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69화-도네스(2)
벨드 서키스 술집 주인에게 들은 그의 모습은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생각한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그의 이야기 몇가지로..
그는 공주의 기사로 알려져있다. 어디에서 공주가 그와 만났는지는 불명 그 이전의 자료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 1년 정도의 시간동안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집사이자 시종이며 기사였다. 한번 공주에게 접근하던 유명한 귀족이 있었다. 그 귀족을 꺼려하던 공주는 그 사실을 벨드에게 말했고, 그날 이후로 귀족은 단 한번도 공주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고 했다. 일설에는 벨드가 귀족의 집에 단신으로 쳐들어가 협박했다는 설과 원만한 대화로 해결했다는 것 또는 다른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의심했지만, 그 일에 벨드가 관련 있다는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두번째는 제국의 두번째 공주인 메셋이 그를 원했을때 공주는 물론이고 벨드도 그자리에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 뒤에 메셋은 보복차원에서 자신의 심복을 보냈지만, 그 심복들은 다시는 그녀 곁으로 돌아올수 없었다는 이야기로 조금 허황되지만, 그 일 이후에 메셋공주의 심복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진실이었다.
세번째로 그는 도네스의 치안을 담당하며 만인을 돌보는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점이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가장 어이없어 하던 부분이었는데, 그가 한 일을 보면 벤하르트정도로도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대단하다 할수 있었다.
"절대 불가능해. 아니 가능할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데 이건 연극이야."
"내 생각도 그렇기는 한데, 무슨 숭배하는것마냥 이야기하는 그 주인의 얼굴을 보니까 일단 사실로 생각하고 있는게 옳겠어."
"내 똑바로 말해 두는데 말이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그녀석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으면 해."
"알았어. 일깨워 줘서 고맙다. 어쨋든 봐라."
벤하르트의 말을 순간 이해하지 못하고 레니아는 되물었다.
"뭘 보라는거야?"
"아까 내가 얻었던 정보 도움이 되었지? 벨드인지 뭔지 하는 그녀석은 공주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까, 공주가 나타나는 3일후 그녀석도 나타나게 되겠지. 그때 확인할수 있어."
"그거야 당연한거잖아."
굳이 그것을 포함시킨것에 레니아는 장난 삼아 비아냥 거리면서 이야기 했다.
"이런게 바로 정보를 모으는거지 정보는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작은것들도 조금씩 기억해두는게 좋거든."
"네네. 아주 잘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2일간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도네스의 이곳저곳을 관람했다. 벤하르트는 필요한 조사를 끝마쳤기 때문에 왠만하면 쉬어서 몸상태를 만전으로 만들어 놓고 싶었지만, 왠일인지 레니아는 이곳저곳을 가보고 싶어했기 때문에 어울려 주었다. 최근들어 아오이스나 두보엔 같은 어떤 위험에 대해서 상당히 약해진 느낌도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혼자 보낼수도 있었지만, 또 이곳 도네스는 달랐다. 도네스에는 벨드라고 불리우는 의문의 사내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 혼자 보내는건 위험했고, 육체는 힘들었지만, 역시 그 자신도 레니아와 함께 다니는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되려 좋다고 해도 좋았다.
공원에 앉아 그들은 보송보송하게 오른 도네스의 명물빵을 먹으며 쉬기 시작했다.
"그런데 레니아. 역시 너는 너무 눈에 띄는것 같아. 나도 몇번인가 안좋은 의미로 눈에 뜨인 적은 있는데 그거 기분 나쁘지 않나?."
레니아는 땋은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꽤나 수수한 차림을 했는데도 주변의 사람들이 한번식 의식을 하고 지나갔다. 개중에는 벤하르트를 보면서 쯧쯧 거리는 사람들도 몇몇 존재했다.
"별로 나쁘진 않은데?"
"과연 전직 신이구나. 주목 받는거에 익숙해."
"신일때는,, 아니 지금도 신... 아니.. 어쨋든 그당시에는 별로 주목을 받은건 아니야. 정신적인 지주 같은것이지. 예를 들자면 병이 낫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가서 한번 도와 주고 나라는 존재가 노시엘트에 있다는것을 알리는 그런 존재?"
"그건 다른 신보다 나은것 같네. 행동으로만 보자면,"
딱히 집어 말할수는 없었지만 그는 그녀의 소소한 도움이 마음에 들었다.
"그나저나 전직 같은 이야기를 하지 마. 이제와서 따지기도 뭐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역시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거든."
"미안."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살피다 잡아 채고는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은 도공이지만, 왠지 도공술이 퇴화 되어서 검을 만들수 없게 되고 아무리 만들어도 예전같은 검을 만들지 못해 3류 검들만 만들게 되었다고 상상해 보라고, 딱 그런 기분이라니까?"
"그건.. 충격이겠군."
진심으로 와닿아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어쨋든 벤 네가 그런 이야기를 꺼낸것은 저녀석들 때문이지?"
이야기라는 것은 레니아의 주목에 관한 이야기. 레니아가 살짝 가리킨 곳에는 험상궃게 생긴 사람들이 몇 있었다.
"이러니까 별로 정보수집에는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아. 나는 후줄근 너는 미인. 어쨋든간에 꼬이기 마련이거든 어디에서라도,"
"흥. 그거야 네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
그렇게 시시덕 거리고 있는 그들에게 남자들은 서서히 다가왔다. 여행을 하면서 몇번이나 겪었던 똑같은 행동에 레니아는 살짝 잔인하게 웃어 보였다.
"어.. 어?"
어이 라고 말하려 했던 남자의 말은 의문으로 바뀌었다. 엇 하는 사이에 다리가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하게 된것이다.
"뭐야 왜 멈춘거.."
레니아는 잠시 자신의 일행을 향해 묻는 다른 남자의 복부를 가격하려 했지만, 그 공격은 벤하르트에게 가로막혔다.
"왜 그렇게 냉정을 잃어서는 그래?"
"뭐 뭐냐 이것들은."
"단순한 여행객입니다만, 뭐 문제라도?"
건달들은 말문이 막혔다. 문제가 있다면 억지를 부리지 않는한 어디까지나 그걸 감수해야할 사람은 자신들이었다.
"이녀석이 어떻게 된거지."
얼어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건달하나는 기어코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약간 어눌한 건달들을 보고 벤하르트는 독기가 빠져버렸다.
"레니아 그만 봐주라고,"
"흥 어차피 약한 녀석들이나 등쳐먹고 다니는 녀석들에게 무슨 자비를 줄게 있겠어?"
"그렇다고 저렇게 둘 생각이냐."
"조금 고생은 해야지."
"잠깐 잠깐.. 우리는 그냥 여기 예쁜 여자랑 놀기 위해서 접근했던것 뿐이라고, 물론 좋은 의도는 아니었다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좀 봐달라고,"
"그럼 약속을 해줘야 겠는데?"
"무 무슨 약속?"
"앞으로 우리 외에도 다른 녀석들에게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는거야. 그런조건으로 어때?"
다리가 얼어붙은 건달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둘은 약간 머뭇머뭇 거렸다. 그러자 레니아의 손이 움직여 그들의 발을 얼려버렸다.
"으아아."
"약속 할거야 말거야?"
"할게 할게."
"그래 모름지기 사내라는 것들은 소신이 있어야 되는거거든. 소신이 말야."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보면서 말했다.
"뭐? 나 소신 없는건가?"
레니아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래도 조금 우유부단 하잖아?"
"뭐 그거야 부인하지 못하지만,"
"약속 할테니까 좀 봐주라고!"
"봐주세요 겠지."
'레니아 너.. 오랜만에 불이 켜졌구나.'
레니아는 그들과 의미 없는 말싸움을 계속 하고는 한장의 종이를 꺼내들었다.
"너희들 이름이 뭐지?"
세명은 꽁꽁 얼어붙은 다리의 고통에 순순히 각자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렇단 말이지. 이건 말이지. 계약서야. 잘 듣도록 해. 이 계약서에 나는 계약하기 위한 내용을 적을거야. 그것에 너희들은 본명을 걸고 자신의 이름을 적어 줘야 되지. 물론 그렇게 되면 너희는 '평생 이런 행동은 하지 못하겠지만,' 자업자득이니 할말은 없지?"
"으으.. 너.."
"너?"
"아니.. 네.. 라고."
"방금 너 라고 말했던 녀석의 이름이 우그사루니까 이녀석은 '착하게 살아라'도 추가로 넣어 둬야 겠군."
"뭐 뭐!" 용서해주세요."
"그렇게 나쁘게 살고 싶은건가?"
레니아는 자기 나름대로 그보다 더 잔인할수 없게 웃어 보이면서 슥삭 거리며 계약 내용을 적었다. 우스운것은 그 잔인한 웃음도 그 건달들에게는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일동 그 웃음을 보고 '여우 웃음'을 떠올렸으니까..
"그럼 여기다가 서명해."
"레니아 그건 군트리온씨의..?"
"어 개인적으로 한번 만들어 봤어. 나도 이제 마법사니까 말야."
어깨를 으쓱 거리면서 잘난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저기 서명 다 했으니 어서 좀 풀어 주시는게.."
"좋아 그럼."
레니아가 뒤돌아서자 얼음은 본래부터 없었다는듯 사라져버렸다.
'흥 그따위 종이 쪼가리에 계약을 하던 말던 그 뒤로는 내 마음이지.'
"라고 생각할것 같아서 말인데."
흠칫 하고 레니아의 말과 자신의 생각이 겹쳤다는것에 건달들은 뜨끔했다.
"일단 경고는 해둘게. 이 계약서 말인데, 마력지라고 해서 내가 특별히 제조 한거거든 자 각자 하나씩 받아 자기 이름이 적힌걸로.."
머뭇거리면서 건달 셋은 레니아에게서 종이를 받았다.
"한번 어기면 가슴이 약간 저릴거야. 두번 어기면 신체가 저릴거고 세번 어기면 고문하는 듯한 고통을 받을지도 몰라. 네번은 그냥 아무렇게나 고통스러운것을 그냥 연상하면 될거고, 다섯번이라면, 너희들 죽어."
"엥?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잠깐 잠깐만요. 그게 말이 된다면 저는 어떻게 합니까. 여자문제야 제가 조금 조심하면 되는 문제라고 쳐도 살면서 착한일을 안하면 죽는다니 말이된다고 보세요!?"
"아 그건 조금 완화 시켜뒀어."
그 말에 왠지 레니아의 말에 구멍이 있는것 같아 건달들은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헤헤 거짓말은."
"아닌데?"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레니아는 진지하게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아 푸는법도 알려주지."
건달들은 '진짜라고 마음속에서 확정을 짓고 있는 그 느낌이' 싫어 더 듣고 싶지 않았지만, 푸는법이라는 말에 솔깃해져서 귀를 기울였다.
"나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에게 해주술을 외워달라고 하면 돼. 나는 삼류 마법사니까, 아마 돈만 조금 들이면 풀수 있을거야."
그 말에 건달들은 화색이 돌았다.
'이걸 풀어낼때 까지만 버티면 되겠구만,'
실실 웃으면서 그들은 레니아에게서 도망치듯 그자리를 도망쳤다.
"바보들."
"레니아 정말 저거 풀수 있는거야?"
"이 세상에서 풀수 없는 주술은 없어. 능력만 된다면 풀리겠지만, 나는 삼류 마법사가 아니거든."
"삼류 마법사가 아닌건 알겠는데, 그럼 너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가 온다면?"
"그럴리가 없잖아!"
레니아는 살짝 벤하르트를 장난스레 치려다가 손을 멈추고 그만두었다.
"그럴 경우가 설사 있다고 해도 마법사라는 녀석들은 고지식해서 결코 저걸 해지 시켜주지는 않을거야. 벤 내가 작성한 저 내용이 뭔지 기억하지?"
"아.."
왠만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보이기도 싫을 정도의 내용이었으니 레니아가 고지식하다 이르는 마법사는 어지간한 돈이 아닌 이상에는 풀어주지 않을것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진짜 다섯번 어기면 죽는거야?"
"걱정마. 두번을 못넘길걸. 그리고 일정 주기가 지나면 다시 초기화할수 있도록 다 설정해뒀어. 말이 저리는거지.."
"끄아아아악!"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제버릇 개 못준다더니 말야. 이로써 확실하게 버릇을 고칠수 있을것 같지? 이래저래 편리하다니까 군트리온의 계약서. 이건 내식대로 계량한거지만,"
"대단하긴 한데, 어째서 그렇게 까지 했던거야? 물론 내가 막기는 했지만, 몇대 쳐주고 끝내도 될 일을."
"그녀석들이.... 방..해했으니까."
"방해? 뭔 방해."
"이... 둔한 녀석이!"
레니아는 공중에서 두어번이나 회전해서 벤하르트를 공격할것 처럼하다가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으음.."
벤하르트는 조금 의미를 곱씹어서 생각했다. 항상 바보바보 했지만 그가 바보가 아니라는건 그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
"기 깊게 생각하지마!"
벌거진 얼굴로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이끌고 이래저래 맛난것을 요구하며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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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장으로 넘어가보니 조회수가 29000이더군요. 좋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네요. 29000이 줄고 준거니까요;;
엔쿠라스를 쓴지 3년 정도.. 상당히 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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