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화아아아악!!!
눈앞으로 이글이글 거리는 불꽃덩어리가 날라오고 있었다.
“어딜!”
퍼억-!
내게 불주먹을 날리려던 놈의 왼쪽 갈비뼈를 치니 뼈가 부러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몸뚱아리가 내 힘에 밀려 유리창 바깥으로 떨어졌다.
팔을 회수하는 도중, 뒤에서 나선환과 더불어 여러 기탄들이 날라왔다.
퍼엉-! 펑-!
내게 날라오는 공격들을 죄다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안 아플 것 같은 공격들은 맞으면서 대응을 하였다.
“응 안 아파.”
“!!!”
이들은 내가 원거리 계열의 공격들을 있는 그대로 맞으며 맞대응을 하는 것에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으나, 그럼에도 이들의 공격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콰아아앙!!!
목을 살짝 뒤로 빼 내 목으로 향하던 날카로운 금속을 피하고, 거대한 낫을 휘두르는 여자의 배에 기파를 날리니, 여자가 그대로 벽을 뜷고 옆집 아저씨의 집 쪽으로 날라갔다.
옆집 아저씨도 한 실력 하니 크게 문제는 없을 거다.
휘이이익!!!
피하고,
콰드득!!!
터뜨리고,
피하고, 박살내고,
또 피하고, 또 쳐부수니, 어느새 남은 사람의 수가 아까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우우우웅.
이번엔 한 남자가 염동력으로 날 끌어당김과 동시에 다른 남자가 내게 괴상한 공을 던졌다.
삐- 삐- 삐-
“크윽!”
투둑.
수류탄 비스무리 한 것이 터지기 전, 내 오른손으로 공을 쥐어 폭발을 최소화 시켰다.
“아이씨...”
툭. 투둑.
그 덕분에 오른손이 흔적도 없이 날라가버렸다.
쿵!
고통을 참은 채 진각을 밟아 염동력을 흩뜨려놓은 뒤.
“흡!”
파스스스스.
빛 세례로 주변의 적들을 전부 소멸시켜버렸다.
이들의 목적을 알아야 했기에 전부 죽일 생각은 없었으나, 손을 잃다보니 당황한 나머지 힘조절을 못했다.
“아으. 따가워라.”
핏. 핏.
신체의 일부분이 통째로 터지는 것은 처음 겪어본 것인데, 통증이 상당히 거슬렸기에 혈도를 짚어 신경을 통해 쏟아지는 고통을 없앴다.
지지지직.
어디 전깃줄에서 누전되는 소리가 들려 주변을 둘러보니, 집안 곳곳이 풍비박산이 나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의문의 사람들이 소멸되면서 생긴 흰가루들이 집안 바닥에 깔려 있었다.
“하이고...”
내가 잠시 엉망진창이 된 집을 둘러보며 허전해진 오른손목을 붙잡고 있었는데.
번-쩍!
“윽!”
갑자기 엄청난 빛이 번쩍였다.
!!!
아까의 습격이 끝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해 급하게 눈을 뜨고 대응하려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습격을 당하기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니...?!”
유리창과 벽은 물론 집안의 가구들까지 멀쩡한 상태였고 안타깝게 사라진 내 오른손도 돌아와 있었다.
“이건 다행이네.”
나는 돌아온 오른손을 만지작거리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시간은?’
습격을 당했을 때가 8시 37분이었고, 의문의 사람들과 한 3분 정도를 박터지게 싸웠던 것 같다.
초인들에겐 0.1초 조차 엄청난 시간인 것을 감안했을 때, 3분을 싸웠다는 것은 엄청나게 길게 싸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마저도 마지막 빛 세례를 제외하곤 단일 공격들을 주로 하였기에 망정이지, 전원 살상을 목표로 두었었다면 아파트는 진즉에 무너졌을 것이다.
어쨌든, 거실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보니 습격을 당한 시각인 8시 3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3분 정도를 더 기다렸으나, 아까와 같은 습격은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흠...”
누군가 시간을 되돌린 것인지, 아니면 현실조작을 일으킨 것인지 나에 대한 습격은 없던 일로 되버린 것 같았다.
‘망상이었나...?’
환각마법에 걸린 기억은 없는데...
나는 잠시 습격을 받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복기하였다.
“내가 손을 잃고, 빛 세례를 날린 뒤에 잠시 집을 둘러보다가 번...”
‘번쩍?!’
분명 마지막 순간에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시간이 8시 37분이 돼 있었다. 그런데, 빛을 내면서 현실조작을 일으켰던 것은 아까도 경험한 적이 있다.
“임종훈 이 새끼...”
바로 아까 낮에 국정원 별장에서 임종훈이 현실조작을 하며 사라질 때 빛이 번쩍였던 것 말이다.
그때도 눈부신 빛이 일순간 쏟아졌는데, 이번과 똑같았다.
‘그런데 왜...?’
하지만 나와는 굳이 적대적일 필요가 없는 임종훈이었다.
나와 적대적 입장을 취하면 취할수록 손해를 보는 입장은 임종훈인 것과 더불어 아까도 날 구하러 왔다면서 국정원에 잠입을 할 정도였는데, 갑자기 날 습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때.
똑똑똑.
누군가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나 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문 좀 열어줘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임종훈과 양복을 입은 의문의 남자가 집 밖 공중에 떠 있었다.
.
.
.
탁.
내가 창문을 닫고 뒤를 돌아보자, 임종훈과 양복남은 신발을 손에 든 채 거실에 서 있었다. 임종훈은 신발을 들고 있는게 영 귀찮았는지 내게 바닥에 내려놓아도 되냐고 물어봤다.
“꼴에 예의는 지키겠다 이겁니까?”
“한국인이라면 집에 신발을 신고 들어오면 안되잖습니까.”
“에휴... 바닥에다 내려놓으세요.”
툭.
신발을 내려놓은 임종훈과 양복남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팀장님...”
“왜요. 다시 붙어보실려고?”
이번엔 직접 나와 붙어보려는 것인지 내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는데.
펑! 펑!
갑자기 감춰뒀던 케이크용 폭죽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저희 회사 입사 시험을 통과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뭔 개소리야.
갑자기 양복남의 손에 빛이 작게 번쩍이더니, 눈 깜짝할 새에 웬 초코 케이크가 손에 올려져 있었다.
“자, 이거 받으세요.”
“아... 네.”
나는 얼떨결에 초코케이크를 든 채 임종훈에게 물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다짜고짜 통과라니. 게다가 제가 왜 당신 회사로 들어갑니까.”
“제 회사로 들어오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승한아. 안 그러냐?”
“예. 그렇...”
승한이라 불린 양복남은 스마트폰을 잠시 보더니, 하던 말을 멈추곤 임종훈에게 뭐라 귓속말을 하였다. 임종훈은 잠시 당황하는 표정을 짓더니,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었네. 그럼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도대체 아까부터 무슨 소립니까. 예?”
“아이고. 이게 참... 죄송합니다. 제가 날짜를 착각해서 오늘 깜짝 서프라이즈를 해버렸네요. 갑자기 팍 식었네.”
“뭐가 오늘이고 내일인데요.”
임종훈과 양복남은 바닥에 내려놨던 신발을 다시 들었다.
“내일이 되면 다 아실겁니다. 직원들이 또 쳐들어오진 않을테니깐 푹 쉬세요. 저희 가보겠습니다.”
“아ㄴ...”
번-쩍!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하나도 납득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임종훈과 양복남이 집을 떠났다.
입사 시험은 뭐고, 또 오늘이 아니고 내일이라니.
“내일...?”
뭐가 됐든 간에 저놈의 회사에 들어갈 일은 없다.
***
임종훈의 사무실.
임종훈은 자신의 직원들과 김성진이 박터지게 싸우고 있던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다. 영상을 같이 보던 최승한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저걸 저렇게... 그냥 미쳤는데요?”
“그렇지? 저 사람은 무조건 데려와야 된다. 저런 인재를 놓칠 순 없지.”
사실은, 임종훈이 말한 '아, 오늘이 아니고 내일이었네' 따윈 없었다.
방금 전 습격 또한 입사 시험 같은 것이 아니고, 낮에 국정원 별장에서 그냥 떠난 것이 아쉬워 직원들로 하여금 김성진의 무력을 테스트해본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이제훈의 상위호환이라 볼 수 있는 부하, 최승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승한의 현실조작으로 직원들의 습격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어 직원들도 살리고, 김성진의 무력을 테스트 하였다.
내일 아시게 될 겁니다. 같은 말은 그냥 변명을 하기 위해 둘러댄 것이었다. 최승한은 미래예지는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뭐, 세상에 무조건이라는 말은 없으니, 내일 갑자기 김성진이 경찰을 관둘 수도 있지 않겠나.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방금 전의 그 말들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순 없을 거다.
“그런데 어떻게 데려와요?”
“몰라.”
“?”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잘 싸우니깐 말만 데려와야 한다고 한거지. 무조건 데려올 수 있다곤 안 했어.”
“...”
정말 데려올 의지는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든 최승한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어제의 일을 뒤로 한 채, 차를 끌고 청으로 출근을 하고 있었다.
“주말엔 좀 쉬고 싶다.”
청에 도착하기 한 5분 전, 갑자기 철중이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ㅅ...”
“성진아! 후문으로 와라! 후문으로!”
“예? 갑자기 왜.”
“아무튼!!! 정문으론 절대 오지마!!!”
“!@#!@#%#”
뚝.
“뭐야...”
철중이 형은 매우 다급하게 정문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있었는데, 통화 밖으로 들려오는 소음들이 꽤 컸던 것을 보면, 무슨 시위를 하는 듯 하였다.
정문으로 오면 내게도 불똥이 튈까봐 후문으로 오라 한 것 같았다.
‘어제 건 때문인가?’
지금으로선 어제의 가짜 예수 사건 말곤 크게 시위를 열 일이 없었다.
분명 어디 시민단체로 위장하고 있는 특정 세력들이 선두로 나선 것을 따라 일차원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움직이는 멍청이들이 그 뒤를 바치는 형태를 이루고 있겠지.
후문으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귀찮아서 그냥 정문으로 향했다.
슬슬 청에 가까워지자, 꽤 많은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경찰청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둘러싼 채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경찰의 과잉진압,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무서워서 살겠나!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도대체 뭘 사과하라는 건지. 과연 이들은 내가 광화문에 있던 모든 사람을 살린 건 알기나 하는 걸까.
아니. 모른다. 모를 수 밖에 없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광화문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깐.
이들은 그저 언론으로, 텔레비전으로 들은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여기에 서 있는 것이다.
분명 사건의 당사자들은 가만히 있는데 제3자가 날뛰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내 차량번호를 인식한 주차차단기가 위로 올라가고, 청 내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이들이 차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았기에 별 문제없이 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
하지만, 문제는 그 안이었다.
“어! 저기!!!”
“그 경찰 아니야?!”
“저기요!!!”
청의 입구로 들어가는 계단에 출입증을 갖고있던 기자들이 들어오는 경찰들을 죄다 취재하느라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용할 땐 참 효과가 좋은 것이 기자들이었으나, 도리어 당하는 입장이 되니 걸리적 거리는 게 마치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아. 됐어요. 가세요.”
“혹시 ...”
“저번 사건...”
내가 말을 해도 알아먹질 못하자, 나는 내게 좀비마냥 달려드는 기자들을 뛰어넘어 입구로 들어갔다.
타앗!
“저ㄱ...”
“잠ㅅ...”
아무리 기자들이라도 특별 상황 외에는 건물 안에는 들어올 수 없었다.
어차피 저들이 무슨 지랄을 하든,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저들 또한 세가 약해져 나가떨어질 것이었다. 그러니 평소처럼 일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이다.
[예. 존경하는...]
되는 것이어야 하였다.
[앞서 발생...]
되었어야 했다.
[저, 경찰청ㅈ...]
하하. 그냥 농사나 지을까?
- 작가의말
참 시간이 빠르네요. 벌써 이 작품을 시작한지 거의 한 달 가까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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