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64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2)
슬리드의 일이 있고 난 후에도 루크와 로오나는 별반 평소와 다를게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각자 서로가 생각하고 있는 바는 달랐지만, 서로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생활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헤이로카에는 슬슬 신등장의 제가 시작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벤하르트와 레니아에게 있어서 신등장의 제는 그들이 찾는것을 얻기 위해서 꼭 우승해야할 기회였다.
"형님. 이제 슬슬 기를 사용할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그래? 하긴 이제 곧 신등장의 제가 시작될때가 되었긴 하지. 일단 네가 나에게 품고 있는 의혹은 거둬 주도록 하마."
"일단 이라니요?"
"잔말 말고 따라 와라."
벤하르트를 데리고 루크가 간 곳은 허름한 잡상인의 집이었다. 희안한것은 루크가 들어갈때 정문을 두고 샛길을 돌아 뒤로부터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상점에 들어서자 퀘퀘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곳이었는데, 안에서 얇게 끊어질듯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간만의 손님들이신가?"
베라스키와 비견될만큼 쭈글쭈글한 주름을 가진 노인이 바닥까지 내려온 수염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그쪽의 남자는 이전에도 온적이 있었었지?"
루크가 이곳에 들른것은 반세기전 아직 그가 중년의 나이였을때의 일이었다. 루크의 외형은 잘해봐야 스무살 중반쯤으로 보였는데, 노인은 당연하다는듯한 말투로 루크를 아는체 했다.
"그때는 반 죽음의 상이었었나? 그랬었지. 그게 걸작이었다. 용무가 있는것은 그쪽이 아니로군. 이쪽의 할애비인가?"
벤하르트는 노인이 자신의 정체에 대해 한눈에 알자 섬칫 하며 놀랐다.
노인은 루크가 어째서 젊은 모습인가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상대에 대해 묻지 않는것은 그에게 있어 무언 무념의 자존심과도 같은 규율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칠수 있겠는가?"
"내가 고치지 못한것은 살면서 단 한가지도 없다."
노인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벤하르트는 조용히 루크에게 물었다.
"저기요 저분 아시는 사람입니까?"
"글세. 별로 안다고는 할수 없지. 그냥 면식이 있을뿐이다. 젊었을적에."
"그럼 형님이 루크라는 것도.."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알고 있다. 이전에도 온적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사실 내가 이곳에 온것은 우연한 일로 과거에 단 한번 들렀을 뿐이었다. 네가 겉보기와는 달리 늙은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잖냐. 그리고 참고로 저 노인은 내가 처음 만났을때도 저런 얼굴이었다."
"뭐라구요? 인간이 아닌겁니까?"
"다른 종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이 오래사는 방법이야 전해져 내려오는것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도 그런 꼴이지 않느냐."
가까운곳에 한명씩 두명이나 현재의 나이와 동떨어진 외모를 하고 있었기에 납득하기 어려워도 그는 납득할수밖에 없었다.
"저기 저번에도 한번 와보셨다면 저자의 실력은 어떻습니까?"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수 있을 정도."
실제로 치료를 받았던 루크의 상태가 그러했었다.
"그럼."
당장이라도 치료할수 있을것만 같은 희망에 부풀어 그의 입은 귀에 걸렸다. 퀘퀘한 냄새도 굉장한 약재같게 느껴졌고 노인의 긴 수염은 마치 신선인것 마냥 멋지게만 느껴졌다.
"좋아할것 없다. 오늘 이곳에 들른것은 네 몸을 치료하려는게 아니니까, 그저 치료할수 있는가를 물어보러 온것 뿐이다."
달콤한 생각을 단번에 초쳐버리는 루크의 말에 벤하르트는 정신을 깨고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말 그대로지. 벤. 사람은 말이다. 한정적인 힘을 사용해 그 위를 이길때 가장 많이 성장할수 있다. 애초부터 그 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더더욱 그러하지. 딱 지금의 네 경우가 아니더냐."
"형님 저는 말이죠. 지금 저를 걸고 도박을 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꼭 우승을 해야 한단 말입니다. 지금 필요한건 성장이 아니라 힘입니다."
"우승을 해야 한다면 더더욱 이런 방법이 필요하지."
"광오하다고 생각하실지는 모르지만, 제가 기를 사용할수만 있게 되면 이곳의 디레인들 정도는 상대할수 있을 겁니다."
"아. 이곳?"
벤하르트는 실언을 했음을 깨닫고 얼굴을 파랗게 질렸다. 헤이로카의 디레인에는 루크도 속해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루크 형님은 빼구요. 다른 녀석들에 한해서.."
"다른 녀석들을 굉장히 얕보는 모양인데, 최근 보여준 나정도의 실력은 다들 두루 갖추고 있다."
"형 정도 말입니까?"
갑자기 뜻모를 자신감에 구멍이 난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그는 주눅들었다.
"어쨋든 오늘의 일정은 그렇다는 말이다. 네가 지기를 바라는게 아니기 때문에 치료가 가능하다는것을 안다면 언제든지 이길수 있는 범위에서 생각해 줄거니 걱정하지 마라."
"아 네."
"오래들 기다리시는 구만,"
노인은 벤하르트를 마치 실험용 쥐인것 마냥 보면서 실실 웃어댔다. 입에서 떨어질것 같은 침과 주위에 있는 인간의 각종 부위가 기괴스럽게 느껴졌다.
'저건 눈이고,, 저건 손가락인가? 뭐야 저것들은'
자세히 보면 그런것이 한두개가 아니어서 더없이 불안감이 조성되어 갔다.
"이녀석의 기혈이 막혀 있는데 좀 봐주게."
"돈은 준비 되어 있겠지."
"물론."
돈을 벌러 왔다고 말했던 루크였지만, 그는 전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돈뭉치를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능수능란하다 못해 그 돈주머니가 사라지는것조차 벤하르트는 잘 보지 못했다.
'이 사람도 굉장한 고수로구나. 하긴 루크형님이 소개해 준 사람인데, 어련 하겠나.'
"그리고 설사 방법이 있어도 절대 손을 쓰지는 말게. 오늘은 검사만 받으러 온것 뿐이니까,"
'쓸데 없는 말을..'
"끌끌끌 그럼 한번 시작해볼까?"
노인에게서 나올수 없을것만 같은 기의 양이 그에게서 치솟기 시작했다. 일장이 벤하르트의 배에 힘차게 닿았는데 각오하고 있었던 막상 각오하던 벤하르트의 배에서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 흔한 맞아서 나오는 통증조차도 못느끼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노인은 재빠르게 이동해 다니면서 손가락으로 벤하르트의 몸둥이를 쉴새 없이 찔러댔다.
숨막힐 정도의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노인은 손을 멈추었다.
"어떤가?"
"조금만 더 봐야 겠구만,"
다시 노인은 이리 저리를 돌아 다니면서 벤하르트의 몸 구석구석을 찌르기 시작했다. 또다시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어이 그만해둬."
보다못한 루크가 노인을 말리려 하자 벤하르트가 말했다.
"왜요? 형님 자꾸 받다 보니 시원하기도 한게."
루크는 의외로 동정어린 시선을 벤하르트에게 보내고 있었다.
"바보같은 녀석."
"으으 어?... 에... 끄으윽... 으아아아아아아아!"
"일어났냐?"
"꿈.. 이었습니까?"
"그럴리가 있겠냐. 바보같은 놈 지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20분정도 그 노인의 손을 받았으니, 어느정도나 효과가 갈지 끔직하군."
그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루크가 이런 말을 할 정도라면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루크의 이야기에 돛는 소름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루크의 집이 아닌 그 노인의 잡상점이었다. 그리고 까마득한 곳에서 부터 치밀어 올라오는 격심한 고통. 지금까지 싸우면서 났던 상처나 그 후유증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순수할 정도의 고통이 그의 몸에서 들끓었다.
"으아아 아악 아아아아아아! 살려줘."
살려줘라는 말을 하면서도 전혀 거리낄것이 없을 정도로 그는 심하게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차라리 죽는게 천국일 정도였지만, 손하나 손가락 하나도 까딱 하지 못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결 같은것도 할수 없었다.
그저 고통을 느끼고 참는수밖에는 답이 없었다.
고통 스러워 하는 벤하르트를 보면서 옛날 일이 생각났는지 루크도 썩 좋은 표정을 지을수는 없었다.
"나을수는 있겠나?"
"내가 낫게 할수 있는것은 '인간'의 범주에 들어간 주술 뿐이여. 괴물들은 무리라는 것이지."
"그래서 나을수는 있는가 하는것을 묻고 있는 것이다."
"반."
"반?"
"내 실력이라고 해도 저것의 전부를 고치는건 무리지만, 반정도는 거둬낼수 있지."
'거둬낸다?'
"이 주술은 무엇이지?"
"네가 알아서 득이 될것도 없는 문제의 일이다."
"이녀석은 내 사제다. 득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알지 않으면 누가 알수 있을것이라고 보는가?"
검의 손잡이에 손을 가지고 간게 금방이라도 검을 뽑을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이자의 심장에는 용인(龍印)이라고 불리우는 주박이 걸려 있다. 이정도로 고밀도의 주술은 내 오랜 시간을 살면서 처음 봤지."
'용. 분명 그런 이야기도 한적이 있었지.'
고야마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았지만, 루크는 그에게 한번 들었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고야마가 사용한 기술 유규섬에 의해 기를 봉인당한 것이었다. 본래가 유규섬은 그런 기술이었다. 한번 정확하게 맞아 버리면 다시는 기를 사용할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리는 주박술 아니 저주에 가까운 기술인 것이다. 요마중에서도 손을 꼽는 고야마가 걸 정도의 기술이니 그것을 풀수 있는 인간이 있을리 만무했다.
"이녀석의 기를 뚫어내는 것 즉 기를 사용할수 있는 출력치를 기존의 반까지는 내어줄수 있다. 죽음조차 갈구 할정도의 고통과 바꾸어서."
노인은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루크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주나 주술을 푼적은 많았지만 이정도로 정규하고 사람의 몸을 망가뜨려 놓은 주술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꽤 오랜만의 즐거움을 주는 소재 였던 것이다. 반정도는 치료할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실상 노인 스스로도 자신할수는 없었다. 자신의 전력을 다해도 가능할지 가능하지 않을지 모르는 흥분을 느끼면서 그는 벤하르트의 수술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어이 벤. 언제까지 고통 스러워 할거냐."
구석을 기는 벤하르트에게 루크가 다가갔다.
"으으으 으윽."
폐인이 된것처럼 늘어진채로 기고 있었던 벤하르트를 루크는 한손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벤하르트 잡지 않은 헤벌레 한 표정을 다른 한손으로 억지로 무표정하게 구겨 놓고 루크는 그를 질질 끌면서 말했다.
"지금 당장 답을 줄 상태는 아닌것 같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해도 이녀석의 생각도 생각은 생각이니까, 얼마 후에 찾아 오도록 하지. 그때까지 준비라도 해두도록."
"낄낄. 이쪽은 언제라도 가능하지."
노인의 양손에는 타오르는듯이 기가 피어 올랐다. 썩은 이빨과 주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 모습은 분명 의욕을 보여주는것이라 칭해도 좋았지만, 이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벤하르트만 불쌍할 따름이어서 몰골이 되어 정신을 잃은 벤하르트를 데리고 루크는 일단 그곳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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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적으면서 가장 기쁠때는 선작과 댓글이 넘쳐날때이고,
슬플때는 그 역의 경우겠죠. 하루에도 소설 쓸때를 제외해도 몇번씩 문피아를 오면서 언제나 제게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앤드류님과 서글픈인형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m(__)m
연참대전이야 항상 통과해 왔지만 역시 댓글이 없고 선작이 애매하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때도 많거든요. 두분덕분에 더 마음먹고 정진할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특히나 서글픈인형님은 항상 댓글 반응이 달라서 더 좋았던것 같은.. 후우...
그럼 연 참 대 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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