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351화-도로호우이(5)
"나쁘지 않다니 그건 무슨 뜻이야?"
"나는 이녀석이 어떻게 되든 별로 상관 없어."
레니아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너무해요."
브레시가 따지듯 말하자 레니아는 한술 더 떠 따지듯이 그녀에게 말했다.
"너무한건 너겠지? 네가 쓸데없는 짓을 벌여 놓았으니, 벤은 너를 지키면서 싸워야 한단 말야. 네가 한짓이 얼마만큼의 민폐인지 모르고 있는것 같은데."
"어이 그쯤해둬. 결과야 어찌 되었든 나는 브레시덕분에 무난하게 그곳을 벗어날수 있었던 것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민폐라는것을 알면서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건 무엇때문이야?"
벤하르트도 브레시가 민폐라는 점에는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에게 있어서 브레시는 레니아이상으로 지켜주어야 할 대상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녀석이 호크 용병단이라고 해도 이렇게 해두면 나설일은 없지."
레니아는 손을 가리켜 브레시를 장막안에 가두었다. 브레시는 장막 안에서 뭐라고 외쳤는데, 그 소리가 밖으로 세지 않았고, 나오는것도 불가능했다. 그것을 보고 레니아는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왜 나쁘지 않냐고? 브레시를 이용해먹을수 있으니까,"
"무슨 이용을 한다는거야?"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야. 설사 먹히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게 가둬두면 너나 나에게 심려를 끼칠일은 없다고 할수 있고, 내가 하려는 일은 하나뿐이야. 히얄에게 브레시가 호크 용병단에 들어왔다는것을 말하는것."
벤하르트는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차렸다. 히얄이 그들에게 제의한것은 어느정도 브레시의 가족이 이유라 할수 있었다. 그런 브레시가 위험천만한 자신들의 용병단에 들어왔다는것을 알게 하면, 좋으면 직접적으로 나쁘면 간접적으로나마 자신들을 돕게 되겠고, 설사 돕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해도 레니아의 방법을 쓰면 브레시는 안전하게 이 여관에서 대기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벤하르트는 그 계책이 내키지 않았다. 그의 생각을 잘 아는 레니아가 덧붙혀 말했다.
"사실 이런 방법 같은건 진작에 생각해뒀지만 말야. 절대 할생각은 없었어. 네가 누군가를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건 알고 있으니까, 그래 가장 가까히에 있고, 가장 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조차도 휘말리게 하려 하지 않는 네가 저녀석을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건 알고 있어. 히얄이라 해도 마찬가지 일지 모르지만, 그건 잘못되었어."
"그래. 분명히 잘못되었지. 적어도 너에게는 확실하게,,"
레니아가 자신의 심정을 정확하게 읽었기에 순순히 그는 인정했다.
"탓하지는 않아. 다만 히얄에게 말하는것 만큼은 넘어갈수 없어. 브레시는 분명히 혹이야. 아무리 네가 강하던 내가 강하던 혹을 짊어진채 이 도로호우이를 성공할수 있을것 같아? 히얄은 반드시 우리를 도와주게 되어 있어."
"어째서?"
"그녀석이 도로호우이를 꺼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그것을 미리 생각해두었다는거야. 우리가 오기 전부터, 그녀석은 우리가 힘들거나 괴로운것을 보고 싶은게 아니야. 도로호우이를 성공하는것을 보고 싶은거지. 자신의 손으로는 이룰수 없으니까, 우리들을 이용한거야. 반대로 자신의 손으로 이룰수 있었다면, 굳이 우리가 오지 않아도 스스로 이뤄 냈겠지. 명분만 쥐어 준다면 우리를 분명히 도와 줄거야."
"대단한걸."
레니아가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경우는 대부분이 틀린적은 없었다.
"흥. 그리고 이번으로 확실해 졌겠지? 다음번부터는 기필코 나갈거라고, 알겠지?"
"여부가 있겠어? 어쨋든 다녀오는건 내가 하도록 할게."
"위험하기야 하겠지만. 내가 말하면 역효과가 날수도 있으니까, 그점은 부탁할게."
레니아는 브레시에게 걸려 있는 장막 마법을 거둬냈다.
"우왓. 언니 너무해요."
'너무한건 너야.'
하고 말했지만, 쫄래 쫄래 따르면서 브레시가 여러가지를 말하자 못이긴척하며 그녀는 상대해주었다.
'그럼 나는 다녀와볼까.'
"도로호우이라고? 그녀석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는거냐?"
"가능하지 않으면 그뿐인 이야기에요."
히얄이 무뚝뚝하게 답했다.
"여전히 건방진 녀석이구만, 마음이 검어. 얼굴도 포함해서,"
"여기서 얼굴의 이야기는 왜 나오는 겁니까. 그리고 얼굴은 하얗습니다. 하여간 여전한건 그쪽도 마찬가지로군요. 쓸데없는 시비에.."
"변한건 리드나 네르데르 정도라고, 우리들 용병이란건 그렇게 쉽게 바뀌는게 아니니까,"
"그렇지요. 쉽게 바뀌는게 아니에요. 하지만 방금 리드라고 쉽게 부르는건 한번만 묵인하겠습니다."
"그러던가. 이제와 나는 남남인데 무슨 소리를 하던 네가 무슨 상관이냐. 정히 거북하다면 씨 정도는 붙혀주마. 나는 님은 이제 더 붙힐수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
사내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샤이 한의 전쟁은 정말이지 지독했다. 그래도 이곳의 전장은 미적지근한게, 요양생활을 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니까,"
"용병담은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요."
"너무 그러지 말라고, 내가 이야기 할만한 상대라고 해봐야 몇 있지도 않은데, 이정도는 토로하게 해줘."
"하아. 귀찮네요."
"그 적나라한 재수없는 반응. 뭐 괴롭히는 맛이라고 생각해두지."
사내는 재밌게 이야기 할것처럼 말했지만, 실상 그의 이야기는 맛이 별로 나지 않았다. 히얄은 물론이고 다른 누구를 데리고 와도 별로 재밌어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심지어는 본인조차도 자신의 이야기에 질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하지요?"
"아직이야. 이대로는 찝찝해서 안된다고,"
"우린 남남 아닙니까. 하루 정도는 재워주겠지만, 고문을 당하는건 사절이라구요."
"원수처럼 지내던건 지난번에 해소되었다고, 나도 어느정도는 인정해주기로 했고, 이제는 면식있는 사이잖나."
"귀찮아."
"아무래도 손님이 온것 같은데?"
"음. 벤하르트님 같은데, 어쩌시렵니까?"
히얄은 흘끗 사내를 보았다.그 시선에는 빨리좀 사라지라는듯한 귀찮음이 잔뜩 서려 있었다.
"더 괴롭히고 싶다만, 여기까지로 해두지."
퐁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안개를 드리우며 사내는 모습을 감췄다. 그 모습을 살짝 여린 눈으로 보던 히얄은 문을 향해 걸어갔다.
"누구세요."
"아 히얄씨 접니다."
"누군가 있었던것 같은데."
"좀전에 돌아간 참입니다."
확실히 안에 인기척은 없어서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약간 진중한 얼굴을 했다. 사실상 굳이 히얄에게 말을 하는게 아니라고 해도 브레시의 일은 씁쓸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책임하군요. 민간인이 말려들게 하다니,"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왜 저에게 찾아온 겁니까. 고작해야 보고를 하기 위해서 저를 찾아온것은 아닐테지요?"
"아닙니다. 확실히 브레시가 그런 행동을 한것은 예측하지 못했고, 그건 분명 저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저에게도 잘못이 있겠지요. 하지만 결과가 이래서야 브레시가 위험하게 됩니다. 저나 레니아는 확실하게 브레시를 지켜줄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요?"
"저희를 도와 달라는게 아닙니다. 아예 한 톨만큼도 도와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브레시만은 히얄씨가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히얄은 대할때 마치 속내를 숨기는 듯한 인상을 주었지만, 사실 그는 속을 숨기고 교섭하거나 하는 행동을 꽤나 싫어했다. 누군가가 묻고 반드시 답해야 할 상황이오면, 꼬거나 하는일 없이 맞으면 맞다고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하게 대답하는 성격이었다.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저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을것이고, 벤하르트님을 도와주지 않을겁니다. 그래도 무방하겠지요?"
"예."
"하지만, 브레시의 안전쪽은 제가 맞도록 하죠. 근본적인 원인제공은 제가 한것이나 다름 없으니,,"
"감사합니다."
히얄은 자신에게 인사하는 벤하르트를 이해할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기준으로는 벤하르트라는 사람의 성격을 전혀 파악할수가 없었다. 브레시는 그에게 있어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벤하르트라는 인간을 이해할수 없었다.
"하지만 역시 성가시군요. 이건 자기가 제 무덤을 판 격이네요."
조용히 히얄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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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짧네요 써놓고 보니..
한가지 실수를 해버렸습니다. 제가 한 실수란 뭘까요?
정답은 다음 화에.... 그리고 수정하겠습니다.. ㅡ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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