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57화-대형(7)
그 뒤로 한참동안 벤하르트는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다시 역병이 재발할수도 있다는 그의 말에 겁먹어 한껏 주득 들어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나름대로 벤하르트의 처신에 공감을 했던 무리들은 벤하르트에게 여러가지 일들을 물었다.
어떻게 자신들의 병을 고칠 약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로 부터 시작하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벤하르트가 온 곳과 덴의 이야기까지 접어 들었다.
"그런 전설이 있었던가?"
"아니 분명 들어 본적이 있네. 그게 덴이라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런 전설의 이야기는 알고 있지."
"나도 들어본적이 있지. 하지만 그건 역시 전설의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지."
저마다 한마디씩을 하면서 덴에 대해서 수근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살아 있다고 한다면 벌써 나이가 어떻게 되는것인가? 자네는 그사람을 보았다고 했나?"
벤하르트는 보았다고 대답할까 했지만, 왠지 그렇게 대답할 경우 덴이 난처해 질것만 같았다.
"저도 실제로 본것은 아니고 그 전인으로부터 약을 받았을 뿐입니다. 말을 들어보면 아직 살아계시기는 한 모양이지만, 어떤 외모인지는 알수가 없군요."
"역시 그냥 풍문이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지. 이미 수십년도 더된 이야기이고, 사실 그런 사람이 있다는게 믿어지지는 않으니,,"
"그래도 약을 받아 온것은 사실입니다."
스유딘 마을의 사람들과는 달리 쉬이루 도시의 사람들은 벤하르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쯤되니 덴의 심정이 어떤 느낌이었을지는 조금 알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경비병은 벤하르트에게 와 말했다.
"일단은 쟈루니 님이 당신을 뵙고 싶다고 하시는군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냐!"
벤하르트는 손바닥을 아래로 깔아 자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방금 소리를 내질렀던 사람은 안색이 창백하게 되어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임기응변으로 지어낸 일이기는 했지만, 실제 그들의 역병이 다시 재발할수도 있다는 비슷한 소문이라도 돌 경우 그들은 계속 격리가 되어야 할 것이었기에 벤하르트는 이곳에 이동하기 전에 최대한 그런 기색을 자제해달라고 말해두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물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거요?"
"일단은 대기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자세한것은 이분이 쟈루니님과 만나고 난 후에 결정이 날듯 싶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웅성거렸으나 눈앞에서 몸을 멈춘 한 남자때문에 속만 삭히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그럼 일단 가지요."
벤하르트는 경비를 따라 도시성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흡사 왕처럼 자리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다소 편협해 보이는 데다 왜소한 체구인 남자는 이 쉬이루 도시를 통치하고 있는 도시장으로 룬델에서의 위치로 보면 거진 왕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이전 마을끼리 따로 떨어져 살때에는 상관이 없었지만, 도시가 되고 점점 사람들이 몰리자 통치하는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에 초대로 선출된 사람이 바로 쟈루니의 선친이었고 쟈루니는 2대째 시장이었다.
"자네가 역병을 물리운 사람인가?"
"그렇습니다."
"그거 참 대단하군 이곳의 수많은 명의들조차 그 병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는데, 어떻게 치료할수 있었나?"
전 시민들의 일도 있고 해서 벤하르트는 덴이라는 이름은 나오되 적당히 각색해서 말해주었다. 이야기가 그럴지니 진실인지 거짓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아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저들은 다 나은것이 맞는건가?"
"예."
"다시 전염될 확률 같은건 없는 것이겠지?"
"물론입니다. 이미 스유딘 마을도 치유 하고 오는 길이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전염이라는것은 상당히 무서운 것이네. 한사람만 전염 되어 있다고 해도 모든 이들이 위험해 빠질수 있지. 그 사람들은.."
자소 자신감 없는 말투로 쟈루니가 말하자 벤하르트가 말했다.
"그들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역병을 일으켰던 독은 이미 다 해독 되었구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자네같은 자의 말을 어떻게 믿을수 있겠나?"
카이후에게 당하고 난 뒤로 부터 벤하르트의 몰골은 말할것도 없이 추레했다. 다시 밤낮을 거르지 않고 쉬이루에 달렸으니 그 옷차림이 남루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계속 격리를 하는게 나을것 같네."
"그건 안됩니다. 사람들의 몸의 독을 전부 치료한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그곳에는 독기운이 남아 있으니 확실하게 격리상태는 유지해야 합니다. 그곳에 사람들을 밀어 넣는것은 진짜 병에 빠지길 원하는것이나 다름 없는 이야기지요."
"그렇게 독이 남아 있으면 어떻하자는 건가! 나는 이 도시 전부를 지켜야 할 사명이 있네!"
벤하르트의 눈에 그의 행동은 제 한몸 보신하려는 생각이 가득 찼다고 보여 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아직 약은 남아 있습니다. 이 약은 독을 중화시키고 병자는 다시 낫게 해주는 약입니다. 이것으로 독을 완전히 제거하되 다른 사람들을 그곳으로 집어 넣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만,"
쟈루니는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눈치였으나, 무턱대고 고쳤다는 수만의 사람들을 다시 병자지역으로 돌려보낸다는건 근본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다. 벤하르트가 약을 넘긴다고 했으니 그것을 기반으로 살아야 겠다고 생각한 그는 못이긴척 말했다.
"여봐라 역병 지역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을 들여 보내라."
"예!"
힘차게 대답한 병사는 역병지역을 향해 단정한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에 벤하르트는 다행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 기다리게. 약은 주고 가야 하지 않겠나."
"여기 있습니다. 아직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구해주고 갈 생각이니 이정도는 제가 들고가도록 하겠습니다."
쟈루니는 아쉽다는듯한 기색을 보였지만 벤하르트는 약병 몇개를 들고 바로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렇게 나온 벤하르트는 대거의 사람들이 약에 소독 받고 이동하는것을 볼수 있었다.
"오오 자넨가?"
벤하르트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한 중년인이 가족을 이끌고 이동하다가 벤하르트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임시 거처에 간다네. 또 한동안은 거렁뱅이 생활을 해야 되겠군."
머물곳이 없다는건 벤하르트로써도 어쩔수가 없는 일이었다. 약간 어두운 얼굴로 그가 말했다.
"그건 아쉬운 일이로군요."
"물론 그거야 그렇지만, 어쩔수 있겠나. 새로 완공될때까지 기다리거나 해야겠지. 그런데 자네는 지금 어디에 가나?"
"아직 그 역병격리된 곳에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는 관계로 전부 치료를 해주기 위해서 가고 있습니다."
중년인은 벤하르트의 생각을 이해할수 없었지만 곧 고개를 저으면서 잘못된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것은 가능하고 또 개개인마다 그 개체가 다를수 있지만, 사람을 구한다는건 왠만해서는 좋은 일이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자신이야 말로 살면서 변해왔다고 깨달은 그는 느껴지는 씁쓸함에 침묵했다.
"어쨋든 그 이야기는 재밌었네."
"무슨 이야기 말씀이신지.."
"덴 이라는 사람의 이야기 말일세. 십중 팔구는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나름대로 재밌었네. 그런데 어떻게 약들을 얻었나?"
벤하르트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곧 쓸데 없는 일이라는것을 깨닫고 적당히 둘러대었다.
"사람을 구하려다 되려 자신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게."
중년인은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역병을 격리 시킨 곳으로 향했다. 향하던 도중 역병의 경계구역에서 한 여자를 말리고 있는 경비병의 모습을 발견할수 있었다.
"비켜주세요!"
여자는 울고 불고 정신없이 경비병을 붙잡아 꿰며 지나가고자 애를 썼지만, 경비병들은 그녀가 사지로 향하는것을 볼수 없어 필사적으로 막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벤하르트를 확인하고 여자는 그에게 달려들어 가슴을 거세게 치면서 말했다.
"왜 나를 구했어! 나를 구할거면 내 딸을 먼저 구했어야지! 아이고 마피야!"
경비병들은 진땀을 빼고 나서야 벤하르트를 확인하고 제정신이 아닌 여자를 대신해서 말했다.
"이 분의 딸이 아직 저 안에 있다고 합니다. 한참을 확인했음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니 아마 확실한것 같습니다."
경비병은 벤하르트가 한일이 있다보니 자연스레 예를 갖추어서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지금 남은 사람들을 마저 구하러 이곳에 온것이니까요. 일단 여기 계세요."
"저 정말입니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곳에 올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벤하르트는 말릴 새도 없이 빠르게 역병격리구역으로 몸을 날렸다.
아직도 독은 주변을 메우고 있었지만, 그는 기로 스스로의 몸을 덮어 독으로부터 몸을 지킬수 있었다.
본래 벤하르트는 나머지 일은 도시 사람들에게 맡기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쟈루니의 행동거지를 보고 워낙에 못미더운 관계로 자신이 사람들을 전부 구하고 가기로 결정했다. 곳곳을 기를 이용해 구석구석 뒤져 그는 일곱명의 사람을 더 구해냈다.
그 뒤로 그는 세번이나 더 확인을 하고 사람들을 치료해 밖으로 보냈다. 아직 어린 그녀의 딸로 보이는 아이는 치료를 한 뒤 스스로가 데리고 나왔다.
"마피!"
"어 엄마!"
두 모녀는 얼싸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 지옥경에서 살아 나왔으니 감동은 이루 말할수 없었던 것이다.
"당신 정말 대단하신 분이군요. 이름이 뭡니까? 좀 알아 둡시다."
"벤하르트 하르크 입니다만,"
"벤하르트씨로군. 내 아들은 커서 당신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비는 벤하르트의 어깨를 탁탁 치면서 통쾌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딸을 받고 그녀는 다시 정신나간 사람처럼 벤하르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니 너무 그렇게 고마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피 너도 빨리 이분에게 고맙다고 인사 하거라."
"아저씨 감사합니다."
벤하르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 그러면,"
아직 남아 있는 약중 반병은 혹시 몰라 벤하르트가 가졌고 나머지 한병중 조금을 두 모녀에게 사용하고 나머지 한명은 계속 경비를 서야 하는 경비에게 건네주었다.
"경비인 이상 남은 약을 개인적인 용도로는 사용할수 없을테니 이것을 쓰시지요."
"감사합니다. 이거 처음에 까칠하게 나온게 너무 죄송스러워서,"
"당연한 주장을 한것이니 별로 상관은 없습니다. 그럼 모두 건강히 계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벤하르트는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벤하르트는 거인이 망가뜨렸다고 하는 도시의 참상을 보았다. 한 켠이 완벽하게 부서진 도시의 외벽은 당시의 상황을 상상으로만 재현할수 있을것 같았다.
"리스 고마워."
[뭐가?]
퉁명스럽고 쌀쌀 맞은 그녀의 목소리가 내면에서 들려왔다.
"여러가지로, 이번 일도 그렇고,"
"뭐가 고맙다고 하는거야? 너희들은 죽을뻔 했는데도, 움직이지 않은게 고맙다고?"
리스는 어느샌가 그의 옆에서서 얼굴도 보지 않은채 말했다.
"그거야 사정이 있었잖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네가 없었다면 우리들은 정말로 죽었을 거야."
"새삼.."
리스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레니아가 어떤 심정으로 매번을 지내왔는지 알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나는 그런 와중에도 내 안위만을 생각하고 있었지. 고맙다고? 하 기가 찰 노릇이지. 너희들이 죽어가는 꼴을 보면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어. 기회를 얻고 나서야 움직였는데, 뭘 고맙다고 하는거야! 이 무른 녀석이.."
"그점에 나를 부하로 삼고 싶은것 아니었냐? 하지만 굳이 그런 선후를 따지지 않아도 말야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흡혈귀 실격이군. 이래서야 누가 나를 원의 흡혈귀로 생각할까."
"나만 해도 벌써 그렇게 느낄 정도니 말 다했군."
"건방지기는.. 레니아와의 일을 보면서 정말 웃겨 죽는줄 알았다니까, 짜증도 났고, 계속 울리니 덩달하 힘들었잖아."
우물쭈물 하는 벤하르트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한차례 웃어 제끼고는 약간 무디고 정색을 한듯한 얼굴을 해보이고 인형안으로 돌아갔다.
[졸리니 잔다.]
'잔다니 지금은 밤인데,,'
뒤로 말은 들려 오지 않았다. 벤하르트는 쉬이루 도시를 떠나기 전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과 그 속에서 보고 온 지옥도를 가슴에 새기고 다시 스유딘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 작가의말
연참대전 종료.
굉장히 피곤하네요. 오늘은 9시부터 6시까지 수업이 있어서, 사실 이 화는 대충 지나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길어져서 --;
이렇게 글이 잘 안쓰여진것도 오랜만이네요. 요번 연참대전은 빡빡하게 글이 잘 쓰여져서 이런 찝찝함을 안남길줄 알았는데, 어제 오늘에 이어 조금 글이 만족스럽지가 못하네요.
그나저나 연참대전이 끝났는데, 과연 제가 정신 차리고 3일에라도 한편을 쓸수 있을지... 게으름의 화신이 제 몸에 빙의 할것 같아서 불안불안 합니다.
어쨋든 끝났습니다!!!
아 잊을뻔 했네요. 항상 연참대전이 끝나면 감사 인사를 날리곤 하는데 이번에도 당연히 해야 겠지요.
이번에 가장 감사하신 분은 다름 아닌 최대의 추천을 날려주신 강림악마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 외에도...(우와 많아!)
앤드류님 군발이님 투리에님 소천님 이쿠토님 betray님 jeuskan님 띠오옹님 캣츠아이님 아다와리님 닷지님 yve님 그리고 기타등등님들.... 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시험 기간만 아니면 열심히 쓰기 위해 노력해볼게요 ^^;
그나저나 오늘 자 글 너무 마음에 안드네요 ㅠㅠ; 졸려서 그런가.. ㅠㅠ
연참대전 종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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