아는 게 없는 상황에다가, 갑자기 생뚱맞게 임종훈이 보고서에 언급된다면 혹시라도, 차후에 감사를 할 때 수사에서 뭔가 빠졌다고 의심을 받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영원몽.’
대기업 회장이 깨어난 것도 깨어난 거지만 무엇보다 천마패가 현실로 넘어온 게 중요 쟁점이다.
이 부분 또한 검은 패널에 대해선 아는 사람이 철중이 형을 제외하곤 거의 없기에 기재하지 않았다.
괜히 기재해봤자 어디 뭐 국정원 같은 데서 날 잡아갈 수도 있다. 허황된 소리가 아니라 진짜 그런 경우가 있었다.
‘주인공화’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 내 인재를 거의 노예부리듯 굴리는 건 이미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고, 우리나라라고 이들과 별반 다르진 않다.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니 충성심이니 뭐니 하면서 일은 좆빠지게 시켜놓고 보상금이랍시고 주는 액수를 보면 있던 애국심도 없어질 지경이다.
단순히 돈 문제뿐만 아니라 아직 나조차도 검은 패널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게 없으니, 굳이 언급해서 쓸데없는 관심을 끌 필요는 없다.
이것이 내가 검은 패널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이유다.
탁.
나는 마지막으로 파일을 저장한 뒤 업무메일로 파일을 보냈다.
.
.
.
벌컥.
“어. 왔냐?”
“예. 팀장님. 그것보다 밥은 어디...?”
“아.”
저녁 시킨다고 했지. 맞다.
“아...”
“미안하다. 지금 시킬게.”
나는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배달앱을 켰다.
“그럼 오늘은 좀 비싼 거 먹겠습니다.”
“그래. 뭐. 고명 추가는 해줄게.”
“아...”
***
밥을 먹고 대충 시간을 때우다 집에 돌아왔다. 찬석이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는데, 심지어 오늘 당직이다.
역시 인원충원이 필요한 시점이긴 한가보다.
[책상 위에 튀김 몇 개 남겨놨다. 맛있게 먹어라.]
잠깐 누워서 폰을 보고 있으니, 답장이 날라왔다.
[아... 감사합니다...]
[ㅅㄱ]
그 뒤론 답장이 없었다.
.
.
.
잠시 컴퓨터 게임을 할까 생각하였으나, 오늘 하루종일 뛰어다녀서 그런지 평소보다 실력이 덜 나올 것 같아 컴퓨터로 향하던 발걸음을 그대로 침대로 돌렸다.
절대 점수가 떨어질 것 같아 쫄아서 안 한게 아니다.
그 대신 잠이 올 때까지 웹소설을 보기로 하였다.
[국내 거주 처...]
“한국에 천마가 만 명이나 산다고? 뭔 개같은...”
뭐 재밌는 것이 없나 연재칸을 뒤적거리다 이상한 제목의 웹소설 하나를 발견하였다.
바로 한국에 만 명이 넘는 천마가 살고, 소드마스터도 거진 만 명에 육박한다고 설명돼있는 소설이었다.
아무리 어그로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 현실성이 없...
탁-!
나는 이마를 치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그런데 뭔.’
현실이 소설보다 더하다는데, 지금 상황에 딱 알맞은 말이었다. 사실 우리 세상이 미쳐돌아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
나는 조용히 선작 하나와 댓글 하나를 달은 뒤 폰을 껐다.
[ㅎㅎㅎ 정말 리얼하네요.]
사실, ‘주인공화’는 단점보다 장점이 월등히 많다.
다만, 가끔씩 이마를 탁! 치게 되는 상황들이 발생할 뿐이다.
천마가 만 명이면 어떤가. 그만큼 스스로를 위험에서 지켜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경찰인 나로서는 좋은 일이다. 가끔씩 술 처먹고 난동을 피울 땐 곤란하긴 하지만 말이다.
“잠이나 자자.”
어차피 내일이 오는 것이 싫어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뜨고 폰을 보던 것이었기에 침대에 바로 누웠다.
“그곳이나 한 번 더 갔으면 좋겠네.”
가끔씩 잘 때마다 가게 되는 이상한 곳을 떠올리며 잠에 들었다.
***
왔다.
왔다. 그래. 이거지.
나는 단 한 번의 기도에 성공한 것을 자축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여전히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야!!! 빨리 나와!!!”
오늘은 절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무언가를 얻고 잠에서 깰 것이다.
쿵! 쿵!
“아으, 드럽게 아프네.”
어찌된 바닥인지 내가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리쳐도 바닥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남궁천이 얘기한 그 만년한철인가 뭔가 하는 것보다 훨씬 단단한 수준이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소리가 울리지 않으며 퍼진 걸 봐선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손가락을 딱 튀겨 마찰열로 불을 일으켰다.
화르르륵!
나는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윗옷을 벗어 불을 붙였다.
“앗 뜨거.”
나는 손을 붕붕 휘둘러 손에 붙은 불을 끈 뒤, 주위를 둘러봤다.
불 덕분에 어느 정도 주변이 밝아졌는데, 그렇게 보게 된 바닥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검은색 참 좋아하네. 무슨 어둠의 자식이냐?”
소리를 쳤지만, 돌아오는 게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날 공격하기라도 하면 좋겠는데, 반응을 하질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날 놀리듯 갑자기 뒤에서 빛이 터졌다.
화아아악!
또 다시 전에 봤던 하얀색의 문자들이 연이어 하늘로 솟구쳤다.
하지만 올라오는 것들이 전부 다 모르는 문자들이었기에 읽을 수는 없었다.
[ ###### : 12@$(F$%309ㅇㅈㄷD ]
[ ㅁㅁㅁㅁㅁㅁㅁ : 0L4L2NFㅇ라1%$ ]
[ @#%492ᅟᅥᆼ123 : ㅔㅐ21*o]_9## ]
.
.
.
[ ᅟᅡᆮ개버12@ : .,2ㅇ4ㅡㅐㅜ2]$$@ ]
[ A20$%$EASD : =432^**$ ]
[ PE2%@#(!@ : cvd#@#$DFjs ]
.
.
.
나는 하늘에다 소리쳤다.
“좀 한글로 써주세요!!! 예?!!”
이렇게 막 지나가면 뭐하나, 알아보질 못하는데.
[ ㅁ$1ㅇ$%$ : fe$#!dd ]
[ gfg@%^%& : DE@(()>,# ]
[ VM3!@~ : %^%^CS ]
.
.
.
내 간절한 기도에도 바뀌는 건 없었다.
“에이씨...”
나는 허리에 손을 짚은 채 계속해서 올라가는 문장들을 바라봤다. 저 문장들을 보고 있자니, 인터넷 방송의 채팅창이 떠오른다.
뭔가 짧은 단어 옆에 쌍점, 그리고 길다란 문장이 붙어있는 구조를 보면, 누구든 채팅창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제발 되라...”
나는 마지막 수로 이제훈의 현실조작을 따라하기로 하였다. 될지 안 될진 모르지만 일단 뭐든 해봐야 되는 상황이었다.
딱! 딱! 딱!
손가락에 불이 붙도록 신나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랬더니.
“이게 왜 되지?”
[ 부산꼬마 : 와 ㅋㅋㅋㅋㅋㅋ ㅅㅂ 미쳤네 걍 ]
[ 김성진팬클럽 1호 : 교주 패는 거 보소. 그냥 미쳤다 미쳤어 ]
[ 양철모 : 이딴 활자조합물 보고 소설이라고 하는 거봐라. 작가야. 양심이 없냐? ]
ㄴㄴㄴ [ 병신을 보면 짖는 개 : 왈왈왈왈왈왈 ]
ㄴㄴㄴㄴㄴ [ 쀡뀃츢 : ㅋㅋㅋㅋㅋㅋ 컨셉 보소 ]
.
.
.
[ eunwol93 :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그런데 재환이는 언제 나오나요? ]
[ 어둠의 다크 : 김성진!!! 김성진!!! 김성진!!! ]
[ 연수원 32기 : 흠... 좀 이해가 안 가는 전개네요. 하차하겠습니다.]
ㄴㄴㄴ [ 초코브레드 : 님 필요없음. 꺼지셈 ㅋㅋ ]
ㄴㄴㄴㄴㄴ [ 강수완 : 이딴 대깨들 땜에 작가가 욕 처먹는 거임.]
ㄴㄴㄴㄴㄴㄴㄴ [ 팩폭배 철수 : ㄹㅇㅋㅋ ]
ㄴㄴㄴㄴㄴㄴㄴㄴㄴ [ ssss123 : ㄹㅇ ]
.
.
.
“아니... 이게 대체...”
올라오는 댓글들은 마치 평소에 보는 웹소설에 달리는 댓글들 같아 보였다.
누구누구가 멋지다. 전개가 미쳤다. 처럼 호평도 있었고 설정이 좀... 개연성이 좀... 같은 비판도 있었다.
물론 그에 대해 동조, 혹은 반대를 하는 답댓글도 그냥 평소에 보는 플랫폼 댓글과 판박이였다.
그런데 문제는 저 댓글들이 하나 같이 내가 겪었던 상황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내 이름이 대체 왜 나오는데?
- 작가의말
연재 시간 고정했습니다. 평일은 오전 11시 10분, 주말이나 공휴일은 오후 1시 10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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